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8화 (148/149)

 # 148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8화>

창조주의 힘에 정수의 기운까지 더해진 팔찌는 더욱더 강화되었고, 덕분에 하나의 스킬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모든 스킬을 내게 옮겨 주고 있었다.

[스킬 ‘비행’이 전이됩니다.]

[스킬 ‘식물 생장 촉진’이 전이됩니다.]

[스킬 ‘각성’이 전이됩니다.]

……

‘계약’의 메시지보다도 훨씬 더 많은 스킬 전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킬들 사이에서 나는 눈빛을 빛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전이되는 수많은 스킬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강화, 그리고 초월. 또 뭐가 있지?”

나는 계속 스킬들을 살피며 퍼즐을 완성해 나갔다.

어차피 세상의 시간은 멈춘 듯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완벽한 방법을 찾을 때까지 굳이 서둘러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몰두했다.

그리고.

“이제 시작하자.”

수많은 스킬 중에서 루스를 되살릴 실마리를 기어코 찾아내었다.

먼저 스킬 ‘재생’을 스킬 ‘강화’를 통해 강화했다.

‘호오, 재생이 초재생이 되는군.’

이어 초재생을 계속 강화해 나갔지만, 성능의 차이만 있을 뿐 극단적인 변화는 없었다.

“초월.”

초재생에 초월을 사용하자 초재생은 이내 ‘원상복구(恢复原状)’로 변했다.

이번에는 원상복구를 계속 강화해 나갔다.

원상복구 역시 별달리 극단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나는 원상복구에도 초월을 사용했다.

그러자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나는 설명을 보지 않고도 스킬의 성능을 알 수 있었다.

‘부활이라. 그래도 이거론 부족해.’

부활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스킬이었다.

이것만으로는 산산이 조각나 핏물이 되어 버린 루스를 살려 낼 수는 없었다.

“괜찮다. 이제 한 걸음 나아갔으니까.”

하지만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실마리는 이제 든든한 동아줄이 되었고, 계속 잡아당기다 보면 그 끝에 분명히 원하는 과실이 달려 있을 테니까.

* * *

허공에 대고 손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베어 내듯이.

사아아-

그러자 가벼운 절삭음과 함께 진짜로 공간이 베어졌다.

“가 볼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가 좀 전에 만들어 낸 간이 차원문을 향해 한발 내디뎠다.

차원문은 정령계의 꼭대기, 옥상 정원의 구석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간을 건너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커다란 비늘이었다.

‘처음이라 그런가, 너무 가깝게 열었군.’

나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고서야 옛 친구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눈에는 생명의 빛이 거의 꺼져 가고 있었다.

눈동자의 방향을 보면 내가 보일 텐데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 고마워요, 옛 친구님.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조용히 뜻을 전하며 손을 옛 친구의 머리 쪽으로 내밀었다.

내 손에서 뻗어 나간 상서로운 기운이 옛 친구에게로 스며들었다. 곧 옛 친구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멎고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났다.

- 해, 해수! 괜찮아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 이제 다 괜찮습니다. 쉬고 계세요.

옛 친구에게 편안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고 나서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스팟-

사라진 내 몸은 피 구덩이에 뒹굴고 있는 휴고의 옆에 나타났다.

그나마 옛 친구보다 상태가 조금 나아 뒤로 미뤘지만, 휴고 역시 목숨이 경각에 달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마 쓰러진 곳이 피 웅덩이가 아니었다면, 죽어도 진작에 죽었을 상처가 휴고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자식…….’

그 와중에도 손에 망치를 꼭 쥔 채, 이를 악물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초회복.’

스킬을 사용하자 휴고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해진 휴고가 눈을 떴다.

“어, 어? 대장! 대장! 어떻게 된 겁니까?”

“이제 다 됐으니 걱정하지 말고 좀 쉬고 있어.”

“대장, 관리자는 처치한 겁니까?”

휴고의 마음이 당장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옥상 한편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놈은 저기 있어.”

“헉-!”

“괜찮아, 곧 처리할 거니까.”

내 차분한 태도에 휴고도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잠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휴고는 이내 나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저놈한테 얻어맞고 튕겨 나갈 때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정신을 놓기 직전에는 왠지 딴생각이 들더라고요.”

“……?”

“눈을 뜨면 대장이 나타나서 ‘내가 다 해결하마’ 하고 말할 것 같더란 말입니다. 근데 어째 생각대로 되었네요.”

다시 씩 웃던 휴고는 갑자기 깜짝 놀랐는지, 내게 속삭였다.

“근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데 저놈은 왜 저렇게 가만히 있죠?”

관리자는 차원문을 노려보는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괜찮아. 놈에게는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해 두었거든.”

“예에? 시간도 조절할 수 있습니까? 완전 신 다 되셨네, 우리 대장. 흐흐.”

기쁜 표정의 휴고에게 어깨를 툭 치며 옛 친구 쪽을 가리켰다.

굳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휴고는 이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도 차원문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뒤에서 휴고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대장, 루스는 괜찮은 거 맞지요?”

애써 억누르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루스의 모습을 이곳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휴고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래, 걱정하지 마. 끝나면 다 같이 돈가스나 먹으러 가자.”

그제야 안도하는 휴고의 숨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차원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이번에는 공간을 건너뛰지 않았다.

가는 길에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 걸음걸음에 따라 사방에 흩어져 있던 핏물 중 루스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내게 끌려 왔다.

그리고 내가 차원문이 있는 계단 아래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사람만 한 핏덩이가 되어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렴.’

딱-

손가락을 튕겨 아공간으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었다.

루스의 흔적들을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옮겨 두고, 나는 다시 움직였다.

관리자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휴고에게는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놈에게 사용한 것은 감각을 아주 둔하게 만드는 스킬이었다.

무엇을 느끼든 아주 오래 걸리니,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에 반응하는 것도 몹시 느렸다.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만한 능력, 특히 특정 대상에게만 그것을 한정할 만한 능력은 아직 내게 없다.

이제 막 신격을 얻어 세계의 정수를 다룰 최소한의 자격이 생겼을 뿐.

창조주처럼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를 권능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너 하나 처리하는 건 문제없다, 이 개자식아.”

왜냐면 내게는 권능 대신 수많은 스킬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시작함과 동시에 관리자에게 걸었던 스킬을 해제했다.

물론 저대로 죽여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로 괜찮을까?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최소한 놈에게 절망감을 느끼게 해 줘야 했다. 놈 때문에 죽어 간 생명들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내 목소리를 들은 관리자의 머리가 내 쪽으로 홱 돌았다.

[네놈! 감히, 감히…! 하찮은 이 세계 놈이 신격을…….]

내가 신격을 얻었음을 대번에 알아본 듯, 붉은 기운으로 이뤄진 관리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화아아아아-

관리자의 기운이 확 하고 퍼져 나갔다.

놈의 분노가 여실히 느껴졌다.

“하찮다고? 신격을 얻고, 세계의 정수를 품은 내가? 아니면 태어나게 해 준 부모를 배신하고 추악한 욕망을 드러낸 네가?”

[이노옴-!]

관리자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창처럼 변해 찔러 들어왔다.

우습다.

저딴 놈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다는 것이.

내가 그렇게 고생을 했다는 것이.

루스가 목숨 바쳐 나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

웃음은 서서히 잦아들고, 그 자리를 잠시 눌러 뒀던 분노가 차올랐다.

손을 슬쩍 내저어 몸 앞에 투명한 방벽을 만들었다.

콰콰쾅-!

‘충격 흡수’와 ‘중첩’, ‘절대불변’을 ‘합성’한 후 ‘강화’를 거듭한 방벽은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공격이 전혀 소용이 없자 관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놈! 내 것이다, 그것은 내 것이다!]

정수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멍청한 소리였다.

세계의 정수는 애초에 창조주의 것.

아니,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존재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쓰는 스킬들은 정수에서 힘을 빌려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직접 만들어 낸 것들.

즉, 내 오리지널 스킬이다.

그러니 놈에게 저런 말을 들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이 방해자 놈. 네놈만, 네놈만 아니었어도!]

관리자에게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나는 대답하는 대신 도발의 의미를 담아 싱긋 웃어 주었다.

크아아아아아악-!

분노를 참을 수 없는지 관리자가 짐승같이 울부짖더니 다시 붉은 기운을 날려 대었다.

그러나 한 번 막힌 것이 여러 번 시도한다고 뚫릴 리는 없었다.

공격이 번번이 방벽에 가로막히자, 놈도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공격을 멈추었다.

놈의 주위, 바닥과 허공을 가릴 것 없이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흐음, 진실의 눈.’

나는 내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스킬의 이름을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관리자에게서 마법진으로 이어지는 기운의 흐름과, 마법진이 세상의 법칙에 미치는 영향이 낱낱이 파악되어 내 뇌리로 전달되었다.

‘소환인가?’

나는 손을 뻗어 놈에게서 마법진으로 가는 기운의 가닥을 건드렸다.

톡톡톡.

수많은 마법진으로 연결된 놈의 가느다란 기운 가닥에 내 기운이 스며들었다.

[커윽-. 무슨 짓을 한 거냐?]

인간의 형상으로 뭉쳐 있던 관리자의 붉은 기운이 흐릿해지며, 조금씩 사방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라고, 들어는 봤냐?”

관리자의 기운 가닥들을 타고 주입된 내 기운은 놈의 몸 안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놈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놈이 만들어 낸 마법진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허공에 잠시 머물다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관리자의 몸에 흐르던 강대한 기운이 조금씩 옅어졌다.

놈도 그것을 잘 아는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내 것이다, 내 것이다, 내 것이다…….]

관리자에게서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몇 번 이어지더니 놈의 몸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진실의 눈을 사용해 놈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러다 이내 코웃음을 쳤다.

‘딱히 진실의 눈까지 필요도 없었군.’

아닌 게 아니라, 놈의 몸에서 보란 듯이 얼굴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시작은 이제껏 놈이 소환한 영웅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전혀 본 적이 없던 얼굴들이 나타났는데, 심지어 몬스터나 정령의 모습도 있었다.

‘흡수한 존재의 능력을 모두 발현시킬 생각이군.’

이제 놈을 처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감염.’

관리자의 몸에 파고들었던 내 기운이 마치 병균처럼 놈의 기운을 덮쳐 갔다.

이윽고 놈의 기운이 내 기운에 조금씩 감염되어 놈의 의지를 벗어났다.

[……!]

경악과 공포가 놈의 얼굴에 떠올랐다.

날 때부터 손발처럼 움직여 왔던 기운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은 충분히 무섭고 끔찍할 것이다.

‘그게 네놈이 이 세상에 하려던 짓이다.’

나는 냉정하게 놈을 주시하며, 필멸의 대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스킬 ‘분해’를 사용했다.

포탄이 드라코리치의 날개를 녹여 버렸듯이, 내 기운이 관리자의 기운을 잠식해 녹여 갔다.

부르르르르.

관리자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겉모습도 마구 일그러져 이제 더는 사람의 형체를 만들지도 못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파스스-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관리자의 기운이 흩어져 모래처럼 부스러져 내렸다.

- 오, 대장. 이제 끝난 겁니까?

휴고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관리자의 잔재에서 한 줌 정도 될 가루들이 바람에 날리듯 스르르 움직이고 있었다.

‘하찮은 수작.’

딱-

손가락을 튕겼다.

움직이던 가루 아래로 공간의 균열이 열리며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치이이익-

재조차 남기지 않을 때까지 화염은 계속되었고, 공간의 균열이 닫혔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휴고에게 미뤘던 대답을 들려 주었다.

- 그래, 이제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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