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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 99개-200화 (200/203)

200화

절망.

그것은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의 부재를 뜻하는 것.

지금껏 나는 절망이란 말의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단어인지.

오늘에서야 비로소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건 불가능해…….”

아무리 억지를 부려 봐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언뜻 봐도 몇 백이잖나.

수십 명의 마족에 전전긍긍했던 게 불과 몇 분 전의 우리 모습이었다.

그런데…….

눈앞으로 들이치는 마족의 규모는 수백 명이 넘어섰다.

잠시 후면 8성급 전후의 괴물들이 빼곡하게 밀려든다는 얘기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훤히 드러난 마계의 땅에서 거대한 마차 한 대가 경계를 넘어오고 있었다.

“저놈이 대장인가.”

축 늘어진 사체를 내던진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먼 곳을 보았다.

추측의 근거는 필요 없었다.

지붕이 없는 널따란 마차 위엔 높이 솟은 옥좌가 있었고, 그 자리엔 거대한 뿔을 가진 마족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두 배 이상 되려나.

둥글게 말린 놈의 뿔은 이제껏 마주한 그 어떤 것보다 압도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얼마나 강하다는 걸까.

작은 차이로도 큰 격차를 보이는 게 마족의 전투력인데, 저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뿔을 가지고 있었다.

“좌측 방어선이 무너집니다!”

다급하게 들리는 부관의 외침에 놈에 대한 감상은 집어치웠다.

발등에 떨어진 불도 거센데 멀리 있는 저놈이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슈악―

점멸하듯 사라진 나는 좌측에 들이친 마족 앞에 섬광처럼 나타났다.

동시에 작렬하는 금빛 해머.

폭발하는 원기의 힘 앞에 휘말려 든 생명들이 들풀처럼 쓰러져갔다.

멈추지 않는다.

무리하다 싶을 만큼 스킬을 난사하며 걸리는 모든 것들을 박살 냈다.

‘앞으로 120마리.’

긴급 성장 시스템의 완료가 가시거리에 들어온 탓이었다.

현시점에 남은 유일한 돌파구라면 오로지 이것 하나뿐.

그 사이 개수는 줄어들어 과제의 잔여량은 두 자릿수로 내려갔다.

이제부터는 속도 싸움이었다.

놈들의 도착과 나의 변화.

어느 것이 먼저 시작되는가에 따라 앞으로의 전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보상 : 모든 레벨 1증가.]

무려 모든 레벨이다.

원기부터 시작해 보유한 모든 스킬의 레벨이 하나씩 더 오른다는 뜻이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겠지만, 팽팽한 전장의 작은 변화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위급한 좌측을 되살린 나는 점멸을 이용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아군의 범위를 벗어나 게이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

새로운 마족과의 조우가 좀 더 먼 곳이길 바라며.

얼마 남지 않은 숫자를 채우기 위해 해머를 휘둘렀다.

어느덧 거리는 줄어 격돌의 순간이 다가왔고.

[긴급 성장 시스템 완료.]

맹약에 도전하는 자.

몬스터 사살 10,000/10,000.

게이트 파괴 3/3.

보상 : 모든 레벨 1증가.

떠오른 문자를 보며 해머를 내리쳤다.

아직은 보상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

콰아아아아아앙!

무리를 지은 수백의 마족은 광역 강타를 받아 내며 파도처럼 달려들었다.

숫자만 늘어난 헛것은 아니란 것이다.

새로 나타난 마족들의 수준은 확실히 이전보다 한 단계 높았다.

하지만 변한 것이 어디 놈들뿐이겠는가.

[충격 내성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화염 내성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상태 이상 내성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맹독 내성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성장 시스템의 보상은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원기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광역 강타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대미지 증가 합계 30%.

폭발 범위 50% 증가.

[천벌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해머의 개수가 3개로 늘어납니다.

[스턴의 레벨이 3이 되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둔기에 공격당한 대상은 30%의 확률로 행동 불능 상태가 됩니다.

유지시간 1.4초.

마지막 문자를 확인한 나는 코앞으로 다가온 놈들을 향해 다시 한번 광역 강타를 내리쳤다.

그리고 결과는.

푸아아아아아아악!

폭발하는 원기의 파장이 마족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날려 버릴 틈조차 허락지 않는 흉포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어딜 쳐다봐, 2차전 시작해야지.”

조각난 육신을 향한 마족의 시선 위로 성장한 처벌이 연이어 떨어졌다.

무려 세 번이나.

콰앙! 쾅! 콰아아아아앙!

방어 따윈 허락지 않는 금빛 해머에, 눈앞은 휑한 공터로 변해 버렸다.

이러면 상황이 뒤바뀐 건가.

예상했던 작은 변화는 기대 이상의 결과로 되돌아왔다.

탄력 받은 나의 폭주가 놈들을 꿰뚫기 시작했고.

“내려와 새끼야!”

행렬을 돌파한 나의 두 다리는 허공을 밟으며 드높게 뛰어 올랐다.

콰드드드드득!

내려친 해머가 우두머리의 마차를 가격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놈의 옥좌.

그러나 놈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섬뜩한 감각이 위험을 알려 왔고, 돌아볼 틈도 없이 천벌을 내려쳤다.

‘잡은 건가.’

등 뒤의 기척을 노렸으니 뭐가 걸렸건 걸렸을 것이다.

그대로 돌며 해머를 휘둘렀지만.

터억―

내지른 나의 해머는 놈의 손아귀에 가로막혀 되돌아오고 있었다.

“막았어?”

그것도 맨손으로?

첫인상부터 불길하더라니.

머리에 자란 뿔의 크기만큼, 놈의 무력은 몇 단계 위에 있었다.

녀석의 검은 눈동자가 부서진 옥좌로 향했다.

잠시 머물던 시선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 순간.

“건방진 녀석이군.”

놈은 인간의 언어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시작됐다.

언어에 대한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놈의 공격은 모든 공간을 통해 날아들고 있었다.

점멸로 빠져나간 나는 놈의 뒤를 잡았다.

동시에 작렬하는 광역 강타.

의미 없는 나의 공격은 요란한 흔적만 남긴 채 허무하게 사라졌다.

“염병…….”

태연한 놈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푸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녀석의 몸은 굳어 있었고.

부아아악― 쾅!

콰아아앙! 콰광! 콰과광!

스턴에 걸린 틈을 노려 난타를 때려 박았다.

1.4초와 만난 30%의 확률은 훌륭했다.

또 다른 스턴이 터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문제는 놈이 너무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대미지가 안 들어가.’

특별한 놈의 비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을 받아 주듯, 놈은 미소를 머금은 채 기회를 기다렸다.

결국 녀석의 손이 자유를 되찾았고.

“커허억!”

가볍게 휘두른 주먹 한 방에 나는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놈은 아직 무기조차 꺼내지 않았는데…….

모든 걸 압도하는 놈의 강력함은 절망이란 말의 의미를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포기하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건 보통 사람들의 사정일 뿐.

“흥미로운 인간이군. 최대한 천천히 죽여 주마.”

“뭐래는 거야. 이 산양 같은 새끼가.”

핏기를 머금은 입술을 문지르며 나는 다시 해머를 움켜쥐었다.

절망?

포기?

나의 절망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으니 죽음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92번의 삶이 남은 나에겐 의미 없는 투정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나는.

“덤벼.”

죽을 때까지 싸운다.

“크하하하하하하!”

팔딱거리는 먹잇감에 마족의 우두머리는 광소를 터뜨렸다.

절대 강자의 여유.

자격을 갖춘 자의 웃음이 살풍경한 들판에 크게 울려 퍼졌다.

다시 시작되는 일방적인 폭력.

통하지 않는 공격을 휘두르며 놈의 무력에 저항했다.

물론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벌레의 팔다리를 뜯어내듯, 놈은 장난치듯 나의 목숨을 갉아먹고 있었다.

들이쉬는 숨조차 버겁게 느껴지던 그 순간.

[복수의 거울 사용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누적된 대미지를 상대에게 되돌려 줍니다.]

“가져가 개새끼야.”

떠오르는 문자를 보며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급격하게 팽창하는 빛이 놈을 집어삼켰다.

이어지는 잠깐의 정적.

쿠아아아아아아앙!

이후론, 경험해 보지 못한 폭음과 함께 대지의 모양마저 크게 변해 버렸다.

마치 분화구가 생성된 것처럼.

놈이 서 있는 자리의 뒤편엔 거대한 흔적이 아로새겨졌다.

그제야 휘청거리는 녀석의 두 다리.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나 보다.

놈은 여전히 건재했고, 예상치 못한 나의 반격에 놈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러게 기회가 있을 때 죽였어야지.”

쓴웃음을 날린 나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다시 추슬렀다.

아니.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모든 성장 시스템을 마스터하여 시스템이 재설정됩니다.]

[다음 단계로 전환 완료.]

[여분의 목숨과 스킬의 숙련도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갱신을 마치는 순간, 스턴의 숙련도에 남은 목숨 7개를 밀어 넣었다.

[스턴 레벨 최대(+7)]

둔기에 공격당한 대상은 100%의 확률로 행동 불능 상태가 됩니다.

유지시간 2.8초.

“넌 이제 끝났어.”

차갑게 식은 나의 말이 허공으로 사라지던 순간.

“말했잖아. 넌 끝났다고.”

광역 강타를 막아 낸 놈은 돌처럼 굳어 나의 눈을 노려보았다.

이번엔 광역 강타에 목숨 7개 교환.

[광역 강타 레벨 최대(+7)]

대미지 증가 합계 100%.

폭발 범위 50% 증가.

놈의 경직이 풀리는 시점에 맞춰 변화된 광역 강타가 다시 한번 날아들었다.

“오호, 효과가 있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 버린 마족의 우두머리.

멀쩡했던 놈의 얼굴에 검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천벌에 남은 목숨 7개.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동시에 떨어지는 10개의 천벌에 놈의 무릎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 상태로 놈은 다시 경직되었고.

“이번엔 원기에 투자해 볼까.”

7개의 목숨을 교환해 힘의 원천을 강화하였다.

결과는 대성공.

힘의 근본이 강해지자 스킬의 위력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했다.

“하…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이렇게나 레벨을 올렸음에도 놈의 몸뚱이는 여전히 강건했다.

스턴이 있기에 붙잡아 둘 수 있었을 뿐.

남은 목숨을 모두 걸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스턴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움직이는 놈의 손가락 때문이었다.

“후…….”

든든한 배경이 사라진다는 것에 일말의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상대는 여유를 남기며 싸울 대상이 아니다.

결국 나는 남은 목숨 모두를 스킬 강화에 밀어 넣었다.

원기의 레벨을 +30으로 맞추고.

광역 강타와 천벌을 +20으로 끌어 올렸다.

광역 강타의 대미지는 230%가.

천벌의 해머는 23개로 늘어났다.

남아 있는 여분의 목숨은 이제 17개.

모조리 긁어모아 복수의 거울에 하나씩 밀어 넣었다.

[복수의 거울 사용 조건이 변화됩니다.]

[심각한 충격을 받았을 때 대미지를 되돌려 줍니다.]

변화된 조건을 보며 또다시 목숨을 투자했다.

[강력한 충격을 받았을 때 대미지를 되돌려 줍니다.]

[일정량 이상의 충격을 받았을 때 대미지를 되돌려 줍니다.]

마지막 남은 1개의 목숨을 밀어 넣었을 땐.

[모든 공격을 즉시 되돌려 줍니다.]

더 이상 죽음에 직면할 이유가 없는 존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때마침 경직이 풀린 놈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장난은 여기까지.”

냉기 가득한 녀석의 주위로 시커먼 마기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놈의 무기.

마기를 품은 놈의 대검이 허공을 가르며 내리꽂혔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기운은 폭풍처럼 밀려들며 무방비한 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작은 빛에 흡수돼 자취를 감추었다.

당황하는 놈의 시선이 나와 마주치던 순간.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흡수된 놈의 공격이 주인을 향해 되돌아갔다.

“크어어어어억!”

본인조차 감당 못 할 공격에 놈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천천히 다가간 나는 놈의 머리위로 23개의 천벌을 떨어뜨렸다.

이어서 230% 증가한 광역 강타를 날렸고, 점멸로 따라붙어 놈의 얼굴에 금빛의 해머를 난타했다.

툭―

마침내 부러져 버린 놈의 거대한 뿔.

우두머리를 쓰러뜨린 나는 일대를 쓸어버리며 게이트로 진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사건의 원흉을 마주하게 되었다.

놈의 이름은 로이드.

한때 카론이라 불리었던 내 아비의 원수였다.

* * *

“그랬구나. 진의 아이가 세상에 남아 있었어…….”

나의 정체를 확인한 로이드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에 덧붙여 자신의 속사정도.

배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건 그의 사정일 뿐.

“네 가족 만나자고 마계를 열어버린다고? 제정신이냐?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어찌 되건 상관없다는 거야?”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를 이곳에 불러들인 이 세상의 잘못이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조건이 안 맞아. 네놈의 이유가 아무리 거창해도, 너는 이미 내 아비의 원수이자 사망한 병사들의 원수가 된 거야. 그러니 이 교환은 맞지 않아.”

단호한 나의 거절에 카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거래를 원한 건 아니니 상관없지 싶군.”

그러고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무슨 개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상태 이상 저항으로 인해 금제가 거부되었습니다.]

“안 통한다고 이 아저씨야.”

고개를 저은 나는 카론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사죄해라. 그러면 한 번에 죽여 줄게.”

“나를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마계는 이미 열렸고, 저것은 이제 멈출 수 없다네. 그러니 그냥 가게 놔주게.”

“아니. 게이트는 닫힐 거야. 네 놈 덕분에 용도를 알게 된 물건이 있거든.”

펜리르에서 내린 겨울은 가방을 열어 작은 조각상을 꺼내 들었다.

샨샤크에서 얻은 인과율의 추.

작동하지 않던 천칭은 이곳에 도착한 이후부터 광채를 뿜으며 작동하고 있었다.

천칭에서 나온 빛은 게이트로 이어졌고.

“찾았어요.”

빛을 따라 이동한 겨울은 게이트 앞에 도착해 고개를 돌렸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최후의 결정을 앞둔 나는 겨울의 심경을 물었다.

녀석에게 이것은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가고 싶다고 해도 허락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겨울의 동의는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연히 가고 싶죠. 엄마도 보고 싶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 위에서 행복을 누릴 자신이 없네요.”

애써 덤덤한 겨울은 천칭을 들어 미련 없이 게이트에 밀어 넣었다.

기이이이이이잉,

기울어진 추가 균형을 맞추며 게이트가 굉음을 쏟아 냈다.

마계가 열리던 그때처럼.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게이트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엠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카론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카론은 주름진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배회하던 그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을 땐.

사라진 게이트와 함께 그의 숨결도 멈춰 있었다.

내 목숨 9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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