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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7화 (17/141)

< -- 17 회: 2> 첫 퀘스트. -- >

“요즘 10대는 정말로 무섭다니까. 엘리베이터에서 어깨 부딪쳤다고 30대 남자를 병원까지 실려 가게 했다는 뉴스가 남의 사정이 아니란 말이야.”

“자.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아저씨. 나랑 사귀지 않을래요?”

“두 번 물어봐도 대답은 같아.”

이시현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먹을 것을 마신 값이다. 요즘엔 잔돈 받는 것도 귀찮아서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내고 일어나곤 한다.

“여기서는 시끄러우니까 따라와.”

“어? 하, 정말이지.”

남민아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푸훗 하고 웃었다.

“요즘 애들 엄청 무섭거든요? 그 잘난 얼굴 죽사발이 되고 싶어요?”

요즘 애들은 이런가? 저런 소리 하면 안 맞을 줄 아는 건가? 무슨 자신감이지? 이런 태도가 가능한가? 실제로 요즘 애들은 애들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뻗대도 가능한 건가?

이시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마시고 있던 찻잔 안에 걸쳐둔 스푼을 쥐었다. 그리고 꼬깃꼬깃 접기 시작했다. 물론 스푼은 나무도, 종이도 아니었다. 금속. 손가락 몇 개로 일곱 번이나 동그랗게 접어버린 이시현이 경악하는 남민아의 손바닥을 펴, 손바닥 위에 접힌 스푼을 올려주었다.

“요즘 어른도 무섭거든. 따라와. 아니면 몸을 그렇게 접어버린다.”

본래 남민아가 의도하는 바는 이런 게 아니었을 터였다.

그저 얼굴이 잘난 남자를 어떻게 좀 꼬셔볼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거만함에 질린 나머지 비굴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데리고 온 애들을 보여주었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는데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시현이 목을 좌우로 까딱이며 몸을 풀었다.

이시현은 학교 근처에 이런 공터가 있다는 것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학교 근처엔 언제나 사람이 적게 다니거나 아예 없는 그런 곳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학교괴담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이시현은 성질 더러워 보이는 소년들을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고교생이지만 일면일면은 고교생이라기보다는 사회물을 먹은 아저씨처럼 늙어 보였다. 수는 열두 명. 열두 명을 마주한 이시현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 육체가 지닌 힘을 예상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어스 엠파이어의 남자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싸울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지구의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하다.

“이봐, 아저씨.”

이시현은 선두에 선 남자를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닥쳐 쓰레기. 넌 말하지 마라.”

“뭐? 이게 나이대접 해주니까.”

나이대접을 해 준 게 아저씨라는 명칭이다. 이시현은 뒷골이 땡 한 기분에 양미간에 주름을 그리고 엄지로 짚었다.

“뭐래는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뭐, 뭐라고?”

상대는 순식간에 머리에 피가 몰린다. 조금도 자신을 폄훼하는 말을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리 똑같을까. 이시현은 나름대로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휘두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약간 뒤로 물러나며 그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사람이 허공에서 세 바퀴를 공회전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턱이 작살나고 뽑혀 나온 이빨이 콘크리트 바닥을 굴러다닌다. 그것을 선명히 드러내는 선혈. 턱이 깨지며 입안이 엉망이 되고, 새어나온 피가 그의 실신한 머리를 붉게 적시고 있었다.

그대로 개구리처럼 쓰러져버렸다.

입을 쩍 벌리고 이 장면을 바라보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했다.

시팔 무슨 영화도 아니고 이 미친 모습이 현실이라고?

이시현은 실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이런. 미안. 힘 뺀다고 뺐는데도 애새끼가 허공에서 세 바퀴를 도네. 한 바퀴만 돌게 만들어줄게, 너희도 경찰서에서 한 대 맞았는데 세 바퀴를 돌았다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 하고 싶지 않잖아.”

이시현이 눈을 반쯤 감고서 미소 지었다.

“도망치는 놈들은 다 찾아가서 접어버린다. 얼굴 다 기억했거든. 그러니까 조금만 맞아라. 힘 주고. 힘 안 주면 정말 죽어.”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의 눈앞에 벌어졌다.

일짱이 달려들었고, 이시현이 피했고, 일짱이 허공을 세 바퀴 회전하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턱이 함몰된 채로 꿈틀거리면서 피를 계속 흘려대고 있었다.

이게 그들이 본 상황의 전부.

이시현이 척척 걸음을 걸어서 2짱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싱긋 웃고는 그의 얼굴에 다리를 꽂아 넣었다. 이시현의 키가 큰 편이라고는 해도 고교생 남자의 머리에 발을 꽂아 넣는 건, 그런 종류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무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시현은 그대로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칠 수 있었다. 지닌 몸의 편리함은 인간들이 죽도록 단련한 경지에 다다라 있다.

10m가량 뒤로 밀려났다가 코가 안쪽으로 파고든 채 피거품을 게워내는 2짱의 모습을 보면서 일진들이 비명을 질렀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여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도망칠 수가 없었다. 남자는 살기 위해서, 여자는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접어버렸기 때문에. 새삼스레 성별의 차이를 깨닫고 이시현이 걸음을 옮겼다.

남민아를 바라보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다리를 들어올리고, 그녀의 어깨에 발을 얹었다.

“이대로 밟으면 어떻게 될지 알아?”

남민아가 새파랗게 질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벌서 눈물이 괴었다.

“쇄골이 부려지고 팔의 근육이 죄다 찢겨서 반신불수가 되지. 나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자, 잘못했어요. 정말로 잘못 했…….”

“잘못이라는 걸 알았으면 안해야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한 거야. 바보냐. 아, 바보는 죽어야 치료가 된다던데 죽여줄까?”

“흐, 흐윽.”

“운다고 해서 내가 그만두지는 않아. 아, 재밌는 걸 해볼까?”

이시현은 문득 미니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이 몸의 베이스가 어스 엠파이어의 그것이라서 그런지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현은 남민아가 아닌 다른 두 명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죽고 싶지 않지?”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들을 보며 이시현은 박수를 짝 쳤다. 세 명의 소녀가 흠칫 놀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남민아. 나랑 게임을 하자.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인데. 어떤 건지 알아?”

“대, 대강은.”

“그렇다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이시현은 자신이 본래 이런 지식을 알고 있었나 생각했다.

이름 정도는 들어봤지만 알고 있진 못했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로 생각하고, 미니 게임을 생각하니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렸고, 내용을 이해했다.

“나는 너희들 중 한 명을 칠거야. 어, 이 주먹으로 저기 다 죽어가는 두 놈처럼 만들어주지.”

이시현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세 명의 여자를 기어코 울렸다.

“너희는 말이지. 죽을 정도로 아픈 상황을 대면하게 됐어. 하지만 나는 자비가 넘쳐서 말이지. 한 명만 칠거야.”

이시현은 세 명을 가리켰다.

“기왕 폭력을 휘두를 거라면 멀쩡한 사람에게 장애를 안겨주기는 싫어. 멀쩡한 사람은 장애가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잖아. 그러니까 상태가 가장 안 좋은 이에게 장애가 남을 폭력을 휘두를 거야. 음 무슨 말이냐면 기왕 때릴 거라면 몸 상태가 안 좋은 녀석을 치는 게 좋지 않겠어? 멀쩡한 사람을 쳐서 불구자로 만드느니 애초에 좀 상태 안 좋은 사람을 불구자로 만드는 게 서로가 좋은 상황일 것 같다는 거야. 이상한 이론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이해하라고. 알았어?”

“네, 네.”

“결국 그거야. 너희들은 서로를 한 대씩 때려.”

이시현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가장 아파하는 이를-.”

이시현이 발을 바닥에 굴렸다. 콰직, 소리가 들리며 둔중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짓밟아 주지. 아, 난 남민아가 마지막에 남는 죄수가 될 거라는데 팔을 걸도록 하지.”

아주 천천히 세 명의 여학생은 그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

남민아가 안색이 질렸다. 그녀는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했고, 자신이 처형이 될 죄수가 될 것임을 알았다.

이명자와 정영숙은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남민아의 꾀임에 이끌려 사신에게 다가가서 시비까지 걸었다. 그런 그녀들은 남민아만 없었다면 미남을 보며 만족했을 터. 굳이 그의 앞에 나오지도,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러더니 이명자가 재빨리 달려들어 남민아의 머리채를 잡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뺨을 후려갈겼다.

짜악.

그리고 비명. “꺄아아아악!” 남민아는 나뒹굴지도 못했다.

머리채가 붙잡힌 그녀는 허공에서 바람에 휘둘리는 풍선처럼 형편없이 휘청거렸다. 정영숙이 남민아의 배를 걷어찼다. 우웩, 소리가 나오고 침과 오물을 토한다. 점심시간, 식사를 끝내고 왔기 때문에 소화되지 못한 내용물이 쏟아졌다.

풀썩, 남민아가 쓰러졌다.

두 명의 여자는 빌듯이 이시현을 바라보았다. 이시현이 싱긋 웃었다.

“뭐 뻔히 봐도 알겠군. 너희들이 먼저 자백한 죄수가 되었다는 걸. 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들이 몇 번이나 고개를 힘껏 숙여 보이고 외쳤다. 그리고 힘겹게 걸어 나가려 했지만 곧 강주희와 그녀가 데리고 온 SP에 의해 걷어차였다.

“빨리도 왔네. 하긴 내가 좀 바람 같아서.”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이시현은 남민아의 앞으로 향했다. 뺨이 퉁퉁 붓고 입술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배를 양손으로 감싸고 무릎 꿇은 것이 너무도 아파보였다.

이시현은 조금도 동정이 가지 않았다. 나는 많이 이상해진 것 같아. 물론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학생에게 이런 선택을 떠넘기고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도 조금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

나는 정말로 이시현인걸까? 자조하면서 이시현이 그녀의 어깨에 발을 얹었다. 남민아가 떠는 것이 신발을 통해 전해진다.

“마지막에 남은 죄수가 됐군.”

“우, 우웩. 쿡, 쿠웩.”

이시현은 허공 한 켠을 바라보았다. 세 번째 퀘스트의 완료가 떠올랐다.

폭력을 휘두르라. 그것이 여자에게 가혹한 폭력을 통해 굴종시키라는 의미로 이해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인간’에게.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도 인간이니 그들에게 수컷으로서의 우월함을 증명하면 퀘스트가 해결되는 것이다.

연신 구토하면서 남민아는 몸을 떨고 있다. 이시현은 죄수가 된 남민아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문득 흑공자와 백공자가 여자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살려줄까?”

“살려주세……요……. 흐윽. 흑. 으흐흑.”

“처녀야?”

“네, 네.”

“의외네. 뭐 살려주지, 대신 처녀를 바쳐. 그 후에는 네가 고소를 하든 뭘 하든 하고.”

남민아는 살아날 구멍을 발견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기쁨이 깃든 눈빛이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눈빛의 의미가 변질했다.

죽여 버리겠어.

이 새끼를 반드시 사회에서 말살해주겠어.

그녀의 생각이 고스란히 읽혔다. 하지만 이시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여자를 지배하는 조건은 매우 간단하니까. A급에 지나지 않는 권능이라고 해도, 세뇌라는 건 너무나도 강력하다. 권능을 몇 번 사용해주면서 남민아를 녹여버리면 될 것이다.

“너는 나의 말이 되어주어야겠어. 그래. 게임을 위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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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킹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번째 퀘스트를 무사히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어떤가요. ‘이시현’님. 퀘스트의 난이도는 적당한가요?

세 번째 퀘스트 ‘인간에게 위력을 증명하고, 실력을 뽐내고, 폭력으로 지배하기’는 재미있으셨나요?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은 그만한 힘을 갖추고 있답니다, 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싸우는 일은 자제합시다. 기왕이면 자신의 도구로 패버리는 게 효과적이니까요.

앞으로도 퀘스트는 계속됩니다.

잊지 말고 확인해주시고, 이하의 보상으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되짚어 봅시다.

퀘스트 완료 보상: 탐지 권능 A등급(심안의 군주) or 폭력 권능 A등급(전쟁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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