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71화 (71/200)

§ 71화. 전쟁 선포? (2)

강만식이 떠나고 약 2주일 뒤.

그는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2주일 동안 정훈섭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홀로 남파되어 능력 연마에만 집중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도 다음에 왔을 때,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하면 교도소로 돌려보내겠다는 말.

그 말이 뇌리에 자동적으로 녹음되어 끝없이 그를 괴롭혔다.

‘절대 돌아갈 순 없어. 그 지옥으로는…….’

지냈던 호텔처럼 호화스러운 것 하나 없는 정말 무인도라고 봐도 될 정도로 무방한 이곳.

역시, 환경이 달라지니 정훈섭도 발전의 속도에 미약하게나마 불이 붙었다.

교도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목표가 생기자 그가 수련에 임하는 시간도 길어졌으며, 어느 날은 밤을 꼬박 새우면서 수련할 정도였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오늘.

강만식이 왔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오늘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교도소로 돌아가게 되는 날이었다.

오늘도 역시 강만식은 박우민과 함께 왔다.

“어때? 오늘은?”

시작하기에 앞서, 컨디션을 물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오~ 좋은데?”

강만식이 보기에도 확실히 정훈섭이 2주 전과는 인상도 달라졌으며, 무엇보다 여유가 생긴 듯했다.

“자. 보여 봐.”

그런 기대를 품으며, 강만식의 지정석인 접이식 철제 의자에 앉았다.

이윽고 정훈섭은 면적이 작은 미로를 만들었다.

“흐음?”

미로를 보곤 강만식과 박우민은 더 아리송한 반응이었다.

면적이 처음 정훈섭이 선보였던 미로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정훈섭이 변명하듯이 설명했다.

“2주 전 부장님이 남긴 말을 계속 기억했습니다.”

“뭐, 교도소로 돌려보낸다는 거?”

“그거 말고 더 중요한 거요.”

“그래? 그게 뭔데? 죄수 신분인 네가 교도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낀 것.”

“다훈이는 공간 속의 공간. 또 그 공간 속의 공간을 무한대로 이어갔다는 것을요.”

“아~ 그렇지. 놈이 기가 막혔지.”

“그것을 따라 해 봤습니다.”

정훈섭의 말이 끝나는 그 순간.

미로는 한 번 더 변했다.

투박한 미로에서 수풀이 우거진 정글이 되기도 하고, 또 얼마 지나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만 깔린 황야가 되기도 했다.

“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미로.

박우민과 강만식의 표정이 변했다.

아리송한 표정에서 긍정적인 표정이었다.

게다가 둘은 이미 정다훈의 미로를 겪은 적이 있다.

그때 정다훈이 보였던 미로의 형태와 상당히 유사했다.

“잠깐.”

긍정적인 신호로, 강만식이 정다훈을 잠시 중재했다.

“이거 풀어 봐.”

“네.”

답을 한 즉시 미로는 사라졌다.

“우민아.”

“예, 형님.”

“도전 해 볼 가치가 있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아. 정훈섭 씨.”

“네, 부장님.”

“방금 보였던 미로. 우리 전부를 가두는 형식이 아닌, 오직 우민이한테만 가두는 방법으로 해 봐.”

방금의 미로는 그간 연습했던 것을 보여줘야 했기에, 이 장소에 있는 셋이 함께 들어간 형태였다.

그러나 이제 그 방식을 바꿔, 오직 박우민만이 미로에 들어가도록 하란 뜻이었다.

“네.”

정훈섭은 곧장 명령대로 이행했다.

그러자 박우민만이 사라지게 되었다.

“자~”

강만식은 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내 스톱워치 기능을 사용했다.

“얼마나 걸릴까? 2주 전에는 고작 13초. 이번에는 과연?”

상당히 기대하는 목소리였다.

스톱워치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박우민이 나오길 기다리는 정훈섭도 초조해졌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그러면서 그는 능력 유지에 집중하는 중이다.

박우민이 현재 미로 속에 있지만, 그 미로의 환경을 집중하면서 지속적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거 좋아.”

정훈섭의 상태를 보고 난 뒤 강만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52분 경과.

“조금 까다롭네요. 그렇다고 못 나올 수준은 아니지만.”

박우민이 52분 만에 미로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강만식도 스톱워치를 종료했다.

“정확히는 52분 11초. 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제발…….’

여기에서 강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교도소행이다.

평소 종교도, 믿는 신도 없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각 종교에 있는 모든 신을 믿고 싶었다.

“정훈섭 씨.”

“예, 부장님.”

“52분 11초를 초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 것 같아?”

“그건 갑자기 왜…….”

스톱워치를 종료한 뒤, 휴대폰 계산기를 꺼낸 뒤 계산했다.

“3131초. 2주 전 기록이 어땠지?”

“13초였죠…….”

“몇 배나 성장한 걸까, 그럼?”

정확한 계산이 되지 않았다.

“좋아, 일단은 합격. 일주일 더 준다. 가둘 수 있는 시간을 점점 더 늘려 봐. 물론, 지금도 시간으로는 충분한데 당신 단점이 눈에 훤히 보였어.”

또 이번엔 무엇을 본 걸까.

훤히 꿰뚫어 보는 그 눈이 이젠 신기했다.

“어떤 단점을 보신 겁니까?”

아무리 자신의 단점은 남이 제일 잘 아는 법이라지만, 강만식의 경우엔 달랐다.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기에 그의 눈으로 본 자신의 단점을 알고 싶었다.

“상대를 미로에 가두고 내부 환경을 지속적으로 바꾸는 형식을 선택하다 보니, 밖에 있는 당신도 계속 집중해야 하잖아? 시작부터 그러던데.”

그거야 당연하다.

원래 공간 창조라는 게 그런 법이니까.

아니, 어디 공간 창조뿐이랴?

모든 유형의 능력의 기본 전제는 정신 집중이다.

“그 뜻은 현재 능력이 익숙하지 않아서 외부에서 방해 요소가 생긴다면 방금 기록한 52분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 돼. 내 말이 틀려?”

“…….”

생각해 보면 정답이다.

방금의 경우에야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몸을 건들이지도 않았다.

정훈섭도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런 외부 요인이 있다면.

분명히 52분까지 유지할 수 없었을 거다.

“그걸 길러야 해. 참고로 당신 아들내미 정다훈. 그 녀석이 말미엔 우민이를 일주일이나 가뒀을 때. 지금과 같은 환경 아니었어. 온갖 방해 공작을 다 했는데도 그렇게 한 거라고.”

“도대체…….”

몰랐던 사실을 순차적으로 알아가자, 이젠 겁이 났다.

아무리 자신의 자식이지만 이건 너무 거대한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외부 방해를 받으면서, 최소 30분은 버텨야 한다. 30분이라도 시간 벌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해. 알았어?”

“30분이라는 기준이 있는 것 같은데,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간단해. 30분만 시간 벌어주면. 내가 작살 낼 수 있으니까.”

“예?”

그 말뜻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30분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이따가 다른 부원들 이쪽으로 보내지. 걔들이랑 남은 일주일, 열심히 해 봐. 그리고 난 일주일 뒤에 올 거다. 무슨 뜻인지 알지?”

교도소에서 나온 지 이제 3주.

게다가 일주일이 더 지나면, 처음 약속했던 한 달이 다 된다.

따라서 최종 평가의 날이다.

실패하면 교도소로 돌아가게 되는 심판의 날.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보지.”

***

2주의 변화.

이번엔 난 불만족스럽다.

2주 전엔 게이트가 32개.

그러나 2주일이 지난 지금은…… 고작 43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난 게이트가 10의 단위를 초과할 때마다 2주 전에 했던 것처럼 짧은 동영상으로 담아뒀다.

2주나 지났는데 늘어난 게이트는 고작 11개.

이렇게 미미한 수치가 된 이유는 슬슬 흑염룡이 중2병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게이트의 시간’이 ‘이어폰 타임’이 되어 버린 게 가장 컸다.

남들이 아예 반응하지 않으니, 오직 흑염룡을 대상으로 하는 중2병도 슬슬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휴…….”

난 43개의 게이트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조금 더 센 걸 가져와. 이젠 웬만한 거에 반응이 안 나와.]

흑염룡에게도 2주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내가 비교적 약한 중2병만 시전해도, 발작하던 수준인데.

오히려 지금은 무슨 감독이라도 되는 듯이, 저렇게 여유만만하며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야, 더 없어?]

“시끄러워.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 어떤 방법 없을까.

조금 더 확실하고 센 방법.

이제 그것을 고민하려고 했을 때, 난 게이트의 개수에서 수상함을 느꼈다.

“잠깐만, 흑염룡.”

[왜?]

“내가 분명히 널 오글거리게 한 게… 9번밖에 되지 않는데?”

지난 2주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복기했는데.

분명히 9번밖에 되지 않는데 늘어난 게이트는 오히려 11개.

2개나 더 늘어났다는 거다.

[어어……? 그러네?!]

흑염룡도 이제야 눈치챘다.

“아니, 왜 갑자기 2개가 더 늘어난 거지?”

[어…… 음…….]

난 게이트를 만들 줄만 알지, 게이트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게이트의 주인은 흑염룡이니, 그녀가 이 현상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거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다.

“뭔데. 얼른 말해. 왜 2개나 더 늘어났는지.”

[던전이 온전할 때, 걸어둔 장치 같은 건데.]

“무슨 장치?”

[지금 그걸 얘기하고 있잖아. 던전 유형 중에 우리 시오스들 언어로 ‘줄기’라는 유형의 던전이 있어.]

“줄……기? 나무줄기 같은 그런 줄기?”

[응, 비슷한 개념이지.]

“그래서 그 줄기라는 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건데?”

[던전을 복사하는 개념이지!]

“복사…… 던전?”

[응! 그러니까 인간들 세상에서 전염병같은 바이러스를 예로 들면 바이러스 숙주가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전염병이 되는 거잖아?]

“그렇지.”

[그 개념이야. 지금 우리가 만든 게이트 중에, 그런 숙주의 성격을 가진 던전이 있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던전이 똑같이는 아니지만, 약간 변형되면서 다른 던전 하나를 만드는 식으로.]

이런 건, 헌터계도 모르는 생리일 거다.

나도 지금 처음 듣는 얘기다.

던전이 던전을 복사한다니. 애초에 이런 장치가 왜 필요했는지가 궁금했다.

“왜 복사를 하도록 설정해 놓은 거야?”

[당연히 던전은 크루즈가 이곳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파제였잖아. 튼튼해야지!]

그래, 그런 이유라면…… 납득이 충분히 되긴 하지만.

“흑염룡, 네가 만든 게이트에도 적용이 되었던 거구나?”

[그렇지?]

“그럼 복사 성격을 가진 던전은 아무 던전이나 다 해당되나?”

[무슨 뜻이야?]

“던전 안에는 초월석이 있고. 초월석을 빼면, 던전은 사라지잖아. 그리고 그 초월석의 등급에 따라서 안에 있는 몬스터의 강력함도 달라지고.”

[잘 알고 있네.]

“그런데 던전을 복사하면, 초월석까지 복사하는 거냐고. 똑같이.”

[응.]

“그래서 초월석이 정확히 몇 개인지, 시오스조차 파악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최고 등급 키스톤이 복사하니까. 그 정확한 개수를 파악할 순 없지.]

이거 꽤 값진 정보다.

인간들 세상에서, 던전이 복사된다는 말 같은 건 없었다.

알아내지 못한 것일 거다.

인류가 정복한 던전 중에 복사된 던전이 있었을 것이고, 숙주 개념의 주 던전도 같이 정복이 되어 버려 미처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복사 성격을 가진 던전이.

지금 내 부서에 존재하게 됐다.

‘이러면 굳이 계속 중2병 하면서 게이트를 늘릴 필요가 없어지잖아?’

복사하도록 놔두면 그만이니까.

새로운 발견을 한 기쁨을 느끼던 찰나에.

“도원아!!”

갑자기 이지은이 날 찾아오며 소리쳤다.

“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어?”

“빠…빨리 와 봐. 넌 알 것 같은 거니까!”

뭐지……? 불안하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