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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5화 (145/149)

 # 145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45화>

내가 마위니를 노리고 다가가려 했지만, 놈이 한발 빨랐다.

두 줄기 화살이 좌우로 크게 호선을 그리며 내게 쏘아져 왔다.

그리고 정면에서 직선으로 빛살처럼 빠르게 쏘아지는 한 발까지.

‘점멸.’

공간을 건너뛴 순간 직선으로 쏘아진 화살은 뒤편 어딘가로 날아갔지만, 호선을 그리던 것들은 급하게 휘어지며 나를 쫓기 시작했다.

익숙한 수법이었고, 그런 만큼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방법이었다.

연이어 쏘아지는 화살들을 점멸을 거듭해 피해 내며 마위니의 앞에 거의 다다른 순간.

파지지직-

이번에는 내 앞쪽에 벼락이 떨어졌다.

나는 황급히 몸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벼락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넓은 범위를 뒤덮으며 떨어져 내렸다.

나는 일단 좀 더 뒤로 물러나며 상황을 살폈다.

그러자 킨조른이 지팡이를 들어 올린 채 주문을 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놈 짓이었군.’

무작위로 쏘아지는 벼락 공격 탓에 일순간 영웅과 아군을 가운데 두고 빈 공간이 생겼다.

싸움을 멈추고 물러선 것은 화왕과 라블라도 마찬가지였는지, 라블라가 내 근처로 다가오며 툴툴거렸다.

“흥, 조금만 있었으면 끝장낼 수 있었는데.”

그러더니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구원자님. 제가 다 해치울게요!”

정령왕이 되면 성격이 좀 이상해지는 디버프라도 걸리는 건지, 아니면 진작부터 그냥 싸움을 좋아했던 것인지.

현 상황에 비해 너무 명랑한 대사이긴 했지만, 나도 감사를 담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도 고마운 원군 아닌가?

“라블라 님만 믿겠습니다.”

“호호호.”

내 말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라블라가 한껏 고양된 웃음소리와 함께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

물의 기운이 응집한다 싶더니, 물 거인 두 기가 더 나타났다.

물 거인 하나와 라블라가 화왕을 압도했을 만큼, 물 거인들은 강력한 전력이었다.

몸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웬만한 물리 공격들은 통하지도 않는 데다가, 큰 덩치에 뒤따라오는 엄청난 질량은 그 자체로 무기였다.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벼락으로 인한 잠시간의 휴전으로 인해 어쩌다 보니 양측이 진형을 나눠 대치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녀석들을 엘리베이터에 둘 필요가 없지.’

라블라의 물의 거인 덕에 세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나는 휴고에게 연락했다.

- 루스와 함께 합류해. 이제 제대로 싸울 시간이다.

- 옙, 대장. 안 그래도 언제 부르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엘리베이터에서 두 개의 인영이 튀어나와 날듯이 내 곁으로 달려왔다.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벼락이 잦아들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웅들도 한데 모여 우리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놈들은 벼락이 멈춤과 동시에 공격을 시작할 생각인지, 눈빛을 빛내며 무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 도착했어요, 해수.

- 아! 잘 오셨습니다.

- 바로 시작할 테니, 피해요!

- 예!

나는 대답과 함께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서 변화가 일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청록색 갑각이 전신을 둘러싸며 장갑을 형성했다.

강력한 방어력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생명력도 부여하는 옛 친구의 스킬.

이로써 나는 옛 친구와 생명력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이전부터 기다리던 바였다.

‘드라코리치 때 후로 처음인가? 다행히 때맞춰 등장했군.’

‘옛 친구의 맹약’을 깨트려 옛 친구에게 위치를 알리는 것.

이동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옛 친구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맹약은 란슬롯이 떠들어 댈 때 이미 진작에 옥상 구석에 던져 깨트려 놓았었고, 남은 것은 옛 친구의 등장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나타난 타이밍은 최고였다.

때맞춰 양쪽으로 나뉘어 진형을 형성한 것은 옛 친구의 공격력을 배가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공격 기술이라고는 비록 브레스밖에 없는 옛 친구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브레스의 위력이 최대로 발휘될 것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옛 친구의 입이 열리며 그 유일한 공격 기술이 터져 나왔다.

옛 친구의 신호와 함께 나는 일행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고, 공간을 브레스가 관통해 지나갔다.

초록색의 압도적인 기파가 모여 있던 영웅들을 덮쳤다.

크아아악-!

파스스스-

비명과 함께 브레스에 닿은 것들이 녹아 사라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괜히 물의 정령왕을 옛 친구 곁에 보낸 게 아니지.’

오직 옛 친구에게만 탑을 파괴해 라로프를 지키란 요구를 한 것도, 다 옛 친구의 강력한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끝내주네요.”

휴고가 입을 쩍 벌렸다.

이미 본 적이 있겠지만, 이런 광경은 한두 번 본다고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니 이해가 갔다.

“앗, 저분이 바로 그 물건의 주인이었군요!”

‘옛 친구의 맹약’을 본 적이 있는 라블라도 같은 기운을 느끼고 대번에 옛 친구를 알아보았다.

옛 친구의 위용에 다들 마치 싸움이 끝난 것처럼 들떠 있었는데, 사실 충분히 그럴 법했다.

실제로도 영웅들은 대부분 죽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단 마무리부터 하자.”

나는 말을 하며 앞쪽을 턱짓했다.

빈사 상태로 신음하는 놈들을 확실히 처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저놈은 아직 멀쩡하니, 처리해야겠지.’

옥상 가장 끝, 계단 앞에서 연신 마법진을 만들고 있는 아나투스는 위치 덕분에 브레스에 당하지 않았다.

놈을 처리하고 계단을 올라 차원문으로 진입하면, 드디어 길었던 여정의 끝을 맞이하는 것이다.

내 이야기에 일행이 한 발 떼었고, 나도 영웅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막 한 걸음 움직였다.

그때 쓰러진 영웅들 뒤편 바닥에서 익숙한 문양이 빛났다.

‘마법진! 설마?’

눈 깜짝할 사이였다.

마법진 위로 영웅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헉! 또 열 명이나 나타났습니다.”

휴고가 놀라 외쳤을 때, 옛 친구의 음성도 들려왔다.

- 당장은 브레스를 다시 쏠 수 없어요. 충전까지 시간이 필요해요.

옛 친구의 상황은 예상한 일이었다.

드라코리치와의 싸움에서도 브레스를 쏘기 위해서는 힘을 모을 시간이 필요했었다.

새로 나타난 영웅들이 눈빛을 빛내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해 볼게요!”

그와 동시에 라블라가 소리치며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쿵쿵쿵.

물의 거인 셋이 앞을 향해 달렸다.

영웅들이 막 좌우로 흩어져 우리에게 다가오려는 찰나였다.

물 거인들이 영웅들을 따라 좌우로 움직이더니, 몸이 팍하고 터지며 물 덩어리로 변했다.

쿠오오오오-

굉음이 일더니 물 덩어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소용돌이로 변했고, 회전하는 속도가 붙는 순간.

차르르르르-

마치 물로 된 기관총이 사방을 난사하는 것처럼, 물방울 칼날이 온 사방을 찢어발겼다.

세 개의 소용돌이는 허리케인처럼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영웅들을 처리해 나갔다.

“헐. 저분 생각보다 대단한 분이셨군요.”

휴고가 내게만 들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마 여기 기운이 굉장히 충만해서 그럴 거야.”

실제로 물의 정령계에서도 라블라의 싸움을 목격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당시에는 시간을 끌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보니,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워젤의 해일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라블라가 정령왕이 된 이유가 있었군.’

한참이나 넓은 옥상을 휘젓고 다닌 물의 소용돌이는 어느 순간 흩어져 물로 돌아갔다.

“헥, 헤엑- 이제 더는 못하겠어. 나도 가야겠어요, 이제.”

“예, 감사했습니다, 라블라 님.”

팟-

인사를 마치는 순간, 라블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물의 정령계로 돌아간 것이다.

이번에도 영웅들은 대부분이 죽었다.

빈사 상태의 몇 놈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는데, 저 정도면 우리 일행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자, 얼른 끝내자.”

이번에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날리려고 했다.

그런데.

“또, 또 왔습니다, 대장!”

마법진이 또다시 영웅을 토해 냈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다섯인가?’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영웅은 저번보다 수가 적었다.

물론 적이 적게 나타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며 솜털이 곤두섰다.

움찔.

긴장감이 밀려들며 몸이 굳는 것 같았다.

이대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단 1초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를 거치며 오래도록 싸워 온 내 직감인지, 아니면 내 안에 융화된 세계의 정수가 내게 보내는 경고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이 바로 백척간두(百尺竿頭), 생사의 기로라는 것은 분명했다. 여기서 잠시라도 지체했다가는 분명히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깐 동안 휘몰아친 불안감으로부터 조그마한 이성을 되찾았을 때.

내 왼손을 이미 들어 올려져 있었다.

‘천벌.’

내 몸에 푸른빛이 어리는 순간, 나는 거침없이 원혼의 거울을 발사했다.

번쩍-!

수많은 멸세폭의 충격을 담은 원혼의 거울이 검푸른 광선을 토해 냈다.

목표는 방금 막 모습을 드러낸 영웅들이었다.

떨리는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한참이나 버텼다.

이윽고 원혼의 거울에서 빛이 멎었을 때, 살아남은 영웅은 단둘.

그중에서 한 놈은 양팔이 모두 사라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나마 나머지 하나만 입에서 피를 토하며 간신히 서 있었다.

옛 친구의 브레스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훌륭한 성과였다.

“루스, 가자!”

옆에서 휴고가 루스를 이끌고 달렸다.

부상당한 영웅들과 애초부터 죽기 직전인 상태로 바닥에 널려 있던 놈들을 마무리할 생각인 듯했다.

한편 승리에 가까워진 상황에서도 나는 전혀 낙관할 수 없었다.

심장이 계속 요동치고 있었고,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세계의 정수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바람의 걸음과 점멸을 동원하여 최대한 빠르게 계단을 향해 접근해 나갔다.

아나투스가 보였지만, 중요한 것은 놈이 아니라 놈이 설치해 놓은 마법진이었다.

‘멸세폭.’

불의 검이 마력을 한계까지 머금고 휘둘러졌다.

콰콰콰콰쾅-!

계단 아래를 틀어막고 있던 보호막이 출렁거렸다.

‘멸세폭.’

콰콰콰콰콰콰콰쾅-!

이번에도 보호막은 깨어질 기미가 없다.

전투가 시작된 후 다른 행동은 완전히 배제한 채 마법진만 만든다 싶더니, 아나투스가 설치한 보호막은 공을 들인 만큼 단단했다.

‘다른 방법,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찰나간 내가 가진 것들을 떠올려본 후, 나는 뒤로 훌쩍 물러나 스킬을 발동시켰다.

‘랜덤 영웅 소환.’

두 번 남았던 코인을 모두 소모해 두 명의 영웅을 소환했다.

지금은 코인을 아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즉시 환수 폭발을 사용하자, 다시금 충격이 보호막을 강타했다.

지지지지지이익.

충격을 받은 보호막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크게 흔들렸다. 그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보호막 쪽으로 다가갔다.

미처 가시지 않은 폭발의 여파가 내 몸을 덮쳤다.

가가가각.

몸에 둘러진 갑각이 긁히며 금이 갔다가, 다시 회복되었다.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옛 친구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테지만, 지금은 거기 신경 쓸 틈이 없다.

‘멸세폭.’

빠지직-

떨리고 있는 보호막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을 때, 이윽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경악한 표정의 아나투스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왼손을 들어 원혼의 거울을 발사했다.

몇 번의 멸세폭과 환수 폭발의 여파를 축적시킨 광선이 쏘아졌다.

광선은 단번에 아나투스의 몸을 꿰뚫어 버리고 보호막에 부딪혔다.

채애앵-

그제야 보호막이 깨어졌다.

계단 끝의 차원문이 눈에 들어왔다. 세 번 정도 점멸을 쓰면 닿을 거리.

나는 곧바로 점멸을 사용했다.

일행에게 따로 설명할 여유도 없었다. 그만큼이나 불안하고 다급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스팟-

막 두 번 공간을 건너뛴 후, 마지막으로 차원문을 향하려 할 때였다.

덥썩.

무언가 내 머리를 거머쥐었다.

기어코 불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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