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막을 수 없는 손님 (2)
“권다정 씨랑은 또 무슨 악연이 있었습니까?”
본격적으로 신동원과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이 문제부터 물어봤다.
“앞으로 고객님과 만날 때마다 그 여자도 계속 보겠죠?”
신동원은 가감 없이 물었다.
“아무래도요……? 제 부원이긴 합니다.”
“일단 부원으로 들이신 이유부터 듣고 싶은데,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실례가 되는 질문이려나.”
정말 궁금하지만, 그래도 꼭 알고 싶다는 것은 숨기지 않는 질문.
나도 그녀를 부원으로 들인 이유를 숨길 이유는 없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신동원이 꼭 알아야 할 수도 있다.
왜냐.
권다정의 능력 한 방으로 그 든든하던 장길수까지 무력하게 잠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니까.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게이트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현재 내 부서엔 없고.
장기수의 팀원을 믿고는 싶으나 권다정 같은 서포팅형 능력자가 하나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그대로 전했을 때였다.
“미안합니다.”
나의 생각을 전부 들은 뒤, 그는 갑자기 사과를 했다.
“왜 사과하세요?”
“결국, 그 여자를 고객님이 들이신 이유가. 저희가 의뢰를 착실히 수행하지 못해서 나온 일 아닙니까?”
어째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마치 모든 잘못이 장길수에게 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신동원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한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나에게는 꽤 불편한 의도였다.
“아닙니다. 예기치 못한 능력자의 등장인데, 장길수 팀장님도 별다른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방심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어서요.”
“지금 책임을 전부 장길수 팀장님에게 돌리려는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의뢰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길수의 팀이 정말 손쉽게 제압당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신동원은 자신들의 방심이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는 것 같았다.
난 그런 신동원의 생각을 지적했다.
“아니요. 방심하지 않았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달라지지…… 않았다라?”
“네. 초월석은 그대로 뺏겼고, 강만식이 저한테 쳐들어왔을 거란 뜻이죠.”
“그 여자의 능력을 그렇게 높이 사는 겁니까? 아니면…… 이제 정식 부하가 됐으니 부장이란 직급에서 나오는 형식적인 두둔입니까?”
보통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저렇게 사납게 반응하진 않았는데.
그 정도로 악연이 질긴 듯했다.
하기야.
권다정한테 대놓고 꺼져달라는 둥, 평소 행실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던 신동원이다.
지금 내가 권다정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자, 정말 진심으로 묻는 모습이었다.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니까요.”
“그대로라…… 이해가 안 되는군요.”
“본부장님. 전에 제가 강만식의 부원들 때문에 몸에 구멍 뚫린 날, 기억하시죠? 강만식 패거리가 이지은의 건물 습격했을 때요.”
“어떻게 잊고 있겠습니까.”
“그때 마지막에. 갑자기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드래곤 머리 보셨죠?”
“네.”
“그 드래곤이 몬스터들의 주인의 수호신이란 말입니다.”
“……예? 몬스터들의 주인의 수호신?”
신동원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저 관계가 조금 복잡하게 보였던 것 같았다.
신동원은 이에 풀어서 내게 조목조목 물었다.
“그러니까. 몬스터의 주인 격의 존재가 따로 있고. 그때 제가 봤던 그 드래곤 머리는 그런 몬스터의 주인의 또 상위 생명체다, 이거죠?”
“네.”
“그런데 이 얘기가 지금 왜 나오죠? 전 권다정 그 여자 얘기를 하는 중이었는데요.”
난 곧장 권다정의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고.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바로 드래곤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알리는 것이다.
“그 드래곤은 우리 인간 사회의 종교 있죠? 부처님, 예수, 성모 마리아 등등과 같은 신으로 치부되는 존재요.”
“드래곤이 그런 신과 마찬가지란 뜻입니까?”
“네, 절대신이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단순히 종교의 부처, 예수와 같은 존재보다 더 상위 존재인. 아, 그리스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존재. 그게 드래곤이겠죠. 아니면 북유럽 신화의 오딘 같은 존재.”
사실 어느 쪽이건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굳이 전설로 전해진 여러 신들의 이름을 전부 나열한 이유도.
그만큼 드래곤이 단순히 위대함을 넘어, 거대하기까지 한 존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요?”
“권다정이 가진 능력이. 그런 절대신도 숙면을 취할 때 사용하는 능력이랍디다. 몬스터들의 주인인 시오스. 그런 시오스의 절대신도 숙면하게 하는 꽃이라는데. 한낱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장길수의 팀이 너무 맥없이 제압당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여전히 신동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왜 그러시죠?”
“아니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 하나가 있어서요.”
“뭔데요?”
“그 시오스라는 존재가 어떻게 모든 능력을 다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우리 헌터들이 사용하는 능력. 원래는 시오스들의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게 당연하죠.”
“…….”
꽤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안 그래도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눈을 더 동그랗게 뜨니 또 붕어처럼 보였다.
“……뭐, 일단은 알겠습니다. 요점은. 장길수 팀장님이 방심을 하지 않고 전력으로 맞서도 쉽게 제압당했을 거다. 그리고 고객님은 권다정이 그런 능력자인 걸 알아서.”
“네~ 또 남들 눈에 들기 전에 제가 낚아챘다고 보는 게 옳겠네요.”
“그 여자가 줏대가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하지만 신동원은 단순히 권다정이 마음을 바꾼 이유에 특별함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아니요. 권다정의 능력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단점이요?”
“네. 그녀가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던전 안에 있는 흙이 필요해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인류의 흙 말고요.”
그러자 신동원은 ‘훗.’하며 작게 웃었다.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왜 줏대 없이 곧장 고객님 쪽으로 붙었는지요.”
나는 유일하게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권다정은 그런 게이트에서 흙을 얻어야만 하는 입장.
이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형성된 관계다.
“이제 궁금한 건 풀렸습니까? 절대 장길수 팀장님이 방심만 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네, 풀렸습니다. 전부 이해가 됩니다.”
“그럼 알려주시렵니까? 권다정과 무슨 악연이 있었기에 그렇게 혐오감을 드러낸 것인지요.”
“뭐, 간단합니다. 제가 길드장 시절에 가지고 있던 태강 길드.”
정말 간만에 나온 이름이다.
“권다정이 태강 길드원이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요? 그럼 한때 본부장님의 길드원?”
“네. 하지만 저희 길드로 온 이유가 순수하지 않았죠.”
“순수하지 않았다는 게……?”
“5년 전 사건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사고 쳐서 헌터계 떠난 사건이요.”
갑자기 분위기는 태풍이 다가오는, 재해로 느껴졌다.
“그 얘기를 갑자기 왜…….”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그 사건을 다시 언급해 봤자 서로에겐 좋을 게 하나 없기 때문이었다.
“최현민이랑 강만식이 아무 근거도 없이 제 길드의 부지를 탐냈겠어요?”
그때, 비수처럼 날아든 한 마디.
우린 권다정의 얘기를 하던 중이었고.
권다정이 태강 길드원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나온 이유는 뭔가 연관이 있다는 얘기였다.
“설마…….”
“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우리 부지의 현황을 전부 사진으로 찍어서 강만식에게 보내고, 결국 우리가 표적이 된 거죠.”
결론적으론.
권다정이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해가 되네요. 왜 그렇게 적대감과 혐오감을 표출했는지요.”
정말 내가 없었다면 뺨 한 대 정도는 거뜬히 맞을 죄를 저지른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후에 강만식은 헌터계에서 불명예를 안고 떠나게 됐으니까.
그런데도 오늘 간만에 마주쳤을 땐 오히려 뻔뻔하게 인사를 하곤 농담까지 건넸으니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을까.
신동원이 꽤 신사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성인 ‘신’은 신사의 신 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였으면 그런 대인배적인 모습을 못 보였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불편한 관계에요.”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조율해 보죠. 사정을 알아도 제게는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이건 명백히 사실이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권다정을 다시 내보낼 여유나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조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이해해달라는 겁니다. 제가 권다정 그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었으니까요. 얘기가 조금 셌는데,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서론이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나도 신동원의 본론이 무척이나 궁금하던 참이다.
“그러고 보니. 장길수 팀장님은 물론 꽤 많은 경호원이 여기로 왔던데. 왜 그런 겁니까?”
“네, 그걸 이제 설명하려고 온 겁니다. 음…… 일단 고객님이 사고를 쳐 주신 덕분에 저희 그룹에 변화가 많이 일어났어요.”
“어떤 변화죠?”
“뉴스 봤겠죠?”
“물론이죠.”
“네~ 역시 우리나라 네티즌답습니다. 금세 그 영상의 장소가 이곳이라는 걸 알아냈더라고요.”
나도 뉴스 속보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이다.
“일단 제가 조치할 수 있는 건 조치했습니다. 디스플레이 근무 이력이 있는 직원들에게 절대 그런 댓글 쓰지 말라고도 했고요.”
“……꽤 강압적이네요.”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이곳이 계속 노출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화에서만 보던 재벌식 통제.
지금 내가 그걸 느끼는 중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동원은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이곳의 방문을 허가해달라고, 저희 그룹에 요청이 무수히 쏟아지는 상태입니다.”
“역시. 뉴스 아나운서의 그 한마디가 파장이 크군요.”
이에 신동원은 멋쩍게 웃었다.
“파장이 큰 사람은…… 제 앞에 있는 사람 아닙니까? 하하.”
내가 그 영상을 올리는 일만 없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내 행동을 질타하려는 의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객님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는 됩니다. 설마 강만식이 그렇게 불물 안 가리는 식으로 나올지. 누가 알았습니까? 지키기 버거울 거란 생각이 들었을 테니, 그냥 터트려 버린 거죠.”
“역시, 기업인이시네요. 바로 알아차리고.”
“그리고 저희도 그룹이 시끄럽긴 해도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일단 골머리였던 저희가 받은 4개의 게이트. 강만식이 대신 정복해 줘서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되었으니까요.”
“초월석을 잘 받았죠?”
“너무나요. 그리고 고객님의 행동 덕분에 저희 그룹 주가가 갑자기 상승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호재만 겹치는 중이죠.”
그 행동으로 그룹의 주가까지 오른다라.
솔직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난 주식 쪽에 전문 지식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신동원은 나를 집중시키기 위해 그 단어를 강조했다.
“호재가 겹치면 분명히 불운 하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헌터 출신 경호원 전원을 소집하여 이곳으로 온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인원이 전부……?”
“네. 전부 헌터 출신이라고 얘기했었잖아요? 저희도 전력으로 이곳을 지키기 위해 가진 힘 전부를 투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