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 회: 2> 첫 퀘스트. -- >
이 남자는 뭐를 해주든 그냥저냥 건성으로 받고 만다.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나마 만족하던 것은 그녀를 안았을 때 뿐. 그녀가 히이 히이 소리를 내고 그만둬달라고 울면서 사정할 때나 비죽이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호텔로 가자. 찌뿌둥하지?”
“별로. 아직 배가 덜 찼는데.”
그에게 안기고 그의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강주희가 그렇게 생각하며 호텔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시현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면서도 빵가루가 묻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훔친 후 씩 웃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지?”
“물론.”
이만한 여자가 스스로 몸을 주겠다고 하는데 사양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어? 이시현은 마음속으로 뇌까린 후 바람을 즐겼다. 그럼 어디 한 번, 이 여자가 완전히 쾌락에 무너지는 모습을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할 때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퀘스트……!’
예상대로 그것은 퀘스트였다. 두 번째 퀘스트. 킬 더 킹. 게임에 참여한 이시현에게 주어지는 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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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킹을 즐겨주시는 분들께>
두 번째 퀘스트입니다.
[어스 엠파이어] 소속의 플레이어 ‘이시현’님.
어스 엠파이어 주민으로서의 생활은 만족하셨습니까?
‘인간’. 그 단어는 제국의 주민에게만 통용되는 고귀한 단어입니다.
감히 이 단어로 지칭하는 현 지구의 인류는 정복해야하고 굴복시켜야 하는 이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음껏 아량을 베풀어도 문제는 없습니다. 기르는 개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는 건, 그것이 개로서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지요.
굴복시키세요. 꼴사나운 모습을 찍으세요. 알몸으로 춤을 추게 만드세요.
그리고 그것을 담아 상기의 사이트 ‘버서버섯’의 투고게시판에 올리십시오.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은 홀로그램을 불러오기를 한 후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됩니다.
[어스 엠파이어]의 주민들이 그것을 보고 평점을 매기게 됩니다. 하룻동안의 평점에 따라 퀘스트 완료 보상이 달라집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군주 전용 특기(권능) 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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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군주 전용 특기(권능). 그건 잭 더 리퍼가 떠나기 전 알려주었던 것 중 하나였다.
퀘스트 완료 보상에 클릭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허공에 손가락을 쿡 하고 누르자 강주희가 응? 하고 물었지만 이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척 진지한 시선을 이시현이 허공에 던지고 있었다.
● 군주 전용 특기: 권능이라고 합니다. 한 일족을 이끄는 이들이 가지게 되는 이능력으로, 여성들의 특기와 유사합니다. 물론 여성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간단하고, 효율적이며, 위대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랭크는 A부터 F까지 존재하며, F는 범위나 영향력에 따라 EX로 나뉩니다. F가 가장 높으며 A가 가장 낮습니다. 가슴의 사이즈에 따라 랭크의 등급을 표현했습니다.
리퍼가 말했던 대로였다.
권능이라는 표현 자체가 특기와는 달랐다.
훨씬 더 무게가 있고, 위험해보였다.
이시현은 군주 전용 특기의 예시를 클릭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특기들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크크크, 소리 내어 웃었다.
“왜 그래?”
“아니.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서.”
“재미있는 일?”
이시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 보여주지.”
옆에 앉아서 운전하고 있는 이 여자를 엉망으로 만들고 어스 엠파이어의 사람들이 보는 곳에 투고하고, 평점을 받으면 군주 전용 특기를 획득한다. 군주 전용 특기, 즉 권능은 이시현을 훨씬 더 뛰어난 이로, 위험한 남자로. 그리고 강력한 참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몇 가지 예시로 확인한 권능의 종류에 이시현은 희열을 느꼈다.
‘사냥.’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다. 얼른 권능을 획득해서 사용해보고 싶었다. 물론 그런 이시현의 머릿속에 강주희가 남에게 알몸의 모습이 팔려 모욕을 겪거나 딸감이 되는 데에 대한 염려는 조금도 없었다.
***
‘버서버섯’은 유희의 군주 소속, 탐닉의 군주가 관리하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다.
탐닉의 군주는 인터넷 관련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버서버섯은 상당한 호평이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도 여러 개가 있지만 버서버섯은 탐닉의 군주가 직접 올리는 동영상도 있었다.
다들 레어 동영상임은 확실.
물론 그런 동영상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건 아니고 월정액을 내고 정회원이 되면 볼 수 있었다. 레어 동영상 중에는 탐닉의 군주가 거느리고 있는 노예의 그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주천장군(周天將軍) 측천(則天)이라거나 살인장군(殺人將軍) 리퍼, 간음장군(姦淫將軍) 루크레치아 등의 동영상이 그것이었다.
측천이 천 명이나 되는 남자에게 범해져 정액샤워를 하는 갱뱅(gang bang), 살인의 군주 일족에게 팔려가 살점이 다 떨어져나가 죽어가는 리퍼의 스너프 무비, 루크레치아를 사이에 두고 그녀가 낳은 아들과 주인인 탐닉의 군주가 양 구멍을 꿰뚫는 동영상은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화자 되고 있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다 지워진 상태다. 소위말하는 기간한정이기에. 물론 꽤나 센 가격을 내고 다운받은 이들은 귀중하게 여기고 보관하고 있다.
제국식 복사방지택이 걸려서 셀을 내고서라도 원본을 얻으려는 이들이 많지만, 그때 원본을 다운받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더욱이 그들 대부분이 군주인 터라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이 되었다.
이후 사이트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탐닉의 군주, 아이디 [배불러더불러]가 동영상을 올리면 가격이 얼마가 됐든 지르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퀄리티는 완전히 보장할 수 있었고 탐닉의 군주가 여자에게 하는 짓을 보고 여타 남성들 역시 자신 휘하의 여성들을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다.
* [나쁜가을남자(정회원)]님이 접속하셨습니다.
-친구가 세 명 접속해 있습니다.
[전설의레전드], [졸라할렐루야], [은둔형외톨왕]
전설의레전드> 여, 게이. 오랜만.
나쁜가을남자> 오랜만. 그보다 신작 떴다던데.
전설의레전드> 맞아. 나도 그 소식 듣고 왔음. 무료임.
나쁜가을남자> 갑자기 무슨 헛소리? 한 번도 셀 안 받고 판 적 없잖아. 주인 걸로 세 개나 올라와 있네. 음? 사이트 주인인 [배불러더불러]가 올린 건데 그네 쪽 동영상 퀄이 아닌데?
전설의레전드> 본주 계정으로 후계자들꺼 올린 거임. 별점 체크하면 무료로 다운 받아 볼 수 있다고 함. 1, 2, 3등 뽑는 듯.
나쁜가을남자> 후계자들이 동영상 올린 거라고? 음, 화질이 왜 이 모양이지? 그보다 후계자는 둘 아니었나? 싸움 끝에 두 명만 남았다고 들었는데. 흑하고 백.
전설의레전드> 상관없잖아. 그쪽이 둘이든 셋이든, 백이든. 셋인데 흑백이면 회색도 있고 컬러도 있겠지.
졸라할렐루야> 여, 게이들 안녕. 낚시 동영상 그만보고 경매장이나 들르자. 이번 ‘원정’에서 신상이 네 개나 나왔대.
전설의레전드> 저 새끼 또 신상 눈독들이네. 그러다 다른놈한테 사냥당한다? 신상구매는 생돈 날리는 거임.
졸라할렐루야> 고르고 골라서 좋은 거만 챙겼거든. 니 꺼랑 내 꺼랑 쌈 붙여볼래 이 망나니야?
전설의레전드> 오냐 붙자. 시발 마성(魔性), 니가 심판 봐. 저 광신(狂信) 새끼 죽여 버리게.
졸라할렐루야> 맞아. 마성 네가 심판 봐. 저 고대(古代) 새끼 고자로 만들어줄 테다.
나쁜가을남자> 잠깐만, 동영상다운 좀 받고. 그리고 이 개새끼들아. 아무리 셋만 있다고 해도 본명을 밝혀서야 쓰나. 이러면 내가 마성의 군주라는 게 다 들키잖아. 광빠하고 고자 새끼야. 내 귀염둥이 치우(蚩尤) 들고 가서 다 조질 테니 거기 똑바로 말고 있어.
[배불러더불러]가 버서버섯에 올린 동영상은 세 개였다.
그리고 별을 최대 다섯 개까지 올려줄 수 있는데 다들 두 개 이하였다.
[배불러더불러], 즉 탐닉의 군주가 올린 동영상의 퀄리티치고는 수준이 너무 낮은 까닭이다. 게다가 3차원으로 비추지도 못하고 어디 석기시대 유물로 찍었는지 동영상의 화질도 엉망.
화질이 나쁘진 않지만 동영상을 보면 5D에다가 냄새도, 소리도 현실과 거의 같은 요즘 시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탐닉의 군주가 후계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배계층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탐닉의 군주는 후계자들의 기량을 보기 위해서 동영상 촬영을 목표로 한 듯 했다. 그런데 후계자가 셋이던가? 후계자 싸움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었지만, 정작 질문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차피 남의 싸움. 상관없는 일이니까.
[1번 동영상]
흑계가(黑械街).
그곳은 인공적인 실험의 결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들이 태반. 소위 말하는 이계와 비슷한 그곳은 탐닉의 군주가 지배하고 있는 행성의 참모습이다.
제국의 가장 어두운 부분 중 하나.
암흑갱(暗黑坑), 백마탑(百魔塔), 이면지옥(裏面地獄)과 악명을 나란히 하는 쓰레기 영역.
항성 대신 모조 빛을 돈을 주고 사서 살아야 하는 어두운 도시. 인공적으로 대지를 한곳에 집중하고, 성층권까지 솟구친 타워에 사는 이들은 소위 말하는 잘나간다는 이들, 탐닉의 군주 일족이며 그 외 어스 엠파이어의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돼지 머리를 달고 다니는 녹색 피부의 인간이 있다.
코뿔소의 가죽을 피부 대신 두르고 다니는 이도 있다.
인공적인 인체실험.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종족.
탐닉의 도시, 행성 이름이자 단 하나뿐인 도시의 명칭.
그곳에서 한 명의 여자가 벽보지가 되어 있었다. 정상적인 인간의 몸을 가진 이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자는 더더욱. 거대한 벽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뉜 여자는 이성아였다. 그녀는 주인인 흑공자의 명령에 따라 눈을 감았다. 수면가스를 마시고 잠이 들었고 깨어났을 때는 허리가 콘크리트 벽에 묶인 채 바둥거리고 있었다.
그녀를 범하는 돼지 머리, 코뿔소머리, 개머리의 인간들.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저항하지만 관리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이마에 매단 고리 덕분에 조용해졌다. 보통 같으면 통째로 익어버릴 것 같은 전기찜질을 받고 이성아가 축 늘어졌다.
혀를 빼물고 눈을 까뒤집은 채 분뇨를 쏟으며 늘어진 그녀를 보며 그제야 유사인간들이 그녀를 범했다.
최소한 백여 명. 한나절 내도록 이어진 섹스는 30분 분량으로 편집되었지만 의도는 충분히 전해졌다. 온갖 오물, 그리고 정액 덩어리 속에서 ‘패배자’, ‘죄인’ 같은 낙인을 하얀 피부에 화인으로 새긴 채 늘어진 이성아가 마지막으로 추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킬 더 킹이라는 게임에서 최초로 맞붙었을 때 흑공자는 이성아를 내보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재능으로서는 가질 수도 없는 특기마저 주었다. 그러나 적은 살아남았다.
목표한 적이 살아 돌아갔음을 알고 흑공자가 내린 징벌이자 기왕 비디오를 찍는 김에 낸 모델의 최후였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 천 명 이상에게 범해진 이성아는 목불인견 그 자체였다. 몸 곳곳에는 인두로 지진 추한 문신에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정액 덩어리를 온 몸에 문지른 채 다리를 벌린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 위를 몇 개 떠다니는 인조광채.
사정을 아는 이가 보면 흑공자의 잔인한 성정을 알 수 있을 듯 했다. 기왕 여자를 써야하는데 일반인을 써도 되지만, 징벌의 의미로 아끼는 말을 걸레처럼 내버렸다.
영상의 점수는 별 한 개 반. 영상매체가 좀 좋았다면, 그리고 남자들의 인물이 좀 살았다면 훨씬 더 나올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