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흑염룡이 산다!-33화 (33/200)

§ 33화. 두더지 게임 (3)

박우민이 꺼낸 카드의 종류는 각각 문양, 숫자, 그리고 J 그림 카드다.

문양은 스페이드며, 숫자는 트럼프 카드에서 숫자로만 봤을 때 가장 큰 숫자인 10.

그리고 J는 잭(Jack)이었다.

박우민이 세 종류의 카드를 꺼낸 직후.

거대한 하트 퀸 밑에는 나와 키가 비슷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숫자는 정확히 열 명.

박우민이 꺼낸 숫자 카드와 정확히 일치한다.

‘숫자 카드가 소환체의 수를 정하는 용도인 것 같지?’

[확실해.]

사람들의 생김새는 카드의 그림과 똑같이 중세 시대의 가발을 쓴 건장한 남자들.

특별한 갑옷이 없는 평상복이다.

이제 의문은 박우민의 문양 카드인 스페이드.

하트를 퀸에 넣었을 땐, 퀸이 폭발하는 하트를 흩뿌렸는데, 이 스페이드는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가 문제다.

박우민이 스페이드 카드를 직접 소환한 10명의 잭에게 던지자, 스페이드 카드는 10장으로 분열했고, 각각의 잭에게 전해졌다.

잭이 카드를 덥석 잡자, 그들의 손에는 장검이 들렸다.

‘스페이드는 단순히 무기를 쥐여주는 용도 같은데? 네 눈으로 보기에도 특별한 거 안 보이지?’

[응. 안 보여.]

박우민의 의도를 이제 알 것만 같았다.

“달밤에 이게 무슨 짓이냐? 쥐새끼 잡으러 왔다가 졸지에 두더지 게임하고 앉았네.”

그가 두더지 게임이라고 표현한 것 중, 두더지는 나를 칭하는 말일 것이다.

모습을 철저히 숨긴 내 상태를 땅속에 숨는 두더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두더지가 비로소 땅에서 올라왔을 때.

저 10명의 잭이란 망치로 날 내려치겠단 의도도 보였다.

“그나저나 네 능력이 뭔지 궁금하네? 이렇게 기척도 없이 숨는 걸 보면 은신인 거 같긴 한데… 내 몸이 뜬 걸 보면 은신 하나만 가진 녀석은 분명히 아닌데 말야.”

이젠 혼잣말로 내 능력을 추측하는 지략도 보였다.

은신은 쉽게 걸렸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가진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염력은 들키지 않았다.

“뭐, 찾아보면 알지 않겠냐? 어쨌든 넌 내 주위에 있다는 뜻이니까. 그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렇다면 직접 드러내게 만들면 그만이지.”

이제 박우민은 소환한 10명의 잭에게 명령했다.

“찾아.”

그의 명령에 소환된 10명의 잭은 각자 일정한 간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하트 퀸이 날린 폭발하는 하트처럼, 각자 사방으로 흩어지며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후웅-!

후웅-!

그들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박우민이 만들어 준 검으로 좌우를 베면서 걸었다.

박우민은 자신의 주위에 내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런 식으로 찾을 방법을 생각한 것도 내심 신기했다.

‘처음 보는 능력을 당황하지 않고 곧장 대응 방법을 찾는다라…….’

[너야 헌터 능력을 얻은 지 얼마 안 됐으니 당황할 수 있겠지만, 저 인간은 그렇지 않잖아. 너희 인간들 말로 헌터 짬밥 좀 먹은 녀석이니 산전수전 다 겪었겠지.]

‘그렇겠네.’

수색에 나선 10명의 잭.

확실히 저렇게 검을 좌우로 휘두르면서 전진하면, 내가 베일 것이다.

“땅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 퀸.”

박우민은 이제 퀸에게도 명령했다.

퀸은 아까 선보였던 폭발하는 하트를 공중에 가득 펼쳤다.

정말 이렇게 되면 땅이건, 하늘이건.

내가 숨을 곳은 아무 곳도 없게 된다.

“자, 두더지 게임 시작. 얼마나 버틸지 보자. 이지은의 쥐새끼.”

게다가 나를 이지은의 쥐새끼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지은의 협력자가 건물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하고 한 말이다.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집중할 부분도 아니다.

난 슬쩍 뒤를 살폈다.

한 블록 떨어진 골목길에서 여전히 정다혜가 내 쪽 상황을 주시하면서, 포털을 타기 전, 내가 세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나와 흑염룡처럼 정신으로 말할 수도 없으니, 내가 특정한 신호를 주기로 했다.

지금 정다혜는 그 신호를 차분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난 이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의 종착지는 바로 박우민이 타고 온 차.

그 차를 향해 손을 들었다.

[할 수 있겠어?]

‘드는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바로 그의 차에 염력을 사용하기 위함이다.

저 차를 접시처럼 들 목적이 아니다.

밀 생각이다.

차는 원체 무거운 물체이기 때문에, 지금 내 상태로 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정말 기적적으로 들어도 그 지속시간이 상당히 짧을 것.

그러나 드는 게 아닌 미는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단 생각으로, 염력을 이용해 차를 밀기 시작했다.

“끄응…….”

원체 정신에 힘을 바짝 준 상태이기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잠깐 나오고 말았다.

“음?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하지만 박우민은 명확히 어디서 나는 것인지 듣지 못했다.

그 상태로, 차를 밀어내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어느새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정신을 집중하던 때였다.

차의 바퀴가 조금 굴렀다.

[오…! 윤도원! 1cm도 안 되지만 밀렸어! 할 수 있어!]

흑염룡은 나를 응원했다.

한 번 밀었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 것 있으랴.

모든 정신을 차에만 집중했다.

지금 내 주위엔 박우민도 없고.

그가 만든 거대한 하트 퀸도 없으며.

검을 살벌하게 휘두르며 수색 중인 10명의 잭도 없다.

난 지금 평온한 들판에서 혼자 차를 미는 연습 중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며, 계속 차를 밀었고, 드디어 차가 눈에 띄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

박우민도 자신의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걸 확인한 상태다.

“뭐야? 저 차가 왜 갑자기 움직여?! 야! 차부터 막아!”

박우민은 차를 상당히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우민의 차는 꽤 비싼 외제차였고, 차의 외관도 번쩍번쩍한 것이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급기야 그는 차가 스스로 움직이자, 소환한 10명의 잭을 자신의 차가 못 움직이게 막는 용도로 바꿨다.

10명의 잭은 검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후다닥 달려 박우민의 차를 막는 것에 투입됐다.

‘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호재인데?’

난 슬쩍 뒤를 쳐다봤다.

바로 내가 정다혜에게 주기로 한 신호.

박우민의 차를 움직일 테니, 그 차 앞에 포털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것이 내 계획의 정체다.

처음부터 난 박우민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게 아닌, 일단은 이 건물 주위에서 쫓아낼 생각으로 짠 계획이다.

내 신호를 정확히 받아들인 정다혜는 차가 돌진하는 방향에 포털을 만들었다.

그 포털도 내가 은신 능력을 이용해 박우민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차를 막기 위해 달려든 잭들은 그대로 정다혜의 포털 속으로 뛰어든 꼴이 되고, 동시에 박우민의 차와 잭들은 모습이 사라지게 되었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 갔어?”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박우민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처음부터 그의 잭까지 전부 유인해서 날려 버릴 생각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이 계획을 세울 당시 난 박우민의 능력이 뭔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박우민이 의도치 않게, 차를 아끼는 마음으로 취한 조치가 결과적으론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로 다가오고 만 것이다.

덕분에 난 쉽게 그의 졸병인 잭들까지 전부 말끔하게 처리했다.

‘자, 이제 남은 건 박우민 하나.’

아직 계획이 완전히 끝나려면 한 단계가 더 남았다.

바로 박우민의 몸을 들어서, 정다혜의 포털 속으로 밀어 넣는 것.

정다혜는 때를 잘 맞춰 박우민의 위.

정확히 말하면, 거대한 퀸의 위에 포털을 만들어줬다.

역시, 박우민에게 들키지 않게 정다혜가 만들자마자 내 은신 능력으로 덮어 투명 상태를 유지했다.

‘본래 계획엔 박우민 몸만 들어 올리는 거였지만…….’

저렇게 거대한 하트 퀸을 소환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대신, 난 자신감 없는 생각보다는 희망찬 생각만 반복했다.

‘그 무거운 차도 움직였는데 저 하트 퀸이라고 못 움직이겠어?’

[그렇지! 할 수 있지!]

하트 퀸은 차에 비하면 부피만 클 뿐, 무게는 가벼워 보였다.

높이가 보통의 건물 2~3층과 비슷할 뿐, 무게는 높이에 비하면 가볍다는 뜻이다.

결국엔 하트 퀸도 거대한 사람 모양의 인형.

아무리 무거워 봤자 자동차처럼 톤 단위로 가진 않으니까.

난 그런 톤 단위를 차를 움직였으니, 저 하트 퀸 정도는 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트 퀸을 대상으로 염력을 사용했다.

덜컹!

“응……?”

정말 예상한 대로, 차에 비하면 난이도가 상당히 쉬웠다.

하트 퀸 품에 안긴 박우민.

그런 하트 퀸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오르자, 그의 몸이 하트 퀸 품 안에서 덜컹거린 것이다.

박우민은 이에 슬쩍 하트 퀸 치마 쪽을 살폈다.

명백히 치마 밑단이 땅과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너 뭐 하는 짓이냐? 들어서 뭐 하려고?”

그는 보이지 않는 나를 향해 말했다.

물론, 답해줄 생각도 없다.

난 그렇게 천천히 하트 퀸을 수직으로 들어 올렸다.

“하아… 뭐냐. 이건 또.”

이제 박우민은 하트 퀸의 머리 부분을 살폈다.

이미 내가 은신 능력을 이용해 투명하게 만든 정다혜의 포털.

하트 퀸의 머리부터 포털로 서서히 들어가는 중이기에, 박우민은 하트 퀸의 머리부터 서서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만 더! 거의 다 왔다!]

어느덧 머리 전체가 포털에 들어갔고, 이제 어깨를 넘어 가슴 부분이 들어갈 차례에, 박우민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윤도원! 쟤 뛰어내린다!]

‘그렇게 안 놔두지.’

박우민의 눈에는 하트 퀸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라진다는 뜻은 즉, 소멸한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니 하트 퀸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멸을 막기 위해 한 선택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내 정확한 능력이 뭔지 모른다.

난 뛰어내리려던 박우민의 몸을 들었다.

[오호! 저 무거운 소환체를 듦과 동시에 인간 한 명까지 동시에 들어?]

‘말했지.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고.’

연습과 실전의 차이.

연습은 뒤가 있다.

내가 접시를 그렇게 숱하게 깼어도, ‘아, 또 연습하면 되지.’라는 마인드가 깔리게 된다.

그러나 실전은 뒤가 없다.

실패는 곧 죽음이다.

대표적으로 내가 드래곤을 처음 마주쳤을 때.

은신으로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것도, ‘풀리면 죽는다!’ 이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박우민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산전수전은 한 번 겪은 몸.

이것이 뜻하는 바는 실전이 무섭지 않단 뜻이다.

난 그렇게 박우민과 그의 소환체 하트 퀸을 정다혜의 포털로 전부 올려 버렸다.

“후하……!”

상황이 전부 끝난 그제야 드디어 은신을 풀고, 땅에 대 자로 누웠다.

정다혜는 내 머리맡으로 쪼르르 와서 말했다.

“고생했어요.”

“너도 고생해땨.”

원체 큰 일을 치르고 힘이 들어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혀가 꼬였다.

***

퍼석-!

쨍그랑-!

“끄윽……!”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박우민.

그제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 있었다.

소환한 하트 퀸이 소멸하는 게 아닌, 포털을 통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었단 것을.

그리고 그는 이지은이 소유한 상가 건물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바로 그곳은, 아테네 길드의 주차장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그럼 방금 들린 ‘퍼석’이랑 ‘쨍그랑’ 소리는?”

그는 다급하게 하트 퀸의 밑을 내려다봤다.

“…이 쥐새끼들이!!”

다름 아닌, 이미 먼저 사라진 자신의 자동차다.

자동차 위에 거대한 하트 퀸이 내려앉으면서, 차의 천장 찌그러지면서 창문까지 전부 깨져 버린 것이다.

애지중지하던 그의 차량이 졸지에 폐차장 고철덩이가 되고 말았다.

그는 몸을 덜덜 떨며 이를 뿌득 갈았다.

“감히… 나한테 이딴 장난을 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