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85화 (85/200)

§ 85화. 욕심 (4)

“우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을 때.

이지은의 건물에 있는 4개의 게이트를 정복하러 들어간 관리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 겹겹이 쌓인 마대를 보고 권다정은 눈물을 보일 기세였다.

“이렇게 많이요?!”

정말 마대 전부가 터질 정도로 꽉꽉 눌러 채워져 있었던 것.

그렇단 뜻은 단 하나.

흙이 존재하는 던전이 있었다는 뜻이다.

“어때요?! 흙이 존재하는 던전이 몇 개나 있었던가요?!”

“전부요. 저는 물론, 다른 부원이 들어간 곳도 흙이 있는 던전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요.”

박우민이 대표로 답했다.

“뭐어~? 전부?! 잠깐, 그럼 이럴 때가 아니지! 수확할 수 있을 때 전부 해야지! 이봐요, 부장 오빠! 나랑 약속한 것도 있으니 수확 더 하고 가야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었던 권다정이 강만식에게 말했다.

하지만 강만식은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 답했다.

“이미 약속은 지켰어. 그리고 시간 없다. 놈한테 선전 포고한 게 1시간인데, 시간 다 되어 가는 중이야. 흙은 나중에 얻으라고.”

지금 느긋하게 던전 속 흙을 수집할 때가 아니라고 일침을 가하는 중이다.

“자꾸 이러면 나도 비협조적으로 나간다?”

던전에 무조건 흙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확보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하고 싶었던 권다정.

그 욕심을 앞세워 강경책을 내놓던 그때.

쿠구궁.

게이트가 동시에 무너졌다.

관리부원들이 게이트 하나에 전부 들어간 게 아닌, 4개의 게이트로 들어갈 인원을 나눈 뒤에 동시에 들어갔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게이트가 무너져 버렸다는 것은 이제 흙을 채집하고 싶어도 채집할 수 없단 뜻.

강만식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차피 거기 가서도 게이트 많으니까 그때 또 채집해.”

“…….”

“일단은 이게 급한 거니까.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대신, 오늘 채집한 거 전부 내 창고에다가 옮겨놔 줘야 해. 지금 당장.”

“어차피 그럴 거야.”

이제 강만식은 관리부원들을 통해서 오늘 채집한 던전산 흙을 전부 권다정의 개인 창고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민아. 초월석은?”

“여기 있습니다.”

“이야…… 얼마 만에 보는 거냐, 이 초월석.”

강만식에게 넘어간 4개의 초월석.

전부 강만식이 협회장이 될 퍼즐 조각이 되어 차근차근 모이는 중이다.

“좋아, 나머지 시작하자. 본진 털러.”

본진이라 하면 윤도원의 양산부.

그곳에 과연 게이트가 얼마나 있을까?

이 기대감을 가진 관리부원들은 일제히 다음 사냥감을 향해 움직였다.

이지은의 건물을 떠나기 전.

쓰러진 장길수의 팀을 보고 강만식이 권다정에게 확실히 물었다.

“저것들. 얼마 뒤에 깨어나?”

“못해도 반나절은 지나야 해.”

“아직 여유는 있군.”

시간은 충분하다.

이 시간 안에 이제 목표한 것을 전부 이루면 됐다.

“가자.”

***

[윤도원…….]

흑염룡의 목소리가 불안하다.

여전히 난 장길수의 호출벨을 누르는 중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흑염룡이 저렇게 불안한 목소리를 내니, 덩달아 나도 불안해졌다.

불안한 감정이 내게도 전염되고 만 순간이다.

“왜 그러는데?”

[게이트에…… 누가 들어갔어.]

내가 만들어 놓은 게이트는 부서에 있는 43개를 제외하면 단 4개.

이지은의 건물에 있는 게이트들이며, 이미 신동원에게 넘겨준 곳이다.

그리고 장길수의 경호팀도 그곳에서 대기 중인 찰나에.

게이트에 누군가가 들어갔다고 말하는 흑염룡과.

아무리 호출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는 장길수.

분명 연관이 있는 일들이었다.

“장길수 아저씨가 직접 들어갔을 리는…… 없고.”

강만식이 내게 직접 전화를 해, 선전포고와 똑같은 말을 남겼다.

따라서 이 일의 원인은 전부 강만식일 것이 분명했다.

난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신동원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전화가 되질 않는다.

1주일 전에 미국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 서로 논의할 때.

일정이 급해서 먼저 가 보겠다고 한 뒤로 연락이 계속 없었다.

1주일이나 연락이 없을 정도로 급한 일정이 도대체 뭐였을까.

어쨌든, 하나는 확실하다.

현재로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즉, 나 혼자 이 상황을 일단 극복해야 한다.

방금 전에 강만식이 내게 말했다.

아마 1시간 정도 뒤에 내 부서에 도착할 거라고.

나는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통화를 했다.

누군가가 게이트로 들어갔다. 난 그 누군가를 강만식 일파라고 여기는 중이었고.

그렇다면 배후도 존재한다.

그 배후에게 전화는 중이었다.

-오랜만이야, 양산부장. 어쩐 일인가?

최현민이 전화를 받았다.

“지금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완전히 선전포고를 하시네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다짜고짜.

모르는 척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시치미 떼는 일은 안 봐도 뻔하다.

자신은 강만식과 엮이지 않았다는, 수준 낮은 연기를 보이는 중이다.

“강만식에게 게이트 털어서 초월석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 게 그쪽이 아니면 누굽니까? 강만식에게 그런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요. 제가 바봅니까?”

-양산부장.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강만식 부장이 그런 일을 했다는 말인가?

목소리가 정말 “나는 결백하다, 믿어 줘라.”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 어설픈 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최현민이 넌지시 묻는 한 마디.

-강만식 부장이랑 무슨 일이 있었나? 강만식 부장이 독단적으로 그런 일을 강행할 정도라니. 싸우기라도 한 거야?

유독 ‘독단적’이란 단어에 힘을 주는 느낌이다.

“그게 요점이군요?”

그래, 이해된다.

왜 우리의 합의서에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한 것인지.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함이었던 거다.

최현민이 티가 날 정도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도.

전부 그런 이유가 아니고선 그런 조항을 넣었을 리가 없었다.

최현민의 말뜻은 이랬다.

나와 강만식 사이에 개인적인 원한이 생겼고, 그 복수를 하는 중이라고.

“좋습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요. 이로써 확실해졌군요.. 장길수 아저씨가 지키고 있는 그 게이트를 턴 사람과 협회장님 당신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허허,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군?

여유로운 너털웃음을 짓기까지 한다.

일반적이라면 자신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데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너무 여유롭다.

물증이 없어도, 심증만 확실하면 된다.

물증 따윈 어차피 없어도 되니까.

난 그대로 말도 없이 최현민과의 통화를 끊어 버렸다.

그 즉시, 내 부원들을 소집했다.

“중대한 일이 하나 터졌다.”

내가 하도 근엄한 표정을 짓고 말하자, 부원들이 덩달아 긴장했다.

이 부서에 있으면서 내가 이런 표정을 지은 날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뭔데?”

이지은이 나서서 물었다.

“지은이 네 건물에 있는 게이트들.”

“응, 그거 이미 신동원 본부장님한테 넘겼다고 하지 않았어?”

“강만식이 털었다.”

“…….”

강만식이란 이름에 다들 악몽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 강만식이 이곳으로 온다고 하더군. 이유는 뭐, 안 봐도 뻔하겠지?”

내 뒤에 펼쳐진 43개의 게이트를 가리켰다.

“저 안에 있는 초월석이 그들의 목표일 거니까.”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의 얼굴이 초월석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이지은을 시작으로 신보미, 정다혜, 정다훈까지.

뭐든 시켜만 주면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용사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다훈아.”

“네!”

“너는 내가 신호를 주면, 누나들 데리고 여기에서 떠나. 너희가 갈 곳은 이지은의 건물. 너와 내가 처음 본 곳이야. 기억하지?”

“……기억은 하는데 떠나라고요?”

“잠깐만요, 왜 우리가 떠나요? 게이트는 그럼 누가 지켜요? 혹시, 장길수 아저씨의 경호팀이 오기로 했어요?”

신보미가 격분한 모습이다.

“아니.”

난 그들에게 호출벨을 누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의 20분 전부터 계속 누르고 있는데 오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응, 무슨 일을 당한 모양이다. 내가 여기에서 강만식의 관리부원들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너희들이 그곳으로 가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또한 데리고 올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을 해 줘야겠어.”

“그래도 혼자 있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만식의 관리부원들이잖아요.”

“냉정히 말하면.”

난 이지은, 신보미, 정다훈, 정다혜.

이들을 순서대로 손으로 지목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여기 남는다고 나한테 도움 되는 건 아니잖아?”

“……말을 왜 그렇게 심하게 해요?”

이들 중에서 전투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던가?

이지은?

던전이 완전 정복되면서 E급으로 강등된 상태.

그녀의 감지 능력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쓸모가 없는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보미.

커넥터라고 불리는 그 능력.

하지만 정작 까 보면, 나와 흑염룡이 정신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그저 이지은과 정신으로 대화한 게 전부다.

“참, 보미야. 네 능력 나한테도 적용할 수 있는 거야? 그전에는 지은이랑 연결되어 있었잖아?”

“할 순 있죠. 대신 그렇게 되면 언니와의 연결을 끊어야 하긴 하지만…….”

“그 뜻은 한 사람이랑만 연결할 수 있었다, 이건가?”

“……네.”

“좋아, 나한테 연결하기 위해 내가 뭘 해줘야 할 게 있나?”

“딱히 없어요. 그냥…….”

신보미가 이지은의 눈치를 봤을 때다.

이지은은 자신의 손목에 걸린 팔찌를 빼곤, 내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 차고 있으면 돼.”

“팔찌?”

신보미도 자신의 손목을 보였다.

이지은이 내게 준 것과 똑같은 팔지가 그녀의 손목에 걸려 있었다.

“좋아.”

이지은의 팔찌를 건네받은 뒤.

‘들려요?’

‘어, 잘 들린다.’

확실하게 나와 연결된 걸 확인했다.

“내가 다훈이에게 줄 신호를 이걸로 대체하자고. 정신으로 보미 너에게 말할게. 언제 이지은의 건물로 향하면 되는지 그 타이밍을. 그러니까 너희들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어. 강만식의 관리부가 곧 이곳으로 오니까.”

“숨어서 지켜 보고 있으란 뜻을 모르겠는데.”

“너희들까지 강만식 눈에 보이면 내가 당한 일 그대로 당할 거 같아서 그렇지. 알지? 내 몸에 구멍 뚫린 날.”

다 보고 있었으니 어떻게 모를까.

물론, 정다훈은 모르겠지만, 굳이 알려주진 않았다.

“그럼 처음부터 말을 그렇게 하지. 왜 우린 필요 없다는 식으로 서운하게 말한 거예요?”

“그것도 사실이니까.”

숨기지 않았다. 만약 부원들이 내 주변에 있고, 강만식과 격돌했을 때.

휘말리게 되면 나까지 영향을 받을 게 분명했다.

차라리 없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굳이 강만식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보내는 것도. 강만식이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너희들이 먼저 그곳으로 갔다가, 강만식과 마주치진 않을까 싶어서 그래. 확실한 게 좋지 않겠어?”

“그런 뒤에는요?”

“내가 말했던 것처럼. 거기가 어떤 상황인지 알려줘야지. 장길수 아저씨가 왜 연락 두절이 됐는지 등등. 그런 것들 전부.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자, 시작. 이제 숨어 있어.”

다들 내키지 않는지, 행동이 굼뜬 순간.

“얼른. 내가 직접 염력 이용해서 보내 버리기 전에.”

내가 협박을 하면서 슬쩍 부원들 몸을 대상으로 염력을 발휘하자, 부원들 몸 전부가 한 뼘 정도 공중에 떴다.

“……알겠어요.”

결국, 그들은 내 지시대로 준비를 마쳤고, 이제 강만식을 받아들이길 기다렸을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는 중이다.

‘혹시…….’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발신자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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