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력천재 미대생-165화 (165/203)

■ 165. 건물 □

괜찮은 책을 만들려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김태민이 문제였다.

나와 유나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전시를 보러 다녔다.

그래서 독립 서점 소책자들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김태민은 오직 그림만 편식한다.

수진 선배와 삼청동 미술관 쪽으로 데이트도 자주 가는 모양인데, 정말 순수하게 100% 데이트만 즐겼다.

어찌 보면 부러운 커플.

'저러고도 꾸준히 괜찮은 그림을 그린다는 게 더 신기해.'

아무튼.

그래서 나는 김태민을 데리고 독립 서점으로 향했다.

김태민에게 이것저것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보여줄 생각이었다.

통의동과 사직동, 홍대 등등.

괜찮은 독립 서점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하지만 나는 먼저 그래도 제일 익숙한 '그늘' 서점으로 데려갔다.

책의 종류도 많지 않고 괜찮은 책은 더 적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한 권씩 살펴보기엔 좋은 장소였다.

'태민이도 나름 까칠한 구석이 있어.'

평소엔 워낙 순둥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예민해지곤 했다.

그런 김태민의 성향상 한가로운 분위기의 그늘 서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딸랑.

종이 매달린 문을 열고, 옛날식 빨간 벽돌 건물 2층에 있는 그늘 서점에 들어갔다.

평일이라도 사직동 거리엔 사람들이 꽤 다녔다.

하지만 그늘 서점은 변함없이 오늘도 썰렁했다.

"마음대로 책을 골라. 그리고 저기 탁자에 가져가서 앉아서 책을 봐도 괜찮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태민은 벌써 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장님, 여기요."

"아이고, 매번 안 사와도 되는데······"

"아니요. 저희가 커피 편하게 마시려고 사온 거예요."

내가 시골 사람이라 그런지, 사장 밖에 없는 매장에 우리만 커피를 마시기는 좀 그랬다.

원래 사장님 커피 챙기기는 유나의 몫이었지만, 오늘은 유나가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사장님께 커피를 건넸다.

"잘 마실게요. 매번 올 때마다 책도 많이 팔아주고, 커피도 사주고. 내가 너무 고맙고 미안하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이곳이 좋아서 오는 건데요."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뭔가를 말하려다 관뒀다.

손님도 적고 구비된 책도 별로였지만, 그래도 손님 눈치는 살피는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김태민은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까지 그려대며 부지런히 책들을 읽었다.

나는 이 곳에 익숙해서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사장님. 그런데 새로 들어온 책은 없나요?"

"아, 그게······"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점을 닫기로 했어요. 그래서 신간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유나가 졸업할 때까지는 버텼으면 했는데······'

내가 이기적인 건지.

이 순간에도 서점의 사정보다는 유나를 먼저 생각했다.

"안 그래도 몇 번이나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소심해서 말을 못했네요. 여자 친구 분, 유나씨라고 했었나요? 한 번 데리고 오세요. 서점을 닫기 전에 여기 책들을 챙겨주고 싶네요. 어차피 종이 값만 받고 처분해야 하니까요."

이런.

정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노련한 회귀자도 가끔은 말문이 막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네요. 저희한테는 정말 좋은 곳이었거든요."

나는 그렇게 어설픈 위로를 건넸다.

"알죠. 알아요. 워낙 예쁜 분이고, 또 보기 좋은 커플이라······ 처음 이 서점에 온 날부터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곳이 손님이 많은 곳도 아니었고요. 그리고 또 언제부터인가는 올 때마다 제 커피까지 챙겨줬으니까요. 요 몇 달 정말 손님이 없어서 출근해도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오는 날엔 정말 기뻤어요. 늙은 사람이 주책 맞죠? 또 두 사람이 복을 부르기라도 하는지, 한 번 왔다 가면 그날은 손님도 많이 오고요. 그래서 항상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희도요.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여기서 정말 편하게 쉬었다 가곤 했거든요."

나의 대답에 사장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유나를 안 데려온 게 정말 다행이구나. 유나가 있었으면 울고 불고 난리 났겠다. 이걸 어떻게 말해 주지?'

그런데 이쯤 되니 서점 사장의 사정이 궁금했다.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그렇기도 했고, 또 나의 추리가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분명 미술 쪽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왜 하필 미술 전문 독립 서점을 시작했을까?

사직동 2층 가게면 가게세만 해도 꽤 나갈 텐데, 이 서점은 무슨 돈으로 만든 걸까?

확실히 연륜이 있는 건지, 서점 사장은 내 궁금증들을 눈치 챈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떻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 서점은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아들놈이 만든 겁니다. 제 아들도 두 분처럼 미대를 나왔거든요. 하고 싶대서 비싼 돈 들여 대학원도 보냈는데, 그런데 대학원까지 마쳐도 딱히 그림으로는 돈을 못 벌더군요."

사장과 나의 대화가 길어지자, 책장을 뒤지던 김태민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같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아들놈이 말하기를 서점을 차려주면 자기가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더군요. 마침 건물 2층이 비길래, 아들에게 이 서점을 차려줬습니다. 아, 이 건물은 제 건물입니다."

역시 돈이 있으니까, 이런 장사 안 되는 서점도 할 수 있는 거구나.

궁금증은 조금 풀렸지만, 아쉬움은 반감되었다.

"아들놈이 저를 닮았는지,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진득허니 붙어있지도 못하더군요. 그래서 이탈리아에 유학 가서 무슨 기술을 배우면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서점이 재미가 없었는지 유학을 보내 달라 더군요. 내가 별 수 있나요. 가족이라곤 걔 하나뿐인데······ 그래서 보내줬죠. 이 서점은 닫기도 뭐하고 해서 제가 대신 맡기로 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

어쨌든 1차 미스터리는 풀렸다.

"그런데 내가 미술을 뭘 알아야죠. 내 딴에는 재밌는 걸 들여놔도 손님은 계속 줄더군요. 원래 아들이 했을 대부터 장사가 안 되는 곳이었는데, 이젠 정말 파리도 안 날아다니는 곳이 되었습니다. 유학 간 아들 놈은 계속 돈을 보내라고 아우성이고, 그래서 결국 건물을 팔기로 했습니다. 건물 팔아서 빚도 좀 갚고, 원수 같은 놈 돈도 보내주고······다행히 목이 좋은지, 건물 팔라는 사람은 많거든요."

"원래는 무슨 일을 하셨는데요?"

"저요? 시청 공무원이었습니다."

빙고.

또 한 번 맞췄다.

서점 사장은 공무원 출신이었다.

역시 회귀자의 눈썰미.

그런데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럼 이 건물은 물려받은 건가?

"하하하. 그럴 리가요."

내 질문을 받고 사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는 다 가난하던 시절이었죠. 나도 그랬고요. 이 건물은 집사람 덕분에 생긴 겁니다. 은행에 다녔거든요. 일하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는지 어떻게 이 땅을 찾아내 빚까지 끌어다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3층 벽돌 건물도 올렸고요. 빚 갚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집사람 말 듣기를 잘했지요."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이었네요."

"맞아요. 여장부였죠. 출근하기 전에 여기 건물 짓는 현장에 와서 감독들을 다그치고, 점심시간에 다시 와서 인부들을 감시하고. 그렇게 탄탄하게 이 건물을 지었어요. 난 두루뭉술 아무것도 몰라서, 집사람 아니었으면 이 건물 못 올렸을 겁니다. 그런데 아들놈이 하필이면 나를 닮아서······ 지 엄마를 닮았어야지······"

"역시 그렇게 공들여 건물을 올리셨으니까, 팔라는 사람도 많은 거겠죠. 저랑 유나도 그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이 빨간 벽돌 건물, 낡아도 참 예쁘다고."

난 위로라고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듣고 사장은 더 애달픈 표정을 지었다.

"자리는 좋은데, 겨우 3층짜리 건물이라서······다들 헐고 다시 짓겠다고 하더군요. 최근에 온 사람은 10층 모텔을 짓겠다고 하더군요."

"모텔이라고요······"

"집사람이 먼저 가면서 이 건물을 남겨서 참 다행이라고 했어요. 이 건물만 있으면 아들 키우는 건 문제없을 거라고. 그런데 아들도 한심하게 키우고, 건물도 헐리게 생겼습니다. 나중에 집사람 만나면 호되게 야단맞을 텐데, 그게 걱정이네요."

이런.

유나를 데려오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서점 사장이 너무 처연하게 이야기해서 나까지 마음이 안 좋았다.

내 뒤에 서 있던 김태민도 눈이 빨개진 것 같았다.

"하하하,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혼자 살다보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서요. 아무튼, 꼭 여자 친구를 데리고 한 번 더 와요. 아니다. 오늘도 맘에 드는 책 있으면 전부 골라 봐요. 커피 값으로 갚고 싶네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결국 나와 김태민은 가방 가득 책을 채워서 나와야 했다.

건물을 내려와서 다시 한 번 3층짜리 벽돌 건물을 돌아보았다.

1층엔 액자집이 있었고, 2층엔 그늘 서점.

3층은 불이 꺼져 있었다.

아마 창고 같은 걸로 쓰는 모양이었다.

1층의 액자 집을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가게 안에 사장이 앉아 있었는데, 딱 그늘 서점 사장 또래였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액자도 전부 옛날식이었고, 그 가게도 손님이 없어 보였다.

'여기도 비슷하군. 건물이 철거되면 이 액자집도 폐업하겠지.'

서점과 액자집의 나이든 사장을 보자 왜인지 전생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이 사람들만큼 나이 들진 않았었다.

하지만 지치고 무력하고, 삶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것은 그들과 똑같았다.

"옛날 건물들이 더 예쁜 것 같아. 아니면 사장님 말대로 정말 공 들여 지어서 그런 걸까?"

김태민이 건물을 올려보며 말했다.

그런데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물론 좋은 땅을 낭비하고 있는 3층 건물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낡아 보이진 않아. 이 건물은 여전히 젊어. 이렇게 철거하기엔 너무 아까워.'

마치 건물이 내게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유나가 좋아하던 그늘 서점도 지킬 수 있는 방법.

'나라면 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생각을 하자, 이주원.'

회귀자의 머리가 광속으로 회전했다.

사실 나는 부동산 준전문가였다.

'내가 가진 빌딩만 네 채.'

연남동 꼬마 빌딩까지 치면 다섯 채.

물론 절반은 유나의 소유다.

'그리고 공동 명의로 계속 빌딩을 사들이는 것은 사실 유나를 내게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란 점은 공공연한 비밀.'

"태민아, 잠깐만 기다려줘."

"응?"

나는 2층의 그늘 서점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딸랑.

사장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두고 가셨나요?"

"사장님, 이 빌딩을 벌써 내어 놓으셨나요?"

"아니요. 이제 내어놓으려는 참입니다. 그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네요."

"얼마에 내어놓을 생각이시죠?"

"그게······"

그리고 사장이 불러주는 가격을 들었다.

꽤 괜찮은 가격이었다.

나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

그래서 몇 채의 빌딩을 구매하면서 철저하게 공부했다.

덕분에 서울 시내의 빌딩 시세는 훤히 꿰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해 볼만 해.'

나는 이제 노련한 사업가다.

"그렇군요. 건물을 내어놓는걸 며칠만 보류해주시겠습니까?"

"네?"

사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그렇게 서점 순회공연도 하고,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강의 사이마다 있는 조금씩 비는 시간들.

나는 그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작업실 문을 열고 한 번 둘러보자, 윤상미가 보였다.

윤상미는 윤씨.

나는 이씨.

우리는 성의 첫 글자가 똑같아 전부터 같은 작업실이었다.

"어, 누나. 잘 돼가요? 무슨 그림 그려요?"

"주원이 왔구나. 회화 4. 넌 이준성 수업 듣지?"

같은 회화4 수업이라도 교수가 다른 수업이 몇 개 있었다.

그래서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윤상미의 그림을 훑어보았다.

"좋은데요? 누나를 미리 알았으면 누나랑 같은 수업 들을 걸 그랬어요."

나는 두 얼굴의 중년 회귀자.

그래서 마음에 없는 소리도 곧잘 하곤 했다.

"그러게. 나도 널 미리 알았으면 같은 수업 들었을 텐데. 그럼 재미있었을 텐데."

윤상미는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기가 그리던 그림을 바라보았다.

"버밀리온을 조금 줄일까? 그림에 빨강색을 너무 많이 쓴 느낌이야."

그렇게 말하며 자기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훗.

회귀자의 예리한 눈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색은 문제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과감해서 좋아 보여요. 그런데 누나."

"응?"

"누나 어깨 아파요?"

"아······실은 안 아픈 데가 없어.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그것은 비단 윤상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이 부족한 서양화과 학생들은 대부분 어깨나, 허리, 목에 문제가 있었다.

불편한 이젤 앞에 하루에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누나, 그거 그냥 두면 나중에 큰 병 되요. 점점 심각해질 걸요?"

"정말? 지금도 아픈데 더 아파진다고?"

"그럼요. 디스크 수술해야 할 수도 있어요. 등뼈 사이가 터져서 신경이 튀어 나오는 거예요. 그럼 등뼈를 잘라내고 신경을 다시 밀어 넣는 거예요."

"으으, 끔직 해라."

내가 잔뜩 겁을 주자, 윤상미는 울상을 지었다.

"어떡하지? 허리 안마라도 받아야 하나?"

"안마는 일시적으로 통증만 완화해주죠. 그런데 누나는 평생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그걸로는 해결할 순 없어요."

"그럼 어떡해?"

"등이랑 목이 아픈 이유는 척추를 지지하는 코어 근육이 약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해야 해요."

"그래? 그럼 안 아파? 필라테스 같은 거 받아볼까?"

"그래요. 필라테스 좋죠. 그런데 그거 엄청 비싸다던데. 힘 들기도 하고······"

"으아, 어떡하지. 교환학생 가면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집에 손 벌리기 좀 그런데. 알바라도 해야 하나······"

"하는 수 없죠. 누나 사정이 너무 딱하니까."

"응?"

"실은 운동을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저랑 태민이한테 운동을 가르쳐준 친구인데, 내가 부탁하면 누나 한 명 정도는 봐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미안해서······어떻게 모르는 사람한테 부탁해······"

"아니, 지금 누나가 남 걱정할 때에요? 허리 디스크가 펑하고 터지게 생겼는데!"

"으윽."

"명심해요. 누나. 코어 근육을 단련해야 해요. 그런데 코어 근육은 단련하기도 어렵고 또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내고 꾸준하게 운동해야 해요. 알겠죠?"

"으, 으응."

"게으름 부리면 허리 디스크 펑! 척추가 끊어져요. 잊지 말아요, 누나. 디스크 펑!"

"어, 어, 그래."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어랏?

내 자리에 유나가 앉아 있었다.

유나는 옆 작업실인데, 나를 보러 왔다가 내 자리에 앉아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커다란 캔버스에 가려서 유나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유나가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딱 걸렸어. 이주원. 너 항상 이런 식으로 음모를 꾸몄구나. 네가 음흉한 놈이란 것은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어, 유나야. 전부 친구를 위해서였어. 그래도 널 향한 내 마음은 언제나 순수하단다.'

잠시 후.

윤상미가 작업실을 나가자, 유나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한철이한테 운동이나 배워볼까. 코어 근육이랬나?"

"넌 배울 필요가 없어."

"왜? 나도 평생 그림 그릴 건데? 디스크를 건강하게 지켜야지"

"유나야."

"응?"

"너는 내가 이주원식 스페셜 마사지로 온몸의 근육을 언제나 쌩쌩하게 지켜줄게. 클클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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