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66화 (166/200)

§ 166화. 크루즈의 실체 (2)

“잠깐만.”

장길수가 의아한 표정을 한창 지을 때.

그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선가 급하게 연락이 온 듯했다.

하지만 통화는 아니었는지, 장길수의 엄지는 휴대폰 화면을 톡톡 쳤다.

화면만 간단하게 확인하는 동작이었다.

그러던 중.

“이건 또 뭐야……? 도원아, 어째…… 네가 말한대로 된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

반박도 하기 전에, 장길수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내게 불쑥 보여줬다.

장길수가 확인했던 것은 문자 한 통.

어떤 동영상을 첨부한 문자였다.

“협회 직원이 내게 보낸 건데, 큰일 난 것 같은데.”

보여주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나도 동영상을 집중해서 봤다.

51구역에서 소동이 처음 일어났을 때처럼, 미국의 뉴스 속보를 첨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왼쪽 상단에 ‘LIVE’라는 단어가 훤히 찍여 있던 점이다.

즉, 일반적인 뉴스 속보가 아닌, 긴급 속보다.

자막도 없는 것을 보니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뉴스를 그대로 휴대폰 등으로 찍어, 전송한 것으로 보였다.

긴급 속보가 보여주는 미국의 상황은 암담했다.

거대한 산불이 난 것처럼, 어두운 하늘이 전부 주황빛이다.

심지어는 하늘에서 운석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별똥별 개념의 운석이 아닌, 재난 영화에서나 보던 메테오들이 정말 미국이란 나라를 완전히 없앨 심산으로 강타하고 있었다.

긴급 속보를 전하는 기자는 헬기를 통해 불바다가 된 미국 도시를 비추던 중.

꽈아앙-!

갑자기 동영상에선 철근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카메라 앵글이 45도 각도로 기울어졌다.

아무래도 미국 전역을 강타하는 운석들이 헬기 프로펠러까지 강타하면서, 공중에 뜬 헬기가 서서히 추락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Oh, my god! oh my god!

연신 침착함을 유지하며 소식을 전해야 하는 기자도 그 순간은 침착함을 잃어 버리고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Please…….

그리곤 빠른 속도로 땅으로 추락하는 헬기.

콰앙-!

폭음과 함께 화면은 끊겼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영상을 전부 확인하자 장길수가 물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장길수가 아닌, 흑염룡에게 가 있었다.

“흑염룡.”

[응.]

“나한테 전에 말했잖아. 내가 가진 염력이란 능력. 크루즈에게 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그랬지.]

“그 이유가 혹시.”

이상했다.

마른 하늘에 쏟아지는 운석.

하나도 아니고 소나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종말 그 자체를 연상케 하는 운석 소나기다.

그 영상을 보고 나니 흑염룡이 과거에 했던 말이 떠올라 물은 것이다.

[맞아, 크루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가장 먼저 생긱는 변화가 바로 저거야. 운석이 쏟아져.]

이건 아무래도 크루즈의 고유 능력으로 보였다.

등장 자체만으로 저런 운석 소나기가 내린다니.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말단 병기인 더스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까다로운 상대는 맞았다.

“즉, 내 염력으로 저 운석을 무력화해야 한다, 이거네.”

흑염룡이 왜 염력이 크루즈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병기라고 한 이유도 잘 알았다.

[평범한 운석 아니야. 크루즈들의 고유 능력이다 보니, 훨씬 강하고 단단해. 우리가 아무 힘도 못 쓰고 밀렸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 그래도…… 그놈이 넘어오지 않은 건 확실한 거 같아. 운석 상태를 보니까.]

흑염룡은 동영상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보았다.

“그놈이라 하면…….”

크루즈가 인간계로 완전히 넘어 왔다는 정황을 포착했을 때.

벨로스란 녀석만 넘어오지 않은 상태라면 어떻게든 희망은 있다고 말하곤 했다.

게다가 지금은 확신을 가졌으니, 크루즈들의 대장 벨로스는 아직 인간계에 없단 뜻이 확실하다.

“그놈이 있으면 운석의 형태가 달라져?”

[응. 지금 떨어지는 운석들은 불덩이 같은데 그놈이 있으면 파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듯한 운석이 떨어지거든. 당연, 운석이 가진 위력도 일반 크루즈들에 비해 훨씬 강하지.]

“그렇구나.”

“저기…… 나도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을까?”

장길수가 슬쩍 물었다.

난 크루즈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 전부.

장길수에게 알려준 뒤였다.

“그럼 미국이…… 크루즈의 습격을 받았다, 이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요. 적어도 며칠의 여유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곧장 습격받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왜 하필 미국이지?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왜…….”

그건 나 역시도 궁금하다.

슬쩍 흑염룡을 쳐다봤지만, 흑염룡도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추측하자면, 크루즈들이 인간계로 넘어온 지점이 우연하게도 미국과 딱 붙은 해역인 플로리다 해역.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2개월 전에 중앙 협회에서 만들어 놨던 게이트가 있기에, 가장 가까운 게이트를 통로로 삼은 듯했다.

“게이트를 왜 그렇게 서둘러 전부 없애려고 했던 건지, 잘 알겠네…….”

확실한 영상 증거를 접한 뒤.

장길수도 내 행동 전부를 이해했다.

“그리고 네가 말한 것처럼, 초월석이 사라진 것에 관심을 둘 여유도 없겠어.”

우리는 분명하게 안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크루즈의 침략이란 것을.

크루즈와 맞설 준비가 된 사람은 60억이 넘는 인류 중 오직 나 하나 뿐이다.

미국에서 모습을 드러낸 크루즈들은 점점 그 영역을 넓히고, 이제 전 세계가 크루즈가 만든 불바다에서 절규를 부려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은…… 게이트부터 얼른 전부 없애자. 그리고 마침 중앙 의회가 소집되었어.”

미국에서 일어난 긴급 속보를 회원국들도 속속들이 접했단 뜻이다.

“아마 많이들 궁금할 거야. 내가 먼저 가서 설명하고 있을 테니까, 게이트 전부 닫은 뒤에 협회로 와. 알았지? 어떻게 할지 같이 고민 좀 하자고.”

“네, 알겠어요.”

그렇게 장길수는 먼저 협회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장길수가 급하게 소집한 국내 헌터 전부가 양산부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크고 작은 국내 헌터 길드 전부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인원만 다 합쳐도 대략 2,000명.

아무래도 레이드를 진행해야 하다 보니 랭크가 낮은 헌터는 제외하고 최소 B급 이상의 헌터들만 소집한 섬세함도 보였다.

난 빠르게 인원 분배를 했고, 동시에 레이드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명심하세요. 몬스터가 강한 것 같으면 그냥 도망쳐 나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내가 할 역할은 레이드를 진행하는 헌터들이 차마 자신의 역량으로는 레이드를 진행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마주쳤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라고 말했다.

일일이 내가 함께 들어가서 레이드를 진행할 수 없으니, 난 게이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도망친 헌터가 나오면 직접 내가 들어가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믿음을 강하게 주는 대답을 한 뒤에 일제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약 2시간 뒤.

다행히 우려하던 상황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우려한 상황은 레이드 진행 도중, 크루즈가 한국에 있는 게이트 하나에 길을 열고, 한국에서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였다.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 딱 이럴까.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다만, 내가 헌터들에게 지시했던 것처럼.

자신의 역량으로 레이드 불가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라고 했던 지시.

실제로 게이트 밖으로 도망 나온 헌터 팀 몇몇이 존재했고, 내가 직접 들어가서 해결해야 했기에 약간 골머리를 앓은 것 빼고는 성공적으로 400개가 넘는 게이트 레이드를 마쳤다.

“다들 고생했어요.”

헌터들은 한시름 놨지만, 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헌터들을 다시 돌려 보려고 할 때, 어느 한 헌터가 내게 와서 물었다.

“저…… 이거 가져도 되는 겁니까?”

그가 들고 있던 것은 바로 초월석.

레이드를 진행한 뒤에 얻은 초월석을 가지고 싶은 모양이다.

“어차피 이젠 쓸모없는 돌멩이일 텐데?”

양산부에 존재하는 모든 게이트는 없앴다.

따라서 이제 세상에 존재하는 초월석의 효력도 전부 잃게 되었으니, 저 헌터 손에 들린 초월석도 일반 돌멩이에 지나지 않는다.

“아, 오해를 하셨군요. 욕심 부리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정말 아무런 사심도 없이, 순전히 기념품으로 여기고 싶은 던 것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또 가지고 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

게이트가 있던 자리엔, 이제 돌멩이로 전락한 초월석만 가득하다.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한 이유도 원하는 거 있으면 빨리 줘 버리고 협회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헌터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초월석 하나씩을 챙겨 들었다.

분명, 급하게 장길수의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이곳으로 온 탓에, 지금 미국에선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자, 다들 잘 들어요.”

이제 난 그들에게 실태를 전했다.

“돌아가는 즉시, 미국 뉴스 긴급 속보를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그 동영상 확인하고, 생각하세요. 나라면 저들을 상대할 때, 어떻게 싸울지. 그리고 내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할지. 그런 것들 전부요.”

뜬금없는 소리에 그들은 당황스러운 반응만 보였다.

역시, 급하게 오느라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예 몰랐다.

“그게 무슨 소리죠……?”

“검색해 보면 알 겁니다. 다들 생각 잘 하세요. 그리고 자신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이 전쟁에 참전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특히 당신들.”

난 대표적으로 몇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예?”

내가 가리킨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레이드 진행 당시, 게이트 밖으로 도망친 헌터들이다.

그 수가 많지 않기에 얼굴 정도는 금방 외울 수 있었다.

“당신들은 무조건 전쟁에 참전해선 안 돼. 사람 하나가 귀한 순간이긴 하지만. 적보다 무서운 게 무능한 아군이라는 거, 너무 유명한 말이잖아?”

“그게 무슨……!”

지목당한 한 헌터가 발끈했다.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도.

다 이유가 명백히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상대해야 할 공공의 적은 크루즈.

넘어오지 않길 바랐지만, 이미 넘어 온 것을 어떡하나?

일시적으로 쫓아낸다고 한들, 크루즈들은 다시 인간계를 침략할 것이다.

시오스들이 이곳에 있으니까.

그렇다고 시오스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이미 모습을 보인 크루즈들을 말살해야 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크루즈는 너무 막강한 존재이기에, 약한 아군과 함께 하면 오히려 짐만 된다.

냉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 같은 발상이라고 나를 손가락질 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 한 명이 귀하다고 약한 아군까지 함께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오히려 그 약한 한 사람 때문에.

더 많은 아군을 잃게 될 상황이니까.

“이 게이트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 도망친 놈을 어떻게 믿고 함께 싸워? 우리 발목만 붙잡는 놈인데.”

“네가 고민도 하지 말고 나오라고 해 놓고선,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공개 망신 줄 생각이야, 뭐야?!”

자존심은 셌는지, 남자는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내 얼굴이라고 시원하게 후려칠 생각인 듯하다.

“약한 걸 약하다고 하지 뭐라고 해? 우린 이제 약한 놈 필요 없어. 약한 놈 하나 때문에 다 죽는 거. 난 사양이거든.”

“내가 약한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도망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증거지. 그러니까 너는 앞으로 절대 내 눈에 띄지 마. 네가 돕겠다고 나서도 그건 도움이 아니라 우리 전부를 죽음으로 몰고갈 지뢰 같은 놈이니까.”

“이게 듣자듣자 하니까……!”

결국, 남자의 불끈 쥔 주먹이 내 얼굴로 향했다.

난 남자의 몸을 향해 염력을 발산했다.

“……윽?”

순식간에 남자의 몸은 주먹을 뻗은 상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거 하나 극복 못 하는 놈이 무슨 도움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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