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22화 (122/200)

§ 122화. 연합 부서 (4)

“첫 번째랑 이어질 수 있겠네요. 51구역의 체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요.”

“그건 이미 정해진 것 아닙니까? 1주일 안쪽으로 하지요.”

흔쾌히 답은 했지만, 원래는 1주일이 예정이 아니었던 듯하다.

본래 그들의 계획에서는 우리가 장기간 체류하길 원했지만, 내가 원체 확고한 의견을 보여 한발 물러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로버트 윤의 질문.

진행이란 것은 나와 히로시를 빨리 51구역으로 보내는 절차를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러시죠.”

나도 이제 더는 궁금한 건 없었다.

“결정되면 바로 알려드리죠.”

로버트 윤은 그 말만 남기고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

비록 그는 외국어인 일본어로 말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협회엔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통화 내용을 들키고 싶지 않아 주변을 잘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통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협회장님, 보고할 게 하나 있습니다.”

-어, 히로시. 무슨 보고지?

일본 협회장은 히로시의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그의 전화를 반갑게 맞이했다.

“혹시 중앙 협회에서 어떤 통보나 연락이 온 거 있나요?”

-중앙 협회? 아니? 없는데?

“그래요……?”

아무래도 아직 로버트 윤이 일본 협회에 통보하기 전인 것으로 보였다.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중앙 협회 이름까지 나오는 걸 보면 어떤 사고라도 생긴 거야? 한국에서?

일본 협회도 중앙 협회의 이름을 들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이름이 히로시의 통화 중에서 갑자기 나왔으니, 일본 협회장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아, 아니에요. 그건 아니고…….”

이제 히로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했다.

첫 번째로 한국 협회장이 중앙 협회 감찰부에 의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한국 협회장. 소문이 영 좋지 않더니, 결국 그렇게 된 건가?

일본 협회장은 별로 놀란 반응도 아니었다.

오히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고…… 있었어요?”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어.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협회장이라고. 그런 협회장이 있는 나라에 너를 보내게 됐으니, 나도 불안했던 참인데 갑자기 구속이 될 줄이야. 이건 정말 예상도 못했네.

적어도 한국 협회장이 깔끔한 사람이 아니니, 언젠가 화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이제 히로시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자신의 능력은 사실이 맞았으며, 한국에 3개의 게이트를 추가로 만들어놓은 상태.

그러나 중앙 협회에서 신설하는 연합부서의 부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새롭게 만든 3개의 게이트는 일본 협회에 우선권이 있는 게 아닌 중앙 협회에 있다는 것까지 전했을 때였다.

-흐음…….

보고를 마친 뒤, 일본 협회장은 짙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히로시는 자신도 모르게 사과가 먼저 나왔다.

사실 히로시가 잘못한 건 없지만, 자신으로 인해 일본 협회가 난처한 상황에 처해진 건 아닐까.

이런 생각 때문에 사과가 먼저 나온 것이다.

역시, 한국 협회와 윤도원의 관계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다.

-아니야, 히로시.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일본 협회장은 히로시의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위로했다.

-그런데 말야, 히로시.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네가 이걸 내게 보고했다는 뜻은…… 네가 받아들이기에 중앙 협회가 믿음직스럽진 않은 거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래요.”

-그런데 연합부서인가 그게 된 이유는. 한국에 있는 사람은 마음에 들어서고?

“아! 그 형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제겐 정령이 있잖아요? 그 형을 주인으로 섬긴 정령이 정령들의 왕, 대정령이었지 뭐에요?!”

유독 윤도원에 관해 설명할 때는 히로시는 한껏 들뜬 목소리다.

그의 나이는 지금 25살인데도, 15살로 느껴질 정도의 발랄함이었다.

-하하하, 그렇구나. 너와 같이 정령을 가진 한국 헌터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데, 중앙 협회는 아직 신뢰가 없단 뜻이군.

“네. 맞아요. 그것 때문에 보고를 드렸어요.”

-그래, 히로시.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내게 전화를 했는지 알겠구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달라, 이거지?

“그렇습니다.”

만일의 사태란.

중앙 협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게이트 안에 든 초월석만 탐내려고 할 때, 일본 협회가 나서서 중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아니, 단순히 중재일까.

여차하면 중앙 협회를 상대로 싸울 생각도 해 달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청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본 협회는 중앙 협회란 이름을 들을 일이 거의 없는 곳.

들을 일이 없다는 것은 곧 중앙 협회와 연결점이 아예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앙 협회에게 협조를 한 적도 없다.

중앙 협회와 친분이 있는 다른 강대국 협회가 도시라면.

일본은 시골이며, 한국은 섬마을이나 다름이 없었다.

-중앙 협회가 얼마나 거대한 곳인지 알고 있지?

“네. 하지만…… 끼어들 수 있는 명분은 있잖아요.”

-거절하는 게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묻는 거야. 네 말대로, 끼어들 명분은 충분해. 그저 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만. 자, 일단 히로시.

“네.”

-나한테는 지금 3개의 게이트를 추가로 만들었다고 했어. 혹시,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지?

“그건 정확히 모르겠지만…….”

히로시는 일본 협회장에게 답하면서, 자신의 정령 오리가미를 쳐다봤다.

히로시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기에, 정확한 수량을 알려달란 뜻이었다.

[알면서 왜 쳐다봐? 한국에 오래 체류하면 할수록, 내가 만들 수 있는 게이트는 늘어. 그래도 주에 3개 정도로 잡아. 등급에 따른 쿨타임이 존재하니까.]

윤도원의 부서에 있는 게이트는 전부 일정하지 않다.

그렇기에 오리가미가 직접 게이트를 만드는 능력을 사용해야만, 해당 게이트의 등급을 알 수 있는 불편함이 있고.

최상위 등급인 S급이 걸렸을 경우엔, 오리가미도 쉬어야 하는 제약이 있기에 공장처럼 찍어낼 수 없단 것을 일렀다.

히로시는 그녀의 의견을 그대로 일본 협회장에게 전했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해요. 1주일에 3개 정도라고 볼 수 있죠.”

-그건 다행이구나, 구속된 한국 협회장이 그래도 너의 체류 기간을 무기한으로 했으니, 기한이 다 되어 돌아올 일은 없으니까.

“아, 참. 그거 때문에 연합부원이 된 거예요. 중앙 협회에서 만든 연합부원이 되면 일일이 입국 허가를 받거나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고 했으니까요.”

-그럼 정식 중앙 협회 소속이 된 거야? 그럼 안 되는데……?

일본 협회장은 진심으로 당황한 목소리였다.

“아니요? 정식은 아니라고 했는데. 임시직 같은 거죠. 근데 왜 정식이면 곤란한 거예요?”

-네가 정식으로 중앙 협회의 구성원이 되면 내가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지.

“그렇다는 뜻은…….”

중앙 협회가 무슨 짓을 해도 일본 협회장이 관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히로시가 속하기로 한 연합부원은 정식 구성원은 아니니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그래, 히로시. 한국에 있으면서 최대한 많은 수의 게이트를 확보할 수 있겠니? 그거라면 거대한 중앙 협회라고 해도. 싸울 명분은 생겨.

“하지만 중간에 51구역을 갔다 와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늘릴 순 없어요.”

이제 51구역에 가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게 설명한 것이 바로 그들이 만든 프로젝트 네이션이란 것.

헌터의 능력을 추출, 저장하여 저들이 사용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실로 비현실적인 장치가 그곳에 있다고 전했다.

-……역시, 괜히 보안을 철저히 한 게 아니구나. 그런 엄청난 게 있을 줄이야.

당연히 일반 협회에서는 상상 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51구역은 어떤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실현했다는 뜻이 된다.

-그건 그렇게 넘어가자꾸나. 51구역에 갔다 온 뒤에. 게이트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만일을 대비할 방법은 내 생각엔 그것밖에 없어.

“얼마나 많이요?”

-100개 단위로 가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더냐? 최소한 20개 이상이라도. 괜찮겠니?

3개면 최소 7주.

달로 환산하면 한 달 반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하지만 연합부원이 된 덕에 어차피 체류 기간의 제약은 사라진 상태.

히로시에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대충 2달 정도 잡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아무리 네가 만든 게이트가 중앙 협회에 우선권이 있다고 해도. 결국엔 게이트의 주인은 너야. 게이트에 관련된 국제법이 그래.

물론, 그 사이에 게이트 관련 국제법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아마 중앙 협회도 따로 수정하진 않을 거다.

중앙 협회에서 해당 법률을 수정하게 되었을 경우엔.

전세계 협회에 수정된 법률을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여태 아무 문제 없이 적용되던 법률이. 갑자기 수정이 된다?

그것도 게이트에 관한 것만?

이런 법률 수정 공지를 받은 타국의 협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중앙 협회가 게이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미 인류에 있는 던전은 전부 사라진 상태.

세계적인 공황이 차츰 찾아오는 중에, 네바다주에서 사고가 터진 것이 영상으로 전세계에 알려졌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게이트 모습을 담은 영상이 최초로 유포되었다.

이런 정황들을 따졌을 때.

해당 게이트는 진짜 게이트가 맞았으며, 그것을 중앙 협회가 독식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을 타국의 협회가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히로시. 국제법이 절대적인 건 아니야. 발의, 수정, 적용을 중앙 협회가 하는 건 맞지만. 반대 여론이 심하면 철회할 수밖에 없어.

이들이 사는 곳은 다수결이 원칙인 세상.

중앙 협회에서 그런 법률 수정을 통보한다고 해도, 반대하는 협회가 많을 경우엔 철회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들의 권력을 동조하지 않으면 결국 권력이란 것도 무의미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을 선별할 때도 대다수의 나라는 국민의 투표로 진행된다.

지금 세상은 과거인 왕조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 협회도 왕조 국가가 아니기에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만 했다.

“그렇군요. 만약 중앙 협회의 움직임이 수상하고, 적대적이면. 반(反)중앙 협회 세력을 모으겠다는 생각이시겠군요?”

-그렇지. 초월석이 귀한 지금 시대에서. 초월석을 얻기 위해서라도 동조할 협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역시, 협회장님이십니다. 거기까지 생각하셨다니.”

-누구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히로시. 정말 그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싸움이지, 실전이 가능할지는 몰라.

일본 협회장은 그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알아요. 저도 그런 상황이 오는 걸 바라진 않아요. 그래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았고, 저도 안심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보고를 먼저 드린 거예요.”

-그래…… 잘했다. 일단 상황 주시한 다음에 언제건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내게 연락해.

“알겠습니다.”

-그럼, 소식 기다리마. 다음 연락은 긍정적인 소식이었으면 좋겠구나.

일본 협회장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을 한 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지…….”

히로시도 중앙 협회의 정확한 생각을 모르기에, 그 말만 혼자 중얼거렸다.

***

“저를 보자고 하셨다고?”

“앉으시죠. 미스터 장.”

로버트 윤은 장길수를 따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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