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 회: 1> 전초전. -- >
그녀는 외계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게임을 참여하는 이도 외계인이라고 말했다.
외계인들의 자리싸움을 위해, 후계자들이 격렬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도 말했다. 10년이 넘는 게임의 승부는 결국 두 명의 승자를 낳았고, 이 두 명의 승자를 서로를 꺾고 하나만 남을 때까지 게임을 해야 한다.
그 게임이 바로 보드게임.
킬 더 킹, 즉 왕을 죽이는 게임으로 서로의 목숨을 제거한다.
“두 명은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쟁쟁한 이들끼리 싸워 온 승부의 신이에요. 실력이 있고, 잔혹하고, 후계자로서 가치 있고……그렇지만 너무 자기만 알고 있죠. 잘난 것은 확실하지만, 별로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소녀는 이시현의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끼우고 위에서 허리를 들썩이며 말했다.
달뜬 신음. 그리고 줄줄 흘리는 애액.
그는 처음 맛보는 여자의 속살에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소녀의 기교는 터무니없이 매끄러웠고, 유혹적이었다.
이시현은 벌써 여덟 차례 째 사정임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녀의 나긋나긋한 손놀림에 최고급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쾌락이 몰려온다. 그녀가 혼자서 다 기교를 부리고 있을 뿐인데도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때때로 알몸이 된 그녀의 유방을 쥐고, 유두를 주물럭거리면서 넋이 나간 얼굴로 천장만을 바라본다.
그러는 도중에도 그녀의 엉덩이는 연신 들썩이기 시작해, 자지를 꾹 하고 자극한다. 어느덧 또 한 차례 그녀의 질구 안을 정액으로 채운다.
뭐지? 이 쾌락은. 도무지 감당이 안 돼.
여자의 몸이 기분 좋다는 건 들었지만 이건 기분 좋은 정도를 넘어서서 영혼이 녹아내릴 것 같잖아.
“한 명의 이레귤러가 필요했어요. 그가 나서서 이 재미없는 싸움에서 조커로 간섭하기로 했어요. 그걸 위해서 강력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이가 필요했죠. 하앗, 흐윽, 그래서 골랐답니다. 당신을 찾았답니다. 흐응, 히익, 아, 자지가 죽질 않아요.”
너무 큰 쾌감에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그는 입술을 맞춰오는 그녀의 혀를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을 벌리고, 설육이 침범하여 그의 입안을 자극한다. 혀를 내밀자 그녀의 혀가 얼른 잡아채어 요염하게 감아온다. 타액을 교환하고 짙은 입맞춤을 나누고, 떨어질 때 옅은 타액의 실을 그린다.
떨어지려는 혀를 다시 감아 뿌리까지 뽑아버릴 듯 입안에서 흡입한 후 힘이 다 빠질 때야 놓아주고, 그런 와중에도 그의 손을 리퍼의 유방을 주므르게 한다. 겹쳐진 자지의 밑둥까지 보지가 찍어내려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액체를 섞어대고 질내의 살이 자지의 피육을 오물오물 문지른다.
“크읏!”
또 한 차례의 사정.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퍼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후웃, 게임에 참여하면 후계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정당당히 승부에 참여하실 수 있고, 여러 가지 이득을 보겠죠. 물론, 게임에서 승자가 되면 더할 나위없는 영예를 얻겠지만요.”
거듭해서 닥쳐드는 쾌락에 정신이 멍해지는 가운데 퍼뜩 생각나는 것이 하나.
“……물을 것이 있어.”
“네.”
“네가 외계인이라는 건 알겠어. 그리고 어디에선가 두 명의 외계인이 전쟁을 벌인다는 것도.”
“네.”
이제 정낭에 남은 정액이 하나도 없는지 말간 물을 토해낸 자지를, 그녀가 입으로 넣고 쪽쪽 빨았다. 그는 달큰한 쾌감에 몸을 살짝 전율하면서도 의문을 물었다. 그녀의 입안은 보지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나는 이레귤러라고 했지? 그 게임이 재미가 없어지자 세 번째 참가자가 될 거라고 했잖아.”
“아흡, 읍, 네. 그랬지요.”
킬 더 킹. 서로가 왕이 되어 다른 왕을 죽이는 게임.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목숨을 잃는다.
“……그 게임이 뭔지 나는 조금도 몰라. 그리고 나는 외계인도 아니고. 무엇보다 게임을 위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걸 조금도 모르겠어.”
“후후. 그런가요. 응, 이해했어요.”
그녀가 그의 자지를 모두 청소했다. 핥고 빨고 잡아당기고 빨갛게 달아오른 귀두를 혀로 감아 남은 정액 없이 청소하기를 몇 분. 리퍼는 어둠속에서도 아스라이 빛나는 알몸으로 그의 옆에 살짝 붙었다.
“느긋하게 말씀드릴게요. 이시현님.”
이시현. 그런 이름으로 불리던 그는 소녀를 끌어안았다.
소녀는 자연스레 그에게 소중한 부위를 벌려 보이고 내밀어왔다.
그 부드러운 쾌감에 숨을 멈추며, 음탕하게, 달콤하게 애무했다. 소녀가 신음을 터뜨렸다. 망상 속에서만 해봤던 짓을 해본다.
손가락으로 대음순의 양쪽을 벌려 질구를 드러내보였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허벅지를 들어올리고, 정액이 찬 보지를 자랑스레 비추었다. 유두를 장난스럽게 꾹 누르고 비틀어보았지만 소녀는 아, 신음만 터뜨릴 뿐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엉덩이를 벌리고, 항문을 만졌을 때도 소녀는 엉덩이를 쭉 내밀어왔을 뿐 피하려 들지 않았다. 도리어 은근한 눈웃음을 치며 “이 구멍을 원하시는구나.” 하며 엉덩이의 풍만한 살덩이를 좌우로 벌려보여서 엉덩이 구멍을 드러냈다. 그러고보니 왜 여기를 생각 못했지? 그녀의 보지가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면 여기도 만만치 않을 텐데.
즐거움이 골수까지 치닫는다.
이 시간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녀를 농락하고 희롱하는 건 더없이 즐겁다.
그 모든 행위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대응을 해준다.
그건 진실로 현실에 나타난 환상이며 우아한 유혹이었다.
이 여자는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했다.
우주에 이런 외계인만 있다면, 우주는 매우 즐거울 것 같다.
이시현은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쾌락이.
압도적인 쾌락만이.
중독되는 것처럼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녹아들고 있다.
“이번에 시작되는 게임은 보드게임이에요.”
“보드게임?”
“참가하는 두 분, 흑공자와 백공자라고 해요. 표현 그대로 하얗고 검죠. 그 두 분은 각기 장기와 체스를 골랐답니다.”
“응? 잠깐만. 이해가 안 되는데. 체스와 장기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승부가 나? 게임을 한다며.”
“네. 그랬지요. 그런데 이시현님이 모르는 게 있답니다. 게임을 한다고 해서 그냥 말을 가지고 왕을 쓰러뜨리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
그녀, 스스로를 잭 더 리퍼라고 불러달라던 소녀가 조금은 잔인하고, 조금은 살벌하게 미소 지었다.
“말은 곧 여자. 저와 같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왕은 본인. 시현님이죠. 여기서는 흑공자와 백공자 스스로의 목숨이 되겠죠. 체스와 장기와 같은 룰을 사람에게 적용하고 그 말의 기능을 가진 채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승부를 벌이는 것. 그것이 바로 그분들이 하고 계신 게임입니다.”
부하를 만들어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죽고 죽이는 경기.
그런 게임이라고. 잭 더 리퍼가 말했다.
이시현은 그녀의 유방을 주물거리다가 멈칫했다.
“그……으……뭐라고?”
“이미 이해하신 것 같지만, 재차 되물으니 답해드릴게요. 장기와 체스의 말은 전부 사람이에요. 그리고 킬 더 킹, 왕을 쓰러뜨려야 하는 룰은 결국 흑공자와 백공자. 두 분 중 한 분이 죽어야 한다는 거죠. 이시현님이 참가하신다면, 이시현님의 목숨도 왕의 말이 쓰러질 때 같이 쓰러지는 거고요.”
이시현은 그녀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해했다.
“그 게임에……나보고 참가하라고?”
잭 더 리퍼는 이시현의 뺨에 입을 맞추고서 달착지근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버린 목숨 아니었나요?”
“……그건, 그래.”
“게다가 저와 같은 사람이라고 했답니다.”
잭 더 리퍼의 말을 이시현은 잠깐 이해할 수 없었다. 잠깐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이시현의 눈이 경악에 찼다.
“너와 같은 사람……!”
“네. 저와 같은 사람.”
잭 더 리퍼가 몸을 떨어뜨렸다. 하얗고 매끈한 피부.
17세 정도의 고교생과 같은 연령의 몸매는 굉장히 슬림하면서도 여자의 매력으로 꽉 차 있다. 잭 더 리퍼가 이시현에게서 조금 떨어진 후 그의 앞에서 손을 내밀어보였다. 아무 것도 없는 손바닥. 그녀가 손을 접고 다시 손바닥을 보였을 때, 그녀의 손가락 사이마다 예리한 은색의 메스가 끼워져 있었다.
마술? 그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잭 더 리퍼가 통통통 걸음을 옮겨 이시현의 품속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하고 바닥에 맨발을 굴렸다.
-쿠웅.
귓가에 들릴 리가 없는 환청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뭔가가 덮어씌워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덮어씌워졌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이시현은 그렇게 느꼈다.
동시에 잭 더 리퍼가 매스를 낀 손을 한 차례 털었다.
샹들레아가 떨어졌다. 요란한 소리를 일으키며 네 동강으로 잘려나간 샹들레아가 콰지직 소리를 내며 방 한 가운데서 떨어져 산산조각 부서졌다.
“이, 이게 무슨…….”
이시현의 말이 끝나기 전, 잭 더 리퍼가 손을 휘둘렀다.
이시현이 앉아있던 킹사이즈 침대가 네 동강으로 갈라졌다. 이시현이 앉아있는 곳만 멀쩡했고, 양 옆이 동강났다. 잭 더 리퍼가 척척 걸어가더니 벽을 짚었다.
잭 더 리퍼는 손가락만큼 짧은 매스를 손가락 사이에서 뽑아서 벽에 찔러 넣었다. 매스가 콘크리트로 되어있을 것이 틀림없는 벽에 두부에 박히듯 틀어박혔다. 잭 더 리퍼가 매스를 내리그었다. 콘크리트 벽이 잘려나갔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마치 사람 살을 찢듯이 콘크리트 벽이 별 모양으로 잘려나갔다. 별 모양으로 자른 벽에서 메스를 뽑고 리퍼는 익살스런 동작으로 한 팔을 뒷짐쥐고 장갑을 낀 손으로 잘라낸 부분을 똑똑 하고 노크했다. 콘크리트가 스르륵 빠져나가더니 별 모양의 구멍을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저와 같은 사람.”
잭 더 리퍼가 눈웃음을 쳤다.
“그런 사람들로 싸움을 벌인다는 거죠.”
이시현은 그제야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자신에게 기회를 내밀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실제가 되어 자신에게 닥쳐와 유혹한다고.
“그, 그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뭐지?”
“아무 것도 없어요. 도리어 이쪽이 해드려야겠죠.”
“해준다는 건……?”
“앞서 말씀 드렸을 거예요. 쾌락 속에 잊어버렸을까 염려스러워 다시 알려드릴게요. 이시현님은 앞으로 새로운 육체를 얻어야 해요. 그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왕’에 적합한 육체가 필요하죠. 왕의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인생을 만들어드릴게요. 그리고 말을 만들 수 있도록 하죠.”
“말…….”
잭 더 리퍼가 양 손을 펼쳐서 이시현의 앞에 내밀었다. 아무 것도 없는 손이 한 차례 뒤엎자 루비로 만들어진 듯 붉은색으로 반짝반짝이는 하트 모양의 덩어리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왕의 권력(Sovereign power)]. 이 보석은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왕권이라고 말하죠.”
“왕권(王權)이라고?”
“네. 왕이 왕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권력. 모든 것들을 제압하고 반항하는 마음 모든 것을 분쇄할 수 있는 힘. 이 보석을 사용하게 되는 여성은 엄청난 미모와 터무니없이 강대한 힘을 지니고 왕을 수호할 무력이 되겠죠.”
“……너와 같은?”
“네. 저와 같은.”
눈으로 웃으며 잭 더 리퍼가 말했다.
“제가 외계인이면서 ‘인간과 다름없는 형태를 가진’ 이유라고 설명해둘게요.”
“이 보석으로……아까 너처럼 메스로 뭐든지 자르고 찔러 넣는 기교를 부릴 수 있다고?”
“네. 덧붙여 게임에서 말로 쓰일 수 있는.”
흑공자와 백공자. 그들이 하는 게임은, 잭 더 리퍼와 같은 여성들을 말로 사용하여 싸우는 게임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은 오직 시현님의 사랑을 원하고, 자지를 빨고, 정액을 갈구하며, 시현님만을 위한 창녀가 되어서 어떤 명령이라도 듣겠죠. 상상하기 힘든 강대한 힘으로, 총알 따위 손가락으로 쳐낼 수 있고, 대포알이 날아와도 주먹으로 튕겨낼 수 있는, 질주하면 100m를 순간이동하듯이 움직이고 날아다닐 수도 있거나, 핵분열과 같은 폭발도 낼 수 있는 궁극의 병기 같은 여자가 될 수 있어요.”
“말도 안 돼.”
이시현이 신음했다.
그 말인 즉 눈앞의 잭 더 리퍼가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녀와 같은 여성이 된다는 건, 그녀가 설명한 일을 할 수 있는 이를 말하는 것이다. 잭 더 리퍼가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까 ‘확장되었다고 느낀 어떤 감각’이 재차 느껴졌다.
이번엔 반대로 뭔가가 수축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시현이 잭 더 리퍼의 뒤를 바라본다.
천정에서 네 조각으로 동강나 떨어진 샹들레아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싶더니 원형을 되찾는다. 나동그라진 침대가 복구되고, 별 모양으로 잘려나간 콘크리트 벽이 원형을 되찾아 말끔하게 복구된다.
시간이…….
‘언젠가부터의 시간이 되돌아가서,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이시현은 자신도 모를 오한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