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연합 부서 (2)
“연합 부서를 창설할 예정이라 합니다.”
드디어 로버트 윤이 중앙 협회에서 내린 예외적인 결정의 정체를 말했다.
그러나 연합 부서?
이름으로만 봤을 땐 딱히 특별함을 느끼진 못했지만, 중앙 협회 관계자인 로버트 윤이 한 말이니 그런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연합 부서라는 게 뭡니까?”
“말 그대로 연합 부서죠. 본래 중앙 협회는 중앙 협회 일원이 아니고서는 구성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예외적으로 중앙 협회 구성원이 아니라고 해도, 구성원으로 넣을 생각이더군요.”
“잠깐, 그렇다는 건…….”
로버트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가 전하고 있는 중앙 협회의 입장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연합 부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중앙 협회 구성원이 아닌 자들로 이루어진 부서.
나와 히로시를 게이트 관련 능력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곧장 중앙 협회의 구성원으로 받을 생각은 없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너무나 위대한 능력을 갖고 있기에 중앙 협회가 관여할 수 있는 건덕지를 만들기 위함으로 보였다.
이렇다 보니, 중앙 협회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의 올림푸스와 같다고 할까?
초월석이 귀한 이 시대에서 초월석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자인데도 정식 중앙 협회 구성원이 될 수 없도록 조치한 것만 봐도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난 로버트 윤에게 추가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연합 부서라는 걸 만드는 이유는 뭐죠?”
“그건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
“국적이 서로 다른 우리가 제약 없이 함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뜻인가요?”
다만, 완벽히 부정적인 의미도 없을 것.
중앙 협회에서는 게이트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으니, 우리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마인드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것을 확실히 알아내기 위해 한 질문이다.
“그렇습니다. 당신과 일본 헌터 히로시가 함께 있을 방법은 이것입니다. 중앙 협회의 부원 신분이라면 국가 이동 제약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연합 부원이 되었다고, 우리도 중앙 협회에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우리가 어디에 있건 상관이 없는 건지, 아니면 중앙 협회가 미국에 있으니 미국에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그런 제약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버트 윤은 단호하게 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와 약속한 게 있지 않습니까?”
약속한 것.
51구역으로 가서 프로젝트 네이션이니 뭐니 그걸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일 거다.
어차피 나도 정령 구출을 위해서는 그곳으로 가야 했지만, 가고 나서가 문제다.
“일단. 그건 알겠는데, 얼마나 51구역에 있어야 하는지도 정하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건…….”
“프로젝트 네이션으로 제 능력만 추출하면 된다, 이건가요?”
“…….”
아마도 이게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여태까지 단호하고 정확한 답을 하던 로버트 윤이 입을 꾹 다문 것을 보니까.
하지만 난 처음부터 이걸 따지려고 한 건 아니다.
“그건 그렇게 넘어가고. 프로젝트 네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선 초월석이 필요하다면서요? 지금 51구역엔 초월석이 없을 텐데?”
내 진짜 질문은 이거다.
이들이 초월석을 얻기 위해선 나와 히로시가 만든 게이트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
일단 그것부터 이루어져야 단계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중앙 협회에선 게이트를 보존하기로 했지만…… 게이트를 일정 개수만 유지하면 되는 상황인 것도 인지했죠. 그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럼 그렇지.
이제야 본론이 나온다.
게다가 히로시의 합류 덕분에 게이트는 더 늘어난 상황.
게이트 몇 개쯤 소모해도 상관없지 않냐는 질문이다.
“네, 맞죠.”
“따라서 중앙 협회에서 두 사람에게 명령하길…….”
“잠깐, 명령?”
명령이라는 건 보통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나 사용하는 말인데…….
그렇구나. 연합 부서를 창설하겠단 궁극적인 이유가 드디어 드러났다.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나와 히로시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함.
결국엔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듯하지만, 중앙 협회도 이득은 취하겠다는 태도였다.
로버트 윤이 설명했다.
“연합 부서는 중앙 협회에서 운영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연합 부원이 된 두 사람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 있죠.”
“아직 우리는 수락하지 않았는데? 연합 부서를 창설할 예정이라고 했지, 지금 당장 우리가 연합 부원이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거절할 건가요? 중앙 협회의 연합 부원이 되는 일이요.”
“…….”
하긴, 지금 내 상황에서는 또 거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애초에 거절할 수 없다.
중앙 협회의 임시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연합 부원이 되지 않고선.
히로시와 붙어 있을 방법이 없으니까.
“거절하진 않습니다. 그럼 히로시가 새롭게 만든 게이트는 어떻게 정리할 겁니까? 일본 협회장까지 끼어 있는데. 게이트를 사용하려면 히로시의 것을 사용하는 게 정답이죠.”
히로시의 정령 오리가미 능력은 이미 있는 게이트에서 조각을 떼오는 일.
그렇기에 부득이하게 사용할 일이 있다면. 원재료인 내 게이트가 아닌, 오리가미의 게이트를 사용하는 게 정답이다.
내가 만든 게이트만 유지한다면 시간이 조금 걸려도 오리가미가 게이트는 계속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 부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게이트의 소유권은 두 사람에게 있다고 해도, 지휘권은 중앙 협회에 우선적으로 있죠.”
오호……. 결국엔 다방면으로 노리고, 연합 부원이 되도록 유도하는 중이라고 보면 됐다.
난 슬쩍 히로시를 쳐다봤다.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담은 눈빛.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히로시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곤 두 엄지로 열심히 타자를 친 다음, 로버트 윤에게 보여줬다.
다름이 아닌 휴대폰 번역기를 통해 번역된 문장이었고,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저도 무슨 얘기를 하는 중인지 알고 싶어요. 통역사 없어요?]
“아……. 이런, 미안하게 됐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로버트 윤은 그렇게 말한 뒤, 협회장실에서 나갔다.
분명 통역사를 데리고 오기 위함으로 보였다.
로버트 윤이 나간 뒤.
“연합 부원이라. 그거 해도 되는 거 맞을까요?”
히로시가 내게 물었다.
중앙 협회도 100%로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의 질문이다.
솔직히 나도 이것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
중앙 협회에선 표면적으로 게이트를 보존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필요에 의해 우리에게 게이트를 요구할 생각인 건 확실하니까.
“음…… 솔직히 무조건적으로 믿을 순 없지만. 그런데 확실한 건 한국 협회보단 믿을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히로시 쪽이다.
한국 협회와 일본 협회는 서로 성격이 아예 다르기에, 히로시는 자국 협회인 일본 협회에 대해 신뢰도가 높은 상태.
즉, 히로시는 처음 겪게 되는 상황과 다름이 없다.
나 같은 경우에야 하도 한국 협회. 그것도 협회장과 싸웠으니 중앙 협회가 못미더운 것도 익숙하지만, 히로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으음…….”
역시나 내가 우려한 대로 상당히 고민하는 눈초리다.
난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전했다.
“확실한 건. 우리 둘이 붙어 있으려면 연합 부원이 되는 것밖에 없잖아? 그것만으로도 선택권은 이미 없다고 보는 게 맞지.”
“그러네요…… 우린 서로 국적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군요.”
“그거 때문이라도 싫어도 해야 하는 상황이란 거지.”
“혹시 말이에요……. 나중에 중앙 협회와도 싸우게 되는 경우가 나올까요?”
“글쎄…….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 않을까…….”
진심이다.
중앙 협회와 싸우게 되는 날도 미리 염두에 두는 게 현재로서는 옳은 방향성이라 본다.
물론, 그러지 않도록 상황을 최대한 만들어야 하겠지만, 인간의 앞날이라는 게 순전히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
“흐음, 고민되네요. 형은 그래도 이미 선택을 굳힌 것 같은데.”
난 고개만 끄덕였다.
히로시와 함께 있어야 하는 조건이 걸린 이상, 연합 부원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럼 저도 정해졌네요.”
“처음부터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많지 않았어.”
“저도 알아요. 원래 헌터의 국적이 다르면 함께 있는 게 힘드니까요.”
“괜찮아?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한 느낌인데.”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우리가 로버트 윤 몰래 대화를 나눈 뒤.
로버트 윤은 한국 협회에 있는 통역사를 데리고 왔고, 히로시에게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조금 귀찮은 과정이지만 그래도 꾹 참고 들은 뒤, 히로시는 답했다.
“오-케 데스.”
좋다는 뜻이다.
“이로써 정해졌군요. 그럼 전 바로 중앙 협회에 보고하겠습니다.”
로버트 윤은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즉시 휴대폰을 통해 보고하려 할 때.
“잠깐만요.”
난 아직 이 건에 대해 궁금증이 더 남은 상태이기에, 그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물었다.
“네, 뭐죠? 미스터 윤.”
“연합 부서라고 했는데. 정확히 그 조직도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부장과 같은 우리의 지휘자가 있냐는 질문입니다.”
“아, 물론입니다. 부장은 제가 될 것이고 두 분은 부원. 이렇게 총 세 명이 전부입니다.”
“……한국 협회 감찰부장까지 겸하면서 연합 부서 부장까지 된다고요?”
로버트 윤이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안면이라도 익힌 로버트 윤이 우리의 상관인 부장이 되는 게 편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에게 너무 많은 업무가 가중되어 우리에게 소홀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전 한국 협회장 최현민, 그리고 그 비리에 직접적으로 동조한 강만식은 청문회 대기 중이지 않습니까?”
마치 모든 게 끝났다는 것처럼 말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혹시……. 청문회가 끝나게 되면 한국 감찰부는 해체하게 된다, 이건가요?”
“정답입니다. 한국 감찰부라는 게 애초에 한국 협회장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 비리가 척결됐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죠. 중앙 협회의 모든 감찰부는 비리가 척결됐다고 판단했을 때,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1주일 후에는 한국 감찰부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 뒤로 연합 부장으로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어때요,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는지요?”
“일단은요.”
100%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괜찮다고 여겼다.
“자…… 일단 연합 부원으로 정식 등록할 거고. 히로시 헌터가 만든 게이트는 중앙 협회에서 우선 지휘권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마떼.”
히로시가 그때,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이, 한마디를 뱉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로버트 윤은 멀뚱히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눈치껏 통역사가 곧장 통역했다.
“기다려 보랍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히로시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했다.
동시에 그의 정령 오리가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아마도 나와 흑염룡 모르게 정령과 주인의 대화 방식인 정신으로 뭔가를 의견을 주고받은 모양이다.
“말해 보세요. 히로시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