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력천재 미대생-1화 (1/203)

노력천재 미대생 1-203(완) [산성]

■ 1. 프롤로그 □

회귀했다.

눈을 떠 보니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끝 무렵이었다.

적응하는데 며칠 걸리긴 했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난 정말 회귀했다.

'대체 왜지?'

난 자격이 없었다.

평범하고 시시한 삶을 살았다.

회귀라는 엄청난 기회는 나보다는 더 영리하고, 더 영웅적이고, 더 극적인 사람에게 어울렸다.

왜일까?

난 곰곰이 내 지난 삶을 돌아봤다.

내 삶은 없었다.

거기엔 오직 발악만 있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결혼과 좋은 집.

그저 남들처럼 살기 위한 발악만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생에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정말 원하던 것. 난 노력하고 싶었어.'

나는 지난 생에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

미친 듯이 달리고 달리고.

죽도록 달리고.

밤새워 일하고, 숨이 가빠지도록 커피를 마시고.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왜 회귀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였다.

답은 분명했다.

'미친 것처럼 열심히. 죽을 만큼 열심히.'

난 노력왕이 될 것이다.

그렇게 결정했다.

* * *

난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정오부터 자정까지 하루 12시간을 감자탕 집에서 일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집에 오면 새벽 1시였다.

퇴근한 어머니는 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하고 새벽 2시에 잠드셨다.

난 학교를 핑계로 집안일엔 신경 쓰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피곤했을 테고.

그래서 우리 집은 지저분했다.

먼지와 거미줄이 쌓여있고, 벽의 구석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두 번째 삶을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서 시작할 수는 없지.'

일단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머니에게 깨끗한 집을 선물하고 싶었다.

물걸레를 빨고, 먼지를 닦고 거미줄을 걷었다.

안 쓰는 짐을 버리고, 곰팡이 생긴 벽지를 뜯어냈다.

싱크대 구석구석 물때를 닦아내고 화장실도 청소했다.

그렇게 몇 시간, 땀 흘리며 움직였더니 집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열여덟 살 육체는 기적처럼 잘도 움직였다.

'청소가 이렇게 행복하다니. 미처 몰랐어.'

어느 새 밤이 되었고, 공기가 조금 선선해졌다.

고 2 여름 방학이 열흘 정도 남아 있었다.

책상을 뒤져 성적표를 찾아냈다.

난 반에서 10등정도.

'한 번 했던 공부니까,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재의 영혼이긴 하지만, 차차 기억나겠지.'

그렇게 나는 책상 위에 수학의 정석을 펼쳤다.

솔직히 수십 년 만에 다시 정석을 보려니 꽤 무서웠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할 공포였다.

그런데 그때!

쿠웅.

머릿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 회귀자의 특전이 시작됩니다.

노력 상점(Lv1)을 획득하셨습니다.

오늘의 노력을 정산합니다.

솔직한 반성 2시간.

부지런한 청소 4시간.

12 노력 코인을 지급합니다.

노력 코인을 이용해 노력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이게 다 뭐야.'

중년 아재의 영혼을 가진 내게는 정말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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