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4화 (14/141)

< -- 14 회: 2> 첫 퀘스트. -- >

A등급의 세뇌는 눈으로, 분위기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적으로 수고를 하고 체액을 상대의 피부 혹은 점막에 주입해야 했다. 등급이 높아지면 눈으로, 존재감으로, 말로, 영상매체로, 그가 만든 기술을 사용하는 전원에게 사상을 주입하고 세뇌를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냥이 아니다. 자신이 큰 인물이 되기 위해 ‘그릇을 만들 권능’보다는 우선, 살아남기 위한 능력. 즉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능’이 필요했다.

“세뇌다.”

퀘스트 완료 보상에 [세뇌A급]이라는 글자가 떴다.

이시현은 미련이 남은 듯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가 꾹 하고 눌렀다.

===

<킬 더 킹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번째 퀘스트를 무사히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어떤가요. ‘이시현’님. 퀘스트는 즐겁게 즐기셨나요?

두 번째 퀘스트 ‘모습을 찍으세요. 알몸으로 춤을 추게 만들기’는 즐거우셨나요?

그리 어렵진 않았겠지만, 현 퀘스트가 겨우 두 번째에 불과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좀 부담이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어스 엠파이어]의 문명을 이해하셨나요?

앞으로도 퀘스트는 계속됩니다.

잊지 말고 확인해주시고, 이하의 보상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세요.

‘이시현’님은 3등을 하셨습니다. 보상은 A급 권능입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세뇌A급 ‘주인의 권위’.

* [주인의 권위]: 정액을 점막을 통해 주입하는 것으로 사흘간 강제 제어하는 세뇌권능. 수차례 반복하면 완전 세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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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은 물끄러미 TV를 보고 있었다.

호텔에서 강주희의 집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강주희가 방글방글 웃으며 건네주는 것들을 먹고 배가 불룩해져버렸다.

A급 권능인 세뇌를 통해서 강주희에게 억지로 시켰던 일을 지워버렸다. 비디오카메라를 틀어놓고서 그녀에게 엄한 일을 시켰던 일. 강주희는 나름 그 점에 대해 신경 쓰고 있었고 어쩌면 그 사실을 이유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뇌 권능 [주인의 권위]로 비디오로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수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자궁 속까지 범하듯 자지를 밀어넣고 정액에 취해 몽롱한 얼굴이 되면 촬영을 잊으라고 몇 번이고 번복하면 그만이니까.

세뇌A급 권능을 통해 그녀의 자궁 속을 이시현의 자지가 드나들고, 정액을 뿌려놓으면 사흘간은 마음껏 시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강주희는 껄끄러워했던 비디오를 찍었다는 사실을 잊었을 뿐 아니라 몇 개나 되는 영상을 더 촬영해야 했다.

이시현 개인적으로 즐길만한 비디오도 찍었다. 그 덕분에 강주희의 루주가 좀 많이 소모되었지만 그 정도로 강주희가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인 충족감은 채울 수 있을 터였다.

그녀를 통해서 여체를 다루는 기교와 즐거움을 익혔다.

애초에 경험은 너무 대단한 육체를 가진 리퍼를 통해서 충분히 익혔고 이제는 여자에게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 여자를 홀리는 감각을 익힌 셈이다.

더해서 상류층의 일면을 맛보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르는 곳, 고급 식당에서 주문을 시키는 방법, 그리고 그들과의 커넥션을 통해서 고급 주점을 알게 되었다. VVIP를 모시는 은행원의 태도를 만끽했고, 그러는 도중 이시현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도 알렸다.

강주희의 곁에 있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에 이시현 또한 이런저런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

그 중에는 강주희의 친구들도 있었다.

강주희만큼 강렬한 인상의 차에, 미모를 갖춘 여성들이었다.

사교계라는 말이 정확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상위 0.1%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나 볼법한 이들이 보였다. 그녀들을 따라다니는 수행비서와 SP들을 보고 있자면 이시현은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감탄했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이시현을 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들을 무뚝뚝하게 바라보면서 그는 강주희를 안았다.

강주희는 자신이 또래의 어떤 누구보다도 우월한 남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지만, 또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두려움을 이시현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위 말하는 이시현은 킹카. 타고난 키에 적합한 신체구조. 그리고 성형 보정 없이 완벽한 미모를 갖춘 남자다. 목소리 또한 굉장히 부드럽고 억양이 섬세하며, 잿빛의 머리와 보라색이 약간 깃든 검은색의 눈동자는 요염하기까지 했다. 반면 옷을 벗으면 드러나는 근육은 실용적이며 여자가 좋아할 요소요소가 배어들어있었다. 그의 품에 안겨들 때 느껴지는 근육은 강주희가 여태껏 바랐던 남자에 대한 환상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런 남자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강주희 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쉽사리 가질 수 없는 남자인 것이다. 게다가 강주희만 알고 있지만 밤기술 또한 대단했다. 강주희가 몇 번의 남자관계를 가져본 적은 있다. 그녀 위치에 있는 대부분의 여자가 그러하듯이. 하지만 그런 그녀도 다른 남자가 모조리 잊힐 정도의 경험은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머리가 백지가 될 정도의 쾌락이 몇 번이나 이어진다.

이를테면 강주희가 지니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이만한 남자에게 줄 수 있는 건 얼마 없다. 강주희가 줄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그녀의 몸과 가진 부. 그리고 정성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강주희가 남자 한 명에게 이렇게 정성을 기울이고 몸을 주는 건 그녀를 아는 이라면 믿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시현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였다.

강주희가 사준 휴대폰에 그녀의 눈을 피해 여자들이 입력해둔 전화번호는 있었다. 아마 그녀들은 강주희 대신에 본인이 이 포지션을 차지하려 할 것이다. 강주희가 해주는 것을 그녀들 또한 해줄 수 있었다. 그녀의 친구자격을 갖추려면 대체로 그녀와 유사한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할 테니까.

“음료 맛있어? 직접 갈아봤는데.”

“제법 괜찮아. 이런 건 처음 먹어보는데?”

“후훗. 푹 쉬어. 내 집이다 생각하고.”

이시현이 있는 집은 강주희의 거처였다.

강주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딩의 오너였다.

태양그룹은 태양건설을 가지고 있는데, 땅을 사두고 다른 건설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체에 맡기는 식으로 가격을 극도로 낮추면서도 굉장한 이득을 챙긴다.

강주희 또한 그렇게 만든 빌딩의 오너로 이 빌딩에서 나오는 수입금만으로도 재벌의 딸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그녀가 배운 디자인에 관련한 옷가게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소득은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려는 사업은 아니니 다행이지만. 가게 하나 정도는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재력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요즘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 자기도 몸 조심해야 해?”

“난 밖에 나다니지도 않는데 뭘.”

강주희의 말에 이시현이 피식 웃으면서 들고 있던 유리잔을 치우고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강주희가 적극적으로 입술을 맞춰왔다. 딥 키스. 타액을 교환하고 혀를 입 속에서 얽어맨다.

“하앗. 흐으, 으응. 좋아.”

강주희는 길들여졌다. 완전히 그의 여자로 바뀌었다.

세뇌를 몇 번 걸고 푸는 식으로 조절한 결과 강주희는 이시현의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한다. 몇 번이나 [주인의 권위]에 노출된 결과 그녀의 뇌는 마약에 수십 년 절여진 것처럼 변했다. 그녀를 강압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 노예처럼 복종할 것이고, 변태로 활용하면 궁극의 변태가 될 수도 있다. 그녀의 지닌 성정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거기까지 제어하고 있진 않은게 강주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겨우 A급 권능만으로도 이렇다. 아니, 기본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 즉 이런 육체만으로도 그녀는 빠져들었다.

새삼스럽게 두 번째 퀘스트의 결과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조급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일단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마음에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흑공자와 백공자, 두 라이벌이 서로 치고받는 걸 보면 서둘러 그들의 싸움에 참여할 마음이 완전 사라진다. 조급해할수록 손해였다.

강주희라는 여자는 게임에 참여하기엔 부족하다. 허나 여자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매력적인 외모에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 여자답게 알고 있는 것이 많다. 돈은 많지만 멍청하지는 않고, 눈치도 좋았다. 애교도 있다. 무능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 일반적인 가정의 가장과는 달리 철벽 혹은 신적대리인처럼 보이는 아버지에게 부리던 애교는 성년이 된 지금도 남아 이시현의 마음을 녹인다.

이만한 여자를 만난 것은 그의 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이시현은 자신의 곁에 있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여자로 생각하고 있지만.

타액을 섞는 농후한 키스를 나누고, 이시현이 옷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자 그녀의 몸이 또 달아오른 것 같다. 달뜬 숨을 내쉬며 붉어진 뺨으로 기대하는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안아볼까?

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시현의 인생에 있어 겨우 두 명만을 안아보았지만, 둘 모두 죽여주는 몸이었다. 잭 더 리퍼는 장군이었기에 그렇다 쳐도 강주희의 몸은 말 그대로 맛있었다. 게다가 그녀를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할 수 있는 권능인 세뇌도 있다.

“처음부터 너무 세게 들어감 감은 있지만, 뭐.”

애널을 범했다. 개처럼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만 들게 해서 중국인, 그러니까 메이드 인 차이나 제 딜도로 애널 개통식을 치른 후 관장까지 시켰다. 그리고 애널을 범했다. 강주희는 비명을 지르며 싫다고 했지만 이시현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그리고 기분이 명백히 나빠진 것 같았지만 세뇌로 풀었다.

자지를 입에 물게 하고 그녀의 혀에 정액을 얹게 만드는 펠라티오도 시켰다. 유방을 모아서 골짜기를 만든 후 정액을 채워 먹게도 시켰고, 그녀의 배꼽에서 보지로 이어지는 계곡주도 만들어 먹어보았다.

갖은 것들을 시켰다. 그녀는 섹스 동영상의 유출을 우려하여 동영상 촬영을 꺼려했다. 실제로 찍었을 때는 좀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 세뇌로 잊어버렸지만. 더불어 촬영에 관한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그녀는 비디오 촬영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한 부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강주희는 나름대로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이시현은 여자를 이렇게 다루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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