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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17화 (117/149)

 # 117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17화>

개구리는 입을 쩍 벌리더니 물 덩어리를 쏘아 냈다.

쾅-

내가 재빨리 몸을 피하자, 물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폭발했다.

‘그거 말고!’

내가 노리는 것은 저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물의 정령은 계속 물 덩어리만 쏘아 대었다.

이대로는 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될 뿐이었다.

‘변수를 만들어야겠어.’

나는 점멸을 통해 날아드는 부적을 피하며 물의 정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길게 늘린 불의 검을 휘둘러 개구리를 후려쳤다.

치이이익-

폭음 대신 물이 기화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더니 사방에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때 물의 정령이 뒤로 훌쩍 물러나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정령의 입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날아온 부적 한 장이 쏟아지는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쿠아르르-

이제 물줄기는 해일이라 불러도 좋을 듯 거대하고 강력하게 불어났다.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되었다!’

물의 정령이 해일을 불러내는 것이 바로 내가 아까 전부터 원하던 상황이었다.

나는 계획한 대로 기다리던 아군에게 연락했다.

- 워젤 님, 지금입니다.

그러자 내 몸속에 심어진 표식에서 워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덮쳐 오던 해일 속에서 무언가 인간의 형체를 한 것이 불쑥 솟아올랐다.

- 구원자님, 오랜만이에요.

내게 다가오며 워젤이 말했다.

나를 곧 덮쳐 버리려는 해일 위에 올라타 있는 것치고는 너무도 태연한 태도였다.

그러나 나도 역시 태연한 태도로 워젤에게 대답해 주었다.

- 네, 반갑습니다, 워젤 님.

- 저것들이 당신의 적이로군요.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처리할 테니.

그러더니 워젤은 물로 이루어진 개구리를 쳐다보았다.

마치 하찮은 미물을 쳐다보는 절대자의 시선이 저러할까.

- 흥.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워젤이 물로 된 손을 한 번 내저었다.

그러자 해일이 허공에 우뚝 정지했다.

마치 바다를 그대로 얼려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발생한 일련의 상황에 구양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정령술사 쿠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정령술사도 아닌 놈이 대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지? 이건,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다!”

보통 묵묵히 전투에 전념하는 소환 영웅답지 않게 주절주절 떠드는 것을 보니, 정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째서긴 어째서야, 네가 소환한 정령이 대량의 물을 만들어 준 덕분이지.’

쿠틸의 말대로 워젤은 애초에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저 위대한 골드 드래곤처럼 재앙의 기운에 버티고 있던 정령 아닌가.

하지만 창조주의 안배와 여러 우연이 겹치면서, 지금 내 조력자로 이 자리에 현신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나로서는 든든한 아군의 등장이었다.

‘이제 반격해 볼까.’

내가 막 반격을 결심했을 때, 워젤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우르르릉……!

그러더니 허공에 멈춰 있던 거대한 파도가 방향을 반대로 바꾸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쿠틸의 경악성이 또다시 들려왔다.

해일은 이제 오히려 쿠틸을 덮쳐 가고 있었다.

놈의 정령이 어떻게든 해보려는지 입을 쩍 벌리고 힘을 쓰고 있었지만,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극복하기엔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

특히 같은 속성의 정령일 경우 격의 차이는 더욱더 극복할 수 없다.

아무리 정령술사가 보조한다고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해일과 쿠틸을 바라보았다.

방향을 바꾼 해일은 개구리를 집어삼켜 없애 버렸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 쿠틸마저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구천도사 구양극을 노리고 접근해 갔다.

‘점멸.’

내가 곧바로 눈앞에 나타나자 굳어 있던 구양극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러더니 부적을 한 움큼 공중에 흩뿌렸다.

부적은 허공에서 바늘로 바뀌어 내 몸을 찔러 왔다.

‘그래도 상관없다.’

놈의 공격은 범위가 넓어 까다롭긴 하지만, 위력이 크지는 않았다.

나는 불의 검을 휘둘러 바늘을 대충 걷어 내고, 나머지는 몸에 맞는 것을 감수하며 구양극에게 달려들었다.

따끔함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용인화와 초재생의 힘으로 충분히 견뎌 낼 수 있다.

안 그래도 갑자기 나타난 워젤 때문에 구양극은 당황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바늘을 몸으로 버티며 달려들자 놈이 주춤 물러섰다.

그 틈에 불의 검이 사슬처럼 구양극의 몸을 휘감았다.

‘멸세폭.’

콰콰콰쾅-!

폭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쯧, 쉽게 죽어 주지는 않겠다 이건가?’

멸세폭에 휩쓸린 구양극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 흩뿌려졌다.

하지만 놈은 죽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연기가 피어나더니, 곧 다시 도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저것은 놈의 기술인 분신술로, 순간적으로 몸을 여러 개로 나누는 기술이었다.

다시 나타난 놈을 향해 나는 불의 검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구양극이 다시 부적 한 움큼을 뿌렸고, 그것은 모두 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다 안다, 이 자식아.’

놈의 기술이 가진 약점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내 눈이 바닥으로 향했다. 그림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십 명의 구양극 중에 그림자를 가진 것은 단 하나뿐.

‘저놈이군.’

내가 놈의 본체를 확인했을 때, 수십 명의 분신이 한꺼번에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입 앞에 가져가더니, 부적에 입김을 훅 불었다.

그러자 부적이 불타며 커다란 화염이 되어 나를 덮쳐 왔다.

나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속으로 피식 웃으며 ‘점멸’을 사용했다.

구양극이 내뱉은 불길은 허무하게 허공을 불태웠다.

그와 동시에 내가 나타난 곳은 그림자를 가진, 진짜 구양극의 뒤편.

내가 나타난 것을 눈치챈 놈이 깜짝 놀라 뒤돌아서려는 찰나, 한발 빠르게 움직인 내 검이 놈의 몸을 관통했다.

“끄윽…….”

구양극은 입에서 신음을 흘리면서도 손에 부적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놈이 수작을 부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구양극의 몸속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

놈의 몸이 육편(肉片)이 되어 흩날리다가, 불의 검에서 뿜어진 화기(火氣)에 불타 사라졌다.

데구르르.

뚝 떨어진 놈의 머리만이 저 먼발치까지 굴러가는 것이 보였다.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쉬고 나는 빠르게 전장을 살폈다.

해일에 휩쓸린 쿠틸은 아직 살아 있었다.

놈은 어느새 땅의 정령을 소환해 워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령 간의 격의 차이가 심하다 보니 워젤의 우위가 확실한 상태였다.

‘저쪽을 빨리 마무리하면, 나머지도 쉽게 풀리겠어.’

일단은 워젤을 도와 쿠틸을 빠르게 처치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워젤이 사방에 고여 있는 물을 기다란 마상창(馬上槍)처럼 만들어 연신 쿠틸에게 날렸다.

그러자 땅의 정령이 쿠틸의 앞을 막아선 채 물의 창을 몸으로 막아 내었다.

콰쾅-

물의 창이 땅의 정령의 어깨 어림에 적중했다.

놈의 어깨가 움푹 파이며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땅의 정령은 물러나지 않고 쿠틸의 앞을 지켰다.

스팟-

그 순간, 나는 쿠틸의 뒤로 곧바로 이동했다. 그리고 놈의 옆구리를 향해 불의 검을 휘둘렀다.

놈의 몸 앞에서 땅바닥이 솟구쳐 올랐다. 이번에도 몸 앞에 방어 장치를 마련해 둔 모양이었다.

콰쾅-

흙으로 만든 벽이 단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쿠틸은 내 공격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놈은 몸을 쓰는 데 능숙한 클래스가 아니었다.

놈의 느린 움직임은 내게 손금 보듯이 읽혔다.

스팟-

차르르

점멸과 함께 휘두른 불의 검이 놈의 몸을 휘감았다.

치이익

쿠틸의 몸에서 고기 익는 소리가 나며 놈의 몸이 타들어 갔다.

“크윽!”

놈이 고통에 찬 가운데서도 무언가 수작을 부리기 위해 입술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놈에게는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없었다.

‘멸세폭.’

놈을 휘감은 화염의 칼날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후두둑-

하늘에서 쿠틸의 피와 살점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땅의 정령이 부서져 내렸다.

- 구원자님, 잘하셨어요.

- 워젤 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뭘요. 당신이 내게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콰르르르…….

그때 어디선가 후끈한 열기와 함께 화염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화왕 힐다스와 루스의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처음에 멀리 떨어져 불을 쏘아 내던 루스와 힐다스는 이제 불과 몇 미터 간격까지 서로 다가가 있었다.

둘 다 양손을 앞으로 내뻗은 채,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화염을 쏘아 냈다.

그들은 곧 있으면 서로 깍지라도 낄 기세로, 조금씩 상대에게 다가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을 둘러싸고 커다란 불의 구체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엄청나게 큰 파이어볼인가?’

그들이 딛고 선 바닥은 진즉에 용암처럼 녹아 버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대기가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열기가 심했다.

- 일단 저쪽부터 처리해야 되겠습니다, 워젤 님.

- 그렇군요, 맡겨 줘요. 저쪽은 제가 해결할게요.

워젤을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몸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그러자 바닥에 흩어져 있던 물들이 하나로 모여들었다.

잠시 후, 워젤의 앞에 사람 키만 한 지름을 가진 물의 구체가 완성되었다.

‘그 많던 물의 기운을 하나로 응축시킨 건가?’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물의 기운이 구체에서 느껴졌다.

워젤이 손을 한 번 내젓자 물의 구체가 힐다스의 머리 위로 날아가 떨어져 내렸다.

철썩-

치이이이익.

물소리가 들리더니 엄청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순간적으로 힐다스의 몸에서 불길이 확 줄어들었다.

‘나도 놀고만 있을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천벌’을 사용한 후, 원혼의 거울을 힐다스에게 겨누었다.

번쩍-!

원혼의 거울을 사용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천벌이 적용된 광선은 충분히 강력했다.

물벼락에 깜짝 놀란 힐다스가 연이어 날아오는 광선에 급히 몸을 비틀었다.

광선은 놈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크윽-!”

힐다스의 옆구리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다.

중상이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별문제가 안 되었다.

잠시 힐다스의 손이 멈춘 틈에 루스의 화염이 놈을 덮쳤다.

그리고.

“크아아아악-!”

루스의 불길에 힐다스의 몸이 타들어 갔다.

놈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비명이 끊기고, 잿더미만 남긴 채 화왕이 불에 타 숨을 거두었다.

“헉, 허억-. 기운 없어.”

루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녀석의 몸에서 뿜어지던 불길은 어느새 꺼져 있었다.

나는 루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블레인과 싸우던 휴고를 찾기 위함이었다.

“대장, 저도 끝냈습니다! 하하.”

휴고도 때마침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터덜터덜 걷는 모습이 제법 고생을 한 것 같았다.

그를 증명하듯 녀석의 한쪽 손에는 만신창이다 된 블레인이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다만 흐느적거리는 것이, 이미 숨이 끊어져 있는 듯했다.

털썩.

휴고가 손을 놓자 블레인의 사체가 힘없이 떨어졌다.

“대장, 고생하셨습니다. 이 영웅 놈들, 진짜 징그럽네요.”

“그래, 너도 수고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혹시나 해서 녀석의 몸을 훑어보는데, 시선을 느꼈는지 휴고가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더니 팔뚝에 근육을 부풀리며 씩 웃었다.

“멀쩡합니다. 옷만 좀 찢어졌습니다.”

휴고의 말대로 녀석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아마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면, 녀석의 몸도 저렇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마주 웃으며 녀석의 어깨를 툭 쳐 주는데,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구원자님, 이제 힘이 다해서 저는 가 봐야겠어요. 또 봐요.

말을 마친 워젤은 곧바로 물방울로 변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기운을 많이 소모한 모양이었다.

- 감사합니다, 워젤 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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