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력천재 미대생-163화 (163/203)

■ 163. 독립 서점 □

이제 우린 3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략 몇 달 후면 4학년.

졸전이 시작된다.

미대생은 모두 졸전을 기다리면서, 또 두려워한다.

유나는 초등학교부터 그림을 시작했고, 중학교부터 입시미술을 했다.

대학에서의 시간까지 더하면,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을 졸업 전시를 향해 달려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10년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다를 건 없다.

졸전은 우리의 그 긴 시간을 마무리하고 진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래서 우린 벌써부터 긴장하고 미리 대비를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전시 관람.

과제와 일로 많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두 세 번은 꼭 시간을 만들어서 미술관 순회 방문을 했다.

사실 1학년 때부터 같이 전시를 보러 다니긴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부지런하고 진지하진 않았어.'

데이트 겸이긴 하지만, 우리는 꽤 집중해서 전시를 관람하고 토론도 열심히 했다.

"사막의 전쟁을 그린 그림에서, 모래와 군복을 그린 회색이 괜찮았어. 돌아가서 나도 한 번 써 봐야겠어."

"어? 나도 그 회색 인상 깊었었는데. 내가 먼저 써 먹어야겠다."

반전과 현대의 생명의 소모를 다룬 전시였는데, 막상 우리는 그림의 기법이나 색을 분석했다.

일종의 미대생 직업병이었다.

"바람을 넣은 인형이 똑바로 서 있었잖아. 만약 전시 공간 천장이 더 낮아서 인형이 꾸부정하게 서 있었다면 관객과 눈이 마주쳤을 거야. 그럼 작품의 주제도 더 부각되었을 테고."

전시 공간이나 방식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제는 1학년 때보다 대화가 더 전문성을 띄게 되었다.

'우린 참 꾸준히 여기까지 왔구나.'

유나와 둘이서, 몇 년 동안 질리지도 않고 서울의 미술관 골목들을 열심히도 붙어 다녔다.

어색해서 말도 잘 못 붙이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우린 통의동과 사직동 골목을 함께 걸었다.

"오늘은 선선해서 걷기도 좋다."

유나가 단화를 또각이며 앞서 나갔다.

"그늘 서점에 가자. 아이스커피 사서."

"그래."

그늘 서점은 우리가 자주 가는 사직동의 독립 서점이었다.

독립 서점은 말 그래도, 대형 서점에 종속되지 않고 사장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을 뜻한다.

그늘 서점은 유명하지 않은 수입 원서들, 미술 서적들, 작가나 대학원생이 제작한 소규모 출판물이나 상품을 팔았다.

이를테면, 미술가 전용 서점이었다.

종로나 홍대 일대에는 그늘 서점과 비슷한 분위기의 미술전문 독립 서점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유나는 그 중 그늘 서점을 특히 좋아했다.

"다른 곳은 책도 너무 많고, 그림이랑 상품으로 가득 차 있잖아. 볼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서점 안에 들어가면 내가 바빠지는 기분이야. 그런데 그늘 서점은 느슨해서 좋아. 텅텅 비었잖아. 정말 나무 그늘에 들어가는 기분이야."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서점이 볼 게 적고 부실해서 좋다는 말이었다.

우리야 근처의 미술관을 한 바퀴 돌고 가는 것이니까 상관없었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에겐 불만족스러운 공간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갈 때마다 그늘 서점은 언제나 손님이 별로 없었다.

딸랑.

그늘 서점은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의 2층에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늘 서점에 들어서자, 사장 할아버지가 인사했다.

친절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우리에게 길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우리가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이것 드세요. 사장님."

"아,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유나가 사장님 몫까지 사온 아이스커피를 건넸다.

보통 서점에 음료를 가져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늘 서점은 손님이 없고, 또 넓은 편이었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탁자도 있었다.

게다가 무료로 녹차와 커피도 제공했는데, 그런데 그게 딱히 맛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그늘 서점에 갈 때마다 커피를 사서 가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장님 몫 커피까지 같이 사게 되었다.

유나는 미술 대학원생들이 작품의 일환으로 발간한 소책자를 두 권 집어서 값을 치르고 탁자에 앉았다.

"가끔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책 속에 있는 미술관에 입장하는 기분이야."

유나가 커피를 마시며 한 장씩 책을 넘기는 동안 나는 느긋하게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사직동에 이만한 매장이면 임대료가 꽤 나갈 거야. 분명 이 서점은 적자일 거야. 사장은 최소 60세 이상. 아마 은퇴한 직장인이겠지? 퇴직금으로 이 서점을 만들었을까? 대기업이나 공무원이었을 거야. 미술에 관한 조예도 깊지 않아 보이고, 책을 선별하는 취향도 세련되지 않았어. 유나는 이 서점을 좋아하지만, 이 서점의 수명은 길지 않을 거야.'

나는 이제 어느새 전문 건물 투자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서점에 들어올 때마다 그늘 서점의 암울한 미래가 눈에 보였다.

'유나가 좋아하는 공간이, 우리가 함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장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꽤 아쉽군.'

사사삭. 쪼르륵. 우웅.

그늘 서점 창가에 앉아 있으면, 유나가 책장을 넘기고 커피를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가끔 거리의 자동차 소리도 들리고.

'어쩌면 유나 못지않게 나도 여길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군.'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이 새롭게 느껴졌다.

확실히 너무 빼곡한 서점들보다는 이런 허술하고 낡은 가게가 예술가에겐 더 적합한 장소 같았다.

"이제 나가자. 시간 됐다."

"응? 벌써?"

유나는 구입한 책과 상품들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잘 마셨어요. 잘 들어가세요."

우리가 서점을 나설 때, 사장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인사했다.

아마 계속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 걸면 싫어할까봐 우리가 나갈 때까지 기다린 것 같았다.

* * *

오늘은 오랜만에 형원 선배와 한철이를 만나는 날이었다.

우린 종로의 한 전통 주점에 들어갔다.

칸막이가 방처럼 세워진 작은 공간에 형원 선배와 한철이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어, 진짜 오랜 만이다. 태민이랑 수진이는? 정화는?"

형원 선배가 유나와 나를 보자 과격하게 반겼다.

형원 선배는 신작을 구상할 때마다 골방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특히 요즘은 구상이 꽤 길어지는 모양.

그래서 형원 선배는 정말 오랜만에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 했다.

'시골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명절 날 손자들을 반기는 느낌?'

형원 선배는 정말 시골 할머니 느낌이 났다.

"어억, 얘들아."

한철이는 우릴 보자마자 우는 소리를 냈다.

한철이는 컴공과를 졸업하고 굉장히 큰 회사에 병역 특례로 취업했다.

남들은 굉장한 경쟁을 뚫고 겨우 가는 곳인데, 한철이는 군복무를 대신해서 근무한다.

게다가 월급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받는다.

그런데 한철이 얼굴이 퀭해 보였다.

'보통 사람이 보면 부러워 죽을 일인데······ 정작 당사자도 죽어가고 있어······'

"일이 많이 힘들어?"

"아니, 프로그램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일은 안 힘들어."

"그런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회사가 일을 못하게 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다니는 곳이 대기업이잖아. 그래서 무슨 부서, 무슨 부서 이렇게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어. 학교에서 프로젝트 할 땐 내가 일을 총괄하니까 재미가 있었거든. 그런데 여기선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해야 해."

"그렇구나, 확실히 재미는 없겠다."

"재미만 없으면 다행이게. 재미없는 일이라도 좀 하려고 앉으면, 무슨 회의는 왜 그리 많은지. 회의 끝나면 팀장님 연설, 부장님 연설, 사장님 연설까지 있어. 프로그래머는 체력관리 해야 한다고 주말 등산모임까지 있어."

"으으······"

듣는 것만으로 괴로웠다.

한철이가 한국식 직장 생활을 제대로 겪고 있구나.

한철이는 얼음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얼음까지 와사삭 씹어 먹었다.

"윗대가리들이 헛질로 시간 다 뺏어가 놓고는, 일은 또 빨리 끝내래. 그러니까 매일 야근하게 되고. 결국 코딩은 야매로 하게 되고. 한국 프로그래밍 수준이 낮은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좋게 생각해. 너는 병역도 해결하니까. 그리고 나중에 네 회사 만들려면 문제가 있는 조직을 겪어보는 게 크게 도움 될 거야."

"그래. 맞아. 나도 그 생각 하나로 계속 참고 있어."

잠시 후 김태민과 수진 선배도 도착했다.

김태민도 두 사람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우리 태민이도 많이 컸구나.'

김태민은 원래 낯가림이 심한 성격.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에 서툴렀다.

하지만 형원 선배와 한철이랑은 같이 찜질방도 가고, 팀 과제도 하며 많이 친해졌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뿌듯했다.

"정화는?"

"좀 늦는데요. 정화 누나는 평일에 너무 바빠서, 주말에도 할 일이 많아요. 필라테스도 하고, 중국어 학원도 다니고······"

"이주원이 사장이라고 정화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야?"

"제가 괴롭힌다고 괴롭힘 당할 사람인가요?"

"하긴······"

곧 정화 선배도 도착하고, 우린 즐겁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셨다.

하지만 술자리가 계속 되어도 한철이와 형원 선배의 불행한 얼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한철아, 많이 힘들어?"

그러자 한철이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생각을 해 봤어. 김한철의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픈가? 내가 정말 그렇게 힘든 생을 살고 있는가? 하지만 그의 친구 이주원은? 이주원은 김한철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항상 밝고 여유롭지. 나는 이주원보다 더 건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 하지만 훨씬 불행하지.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왜, 왜 그렇지?"

한철이의 질문에 나도 한 번 생각해봤다.

'아마도 노력상점 때문이 아닐까?'

노력상점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노력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노력상점을 얻기 위해서는?

아마도 불행하고 후회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가, 1억분의 1의 확률로 환생해야 할 것이다.

한철이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철이가 크게 외쳤다.

"내가 이렇게 불행한 이유는 바로 여자 친구가 없기 때문이야!"

"여자 친구?"

"이주원의 옆에는 언제나 유나가 있지! 밤새 일할 때도! 밤새 그림 그릴 때도! 언제나 옆에서 유나가 다정하게 챙겨주지! 하지만 김한철은? 평생 코딩이나 하다가 척추는 휘고, 거북목이 되고! 시력은 나빠지고! 애써 만든 근육은 근손실에 잡아먹히고! 그런데 고개를 돌리면 믹스 커피와 담배에 이빨이 누래진 배나온 프로그래머 아저씨 밖에 없단 말이야!"

한철이는 처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아저씨들이 나한테 말하지! 집에 들어가기 싫으니까 스타 한 판만 하자고! 나도 예전엔 스타가 재미있었지. 하지만 이젠 싫어! 나도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 한철아······"

쿠웅.

그때 형원 선배가 주먹으로 식탁을 두들겼다.

"한철아, 네 말이 옳아! 나도 요새 그런 생각을 해. 예전엔 글을 쉽게 썼지. 하지만 요즘은 글이 나오지 않아. 그 이유는 뭘까? 소설가는 독자에게 기쁨과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직업. 하지만 작가가 기쁨을 모르는데? 작가에게 새로운 경험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글을 쓰지? 사랑이 뭐지? 사랑은 뭘까? 이제 기억이 안나! 작가인 내가 모르는 걸 어떻게 독자에게 말해줄 수 있지?!"

"형!"

한철이가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형원 선배는 비장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한때는 한국 모두가 나를 천재 소설가라고 불렀지. 뜻하지 않게 영아트에도 나가서 과분한 관심도 받게 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가다간 더 이상 신작도 못 쓰고, 나는 잊혀지게 될 거야. 한 때 반짝였던 어린 소설가. 하지만 이제는 잊혀진 퇴물. 그렇게 쓸쓸하게 살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가겠지."

"지, 지옥이요? 형이 무슨 죄로요? 형은 딱히 착하지도 않지만, 크게 나쁜 짓도 안했잖아요?"

"재능을 낭비한 죄! 신이 나를 좋게 보고 좋은 글의 재능을 줬지만, 이형원은 연애를 게을리 했지. 그래서 사랑을 몰랐고, 좋은 글을 쓰지 못했어.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예술가에겐 죄악일 거야. 나는 살아서는 외로움에 고통 받고, 죽어서는 지옥에서 고통 받을 거야."

크윽.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어서 더 슬프게 들렸다.

그때 한철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형은 죽어서 지옥에 가겠지만, 저는 현실이 지옥이에요."

"그, 그 정도야? 2년만 더 다니면 회사는 그만둘 수 있잖아?"

한철이는 고개를 저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나아질까? 나는 점점 연애의 기쁨을 모르는 메마른 남자가 되겠지. 그리고 사생활도 없이 일만하게 될 거야. 나중에 내 회사를 만들겠지. 내가 사생활이 없으니 직원들도 계속 일만 시킬 거야. 그러다보면 나도 결국 부자가 되겠지."

"그,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나는 지금의 회사를 혐오하지만, 결국 나도 똑같은 회사를 만들게 되는 거야. 나는 엄청난 부자가 된 후에는 굉장히 예쁜 여자와 결혼하겠지."

이 녀석.

부자가 되고,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자기 미래의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구나.

"하지만 그건 아마 사랑이 없는 결혼일 거야. 왜냐고? 나 김한철은 연애 경험이 없는 남자니까. 내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결혼은 불행할 테고, 결국 벌어들인 돈의 절반은 위자료로 날리겠지. 지분의 절반을 잃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직원들은 나를 욕하면서 떠날 테고. 그럼 나는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걸까?"

"미래를 벌써 후회하고 있는 거야?"

쿠웅.

그리고 형원 선배가 다시 한 번 술집 식탁을 내리쳤다.

"그리고 이건 모두 이주원 때문이야!"

"네?"

"우리가 그날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날, 그날의 맹세를 기억해?"

그날의 맹세라뇨?

우린 맹세 같은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맞아요! 이주원, 전부 너 때문이다! 그날의 맹세를 기억해?"

한철이도 소리쳤다.

다시 말하지만 그날의 맹세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세 명 중 두 명이 이렇게 우기니까 정말 맹세가 있었던 것처럼 되고 말았다.

유나가 웃으며 내게 물었다.

"무슨 맹세를 했길래?"

기어코.

절대.

맹세 같은 것은 없었다.

노련한 중년 회귀자가 이런 이상한 사람들과 같이 맹세를 할 리가 없잖아.

아무튼 형원 선배가 나를 향해 외쳤다.

"이주원! 이 나쁜 녀석! 겉으론 착한 척 하지만 속으론 음흉하고 사악한 놈!"

억, 알고 계셨습니까?

역시 형원 선배······

"예쁜 여학생으로 득실거리는 미대에 다니면서! 그리고 여직원으로 득실거리는 회사까지 운영하면서! 너만 보고 살고 있는 나와 한철이를 모른척하다니! 자기 혼자 겁나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맞아! 이주원! 전부 너 때문이야! 난 유나처럼 말도 안 되게 예쁜 여자 친구는 바라지도 않아! 그저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크윽. 아무튼 전부 이주원 너 때문이야!"

"이주원, 너 때문에 한국의 문학계와 IT업계가 휘청이게 되는 거야! 살아서 유나와 실컷 행복을 누려라! 죽어서 결국 너도 지옥에 갈 테니까!"

그렇게 두 사람한테 집중 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유나는 오히려 기분 좋은 눈치였다.

"그러네. 이주원이 잘못 했네."

유나까지 그렇게 말하자, 모두 나를 몰아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 주원이가 잘못했네."

"맹세를 저버리고 혼자 행복했네."

"주원이가 의리가 없었네."

차례대로 태민, 수진, 정화 선배.

이쯤 되니 나도 딱히 선택지가 없었다.

"좋습니다. 두 사람의 소개팅을 한 번 알아볼게요. 대신······"

"대신?"

"형원이 형이 여기 계산하고, 2차 노래방은 한철이가 내는 겁니다. 그리고 성공하면 다시 한 번 또 쏘고요."

"크윽! 당연하지! 이주원 만세! 2차는 무슨 3차도 내가 쏜다!"

"주원아!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밤새 달리자!"

이렇게 좋아하다니.

둘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정말 잘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자리를 마련해 볼 걸.

아무튼 오랜만에 공짜 술이었다.

부자가 되어도 공짜 술은 참 달구나.

오늘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