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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3화 (13/141)

< -- 13 회: 2> 첫 퀘스트. -- >

흑공자는 넝마가 되어버린 이성아의 앞에서 말했다.

“복수하고 싶나?”

“복수……!”

“인생이 바뀌었다고 믿었겠지. 강해졌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내게 있어 너의 가치는 공개돌림용 벽보지에 불과해. 알겠나? 네년은 나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돼. 나의 명령이 너의 목숨보다 우선한다는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산산조각난 살덩이에게서 도망치듯 벗어났나? 감히? 거기서 죽었어야지. 이대로 말라 죽을 때까지 벽보지로 돌리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복수하게 해줄 요량은 있어서 말이지.”

단아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요사스러운 눈빛의 흑공자가 비틀어 짠 것처럼 웃었다.

“너를 범한 모두의 몸에서 기분 나쁜 냄새가 날 거다. 나의 페로몬과는 반대되는, 맡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는 냄새지. 너도 맡을 수 있어. 킁킁, 돼지처럼 들창코로 만들면 말이지. 자, 이 도시에서 열흘을 주겠다. 그들 모두를 죽여. 너를 걸레처럼 만들고 강간하고 범한 것들을 죽여. 찢어발겨. 허락하지. 마음껏 인명을 살상하고 파멸시켜. 죽음으로 강해져. 복수심을 네 힘으로 키워. 그리고 모두 죽이면 개처럼 기다려. 그렇다면 나는 너의 불우한 과거를 지워주지. 새로운 몸을 주지. 그리고 졸이 아니라, 다른 지위를 줄지도 몰라.”

엉망이 되어있던 이성아의 눈빛이 살기로 빛났다.

“복수……복수하고 싶어요!”

“그래. 그걸 위해 살려두었으니, 슬슬 움직이도록 해. 아, 알고 있나?”

흑공자는 품에서 붉은색 가죽 장갑을 꺼내어 이성아의 젖가슴 위에 던졌다.

“만인혈(萬人血)이라는 표현이 있다더군.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기라던가 그런 거에 붙는 모양인데. 딱 만 명은 안 채워도 돼. 복수의 기운을 받아 피를 잔뜩 먹은 마물(魔物)을 만들고 싶다면 이걸 쓰도록 해. 네가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던 <분쇄> 특기를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무구(武具)지. 대신 피를 빨아먹기는 하지만 너 같은 쓰레기는 그 정도쯤은 해줘야겠지.”

“가, 감사합니다!”

이성아가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조아리며 개처럼 기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든 직접적인 원인인 흑공자에게 한 점의 원망도 없었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하는 동안 그런 감정은 모조리 다른 이에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탐닉의 도시. 행성이자 대륙에 하나 뿐인 도시에 일대 복수극이 펼쳐졌다. 유사인류, 수인에게 향한 복수의 주먹. 잔인무도하게 두들겨패고 곤죽을 만든 후 자지를 터뜨려 죽이는 그 비정한 수법을 두고 소문은 점차 널리 퍼졌다.

별 한 개하고 1/3.

별 다섯 개가 만점인 상황에서 대단히 낮은 점수였다. 물론 이 점수가 가장 낮은 점수는 아니다.

[2번 동영상]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휴일 정오에, 미모의 여성이 갑자기 옷을 주섬주섬 벗고 알몸으로 춤을 춘다. 경악해서 쳐다보는 사람들. 히죽거리며 디카나 폰을 꺼내드는 이들이 있었지만 강력한 전자파에 의해 죄다 부서졌다. 남은 것은 특별히 제작된 이 캠코더 뿐. 캠코더를 통해 촬영된 그녀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었다.

넋 나간 표정으로 히죽이죽 웃으면서 알몸이 된 그녀는 그대로 음란하기 짝이 없는 춤을 추고, 길에서 멈춰선 남자는 손가락질해서 불렀다. 그리고 공개 섹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당황했지만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장치가 죄다 부서지자 기회다 싶어서 그대로 바지를 까 내리고 그녀의 보지를 관통했다.

헐떡이면서 침을 줄줄 흘리는 여자. 그리고 금방 보지를 하얀 크림으로 범벅을 쳐놓는 남자. 남자가 떨어져나가자 그대로 바닥에 툭 하고 주저앉은 그녀가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정액 질척한 보지를 양손으로 벌리면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남자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공개섹스가 이루어졌다.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영상을 기록할 어떠한 장치도 없는 상황. 수없이 많이 모인 사람들. 그것이 남자들에게 용기를 준 것이다. 나중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정액범벅을 한 여자가 끌려갈 때까지 대략 마흔 명 이상의 남자들이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

백공자는 인생을 완전히 끝장내고 만 그녀를 은밀히 빼냈다.

경찰들은 그를 조금도 막지 못했다. 여자가 그랫듯, 백공자를 바라보자마자 그만 최면에 걸려 도리어 여자를 몇 번이나 범하고, 그리고 백공자에게 넘긴 것이다. 여자는 정신이 붕괴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랐다. 그저 창녀, 그 이하가 되어버린 자신을 뒤늦게 깨닫고 죽고 싶어 했다.

정액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죽어버릴 것 같은 시선을 던지고 있는 여자를 앞에 두고 백공자가 근사하게 웃었다.

“너, 인생 망쳤군요.”

“……흐윽.”

“너의 인생을 망친 이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복수……누구……?”

“흑공자, 게인. 나의 적. 그 놈이 너에게 세뇌를 걸었고 길거리 창녀로 만들어버렸지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홀려버리고. 너는 이제 인생이 끝난 거예요. 하지만 놀라워라. 내가 너의 망해버린 인생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바꾼다고……요?”

“네. 어떤가요. 너의 복수심, 나의 힘으로 사용해주지 않을래요? 잘 써줄게요. 아, 무엇보다 이 세상 누구도 너의 꼴사납고 음탕하고 저질스럽고 걸레 냄새 풍기는 모습을 연상하지 못하도록 해줄게요.”

백공자의 유혹은 너무도 쉽게 여자의 마음을 울렸다. 여자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의 정액을 끼얹은 꼴을 보며 백공자는 눈살을 가볍게 찌푸리고서 비웃듯이 말했다.

“그럼 너의 더러운 몸을 씻도록 하세요. 보기만 해도 역겨우니까.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그때를 기다리세요.”

여자는 백공자가 구세주처럼 보였다.

온 기력을 잃은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성아가 흑공자를 향해 그랬듯, 퍽 정중한 태도였다. 물론 여자는 반쯤 붕괴된 정신 때문에 그녀를 세뇌한 직접적인 원인인 백공자를 인식하지 못했다. 흑공자가 적이라고 판단하고, 그렇게 이해했다.

도리어 백공자는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내였다.

그를 따르면 어떻게든 이 붕괴된 인생이 바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만들어진 적에게 원한을 품고, 원수에게 복종했다.

“너는 그걸 위해서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백공자는 영상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보이는 건 그저 품위있는 하얀 정장을 걸친 상반신만. 얼굴은 비추어지지 않았다. 그의 말은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었다. 그 목소리에 홀린 듯이 여자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의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 몇 번 더 그 짓을 해줘야겠어요. 할 수 있겠지요?”

“네……?”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강간당하세요. 아, 이유는 있어요. 하기 싫은 일을 반복적으로 해서 복수심을 키워가는 거거든요. 할 수 있죠? 걱정말아요. 몸이 쭈뼛쭈뼛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지 모르니 전처럼 해줄게요. 전처럼 어떻게 하냐고요? 그야 했던 그대로……. 앗차, 흑공자가 했던 대로라는 말이에요. 하하하.”

“네…….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또 그렇게 했다.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면서 경악한 남자를 지목하여 그의 위에 알몸을 부벼 댔다.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공중파 TV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다행히도 영상으로 송출된 것은 없었지만 버서버섯에는 풀 동영상이, 그리고 편집본이 따로 나왔다.

별 한 개하고 2/3.

백공자가 촬영한 그것은 근소하게 흑공자의 것보다 높았다.

[3번 동영상]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하나쯤은 기르고 있는 암캐. 그것과 놀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시현의 기준에서는 상당히 하드한 부류였다. 싫은데, 어쩐데 하는 강주희를 설득하고 윽박질러서 ‘단 한 번’이라는 제약으로 그런 일을 시켰다. 온갖 변태적인 동작과 자세를 익히게 하고, 최고급의 캠코더 앞에서 보지를 벌리게 하고 조수를 분출케 했다. 하지만 그것 뿐. 물론 별을 아예 안주는 경우는 없었지만, 한 개 이상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나마 여자가 예뻐서 줬다는 인상이 짙었다. 그 여자도 ‘장군’쯤 되었다면 무조건 별 네 개 이상은 받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듯 했다.

어스 엠파이어의 인간이 얼마나 쾌락을 즐기고 있는지, 이시현이 짐작도 하지 못한 탓이다.

별 3/7. 한 개도 아니다.

***

이시현은 벌점의 결과를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젠장…….”

혼자서만 퀘스트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소 안심하고 있었는데 꼴등이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사실은, 퀘스트를 참여한 이가 ‘셋’임이 밝혀지는 것.

둘이 전부라고 알고 있을 흑공자와 백공자는 세 번째 동영상을 보고서 숨겨진 존재를 파악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시현은 파멸한다. 그는 아직 흑백의 싸움에 참여할 준비가 조금도 갖추어져있지 않기 때문.

퀘스트 완료창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누르니 퀘스트 창은 안심하라는 듯 위로했다. 둘은 둘 만의 결과를 보게 된다고. 백공자와 흑공자에게는 1, 2등. 그렇게 보일 터였다.

이시현은 꼴등이 되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스케일에 그런 설정을 짜고 섹스 동영상을 찍은 이들을 보며 치를 떨었다. 자신의 적이 어떤 수준인지 그제야 약간은 이해했다.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했다.

한 놈은 애초에 여자를 사람취급 안 하고 다른 한 놈은 여자가 사는 생활기반을 강간해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이 무슨 미친 제안이란 말인가. 이시현이 저들을 이겨야 했다면 강주희를 노숙자 쉼터에 알몸으로 던지고 강간할 때마다 돈을 던져준다고 광고라도 시킨 후 강주희보고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크게 뽑아서 들고 다니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이시현은 그런 미친 짓까지는 할 수 없었다.

이시현은 축 늘어져 실신한 강주희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착해서 산 줄 알아. 제길. 사냥은 포기하겠어.”

이시현이 퀘스트를 보며 자신만만해 하며 얻고자 했던 권능은 사냥.

사냥대상을 떠올리거나 발견하면 그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추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냥할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어떤 물건이라거나 혹은 증시, 혹은 선물 같은 것에도 적용이 되었다. 이것으로 그는 투자의 귀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냥을 포기해야 한다. A등급에 불과한 권능은 그 정도의 능력까지는 없었으니까.

“세뇌(洗腦)를 택하지.”

퀘스트 완료 보상의 창을 누르며 이시현이 짓씹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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