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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31화 (131/149)

 # 131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31화>

앞쪽에 진을 치고 있는 탑과 황가수호대를 보며 휴고가 침음성을 터트렸다.

“대장…… 정령들도 탑에 흡수당했을까요?”

“그래, 주변에 정령도 없고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아. 아마 탑이 작동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나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달렸다.

탑을 보았으니 해야 할 일은 뻔하다.

‘최대한 빠르게 파괴한다.’

휴고와 루스도 진작에 전투 준비를 끝낸 상태였고, 내가 움직이자 뒤를 빠짝 따라 달리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작전은 평소와 같다.

나는 마력으로 탑의 영향력을 막아 내며 황가수호대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맞부딪히기 직전, 점멸로 놈들을 뛰어넘었다.

콰콰콰쾅-!

뒤에서 전투의 소음이 들려온다.

소리만으로도 휴고와 루스가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사이 탑을 향해 곧장 나아가고 있었다.

마력을 한계까지 빨아들인 불의 검이 화염을 넘실거리며 탑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탑을 지키는 황가수호대 무리가 가로막아 왔지만, 불의 검에 맞고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탑을 향해 칼날이 휘둘러졌다.

쿠구웅…….

얼마 후, 밑동이 부서진 탑이 쓰러지며 전투가 끝났다.

휴고와 루스도 뒤편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수고했다.”

“하하, 이 정도는 이제 수고랄 것도 없죠.”

휴고가 너스레를 떨다가, 표정을 굳혔다.

“근데 이놈들 도대체 뭘까요? 영웅도 없이 이런 병력을 보내 봐야 의미 없다는 것을 알 텐데요.”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단순히 정령계로부터 기운을 흡수할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다.

게다가 관리자는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도 확실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루스가 내게 손짓했다.

“주인, 여기 좀 봐.”

루스는 땅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발자국이 여럿 찍혀 있었다.

“이건……! 황가수호대의 것은 확실히 아니군.”

서로 똑같은 모습의 황가수호대는 발자국조차 동일하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발자국들은 모양이 다들 달랐다.

“어? 이건 갑옷을 입은 놈 같은데요. 이쪽 건 그냥 신발이고. 대장, 이거 아무래도…….”

휴고는 말꼬리를 늘이며 인상을 썼다.

“그래, 영웅 놈들도 여기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지금 놈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서두르자.”

짐작 가는 바가 있어 내가 먼저 달리자, 휴고와 루스도 내 뒤를 따랐다.

우리는 강둑을 따라 난 외길 위를 질주했다.

‘길이 하나라 다행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놈들을 추격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묵묵히 달리던 어느 순간이었다.

“멈춰-!”

루스가 경고성을 발했다.

뭔가 앞쪽에 위험한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급하게 발을 멈춰 세우는데, 발아래 지면에서 빛이 솟구쳤다.

‘마법진!’

그것도 내가 익히 잘 아는 종류였다.

나도 똑같은 종류의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마법 함정’용 마법진이었다.

그것을 느낀 순간, 나는 멈춰 서며 일행을 뒤로 밀치려 했다.

그러나 나보다 한발 먼저 휴고가 앞으로 나섰다.

움찔하는 사이, 마법진이 폭발했다.

폭발의 섬광 사이로 반투명한 막이 휴고의 앞에 생겨나는 모습이 보였다.

‘빙정의 수호자.’

휴고가 갑옷의 스킬을 발동시킨 것이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보호막이 깨어져 나갔지만, 덕분에 부상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잘했다, 휴고.”

“으음, 대장. 이게 다 무슨 짓일까요?”

“놈들이 우리 발을 묶으려고 발악을 하는 모양이다.”

마법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는 말은, 우리가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우리에 대해 알고 있다면, 마법 함정 정도로 우리를 처치할 수 없음도 알 터.

“우릴 막아 놓고 어디로 가려는 거죠? 설마……?”

“그래, 아마 정령왕을 노리는 것 같아. 빨리 서두르자.”

정령왕은 강하긴 하지만, 압도적인 존재는 아니다.

다수의 소환 영웅들이 뭉치면, 정령왕이 잡히는 경우의 수도 분명히 존재한다.

서둘러 정령왕에게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달려나갈 수 없었다.

“앞쪽에 마법 함정이 잔뜩 깔려 있다. 처리해야 갈 수 있겠어.”

마법 함정은 정해진 시간에 터지거나, 설치자가 직접 신호를 주거나, 무언가 접촉할 때 폭발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

“어떻게 합니까, 대장?”

지금 앞쪽에 설치된 것은 접촉 시에 폭발하도록 설치된 마법 함정이었다.

그러니.

“아무거나 앞쪽으로 집어 던져. 적당히 무거운 거로.”

말과 함께 나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들어 앞으로 집어 던졌다.

콰아앙-!

돌덩이에 반응한 마법 함정이 폭발했다.

* * *

마법 함정은 우리를 다치게 하지는 못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마법 함정을 다 폭파시키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을뿐더러, 달리는 중에도 또 설치되어 있지 않나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쯧, 확실히 선수를 빼앗기니 일이 복잡해져.’

이제껏 대부분의 경우 놈들을 앞질러 일을 처리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신격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 관리자가 알게 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고민한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발길을 서두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콰앙-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가던 어느 순간, 멀리서 폭음이 들려왔다.

“앞쪽에 누가 싸우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자욱하여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휴고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걸음을 멈춰 세웠다.

“나 혼자 먼저 접근해 볼 테니, 조용히 따라들 와.”

우리 셋 중 은신 관련 스킬을 가진 것은 나뿐이라, 휴고와 루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전투에 참여하게 되면 따로 기별할게.”

나는 휴고에게 그 말을 남기고 혼자 앞으로 나섰다.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인식 교란’과 ‘바람의 걸음’을 사용한 채, 걸음을 재게 놀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느 정도 접근하자, 안개를 뚫고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보인 것은 영웅들이었다.

‘다섯이라…….’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숫자였지만, 나는 일일이 놈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마법 함정이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아나투스가 존재했다.

그 옆에 단골손님인 오를란도와 마위니도 있었다.

그리고 구천도사 구양극과 화왕 힐다스가 마지막 둘이었다.

그들과 맞서고 있는 것은 물의 정령 하나였다.

물 덩어리 모양이었던 워젤과 달리 정령은 인간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몸 주위를 물로 이루어진 갑옷이 휘감고 있었다.

‘영웅 다섯을 상대로 위태하게나마 버티는 것을 보니, 굉장히 강력한 상위 개체다.’

정령은 강둑 길 옆으로 흐르는 강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강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불리한 와중에도 그나마 근근이 버티는 중이었다.

‘그래도 결국은 영웅들이 이기겠군. 기왕 싸울 거면 정령이 살아 있을 때 하는 게 낫겠지.’

마음을 정한 나는 곧바로 휴고에게 뜻을 전했다.

- 휴고, 상위 물의 정령과 영웅 다섯이 싸우고 있다. 곧 놈들을 기습할 생각이야. 준비해 둬.

- 예. 저희도 곧 가겠습니다, 대장.

휴고의 대답을 들으며 기습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멸세폭은…… 좀 부족해.’

마법진에서 막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면 모를까.

지금처럼 이동이 완료된 상태에서는 멸세폭 한 번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긴 힘들다.

원혼의 거울에는 당연하게도 전혀 충격이 쌓여 있지 않다.

‘그럼 남은 건 하나군.’

지금으로써는 랜덤 영웅 소환과 환수 폭발을 연계하는 것이 가장 강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을 정하고 상태창을 열어 코인이 얼마나 있나 재빨리 확인했다.

- 랜덤 영웅 소환 (12049200/1000000)

불의 정령계에서 한 번 사용하긴 했었지만, 여전히 많은 코인이 남아 있었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전장의 상황을 주시했다. 스킬을 쓸 최적의 타이밍을 잡기 위함이었다.

전투는 갈수록 영웅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저 조합도 상당히 짜증 나는군.’

구양극이 부적을 사용해 화왕이 불길을 계속 북돋았다.

상성상 물의 정령에게 불리한 화왕이었지만, 구양극의 도움을 받자 오히려 물의 정령을 압박했다.

치이익-

물이 끓어 증발하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근접전을 주로 하는 영웅은 없군.’

오를란도가 있지만, 놈은 굳이 따지면 버퍼에 가까웠고.

상황을 파악하고 나자 대충 전략이 결정되었다.

나는 마위니와 아나투스 등 후위에 있는 영웅들 근처에 ‘랜덤 영웅 소환’을 사용했다.

발밑에서 갑자기 마법진이 나타나자 영웅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뭐냐?”

“마법진! 누구냐?”

잠시 후, 마법진에서 영웅이 나타났다.

[란슬롯(SS. 검의 주인)]

- 충성도 : 0(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영웅이 나타나자, 놈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뭐지, 도대체?”

그때 나는 ‘천벌’을 사용했다.

내 몸에 푸른빛이 어렸고, 그 탓인지 영웅들이 내 존재를 파악했다.

“저기다! 웬 놈이냐?”

나는 불의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길이를 늘인 후, 놈들에게 휘둘렀다.

그러자 영웅 중에서 오를란도가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콰앙-!

불의 검은 오를란도의 방어막에 막혔다.

그 순간, 내 정체를 완전히 파악한 영웅들이 본격적으로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났다.

‘이제 좀 모였군.’

내 쪽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영웅들 간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 순간이 바로 내가 노리던 타이밍이었다.

‘환수 폭발.’

콰콰콰콰아아앙-!

영웅 무리 속에 섞여 있던 란슬롯의 몸이 폭발했다.

강한 폭발이 영웅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란슬롯의 뼈와 살이 창칼이 되어 사방을 난도질했다.

나는 폭발의 범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뒤로 훌쩍 물러서며 전황을 살폈다.

‘다 죽지는 않았을 거야.’

특히 오를란도라면 분명 살아남았을 것이다.

물의 정령을 상대하느라 떨어져 있던 화왕도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나는 긴장을 유지하며 잠시 상황을 지켜봤다.

이윽고 폭발이 가라앉았다.

폭발로 인해 수증기와 안개까지 날아가 버린 상태라 시야가 훤히 뚫렸다.

‘역시 오를란도는 살았고, 화왕도 죽지 않았군.’

반면 마위니와 아나투스는 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부채에서 쑥하고 사람이 솟아났다.

‘구양극. 저번에 그 스킬을 사용했나 보군.’

지난번의 싸움에서, 부채의 스킬은 한 번 사용한 후 싸움이 끝날 때까지 다시 사용하지 못했다.

구양극이 살아남았지만, 부채의 스킬을 소모하게 한 것은 희소식이었다.

이제 남은 적은 세 명.

싸움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놈들 중에는 보너스가 하나 끼어 있었으니까.

나는 상황 파악을 끝내고 곧바로 점멸을 사용했다.

이동한 곳은 오를란도의 옆.

당연히 내 손에는 아론다이트가 들려 있었다.

‘멸세폭.’

단번에 휘둘러진 아론다이트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상처 입은 화왕에게 회복 주문을 사용하던 오를란도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졌다.

하지만 놈은 자신의 보호막을 믿는 듯, 외던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내심 쾌재를 부르며 검에 힘을 더했다.

콰콰콰콰쾅-!

아론다이트는 예상대로 오를란도의 방어막을 무시하고 놈의 몸에 적중했다.

오를란도는 단숨에 두개골이 깨어지며 숨이 끊어져 버렸다.

오를란도답지 않게 빠른 죽음이었다.

‘이제 두 놈.’

그때 내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파직-

재빨리 몸을 던져 벼락을 피한 후 옆을 살폈다.

구양극이 양손에 부적을 가득 꺼내 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열기가 훅하고 끼쳐 들었다.

이제껏 상대하던 물의 정령은 내팽개친 채, 화왕이 내 쪽으로 양손을 뻗고 있었다.

슬쩍 돌아보니, 물의 정령은 힘이 많이 빠졌는지 강 깊숙이 몸을 피해 있었다.

콰르르르-

화왕의 불길이 내게 똑바로 쏘아져 왔다.

그때 내 앞을 막아서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장내에 도착한 루스가 화왕을 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줄기 불길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커다란 불꽃을 만들었다.

한 번 본 적 있는 장면이었다.

‘또 저번처럼 되려나? 내버려 둬도 지지는 않을 테니…….’

나는 일단 구양극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휴고도 전장에 도착했다.

- 휴고, 저놈부터 처리한다.

휴고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나는 구양극에게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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