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95화 (195/200)

§ 195화. 저쪽도 전면전을 택했다 (1)

굉음과 함께.

협회 전체를 덮친 진동.

“우왁……!”

마치 진도가 높은 지진이 일렁인 것처럼, 협회의 모든 구조물이 흔들렸고.

덜컥!

쨍그랑-!

화분과 벽걸이 시계 등등.

모든 게 바닥으로 떨어지며 파편으로 변했다.

‘지진일 리는 없어.’

한국에서 이런 강도의 지진이 일어나진 않는다.

게다가 지진이라 하면 땅이 울리는 것부터 시작이지만.

굉음이 들렸다.

굉음이 들렸다는 뜻은 역시.

‘무언가가 지금 근처를 강타했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장길수는 곧장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살폈다.

“이런…… 샹…….”

저도 모르게 욕설이 먼저 튀어나왔다.

평온했던 한국의 하늘이. 빨갛게 물들었다.

초저녁이라 노을이 져서?

아니다. 저 빨간 물감의 정체는 바로.

“크루즈…….”

크루즈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인 메테오.

캐나다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미국의 국토 3분의 2를 잃게 만들었던 그 메테오가.

한국 하늘에도 정체를 보인 순간이었다.

“다들! 협회 버리고 피해!!”

장길수가 다급하게 지시했고, 협회 직원들도 그제야 한국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했다.

“크루즈…….”

“크루즈가 한국에…….”

다들 겁에 질린 표정들이다.

크루즈가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 이미 미디어 매체를 통해 숱하게 봤다.

평온했던 한국 하늘에 노을 대신 피어오른 메테오의 불꽃.

새로운 메테오는 이제 협회 건물을 직격탄으로 때렸다.

콰과과과광-!

융단 폭격처럼 쏟아지는 메테오.

그 순간에도 장길수는 정신의 끈을 놓치 않으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빨리 피해!!”

하지만 그 외침을 끊으로, 장길수는 메테오에 휘말려 정신을 잃었다.

***

“협회장님, 협회장……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잃은 장길수를 향해 다 죽어 가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장길수는 그제야 눈을 떴다.

그러자 정신을 잃으면서 사라졌던 몸의 감각이, 다시금 돌아왔다.

“으윽…….”

차라리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게 좋았던 걸까.

무언가가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

실제로 장길수는 무너진 협회 건물 잔해에 깔려 있었고, 온몸으로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중이었다.

“협회장……님……. 무사하셔서 다행…….”

그리고 옆에서 들린 목소리다.

자신과 똑같이 건물 잔해에 깔린 협회 직원이었다.

그러나 직원의 상황은 장길수와 비교하면 처참했다.

메테오에 몸 어딘가를 맞은 걸까?

엎드린 채로 한쪽 손을 뻗은 채인데.

반대쪽 어깨가 보이질 않는다.

직원도 헌터인데, 건물 잔해에 깔렸다고 상반신 절반이 날아가진 않았을 터.

아무래도 자신을 지키려다가 메테오에 정통으로 맞은 듯했다.

“이봐…… 괜찮나?!”

정신이 번쩍 든 장길수는 자신의 능력인 도깨비를 소환하여, 자신과 직원의 몸을 이불처럼 덮은 잔해들을 치웠다.

“이봐…….”

하지만 그 짧은 사이.

이미 직원은 숨을 거뒀다.

그것도 눈으로는 차마 보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상태로.

직원의 시체는 하반신까지도 사라진 상태였다.

심지어 직원의 몸 주변엔 핏방울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저 정도로 몸이 절단되면, 상당한 출혈이 있는 게 당연한 것인데.

메테오에 맞은 게 확실했다.

화염을 머금은 메테오 때문에 피부가 전부 타 버려 핏방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직원은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

사무친 한이 컸을까.

그는 눈을 감지도 못했다.

“……미안하다.”

장길수는 그의 눈을 감긴 뒤.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데 왜…….”

크루즈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협회 건물이 있던 하늘은 다시 맑은 하늘이 되었고, 도리어 시선 멀리 닿는 곳의 하늘만이 빨갛게 물들었다.

마치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천천히 한반도를 훑듯이 움직이는 것처럼.

“크루즈가 한국에 온 이유는…….”

캐나다의 상황과는 다른 듯했다.

마치 무언가 목표하는 곳이 있고, 협회는 그저 크루즈가 목표하는 장소의 길목에 있어 변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크루즈가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은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된 상태.

북한이 길을 연결하면서 대륙이 이어진 세계 각지의 초월석을 보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세관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크루즈가 그걸 알았다면, 허리를 끊기 위함인가……?”

평온했던 한국이 위기를 맞이한 순간.

장길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미안하다……. 내가 돌아오면…… 장례는 확실히 치러 주기로 약속하마.”

자신을 구하다가 죽은 협회 직원의 싸늘한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남겼다.

그렇게 장길수는 빨갛게 변한 하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윤도원에게 문자 하나를 남겼다.

[도원아, 크루즈가 한국에 왔다. 초월석 보급은 당분간 힘들 듯하구나. 최대한 극복해 보마.]

‘이게 유언이 되지 말아야 하는데.’

그래도 사람인지라, 두려운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

“크크큭, 크크크큭! 이게 이렇게 쉬우면 어떡하지? 조금은 어려울 거라 판단했는데……. 아, 참. 생각해 보면. 한국의 옛날 문화 중에는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 문화도 있었다면서? 대문이 열린 뜻은 안에 사람이 있으니, 손님이 오거든 편하게 들어오라는 뜻이라고 했던가?”

매튜는 윤도원의 부서, 양산부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자마자 양산부 건물을 전부 부순 뒤.

그 안에 있던 윤도원의 부원들.

이지은, 정다훈, 정다혜, 신보미. 그리고 권다정까지.

인질을 확실하게 잡은 뒤다.

“미개한 것들. 본디 사람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간악하기에 의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법이거늘. 손님일지, 도둑일지 어떻게 아나?”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 한국의 옛날 문화를 거론하며 인질로 잡은 다섯 명에게 말했다.

[이봐, 저것들이 대정령의 주인이 스스로 오도록 만들 수 있는 인질이라고?]

그러던 중, 크루즈가 물었다.

“그렇다.”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는데? 특별히 강해 보이지도 않고.]

“그렇기에 더더욱 그놈이 올 수밖에 없지. 저놈들은 약해 빠졌으니, 윤도원 그놈이 직접 와서 구해 줘야 하니까.”

[그렇군……. 그럼 이제 기다리면 되는 건가?]

“슬슬 반응 올 거다.”

매튜는 크루즈에게 답한 뒤, 인질들에게 말했다.

“이봐. 지금 당장 윤도원에게 연락하지?”

하지만 매튜가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

매튜의 말을 들은 인질들은 그저 멀뚱멀뚱한 반응으로 매튜만 쳐다볼 뿐이었다.

“후우……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모르는 놈들인가?”

매튜가 고개를 숙인 뒤, 다시 그들을 향해 번쩍 들었을 때.

쩌저적.

매튜의 얼굴이 크루즈처럼 변했다.

일부러 보여 주기 위해 의도한 것이었다.

“크루즈……!”

그러던 중, 권다정이 말했다.

“오호? 뭐야, 너 영어를 할 줄 아는 년이었네?”

일반적인 한국인이 발음하는 크루즈와는 분명 억양이 달랐다.

완벽한 미국 현지인 영어 발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영어가 능숙한 발음이었다.

“…….”

그제야 아차 싶었던 권다정은 입을 황급히 다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당장 연락해라. 윤도원에게. 그리고 나를 바꿔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어차피 죽어.”

매튜의 협박을 받은 권다정은 주변 부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도통 혼자로서는 답을 모르겠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 달라는 도움의 신호였다.

매튜 협회장의 협박대로 윤도원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 상황에서 우리끼리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괜히 윤도원에게 연락을 했다간, 오히려 자신들이 윤도원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니, 뭐라는데요.”

이지은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윤도원에게 연락하래.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다 죽인다고.”

“……해요. 시키는 대로.”

이지은은 곧장 냉철하게 답했다.

하지만 권다정이 듣기엔 그저 자신부터 살고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답으로 들렸다.

“지금 누가 봐도 우리 꽃돌이 부장 위험하게 만드는 상황이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윤도원 걔 성격이면…… 우리 중 누구 하나 죽인 뒤에 오게 되면, 오히려 우리한테 화낼 거예요. 왜 빨리 연락하지 않았냐고요. 그러니까. 해요. 어차피 우리끼리는 지금 아무것도 못 해요.”

처음엔 깊게 고민도 하지 않고 한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권다정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한 답이었다.

권다정이 생각하기에도 이지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권다정은 매튜 협회장과 눈을 피하지 않은 상태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네가 원하는 대로 윤도원에게 연락하마.

그러니 목숨을 위협하는 짓은 하지 말라.

이런 뜻을 담은 행동이었다.

“오,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역시, 매튜 협회장의 목적은 순전히 그것뿐으로 보였다.

그는 권다정의 행동을 어느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관람하는 것처럼.

그들의 앞에 의자를 하나 두곤, 다리를 거만하게 꼰 채로 지켜만 봤다.

“얼른.”

화르륵-!

매튜 협회장의 마지막 협박.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행동으로 보였다.

크루즈의 피부로 변한 그의 얼굴에는 화염이 일렁였다.

권다정은 못 이기는 척, 매튜 협회장이 보이도록 윤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한국에 있는 장길수에게 온 문자 한 통.

“…….”

그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내 표정은 싸늘하게 변했다.

크루즈가 한국에 왔다.

아니, 크루즈가 아닌.

크루즈와 계약한 매튜 협회장일 것.

매튜 협회장은 무슨 생각으로 한국을 친 것일까?

그런 생각이 교차할 때.

이번엔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권다정이 거는 전화였다.

휴대폰의 진동에서부터 어딘가 불안감이 느껴졌다.

난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를 받았을 때.

-Hey.

영어가 먼저 들려왔다.

더군다나 권다정의 휴대폰으로 걸려 온 전화인데, 지긋한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나를 향해 인사했다.

“……매튜냐.”

-오, 나를 잊지 않았군.

“크루즈와 붙어먹은 최초의 인간인데 잊을 리가.”

-거기까지 알아냈어? 크큭, 고맙다고 해야 할지. 어이, 노란 원숭이.

노란 원숭이(Yellow monkey).

동양인 비하 의도를 가진 말 중 하나.

지금 내 신경을 이렇게 자극하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나도 질 생각은 없다.

매튜는 일반적인 인간이 아닌 크루즈와 계약한 녀석.

심지어 그 크루즈는 일반 크루즈도 아닌, 크루즈의 대장 벨로스라는 정황이 이미 포착됐기 때문이다.

“왜, 양키.”

휴대폰을 든 채로 답하면서, 어느덧 내 몸은 정화된 게이트 앞에 섰다.

“도원……!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를 향해 소리치던 로버트 윤.

그 목소리가 휴대폰으로 흘러갈까 싶어, 다급하게 그에게 조용하라는 손짓을 보였다.

그나마 눈치가 빠른 로버트 윤이었기에, 곧장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난 눈짓으로 히로시, 로버트 윤, 그리고 오문성까지.

전부 나를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전부 내 주위에 모여들었을 때.

고갯짓했다.

게이트로 먼저 들어가라는 고갯짓.

-호오~ 말을 참 재밌게 하네. 그런데…… 상황 지금 모르는 건가? 네가 아끼는 동료들의 목숨. 내가 쥐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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