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53화 (153/200)

§ 153화. 중앙 의회 결성 작업 (2)

오르문이 로버트 윤의 곁에 있은 지 몇 초도 지나기 전.

허공을 유유히 날아 내 곁으로 다가오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워, 워.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너무 서운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친구.”

[사과해요, 그럼. 기분 나빴으니까.]

“사과하지.”

[……뭔가 대충하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정말 진심으로 하는 사과인데.”

잠시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오르문에게도 진심이 닿았는지 다시 로버트 윤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정령을 가진 인간이 세계에서 세 명이 되었네요?”

히로시가 한 말이다.

“오.”

그런데 로버트 윤이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군요. 정령이 내게로 왔을 뿐인데, 히로시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난 일본어를 모르는데.”

정령의 주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 대표적인 효과 하나를 제대로 봤기 때문이다.

“……다들 즐거워 보이는군요.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리는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일본 협회장 야마다 헤이로가 넌지시 말했다.

그는 눈치껏 로버트 윤에게도 정령이 생겼다는 것은 알아차렸으나, 지금은 중요한 것을 먼저 정하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로버트 윤 역시 이제 본론으로 돌아왔다.

“말씀 잘하셨군요. 음…… 히로시.”

“네.”

“제가 하는 말, 그대로 협회장님에게 전달해 줄 수 있죠?”

“물론이죠.”

“그럼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자, 일본 협회장님에게 묻고 싶군요. 중앙 의회라는 것을 결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미리 약속한 대로, 히로시는 로버트 윤의 말 전부를 통역해 주었다.

로버트 윤의 질문을 들은 뒤.

아주 잠시 고민한 그는 답을 내놓았다.

“당연히 당위성이죠.”

“당위성이라……. 어떤 의미를 품은 당위성일까요?”

“세계인이 납득해야 우리의 힘이 더 강해지죠.”

“역시, 판도를 읽을 줄 아시는 분이군요.”

이미 로버트 윤이 어제 내게 했던 말이다.

새로운 국제기관의 등장?

우리 마음대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인이 그 기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저 오합지졸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세계인에게 새로운 국제기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시켜야만 했다.

“전 그러기 위해서 일단 미스터 윤에게 따로 말을 해 뒀습니다. 세계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 그 카드를 미스터 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정확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 미스터 윤에겐 개인적으로 소유한 초월석이 많습니다. 이 초월석을 곧장 사용할 예정입니다.”

“초월석을…… 사용한다라.”

지금 내가 가진 초월석은 총 17개.

로버트 윤이 중앙 협회장 매튜에게 지시를 받고 억지로 게이트를 정복하여 회수한 초월석들이다.

도리어 정복 과정에서 내게 제지를 당해, 고스란히 뺏겼기에 내 소유가 됐다.

로버트 윤이 정확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 한국부터 시작할 겁니다. 초월석을 사용하여 물가 안정화 작업에 들어갈 거죠.”

“오호…… 확실히 그렇게 되면.”

헤이로 협회장은 이 일의 의미를 깊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것만 듣고도 확실히 이해하신 것 같은데요.”

“이런 계획 아닙니까? 한국부터 초월석 소량을 사용해, 자원 뻥튀기 기술을 재현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물가 안정화가 찾아오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먼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 협회라는 새로운 기관이 이미 등장 전부터 윤도원 씨가 능력을 만개하도록 도왔다, 이런 식으로 공식 석상에서 말할 생각입니까?”

“음…… 비슷은 합니다.”

완벽하게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더욱 궁금하군요.”

헤이로 협회장이 물었다.

“어떤 부분이요?”

“그러기 위해선 정말 전적으로 한국 협회가 전적으로 윤도원 씨를 도와야 하는데. 과연 협회 전체가 윤도원 씨를 위해 일할지가 미지수군요.”

“아, 이 소식은 아직 닿지 않은 듯하군요.”

로버트 윤이 헤이로 협회장의 말을 슬쩍 끊었다.

“오늘 워싱턴의 중앙 협회에서 돌아올 장길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협회장 최현민은 중앙 협회 청문회 결과. 혐의가 전부 입증되어 수감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는 건……?”

“네. 그 장길수라는 사람이 다음 한국 협회장이죠. 그리고 그 사람은 미스터 윤과 상당히 친분이 있는 우호적인 관계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미스터 윤?”

나를 슬쩍 쳐다보며 묻는 이유도.

헤이로 협회장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라는 몸짓의 신호였다.

“네. 장길수 그분이라면. 저를 전적으로 도와줄 사람이죠.”

실제로 협회장이 되기 전에도.

나를 위해 한 일이 꽤 많은 사람이다.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전부 도맡아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장길수는 그런 것 다 떠나서.

정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게 보람찬 느낌을 받는 사람이었다.

로버트 윤이 설명을 이었다.

“그가 협회장이 된 것도 중앙 협회의 결정입니다. 따라서 되돌릴 수 없죠.”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중앙 의회 결성이나 세부적인 사항들을요.”

헤이로 협회장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뭐, 협회장님 생각엔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다음 협회장 장길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는 뜻이지요.”

“……러시아와 독일 협회의 신임을 받는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일단 당신의 말을 믿어 보지요. 하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중앙 협회가 적극적으로 그를 조종하며 윤도원 씨는 물론, 장길수 씨까지 괴롭힐 수 있는데요.”

“제가 그걸 막기 위해서 한국 협회장 대행직을 수행할 때 무슨 조치를 취했습니까?”

“…….”

순간적으로 헤이로 협회장의 말문이 막혔다.

로버트 윤이 한국 협회장 대행으로 있으면서.

조치한 아주 대표적인 일은.

일본 협회장의 계획인 중앙 의회 결성에 합류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당시엔 로버트 윤의 이름이 아닌, 한국 협회의 이름으로였다.

즉, 장길수가 그대로 그 정신을 이어받으면 아무 문제 없고, 실제로 장길수는 그럴 생각이었단 뜻이다.

말문이 막힌 헤이로 협회장은 이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그런 조치를 취했다, 이 말입니까?”

“뭐, 그렇게 어려운 예측도 아니었습니다.”

약간 거만하고 건방져 보이는 답변이었지만.

오히려 후광이 나오는 것만 같은 로버트 윤의 모습이다.

“나 참……. 러시아와 독일 협회가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신임하는가 했더니, 당신이 미리 일궈놓은 것들을 보면. 저도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만 생기게 되는군요.”

일본 협회장도 로버트 윤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확실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을 때.

정말 든든한 우군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럼 헤이로 협회장님은 동의하신 겁니까? 전 장길수 협회장이 돌아오는 즉시, 초월석을 사용하게 할 예정입니다. 자원 뻥튀기 기술은 각 국가의 정부에서 관리하다 보니, 장길수 협회장이 직접 이 나라의 정부와 얘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장길수라는 그 사람이 기꺼이 계획대로 하겠단 생각이면. 저 역시 반대할 이유는 없죠.”

“좋군요. 일사천리로 해결되고. 그럼,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볼까요?”

“좋죠.”

로버트 윤이 헤이로 협회장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중앙 의회를 위하여.”

마법의 주문과 같은 말이었다.

“중앙 의회를 위하여.”

헤이로 협회장도 로버트 윤의 손을 덥석 잡으며 똑같이 마법의 주문처럼 읊었다.

이제 장길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됐다.

***

로버트 윤에게서 받은 의문의 키트를 받고, 그룹 본부로 돌아온 신동원.

그는 책상 위에 가방을 놓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구진 아무나한테 이걸 연구하게 할 순 없어.’

51구역에서 만들었다는 의문의 키트.

용도가 무엇인지만 알아내면 되는 간단한 연구지만, 신동원이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되면 보안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그 이유가 산업 스파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실제 신동원의 태강 그룹은 그런 산업 스파이 때문에 몇조 원 이상의 피해를 본 이력이 한 번도 아니고, 다수 존재한다.

기업의 기술력을 담은 문서를 빼돌려 해외로 팔거나 하는 일이 내부에서도 이따금 일어나기 때문이다.

‘51구역에서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하면 분명 그런 스파이들이 접근할 거야.’

애사심이 투철하고.

기밀을 잘 유지할 수 있을 확신이 있는 연구진들로만 구성해야 했다.

신동원은 이 키트를 연구하면서, 어떤 기술력이 들어갔는지도 파악하고 그것을 태강 그룹의 전자제품에 그대로 녹여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업이 될 기회로 노렸기 때문이다.

이미 로버트 윤에게 그럴 생각이라고 말을 했고, 로버트 윤 역시도 그 부분은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선별한 12명의 연구진.

이례적으로 전부 본부장실로 불렀다.

“본부장님, 저희를 따로 부르셨다고…….”

불려온 연구진들은 불안감 가득한 눈초리로 조심히 물었다.

본부장이 직접 일개 연구진을 부른 이례적인 상황에 그들도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신동원은 가방을 열고 안에 놓인 키트를 그들에게 보였다.

“제가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첨단 과학 기술로 도배된 키트인데. 문제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연구진들의 눈동자는 이내 관찰자의 눈으로 변했다.

과학 기술로 도배된 키트라는 말에 그들은 단번에 키트의 외관을 살피며, 어떤 용도일지 제각기 추측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신동원은 51구역에서 만든 키트라고 말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그룹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판단되는 여러분들을 제가 직접 부르게 됐습니다.”

“……예?”

“이 키트. 어떤 용도인지, 알아내고 어떤 기술력이 들어가 있는지. 여러분들이라면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떠신가요?”

노골적으로 묻는 질문에.

누구 하나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확신을 갖고 대답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동원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전 여러분들을 제 TF팀으로 지정하고, 오직 이 키트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게 하고 싶은데. 다들 어떠신지.”

역시, 이번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좋습니다. 이거 어떨까요? 이 키트의 용도. 그리고 어떤 기술력이 들어갔는지 알아내면. 여러분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인데.”

“인센티브……요?”

“근데 그 인센티브를 다른 형태로 주고 싶네요. 단순히 돈이 아닌 더 특별한 형태로요.”

“어떤……?”

“우리 태강 그룹 주식, 지분.”

그 순간, 연구진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 조건이 마음에 드시면 이 가방을 집으시죠.”

모인 연구진들은 저들끼리 시선을 주고받은 뒤.

한 사람이 나서서 가방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밤이 깊어지기 직전.

장길수가 협회로 돌아왔다.

“축하드립니다, 협회장님.”

내가 가장 먼저 나서서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고.

그 뒤로 로버트 윤, 히로시.

그리고 헤이로 협회장까지.

전부 축하의 인사를 남긴 다음. 우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가 오기 전까지 우리가 세운 계획을 전부 알려준 뒤였다.

“지금 당장 시작할까요? 협회장이 되고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일이 중앙 의회 결성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니. 꽤 보람찬 일이군요.”

그는 의욕이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시작하죠?”

내가 그렇게 답하며 그에게 초월석 4개를 건네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됩니다.”

“하하, 이제 고객님이라고 부르지 못하다니. 어색하네요. 그럼, 바로 일정 잡겠습니다.”

초월석을 건네받은 장길수는 곧바로 협회장실에 있는 전화기를 통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임 헌터 협회장 장길수입니다. 사용 가능한 초월석을 확보했는데. 곧장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

나와 장길수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전화기 속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상대는 상당히 놀란 목소리였다.

중앙 의회 결성 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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