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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37화 (137/200)

§ 137화. 뉴 에이지 (2)

“혀, 형……. 정령 상태가 이상한데요……?”

게이트로 변하는 중인 흑염룡.

제일 심각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히로시였다.

그는 정령의 폭주를 직접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아니다.

더 기다려야만 한다.

흑염룡의 날개가 단단하게 굳어 게이트 틀을 만들고, 몸이 완전히 게이트가 될 때까지.

내가 히로시를 무시하듯, 계속 잠에 빠진 척을 했을 때.

드드드득!

굳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형! 얼른 일어나 봐요! 지금 진짜 이상해요! 몸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어요!”

히로시가 다급하게 내 몸을 흔들며 깨웠다.

[윤도원……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리고 들린 흑염룡의 마지막 한마디.

목소리에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됐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쿵!

그렇게 느낀 순간, 게이트가 생성되는 소리가 들렸다.

“형!”

히로시의 외침에 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검은 게이트가 우리 숙소에 덩그러니 생성되었다.

본래 게이트는 회색의 게이트 틀이 있고 그 입구는 포털 형식이다.

포털의 색은 투명한 계열이지만, 이렇게 어두운 계열은 없다.

[크르르르…….]

포털 안에서 들린 몬스터의 울음소리.

드래곤의 울음소리와 상당히 유사했다.

이윽고 포털에서는 몬스터의 주둥이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형, 이게…….”

하필이면 이번에 등장한 몬스터가 시오스의 수호신, 드래곤이라니.

드래곤이 저렇게 변한 것은 아닐 거다.

흑염룡처럼 지금 저 몬스터에게도 이성은 없어 보였다.

즉, 흑염룡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드래곤을 닮은 새로운 유형의 몬스터란 뜻이었다.

저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 전에 우리가 들어가야 했다.

괜히 나왔다간 시간만 끌린다.

“히로시!”

“네!”

“내 등 뒤에 바짝 붙어!”

“……예?”

“얼른!”

영문을 모르는 히로시는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미 게이트는 드래곤의 머리가 나온 상황.

몸체까지 완전히 나오기 전에 다시 집어넣으며, 우리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 돌파만이 답이다.

난 비늘의 가호를 꺼냈다.

“형, 몸이……!”

히로시는 오늘 처음 보는 게 정말 많다.

정령의 폭주. 그리고 드래곤에게서 받은 비늘의 가호까지.

하지만 느긋하게 설명할 시간 어디 있던가?

“히로시.”

“네, 형.”

“네 능력이 그냥 빨리 달리는 거라고 했지?”

“맞아요.”

“너 먼저 들어가. 내가 저 몬스터 못 나오게 막고 있을 테니까. 게이트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따라가마.”

난 즉시 염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게이트 속 검은 드래곤의 머리가 더는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얼른 들어가!”

“형은 어떻게 하고……?”

“너나 먼저 들어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으니까.”

내겐 만물이 있다.

그걸 이용해 무려 72레벨짜리, 로버트 윤의 능력인 압축도 따라 한 적 있지 않던가?

따라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는 히로시의 능력도 곧장 따라 할 수 있었다.

“얼른!”

“네…… 네!”

히로시의 답을 끝으로.

약풍이 불어왔다.

히로시가 순식간에 폭발적인 속도로 달리면서 생긴 바람이다.

그 뒤로 히로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이제 내 차례다.

“오르문.”

들어가기 직전, 궁금한 한 가지를 묻기 위해 그를 불렀다.

[네.]

“흑염룡이 저렇게 폭주한 상태에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너의 정령의 능력인 활류를 이용해 한국으로 가 버리면. 흑염룡은 어떻게 되지?”

정령은 주인을 섬기면 활동 반경에 제약이 생긴다.

그런데 이곳과 한국의 거리는 1만km가량 떨어져 있기에, 흑염룡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이론상으로는…….]

“빨리.”

[린느 님은 다시 주인님의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 대신 기절한 채로 올 것 같은데…….]

폭주하며 이성은 날아갔고, 도리어 주인은 멀리 떨어지면서 강제로 주인의 곁으로 이동하게 만들었으니 그런 상태일 거란 뜻이다.

“그렇다면. 활류를 사용할 수 있고, 그것 외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너도 활류 사용할 수 있고?”

[네.]

예상한 대로다.

그거면 됐어.

난 그대로 히로시의 능력을 따라 했다.

발을 땅에서 떼자마자, 게이트를 나오려는 드래곤의 이마를 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비늘의 가호 덕분에 행성이 충돌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부딪쳤음에도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이트 진입에 성공하자마자 주변은 온통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크루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이 느껴져서 불쾌하긴 했지만,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

“히로시! 있어?!”

들어오자마자 히로시를 불렀다.

“네, 형!”

서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목소리를 보니 우리가 서로 옆에 딱 붙은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히로시도 처음 이곳에 들어오면서 사방이 너무 어두워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듯하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려고요? 아니, 왜 정령이 폭주하게 놔둔 거예요?!”

“이러려고 그런 거야. 게이트를 만들어야만 했으니까.”

“문제는 폭주한 상태로 만든 게이트잖아요! 몬스터가 아무 이유 없이 밖으로 나오는!”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히로시는 51구역에 있는 연구진을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 그의 태도가 내겐 전혀 못마땅하지 않았다.

엄연히 연구진들이라고 해도.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일반인 밀집 지역에 몬스터를 떨어트리고 도망친 것이나 다름이 없는 현재 상황이니까.

우리가 그들 전부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삼엄한 기밀을 자랑하는 51구역.

게다가 본래 공군 기지로 사용했기에 처음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도 군인들이 많았다.

그런 곳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한 것뿐이다.

게다가 51구역은 이미 이런 상황을 한 번 겪었기에 대비책 매뉴얼은 더욱 견고하게 수정됐을 것.

그런 정신도 없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비밀 연구시설의 보안 수준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삼엄하진 않을 거니까.

저들도 똑똑하고 재빠른 사람이다. 난 그 믿음으로 한 것뿐이다.

물론, 몬스터의 폭주로 인해 시설이 망가지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내가 그거까지 고려하고 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자고, 히로시.”

“그럼…… 일부러 그런 거예요? 잠을 잔다고 한 것 역시…….”

“당연하지. 내가 정말 태평한 모습을 보여야 내 정령 흑염룡이 폭주할 테니까. 그래야 게이트가 나오고, 그 게이트를 이용해 활류를 사용해서 한국으로 갈 수 있잖아?”

“그 짧은 시간에…… 이런 계산을 다 했다고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아니야?”

“…….”

히로시는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그 침묵이 대변하는 뜻은 ‘난 못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오리가미.”

[네.]

“너도 활류 사용할 수 있는 거 맞고?”

[네.]

“당장 시작하자. 한국으로 보내줘. 우릴.”

“활류……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히로시가 물었다.

나의 경우엔 흑염룡과 미리 테스트한 적이 있었으나, 히로시는 능력의 존재를 알아도 체험한 적은 없다.

활류의 필수 조건은 2개 이상의 게이트였으니까.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나올 때.

본래 들어갔던 게이트가 아닌 다른 게이트로 나와야 하니 정말 최소 2개의 게이트가 있지 않고서는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다.

“정령들이 알아서 할 거야. 너는 몰라도 오리가미나 오르문은 예전부터 곧잘 사용했던 능력이니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 됐어요.]

오리가미가 답했다.

여전히 어둠 때문에 오리가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활류라는 것은 게이트 입구로 나가면 그만이었으니까.

게이트 입구는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즉. 들어오자마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우리는.

등을 그대로 돌려 두 발자국 정도만 걸으면 나갈 수 있단 뜻이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려는 드래곤을 억지로 게이트 안에 밀어 넣었으니, 우리와 근접한 상태인 셈이다.

“달려! 히로시!”

그대로 우린 게이트를 통해 나갔다.

그러자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쌌다.

온통 어둠으로 짙게 깔린 곳에 있다가, 조명이 가득한 곳을 마주하니, 잠깐 눈이 부셔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었다.

***

“어…….”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들린 한 여자의 목소리.

이지은이다.

그제야 난 부원들이 어떤 꼴에 처한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밧줄로 몸을 포박했으며, 바닥에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전쟁 포로와 똑같이 보였다.

심지어 내가 51구역으로 향할 때 장길수에게 게이트 경비를 부탁했고, 내 부탁을 들어주다가 같이 비참한 꼴을 맞이한 것으로 보였다.

“에휴, 다들 욕봤어요.”

난 장길수와 부원들을 묶은 밧줄을 풀기 위해 다가가려고 할 때.

“Hey.”

감찰부원 하나가 나를 발견하곤 곧장 제지하기 위해 그의 능력을 위협도 없이 내게 사용했다.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

퍽!

무언가가 내 몸을 강타한 느낌도 들었으나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비늘의 정령 효과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흠집 하나 내지 못해서였을까.

감찰부원은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다.

주변을 살피니, 로버트 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직 게이트 안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라진 게이트는 총 16개.

로버트 윤이 안에 들어가서 이제 1개가 추가로 더 사라질 예정이니, 이제 총 17개의 게이트를 잃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17개의 초월석을 내가 직접 게이트 정복에 나서지 않아도 그대로 뺏을 수 있게 됐단 뜻이다.

해당 감찰부원을 제압하기 위해 내가 나서려 했을 때.

“형. 이건 저한테 맡기세요. 보니까 공기를 마법처럼 다뤄 상대를 맞추는 게 전부인 능력 같은데, 그런 능력이면 절 상대로 지옥일 거거든요. 저와 같은 ‘신속’ 능력자들은 타격해야 만 하는 능력을 상대로는 최고거든요.”

히로시가 나섰다.

그의 능력의 이름은 신속.

말 그대로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순수 주먹질과 무기로만 오가는 싸움에서는 최고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히로시의 말대로 상대를 무조건 명중해야만 진가가 발휘되는 능력이라면.

히로시가 무적이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는데 맞출 재간이 어디 있겠나?

“형은 이 사람들 밧줄이나 풀어 줘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삭-!

그 말을 남긴 직후, 또다시 히로시의 모습은 사라지며 약풍만이 내 몸을 스쳤다.

퍽!

“윽!”

퍼벅!

“크흑!”

동시에 감찰부원은 혼자서 팬터마임 개그라도 하는 듯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 틈에 부원들과 장길수의 몸에 있는 밧줄을 풀었을 때.

밧줄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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