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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106화 (106/200)

§ 106화. 정상 회담? (2)

“오~ 보디가드! 뭔가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말이군요!”

히로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강만식이라는 사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분명히 협회장이 신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가졌으며, 뭔가 특별함이 있다는 사람.

일본 협회에서는 보통 협회장이 신임하는 사람이라 하면, 그런 사람을 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단, 히로시가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

히로시는 일본 태생이기에 전형적인 일본인만의 성격을 생각한 탓이다.

일본 협회의 특징은 헌터와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쪽.

그러나 한국은 완전 반대다.

권력으로 협박을 일삼는 곳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기에 그렇게 느낀 것이다.

히로시는 강만식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오다카 히로시라고 합니다! 나이는 25살! 아, 한국 나이로 하면…… 생일이 지났으니까 26살이겠군요!”

그래도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완벽한 문외한은 아니었다.

한국만이 가진 특이한 문화.

태어났을 때 0살이 아닌 1살로 시작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외교부장 임동식의 통역을 들은 뒤에.

강만식은 히로시에게도 정식으로 소개했다.

“관리부장 강만식이라고 한다. 굳이 나이를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겉으로 봐도 너보단 많으니까.”

대답은 상당히 상대를 얕보는 대답이었지만, 임동식은 통역을 최대한 순화하여 히로시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에 강만식에게 넌지시 말했다.

“강만식 부장. 형식적으로라도 대하자. 통역하기 힘들다.”

“알아서 그쪽 창의력 총동원해서 초월 통역을 하던가.”

그렇게 사납게 대응하면 순화하여 통역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형식적으로나마 예의를 갖춰달라는 요청이었지만.

역시나 강만식은 비협조적이었다.

무엇보다 나이도 어린 일본 헌터에게 숙이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였다.

여전히 한국에선 협회장이 황제라면.

자신이 왕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어차피 일이 잘 마무리되면 자신이 한국의 황제 자리인 협회장이 될 것이란 큰 꿈을 꾸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이 전혀 모르는 하나의 사실.

히로시에겐 정령이 있다.

정령은 인류에게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신비한 존재.

곧장 정령 오리가미가 히로시에게 전했다.

[히로시. 이 사람들……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

히로시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다른 사람이 다 있는데 정령에게 소리를 칠 정도로 눈치 없는 행동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오리가미가 이렇게 정색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심각하단 일.

따라서 속으로 답했다.

‘왜?’

[네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저들끼리 말하는 중이잖아. 너에게 협조적인 내용은 아니야. 특히 저 강만식이란 남자. 가장 경계해야 해.]

‘내 보디가드란 사람?’

[말로만 들었을 땐 전혀 보디가드가 아니야. 뭔가 다른 속내가 있는 것 같아.]

‘그래? 그렇다면…… 그 속내가 뭔지 알아내야겠군?’

히로시는 경계를 하되, 표출하지 않았다.

연신 얕잡아보기 딱 좋을 정도로 헤벨레한 미소를 보이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바로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겁니까?”

“아니요. 저희가 내내 궁금했던 건데. 게이트를 만드는 방식이 참 궁금했거든요. 일단 서울로 이동하시죠. 최고급 호텔을 숙소로 잡아 놨습니다. 그곳에서 게이트 생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일본어가 유창한 임동식이 답했다.

그러나 그의 답을 듣고 히로시도 수상함을 파악했다.

‘오리가미.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이 사람들…… 다른 속내가 있는 거 확실해.’

[그렇지? 게이트를 어떻게 만드는 건지 모른다는 말은. 게이트 생성 조건 같은 걸 아예 모른다는 거야.]

오리가미도 임동식의 답으로 모든 걸 파악했다.

한국에는 분명히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

그것도 히로시와 오리가미 조합처럼 존재하는 게이트를 늘리는 형태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다.

그렇지 않고선 43개나 되는 게이트를 만들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 능력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딱 하나의 사실을 나타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바로 게이트를 만드는 능력자가 이들에게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

‘일본과는 많이 다른가 봐. 한국이란 곳은.’

동시에 한국 협회가 어떤 성격인지도 알아차린 히로시였다.

형태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떠한 흑막이 존재한단 것은 분명하게 알아차렸다.

“그럼, 이동하실까요?”

임동식이 그를 재촉했다.

친히 히로시의 캐리어를 대신 들면서, 서둘러 움직이는 모습이다.

‘어떡하지? 오리가미? 저들이 알고 싶은 건 게이트 생성 목적인 것 같은데. 내가 알려줘야 하는 걸까?’

[어차피 너도 한국에 있는 정령이 누군지도, 그 정령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모른다고 잡아떼. 그리고 네가 게이트를 만드는 조건만 알려줘. 그건 이미 알려줬다고 협회장이 말했잖아.]

미우나 고우나 주인과 정령 사이라고 할까.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정령 오리가미는 특히 제 주인의 행동에 깊은 혐오감을 표현할 때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목적이 맞은 순간에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알았어. 일단 확실한 건. 정령의 주인이 이 사람들과는 적대 관계겠지? 그러니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을 거고.’

[나도 그 생각은 동감. 만약에 협력하는 관계였으면 이런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그 능력자가 직접 왔겠지. 그리고 보디가드란 말도 이상하잖아? 보디가드가 왜 필요해?]

이젠 강만식의 존재도 의심하게 시작했다.

‘맞아! 내가 한국에서 위험에 처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히로시의 방문 목적은 게이트가 있는 곳에 가서, 게이트를 늘리는 자신의 능력만 증명하면 되는 일.

이 능력을 일본 협회장에게 알렸을 땐 믿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직접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 게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능력자와 등을 진 모습이다.

‘어차피 오리가미. 너도 내 목표와 비슷하지?’

[어떤 목표?]

‘네 동료인 정령을 만나고 싶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동의했잖아. 던전이 전부 사라지면서 동료와의 교류도 끊겼으니까.’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강조해.]

‘그러니까 내 말은. 이들에게 협조적인 것보다, 게이트를 만드는 그 사람에게 협조적인 게 더 좋지 않겠냐는 말이지. 그 사람에게도 정령이 있으니까.’

[그래, 그대로 해줘. 나도 어떤 정령인지 궁금하니까.]

‘좋아! 그렇다면 일단은 겉으로는 협조적인 척을 해야겠군?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사람은 현재로선 이 사람들밖에 없잖아?’

[내가 평소에 너를 전적으로 믿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믿는다.]

‘걱정하지 마!’

히로시가 그렇게 임동식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로 향할 때였다.

괜히 슬쩍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서울로 바로 갈 거였으면 서울 쪽 공항으로 잡아주지, 왜 서울과 떨어진 공항으로 온 거죠? 여기가 인천? 이라고 했나요? 서울과 많이 떨어진 곳인가요?”

“하하, 피곤하게 해서 미안하군요. 그저 시간에 딱 맞는 비행기가 하필 인천으로 오는 거라서 그랬습니다.”

임동식은 최대한 친절하게 답했다.

“아~ 그렇구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구나.”

히로시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넘겼다.

‘난 또 특별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네.’

사실은 어떤 의도를 담은 것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었다.

***

촬영에 대해서 묻는 로버트 윤.

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뭡니까? 이 손은.”

“압수입니다. 휴대폰.”

“뭐요?”

이미 그의 부원들은 호텔로 이동했고, 난 로버트 윤을 데리고 게이트가 펼쳐진 그곳으로 향하던 중이다.

하지만 그런 증거물을 남기고 싶진 않았다.

“따라주시죠.”

사족을 붙이는 것보다, 강압적으로 보이긴 해도 이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미 나는 당신을 이곳에 출입시킨 특혜를 준 입장인데, 이런 사소한 것도 못 따릅니까?”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자,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의미의 행동이 전해졌을까.

로버트 윤은 말없이 내 눈을 응시했다.

나도 지지 않고 그와 똑바로 눈을 응시하며 십 초 가량이 지났다.

“그래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했으니. 내가 이거까진 참습니다.”

못 이긴 척, 내 요구를 들어줬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내 손 위에 올렸다.

“촬영이 가능한 장비가 이거 말고 더 있습니까? 휴대폰이 두 대라던가. 다른 게 또 있다거나.”

“없습니다. 정 못 믿겠으면 제 몸을 수색해도 좋고요.”

저렇게 당당하게 나온다는 건 떳떳하단 뜻이니, 그대로 믿어주기로 했다.

“단, 나도 하나 더 요구합시다.”

그럼 그렇지.

기브 앤 테이크는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로버트 윤은 휴대폰을 넘긴 대신, 무언가 요구할 게 생긴 모양이다.

“뭡니까?”

“지금 저를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가서 당신과 대화를 할 겁니다. 해당 대화 내용을, 녹음은 할 수 있게 해주시죠. 사실 우리가 대화하는 걸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당신의 요청에 따라 휴대폰을 반납했으니까요.”

“녹음……? 그건 왜 하려고 하는 거죠?”

“왜긴요. 중앙 협회에 보고해야지. 게이트 생성이 어떤 원리로 된 것인지, 그 많은 게이트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 저도 기관에 속한 사람인데, 첨부할 증거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선뜻 응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해도 통할 사람이 아니다.

조금 고민스러운 제안이었다.

‘흑염룡. 네가 보기엔 저 헌터 어때 보여?’

[갑자기 왜 나를 찾아? 그리고 어때 보이냐니.]

‘믿음이 가는 헌터인 것 같아, 어떤 거 같아?’

[모르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가 굳이 물었던 이유도.

게이트 생성 과정을 무조건 비밀로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세상에 알려야 하는 사실이다.

왜냐, 게이트가 전부 사라지면 크루즈라는 무시무시한 놈들이 인류를 위협하게 될 테니까.

그때가 되면 헌터들 힘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결국 헌터들이 사용하는 능력도 그 출처가 전부 시오스들이었고, 그런 시오스들이 막지 못한 녀석들이었으니까.

따라서 때가 되면 이 사실이 널리 알려져, 인류 단합이 이루어져야만 겨우 조금의 승산이 있다.

로버트 윤은 바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녀석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중립적인 사람이기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뭔가요? 녹음도 안 되나요?”

또 나를 압박한다.

하지만 어떠한 답이라도 해야 했기에, 난 모호한 답만 남겼다.

“그건 당신 하는 거 봐서 결정하겠습니다.”

수락도 거절도 아닌 답이다.

“……제가 하는 거 봐서라뇨?”

“당신이 보여주는 나와의 대화 태도에 달려있다고 할까요? 일단 들어가시죠.”

그렇게 그를 43개의 게이트가 펼쳐진 곳으로 들어왔을 때.

“What the…….”

그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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