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꿈나무 □
"오빠!"
시간의 시각화 수업에 들어가기 직전.
작업실에 가서 내 그림을 챙겼다.
그때 뒤에서 누가 날 불렀다.
이정원이었다.
"어, 과제 잘 해왔어?"
"헤헤. 나름 열심히 하긴 했는데 긴장 되요. 강영 교수님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교수님이 만족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이정원은 화판 가방을 들어서 보여줬다.
아마도 그 가방 안에 이정원의 과제가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강영 교수한테 잘 보이고 싶어?"
"네."
"그런데 그 교수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
"글쎄요, 약간 미대생의 워너비 모델? 강영 교수님 미니 홈피 들어가 보셨어요? 거기 가면 교수님 사모님이랑 아들 사진도 있거든요.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성공한 작가의 안정적인 생활, 명성······부럽기도 하고, 교수님 자체도 미남이고······여러 요인이 있지 않을까요?"
음, 그렇군.
"교수님한테 잘 보이는 비결 가르쳐 줄까?"
"정말요? 그게 뭔데요?"
"크리틱이야. 크리틱에 최선을 다해 참여 하는 게 교수님한테 기억되는데 최고의 방법이야."
"정말요?"
"당연하지. 교수 입장에서 생각해 봐. 혼자서 두세 시간 동안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어? 하지만 그때 누군가 적극적으로 크리틱에 참석해서 같이 수업을 이끌어준다면? 그 학생은 이제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수업의 동반자가 되는 거지."
"동반자요? 진짜 그렇겠네요."
이정원은 고개마저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특히 강영 교수가 나중에 전시까지 상품으로 걸었잖아. 교수의 전시에 참여하는 것은 엄청난 기회야. 나도 1학년 때 이준성 교수의 전시에 참여했었거든. 거기서 내가 누굴 소개받은 줄 알아? 대준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났어."
"헐, 대박. 그런데 오빠. 저는요. 크리틱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수업 끝나면 다들 친구고, 선밴데 함부로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미움 받으면 어떡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크리틱은 서로의 발전을 위한 거니까. 상대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비평해야지. 그리고 크리틱에 열심히 참여해야 교수님한테도 주목받고. 하지만 정 그래도 못 하겠으면······"
"못 하겠으면?"
"정 우리 과 선배들을 공격하는 게 힘들면 다른 과 학생들을 노려 봐. 어차피 수업 끝나면 엮일 일이 적을 테니까. 특히 나 같은 복학생들은 말이야. 너처럼 어린 후배가 자기 작품을 비평해오면 오히려 더 고맙거든."
"진짜요?"
"당연하지. 복학생들은 어떻게든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단 말이야. 그런데 자기 작품에 대해 후배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그게 얼마나 기쁘겠어. 어떤 질문이든 무조건 환영이지.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무플보다 악플이 더 반갑다고."
"그랬군요! 전 왠지 복학생 오빠들이 더 어려워서 망설여졌는데, 겁낼 필요가 없었군요. 물론 오빠는 처음부터 안 어려웠어요!"
그렇게 이정원과 사이좋게 잡담을 나누며 시간의 시각과 강의실로 들어섰다.
먼저 온 학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강의실 뒤편에는 가져온 작품들도 보였다.
역시 크리틱의 날이라 강의실엔 살짝 긴장이 흘렀다.
"반갑다."
잠시 후 강의실에 들어온 강영 교수.
역시 오늘도 간결하고 쿨한 포스를 뿜어냈다.
이정원은 내 옆에 앉고, 김대성은 내 뒤에 숨듯이 앉았다.
그리고 윤상미와 임진만은 사이좋게 나란히 앉았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지. 오늘은 약속대로 첫 과제의 크리틱이다. 내 첫 수업인 만큼 나도 몹시 궁금하다. 그럼 좋은 작품들을 보여주기 바란다. 처음은 누구지? 내가 정해줘야 하나?"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제일 먼저 힘차게 손을 들었다.
강영 교수는 이번에도 쿨했다.
다른 대답 없이 그저 나를 향해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자화상을 강의실 앞에 걸었다.
"저는 제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가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서 그렸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전생의 내 얼굴.
매일 보던 얼굴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혹시 생각나지 않는 부분은 지금의 내 얼굴을 참고해 그렸다.
이제 꽤 실력이 생겨서 그 정도 융통성은 부릴 수 있었다.
'그랬더니 내가 봐도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온 것 같아.'
잠시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두 내 그림에 집중했다.
1학년 때는 이 순간이 꽤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익숙하다.
그리고 특히 이번 그림에는 꽤 자신이 있었다.
"상당하군."
과연 강영 교수가 짧은 칭찬을 뱉었다.
그리고는 내 그림 앞으로 다가와 바짝 붙어서 다시 꼼꼼히 관찰했다.
잠시 후.
"자,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이주원 맞지? 이주원의 그림을 보고 너희들은 뭘 느꼈나?"
"저요."
먼저 윤상미가 손을 들었다.
"완전히 상상해서 그린 건가요? 아니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슨 프로그램 같은 걸 사용한 건가요?"
"그냥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렸습니다."
조금 찔리긴 했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니까.
정말 오랜만에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봤다.
"그럼 혹시 아버지 얼굴을 참고해서 그린 건가요?"
"아, 저는 아버지가 안계십니다."
내 대답 후 잠시 교실이 숙연해졌다.
이런.
난 아버지에게 별 감정이 없다.
어딘가 새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이젠 거의 남남.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강의실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아무튼.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상상해서 이렇게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니. 하긴, 저도 그 미래의 모습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뭔가 어색했어요. 하지만 이 그림은 정말 너무 자연스러워요. 깜짝 놀랐습니다. 연구를 많이 하신 게 느껴지네요. 근사한 그림, 잘 봤습니다."
그렇게 윤상미가 찬양 비슷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흠흠."
강영 교수가 헛기침을 하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도 그렇다. 이 그림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이 그림은 단순히 잘 그린 게 아니다. 나는 특히 조소를 전공했다. 그래서 인간의 안면 근육과 해부학을 세세히 공부했지. 일반적인 노인의 얼굴의 주름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인간이 나이 들면 얼굴을 당겨주는 근육들이 느슨해지며 주름이 생기고 얼굴이 쳐지게 된다."
그리고 강영 교수는 내 그림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그림은 무심하게 그린 듯 하면서도 하순근과 추미근의 변화를 정확히 포착했다. 마치 미래의 자기 모습을 보고 그린 것처럼, 해부학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그림이다. 이주원, 인물화를 상당히 잘 그리는 구나. 굉장한 노력과 지식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해주니까 좀 많이 찔리는 구나.
난 그저 내 전생의 모습과 마주하고 싶었을 뿐.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수업 시간에 칭찬받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기분은 좋았다.
"저요!"
이정원이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림 속 얼굴이 굉장히 슬퍼 보입니다. 피곤해 보이고요. 삶에 지친 아저씨의 모습인데요. 얼굴 근육은 정확할지 몰라도, 인물의 느낌은 지금이랑 많이 다른데요. 그 이유가 있나요?"
이정원의 질문을 듣자 빙그레 웃음이 났다.
내가 많이 달라졌구나.
그 이유라면······
아마도 유나와 친구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비싼 빌딩 4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
48평 아파트도 한 채 있고.
포항에 33평 아파트도 한 채 있고.
차도 한 대 있구나.
며칠 전에는 여자 친구의 속옷 특강도 받았지.
내가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구나.
'누나라고 여섯 번 더 부르고 특강 두 번 더 받아야지.'
머리로는 그런 축축한 생각을 하면서 입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아마도 강영 교수님이 지난 시간에 보여주신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인상 깊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 얼굴에 30년의 시간을 얹는 대신, 거기에 감정도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과장되게 슬퍼보이도록 그린 것 같습니다."
은근슬쩍 교수 띄워주기까지.
노련한 회귀자는 능숙하게 대답했다.
흠흠.
강영이 한 번 더 헛기침하며 끼어들었다.
"얼굴의 노화도 자연스럽게 잘 표현했지만, 그림의 감정 역시 자연스럽게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그림이었다. 내 첫 수업, 첫 과제부터 이렇게 괜찮은 작품을 봐서 무척 기쁘다. 이주원, 앞으로도 기대하겠다."
이렇게 큰 칭찬을 퍼붓다니.
'강영 교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그렇게 내 발표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자, 다음은 누구지?"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오호.
임진만이었다.
덩치 큰 임진만이 번쩍 손을 들었다.
교수의 장황한 칭찬에 마치 자극 받은 것처럼.
그리고 쿠웅.
임진만은 자기 작품을 강의실 앞 쪽 책상 위에 올렸다.
"저는 조소화 학생입니다. 서양화과는 부전공으로 배우고 있고요. 그래서 첫 과제는 입체로 했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도 되겠지만, 이번엔 입체로 표현할 때,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습니다. 설치 작가이신 강영 교수님께도 더 어필할 수 있을 테고요."
어라?
내가 김대성에게 추천한 것과 같은 전략을?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입체라는 것만 같고, 작품은 다를 테니까.
괜히 김대성이 흔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저는 시간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가만히 고정된 사물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멈춰 있더라도, 인간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사물은 계속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움직이는 사물 하나를 골라서 이렇게 흙으로 빚어보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흙은 옹기토입니다."
임진만이 만든 것은 촛불이었다.
각각 높이도 굵기도 다른 양초 네 개.
그리고 지금 불타고 있는 것처럼 불꽃의 모양도 흙으로 구현했다.
그리고 촛농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모양도 비교적 근사하게 잘 구현했다.
직관적이고 흔한, 불이 붙어 녹아내리는 양초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촛불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촛농은 녹아서 흐릅니다. 결국 초도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 순간을 흙으로 빚어내면 어떨까? 관객들은 정지해 있는 촛불을 보고 정지한 시간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임진만은 꽤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특히 녹아내리는 촛농이 정말 양초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다만 너무 생생해서 문제지.'
우리가 불타는 초를 생각하면 금방 떠오르는 너무 쉽고 흔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면 살짝 입시 미술 느낌?'
아니면 살짝 키치한 느낌?
키치란 흔하고 저속하고 노골적인 싸구려 미술을 말한다.
그런데 꼭 나쁜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노골적인 느낌을 이용해 역설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입시 미술도 키치한 예술의 한 가닥일지도 모르겠어. 노골적이고 저속한 것은 똑같으니까.'
아무튼 임진만의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작품들이 있었다.
이 싸구려 느낌을 작가가 의도했다면 괜찮은 작품이 된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그저 입시미술의 훈련에 따른 습관적인 작품이라면?'
그냥 고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작품이 될 것이다.
과연 임진만은 어떤 의도로 만들었을까?
난 임진만을 공격할 틈을 부지런히 탐색했다.
'조심해야 해. 한 학기 내내 지속적으로 임진만을 괴롭혀야 하니까, 첫 수업부터 무리하게 억지를 부리면 안 돼.'
내가 유독 꼼꼼히 작품을 관찰하자 임진만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어떠냐, 네가 봐도 끝내주지? ]
딱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었다.
"자, 이 작품을 보고 의견을 말할 사람이 있나?"
"제가 말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
임진만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이 작품은 실제로 불타는 초를 보면서 만드셨나요?"
"아니요. 그러진 않았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임진만은 자기가 너무 잘 만들어서 그런 질문을 한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우리가 흔히 초라고 하면 곧바로 생각하는 그 흔하고, 진부하고, 상투적이고 뻔한 모양들을 만드셨는데 그건 아마도, 작품이 갖는 조형성보다는 촛불에 시간이 담겨있다는 작품의 주제를 먼저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겠죠?"
"네?"
임진만은 내가 먼저 나열한 부정적인 단어들에 당황했다.
그런데 내 질문엔 두 가지 문장이 동시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내 질문에 답하려면 자기 작품이 진부하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하는 함정 질문이었다.
"그, 그게 그렇긴 합니다. 부, 분명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관객들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흔한 모양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임진만씨는 조형적으로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러 조형성을 희생해 진부하고 흔한 장면을 연출했단 뜻입니까?"
"저, 저기. 그게 아니라······일부러 진부한 장면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작가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내 공격에 당황했지만, 임진만은 꿋꿋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과제에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된 관객은 교수님과 우리 미술대 학생들일 것입니다. 관객의 이해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는데요. 촛불에 시간이 담겨 있다는 발상이 우리가 배려 받아야 할 만큼 특별하고 어려운 발상인가요?"
"그, 그건······"
나는 거기까지 하고 자리에 앉았다.
더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그럼 너무 트집 잡는 걸로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슬쩍 강영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강영 교수는 웃고 있었다.
"재밌군. 옛날식 수업이 생각난다. 그리 오래 전은 아니지만, 우리 때는 미술을 배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모두 치열하게 크리틱 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미술을 쉽게 배워서 크리틱도 대강대강 한다던데, 그것도 헛소문이었군."
"저요! 저도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자 이정원이 번쩍 손을 들었다.
강영 교수가 치열한 태도를 칭찬하자 자기도 끼고 싶은 모양이었다.
끄덕.
강영 교수는 이정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흔한 모양의 촛불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과연 성공적인지 의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촛불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흰색 촛대와 빨간 불꽃의 대비. 그리고 뜨겁고 위험한 불꽃. 그렇게 촛불에 대응하는 필수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옹기토로만 작품을 구현해 그런 필수적인 이미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그건······ 아무래도 첫 과제고, 시간이 3주 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입체를 만들기엔 아무래도······"
"그 말은 이 작품은 미완성이라는 뜻인가요?"
"미완성은 아니고······미완성이라기 보다는······"
"미완성이 아니라면, 그럼 처음부터 이정도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그,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이정원은 자기가 할 말만 하곤 산뜻하게 자리에 앉아버렸다.
오호.
'너 좀 하는구나?'
상대의 답변은 굳이 필요가 없다.
내 할 말만 하고 돌아선다!
그것은 크리틱의 기본 정신.
'이렇게 잘하면서 미움 받을까 겁난다고? 당연히 미움 받겠지.'
알고 봤더니 이정원은 크리틱 꿈나무였다.
난 이정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러자 이정원은 대단한 칭찬이라도 받은 양 활짝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