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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1화 (프롤로그) (1/141)

< -- 1 회: 0> 프롤로그. -- >

이전 노블레스에서 연재되던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이미 이용권을 주고 보신 분들께 누가 될 것을 우려, 리메이크를 연재할까 말까 고민했으나 다수의 의견에 따라 재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소 수정된 버전이며, 리메이크 이전작은 일시적으로 손대지 않겠습니다.

주의하실 점.

1. 직접적인 성애 표현이 나옵니다.

2. 이로인해 연재처의 방침에 의해 삭제되면 재연재는 없습니다.

3. 이미 돈을 내고 봤던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겁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4. 오타 수정이나 문구 수정 외 직접적인 내용 변형은 어렵습니다. 써논게 12k로 80화가 넘으니까!

5. 근데 아마 짤릴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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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0> 프롤로그.

사회에 악을 품고 살았지만 웃는 낯을 띄고, 누군가에게 손을 부비고, 조금 더 나은 주류사회로 나아가길 바랐다.

장애를 안고 태어났으나 머리는 좋은 편이었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으나 사회의 각박함에 좌절할지언정 절망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패배했다.

패배자라는 낙인을 달고서 사는 처지가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지금 자살을 준비 중이다.

사람을 구했다.

길거리를 걷다가 양아치들에게 구석까지 밀려나 옷이 벗겨지던 여성을 구했다.

그 여성은 내가 양아치들을 향해 주먹을 뻗고 도발하자 급히 달아났고, 양아치들은 그런 나를 밟았다.

고아이며 가난하고, 고졸에 불과하지만 육체적으로는 건강했던 나는 그들과 맞서고, 경찰서에서 간단한 진술서를 썼다.

그리고 한 달도 못되 그들의 고소장이 날아오고, 그들이 돈을 꾀어 부른 조폭에게 구타당했다. 그 동안 내가 구했던 여자는 보이지도 않았고, 나는 그 동안 벌었던 돈을 모조리 빼앗기고, 한쪽 다리의 뼈가 어긋난 채 쩔뚝거리게 되었다.

아, 마지막만은 오늘 이전과 별 다를 게 없다.

혹시 알까, 태어나면서부터 쩔뚝이던 것이 이번에 맞추면 정상으로 돌아갈지.

사람을 구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결코 싸지 않았다.

애초에 사람을 구하는 것조차도 큰 각오와, 나름의 대가가 필요한 시대다.

언제나 그랬다.

선량한 일을 하면 무언가 큰 재난이 발생한다.

착한 일이었는데, 보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인간답기 위한 노력이었을 분이었는데.

그 모든 행동은 누군가의 조롱이 되고 비난이 되어 나를 절망케 한다.

마치 나의 상황을 보고 내가 주제 넘는 짓을 하면 미끄러뜨려 절망에 빠트리고는 깔깔거리는 것처럼 내 모든 삶은 실패로 점칠 되어 있다.

나는 오늘 자살한다.

잘하면 뉴스에 한 번쯤 실릴 수 있을지 모른다.

뭐, 잘 못하면 그냥 자살자 명단……아니, 명단도 아니고 오늘의 자살자 수치에 숫자로 덧붙여질지도 모르겠지만.

***

“으음, 사람의 혼이라는 건 무슨 색깔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단정한 소녀가 그녀의 입술만큼이나 붉은 칵테일을 입가로 가져가며 물었다.

달콤하지만 달콤함 속에 상당한 취기를 섞은 술, 블러드 메리를 기울이는 소녀의 모습은 어딜 봐도 훌륭한 10대 후반이었다. 허나 그녀가 술을 마시는 걸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안 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이미 확인을 끝냈기 때문이다.

그녀가 현재 위치한 나라의 사람, 즉 한국인이 아닌데다 이름도 못 들어본 나라에서 왔지만 그녀는 당당히 성인임을 증명했고 돈 또한 많았으니까.

그녀가 특이한 면도 있었지만 일단 신원확인은 끝났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강에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다리 위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여 재정을 마련할 거라던 전직 시장의 행정실패로 애물단지 다리가 되었다. 하다못해 차량도 다니지 못하게 문화거리니 사업이니 하는 걸로 용도가 정해져 있었으니까.

허나 지금은 전 시장이 기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 다리 위에 있는 하나 뿐인 칵테일 바는 상당한 사람이 다녀가고는 했던 것이다.

일본의 신주쿠에서 유명한 여성 바텐더가 값비싼 값에 고용된 후 손님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유명하여 신의 물방울이니 뭐니 하고 명성을 알리던 그녀는 가족의 한국행으로 한국으로 옮겨왔다.

온화한 ‘서구적’인 미인의 모습을 가진 금발의 ‘일본인’ 여성 바텐더는 빙그레 웃으며 소녀의 말에 대답했다.

“사람의 혼에 색깔이 있나요? 있다면 성격, 세월? 그것도 아니면 나라별로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오. 난 지금까지 그런 걸 격(格)에 따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좀 아닌 걸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살아온 생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건가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틀어올려 묶고 다소 처진 눈매로 온화한 아가씨처럼 웃는 여자 바텐더의 반문에 소녀는 빈 칵테일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고는 느리게 대답했다.

“매우 반짝이는……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의 색깔을 닮아 있는 혼이 보여서요. 반짝반짝한 혼. 처음보는 건 아니지마안……너무 예뻐서……후후”

“어머나. 취하셨나요?”

“안 취했는데……. 응, 못 믿는구나.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소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엉덩이까지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틀어 올려 묶은 여성 바텐더와는 달리 귀밑까지 자르고 보이시하게 정리한 소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얀 셔츠에 레드 벨벳 넥타이, 그리고 새까만 수제 정장을 입고 있는 여성. 그녀는 바에 올려두었던 실크 햇을 문질렀다. 마치 마술사 같은 차림새였다. 보통 마술에서 여성은 좀 노출된 옷을 입고 머리에 토끼 머리띠 같은 걸 쓰지만 보조하는 이가 아니고 실제 마술사라면 이런 차림새도 있을 수 있었다.

“좀 특이한 색깔이에요오. 살면서 딱 세 번 본 것 같아아. 이번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일까? 태생에 따른 걸지도오 모르겠네……. 흐으응, 잘 마셨어요.”

소녀는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 돈은 상당히 많았다. 한화를 포함해 외국 돈도 두툼해서 지갑이 배가 불렀다. 지갑 자체도 대단한 명품으로 바텐더가 옅게 감탄할 정도였다. 소녀의 지갑에 든 수표다발보다도 지갑이 더 비쌀 것이다.

손에 집히는 대로 내려놓는 소녀의 손은 수술을 준비 중인 의사의 그것처럼 라텍스 장갑으로 덮여 있었다.

여성 바텐더는 내놓은 칵테일의 술 가격이 상당했지만 그의 배 이상인 돈을 아무런 문제없이 받았다.

보통의 일상에서였다면 그녀는 완강히 사절했을 것이다. 여성 바텐더는 대단한 미모와 풍만한 가슴이 매력적인 이였고 그녀의 환심을 위해 내 돈 가져가, 하면서 추파를 던지는 놈들에게 트집잡히지 않기 위해서 지금껏 팁도 받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받았다.

“으응, 훌륭하네.”

소녀가 붉은색 눈동자에 달콤한 빛을 발했다.

“곧 손님 들어올 거예요. 묻지 않아서 고마워요오. 보통은 죽이는데 죽이고 싶지 않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려나요?”

소녀는 술에 취한 것처럼 조금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문을 나서기 전 아차, 소리를 내고서는 올 때 가지고 왔던 화려한 장우산을 겨드랑이에 꼈다.

또각, 또각.

상반신은 흐느적거리는 가운데 경쾌한 걸음걸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끼익. 문이 열리고 문이 닫혔을 때 그녀의 모습은 문 밖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독한 적막이 사라지고,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허공 속에서 나타난다.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갑자기 덧씌워진 또 다른 현실. 사람은 소녀와 바텐더만이 남아버린 가운데 소녀는 놀라지 말라고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사람들은 곧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정확히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위상이 달라 우리들에게는 간섭할 수 없다 어쩐다는 말을 꺼냈었다.

과연 그렇구나. ‘이쪽’ 사람이네.

이해한 여성 바텐더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떨어져 나갔던 공간이 이제야 복구된다.

옅은 소음이 바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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