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18화 (118/200)

§ 118화. 교통정리 (2)

“그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거예요?”

히로시가 중앙 협회의 위력을 모를 리 없고.

단순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는 일에 아무 명분도 없이 중앙 협회가 개입하는 게 나중에 문제가 생기진 않겠냐는 질문으로 들렸다.

“개입할 수 있지. 사실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뭔데요?”

“내가 그 경찰 아저씨한테 하나 부탁한 게 있어. 너도 연관이 되어있고.”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서로 국적이 다른 너랑 내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장기간 붙어 있을 수 있는 방법 없냐고, 중앙 협회에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

“왜 굳이 그런 부탁을……?”

내 의도도 궁금할뿐더러, 부탁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무슨 일을 계획한 게 있냐는 질문으로 들렸다.

“그야. 너와 만나기 전이었고, 게이트 능력자란 소리를 듣자마자 정령의 주인이란 것도 쉽게 알았잖아? 어쨌든 우리의 최종 목표는 크루즈인데. 너도 그 생각은 같고.”

“그렇죠.”

“그러기 위해선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

“확실히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네요.”

히로시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찰 아저씨가 나한테 한 말이 있어. 네바다주에 사고 터진 거기….”

“아~ 네. 51구역이잖아요.”

그런데 히로시는 네바다주라는 말만 듣고 곧장 51구역임을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다.

난 로버트 윤이 직접 그 이름을 말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단번에 아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아마도 평소에 해당 구역에 관심이 있었던 듯이 보였다.

“바로 아네?”

“제가 원래 호기심이 가득해서 궁금한 건 곧장 찾아보곤 하거든요. 그리고 51구역은 협회에서도 궁금해하는 곳이에요. 소문에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한다는데 뭘 하는지 정확히 모르니까요.”

“그럼 잘됐네. 나한테 거기를 같이 가자고 하더라. 아마 너한테도 그 소리 할 거야.”

“네?! 왜요?!”

히로시는 한껏 놀란 반응이다.

완전히 반기는 놀람이다. 즉, 51구역을 가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식이었다.

난 말이 나온 김에, 로버트 윤이 내게 말한 것들.

특히 프로젝트 네이션에 대해 미리 설명했다.

“아~ 결국엔 그럼. 게이트를 만드는 우리 능력을 뺏겠다, 이렇게 들리는데?”

“맞아. 근데 어차피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게이트를 만드는 건 주인의 능력이 아닌, 우리 정령의 능력이니까.]

오리가미의 한마디다.

“정답.”

“하긴, 정령을 볼 수 없는 그 사람들은 정확히 뭔지 모르니까. 헌터 개인의 능력이라고 여기는 것 같네요.”

“알고만 있으라고 한 말이야. 51구역에도 정령이 있고, 그 정령을 구출하기로 드래곤과 약속한 상태라서 말이지. 아, 드래곤 알지? 네 정령한테 들었겠지?”

“물론이죠. 시오스의 수호신. 그런데 전 듣기만 했는데 형은 약속했다고 하면…… 만난 적이 있단 건가요?”

난 고개만 간단히 끄덕였다.

“오…… 부러운데…….”

본래 호기심이 많다고 하더니 사실로 보였다.

진심이 묻어 나오는 히로시의 답이었다.

“아무튼, 우리도 협회로 가보자. 게이트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하니까.”

“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정다혜를 찾았다.

협회로 향하는 포털을 열어달라고 하기 위해.

과연, 협회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절대 고요하진 않을 거다.

감찰부의 집행이니 뭐니 그런 거창한 말을 하고 갔으니까.

풍비박산이 난 상태일까, 아니면 그 정도까진 아닐까.

더더욱 협회의 상황을 빨리 보고 싶었다.

***

최현민은 협회에 닥친 외국인 무리에 한껏 당황했다.

그러던 중, 선두에 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남자.

그가 협회장실로 들어설 때, 최현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유독 저 사람에게서만 남다른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딱 하나의 사실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무리의 리더겠구나.’라는 완벽한 추측이었다.

그 뒤로 남자의 소개가 이어졌다.

역시나 무리의 리더가 맞았으나, 최현민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란 것에 놀랐다.

중앙 협회 소속 한국 감찰부장.

최현민이 정치인이라면, 특검을 받게 된 상황과 똑같았다.

로버트 윤은 최현민과 마주 보고 앉을 때도.

다리를 일부러 꼬면서 거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곤 자신의 휴대폰을 한참이나 들여보더니, 딱 한 마디만 남겼다.

“당신 메일 확인해 보세요. 중앙 협회에서 메일 하나가 갔을 거니까.”

매정하게 내리는 선고와도 같은 말.

불안감에 휴대폰을 통해 메일을 확인했을 때, 로버트 윤이 말한 것처럼 메일 한 통이 덩그러니 온 상태다.

일본 협회에서 왔던 협조를 요청하는 메일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이었다.

본래 외국의 협회에서 보낼 때는 해당 국가의 언어로 작성된 원문 메일이 오고, 수신자 쪽에서 알아서 해석하는 것이 협회 사이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룰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온통 한국어로 작성된 메일이었다.

중앙 협회면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완전히 예상에 벗어난 상황이었다.

최현민은 이제 본격적으로 메일을 눈으로 읽어 내렸다.

[소환장]

제목부터 최현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내용은 최현민의 청문회가 중앙 협회에서 열릴 예정이니 일시에 맞춰 참석하라는 명령이었다.

[청문 대상자 : 협회장 최현민, SF길드장 강만식. 총 2명]

심지어는 강만식까지 소환되었다.

그리고 중앙 협회가 보낸 메일의 마지막 내용이었다.

[중앙 협회의 권한으로 한국 협회장 최현민의 일시 직위 해제를 명함.]

“일시 직위 해제…….”

권력욕이 남들과 달리 거대했던 최현민에게는 사형 선고와 같은 문구.

최현민이 허탈하게 그 단어를 중얼거렸을 때, 로버트 윤이 설명했다.

“말 그대로.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당신의 직위를 해제합니다. 협회장의 권한을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단 뜻이지요.”

최현민도 중앙 협회의 권력은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진 권한 중에는 한 국가의 협회장도 제명시킬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여태껏 그런 적이 없기에 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일이.

지금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로버트 윤은 그런 최현민의 심정을 이해할 생각도 없이, 매정한 선고를 이었다.

“청문회는 1주일 후에 열립니다. 중앙 협회는 미국 워싱턴에 있지요. 그때까지 강만식과 함께 출석하면 됩니다. 그리고 메일 한 통이 더 갈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앙 협회에서의 새로운 메일이 날아들었다.

마치 이곳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 로버트 윤의 발언에 맞춰 보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메일의 내용은 이랬다.

[한국 협회장의 일시 직위 해제로 인해 협회장은 공석. 그로 인해 생기는 업무의 공백은 한국에 체류 중인 한국 감찰부장 로버트 윤에게 위임한다. 로버트 윤은 현 시간부로 한국 협회장 권한 전부를 사용할 수 있다.]

“확인했습니까?”

“…….”

최현민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렇다는 답도 남기지 않았다.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탓에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확인한 거 같군요. 아무런 말이 없는 거 보니.”

역시, 로버트 윤은 매정하게 선고만 이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는데,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자신에게 선고를 내린 사람은 도리어 협회장이 된, 급변의 상황이었다.

“청문회 진행에 대해서 미리 설명하겠습니다.”

로버트 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저 착실하게 진행했다.

“우리가 그간 수집한 당신의 비리 증거들을 공개하고, 그에 대해 해명을 하는 방식이 전부입니다. 물론, 해명에 신빙성이나 설득력이 전혀 없으면 일시적인 직위 해제가 아닌 영구 제명이 됩니다.”

1주일 후에 열릴 청문회까지.

최현민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일시적으로 직위 해제를 하고.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을 땐 최현민의 해명을 듣고 제명을 할지 말지 정한다는 뜻이었다.

“……강만식 길드장도 마찬가지란 겁니까.”

“네, 그쪽도 똑같습니다.”

“…….”

“그간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을 많이 하셨더군요. 우리의 눈과 귀가 그렇게 어두울 거라고 생각한 대담함입니까, 멍청함입니까.”

진심이다.

지금 로버트 윤은 떠보는 것이 아닌 정확하게 모든 정황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란 것을 느꼈다.

모든 상황이 최현민에게 불리하다고 말하는 중.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한국 헌터계가 동물계라면.

자신은 동물의 왕인 사자나 호랑이 정도는 가뿐히 되는 줄 알았으나, 그보다 더한 상위 포식자가 존재했던 것이다.

“현 시간부로 제가 한국 협회장 대행이 되었으니. 곧장 시작하죠. 당신은 사고를 칠 확률이 너무 높아요. 따라서 우리가 지정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1주일 뒤. 나와 함께 중앙 협회로 갑니다.”

“지정한 시설에서 생활하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말했잖아요? 1주일 안에 또 사고 칠 확률이 높은 사람이라고. 구속시키는 겁니다.”

“구속……. 어디로 구속시키겠단 말입니까.”

“그건 우리가 알아서 정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이 협회장실에서 나가시죠. 당신은 이제 협회장이 아니니까.”

로버트 윤의 한마디에 최현민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부동의 자세를 취했다.

반항하고 싶지만, 상대가 너무 거대하기에 반항할 방법도 없었으며, 절대 반항해선 안 된다고.

머리가 그렇게 시키는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어떻게 손에 넣은 협회장 자리였던가?

정말 더러운 짓을 해서라도 목숨 걸고 지켰던 자신의 자리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로버트 윤의 지시를 듣지 않자, 로버트 윤은 감찰부원에게 고갯짓했다.

그러자 한 명이 직접 최현민에게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나가세요. 나 바쁘니까.”

그렇게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던 최현민은 결국 일어나게 됐고, 출입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끝이라고?’

머릿속에선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고 여길 때.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잠깐…….”

“뭐지요?”

“내가 진행 중인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게 성공만 한다면 난 세계의 위인이 될 수 있는데, 그 기회도 안 준단 말인가? 적어도 그 기회는 받고 싶은데.”

“미리 비리를 그렇게 저지른 사람에게 무슨 기회를 준단 말이죠?”

로버트 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으나.

최현민은 갑자기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는 초월석을 원해. 그 초월석을 내가 직접 공급하게 되면…….”

“아~ 설마 이거 우리 얘기인가?”

그때. 출입문이 스스로 열리며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헌터 히로시.

그리고 최현민과 견원지간인 윤도원이었다.

윤도원이 들어오면서 한 말이었다.

“그럼 그렇지. 히로시 뒤통수칠 생각이었구나?”

윤도원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기분 나쁜 눈빛을 보냈다.

“혼또?!”

동시에 히로시는 최현민을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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