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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02화 (102/149)

 # 102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02화>

‘바람의 걸음.’

점멸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진 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

마력 효율이 굉장히 좋지 못하기도 했지만,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오랜만에 바람의 걸음을 사용하자 공기가 내 뒤를 떠밀어 주는 듯, 신체가 가볍게 느껴졌다.

팟-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놈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커다란 놈의 불 주먹이 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나는 이번에는 점멸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점멸을 사용하더라도, 공격을 위해서는 결국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발록은 반응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술을 바꿀 차례였다.

게다가 바람의 걸음을 사용한 이후 놈에게 속도로 밀리지 않음을 확신했다.

이번에는 놈의 공격을 인식하는 즉시 몸이 반응했다.

곧바로 여의검을 들어 놈의 주먹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절대불변.’

콰앙!

절대불변은 이번에도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발록의 주먹이 검에 막힌 직후, 나는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러자 놈이 반대편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이를 아득 물며 소리쳤다.

“그래, 한번 해보자, 이 새끼야!”

더 이상 요령이 먹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힘 대 힘의 싸움.

나는 놈의 주먹을 향해 검을 뻗으며 멸세폭을 사용했다.

콰콰콰콰쾅-!

강한 폭발이 일어나며 몸이 뒤로 쭉 밀렸다.

온몸에서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발록도 내 공격에 몸이 성치는 못했다.

불로 된 주먹에서 용암같이 걸쭉한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나는 밀려나는 몸을 억지로 멈춰 세웠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놈도 여전히 주먹을 움켜쥔 채 내게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쾅-!

발록의 주먹과 내 멸세폭이 또다시 맞부딪쳤다.

“크으윽, 제기랄!”

강력한 통증에 입에서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신전 밖에서부터 반복해 사용한 멸세폭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부서졌는지 몸이 잘 안 움직여졌다.

그리고 검은 천근처럼 무거웠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크게 소리치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 올려 발록에게 맞서 갔다.

놈의 주먹도 이미 만신창이였지만, 부상은 내 쪽이 훨씬 심했다.

결국 강한 충격과 함께 내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나는 그 힘을 거스르지 않았다.

‘점멸.’

오히려 더 멀리, 더 뒤쪽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러면서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엘릭서.’

그리고 재빨리 입으로 가져가 들이켰다.

그 와중에도 눈은 발록에게서 떼지 않은 채 놈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눈에 담았다.

우두둑.

뼈가 재구성되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체내로 흡수된 엘릭서가 망가진 몸을 재생시키는 게 느껴진다.

허전했던 마력도 최상의 상태로 다시 차오른다.

그리고 발록이 화염이 뚝뚝 흐르는 주먹을 다시 들어 올릴 즈음.

나는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죽여 주마!’

전의를 다잡으며 단호한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놈의 주먹에 다시 검을 마주쳐 갔다.

콰콰콰콰콰쾅-!

멸세폭이 작렬했다. 오늘 들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폭발의 충격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억지로 버티며 다시금 무거운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커져라!’

움직임을 보아하니 발록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그 덕분에 여의검에 의지를 전할 틈이 생겼다.

좀 더 무게를 실은 한 방을 날리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는 크기를 키운 여의검을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죽어라!”

놈은 밀리고 있음에도 방식을 바꾸지 않고 맞부딪쳐 왔다.

콰콰콰콰쾅-!

아까보다 더 큰 충격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챙-

“이런…….”

여의검이 부러졌다.

내 몸만 생각했지, 검의 내구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아무리 S등급의 아이템이라도 오늘은 너무 과했던 모양이었다.

잠깐 당황하는 사이, 발록이 휘두른 오른손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만하면 되었으려나?’

나는 그 공격을 피하려다 생각을 고쳤다. 그리고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하체를 구부리고 허리를 숙이며 전진한다.

놈의 주먹이 내 어깨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친다.

치이익-

타는 건지, 찢어지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하고 움직임을 이어 간다.

놈의 주먹 아래를 통과한 나는 왼손을 뻗었다.

원혼의 거울이 놈의 불타는 가슴에 마주 닿았다.

‘천벌.’

놈의 반대편 주먹이 내 머리를 내리찍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진짜 상관없다.

‘원혼의 거울!’

맞닿은 내 손바닥과 발록의 가슴 사이에서 검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번쩍-!

놈의 몸 뒤쪽으로 검푸른 광선이 쏘아지며 신전 천장을 찔렀다.

그러더니 광선은 천장마저 뚫고 솟아올랐다.

내려찍어 오던 놈의 왼손은 어느새 멈추었다.

타오르던 놈의 몸에서 불길이 사그라졌다.

타닥-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놈의 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불이 꺼진 발록의 몸은 말라붙은 용암 같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놈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 구멍 너머로 광선에 녹아 버린 신전 지붕과 그 밖 화염의 지옥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만히 선 채 그 경관을 음미했다.

쿠구궁-

잠시 후, 이윽고 발록의 몸이 쓰러졌다.

“후우-.”

그제야 나는 긴 숨을 내뱉었다.

이제 진짜 끝났다.

비록 귀한 엘릭서를 사용했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놈의 첫 번째 죽음에서, 석연치 않은 놈의 태도 덕에 이득을 많이 보았으니까.

놈이 죽자마자 그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내게 흡수되고 있었다.

가만히 서서 잠시 더 충만감을 즐기는 중에 발소리가 들렸다.

“주인, 괜찮아?”

어느새 다가온 루스가 내 안부를 묻고 있었다.

녀석은 여전히 많이 지쳐 보였지만, 다행히 상처는 다 아물어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나는 포션을 잔뜩 꺼내 루스에게 안겨 주었다.

“나는 괜찮으니 이거 너 좀 마시고, 밖에 나가서 휴고도 좀 챙겨 줘.”

“아, 맞다. 휴고! 많이 다친 것 같던데!”

루스는 부리나케 신전 밖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본 후 시선을 발록에게로 돌렸다.

놈의 주검이 있는 곳 옆에, 상서로운 빛을 뿜는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 * *

[$^&@&*%$의 부스러기 (1/2)]

- &*%$#$%^%^&$#$%@%%^$%.

* * *

예상대로 부스러기였다.

‘이곳에서의 일은 제대로 기억나.’

회귀 전 발록을 잡고 부스러기를 얻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는 배신당했다.

죽기 얼마 전의 일이라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부스러기를 바라봤다.

어쨌든 내 손에 하나의 부스러기가 더 들어왔다.

하지만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나머지가 인벤토리에 들어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추측한 나는 일단 방금 얻은 부스러기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발록의 사체로 좀 더 다가갔다.

‘그래도 이걸 빼먹으면 안 되지.’

발록 정도 되는 상대를 처치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아이템 추출.’

그러자 곧 바닥에 하나의 아이템이 떨어졌다.

그것은 두 뼘 정도 길이의 원기둥 모양의 쇳덩어리였다.

내심 바라는 것이 있던 나는 조금 아쉬워하며 쇳덩어리를 주워 들었다.

* * *

[불의 검(S. 장검)]

- 화염의 지옥에 사는 발록의 검. 오랜 세월 지옥의 불길을 벼려 만들었다. 칼날이 화염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력을 주입할 경우 날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 * *

쇳덩어리는 알고 보니 검의 손잡이였다.

“아! 정말 좋은 게 나왔어.”

아이템 창의 설명을 보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여의검이 부러지는 바람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없던 차였다.

때문에 내심 무기가 나와 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었는데, 웬 쇳덩어리가 나오나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이야.

아이템 추출을 통해서 좀처럼 장비류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흡족한 결과였다.

특히 칼날이 불로 이루어져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제 멸세폭을 아무리 써도 부서질 일은 없겠군.’

피식 웃으며 불의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화르르-

손잡이 끝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며 검날을 형성했다.

발록이 휘두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에 만족하기는 일렀다.

‘좀 더.’

나는 마력을 한껏 불어넣었다.

콰르르르르-

불타오르는 검날이 길게 뻗어 나왔다.

마력을 많이 불어넣을수록, 검신에 흐르는 화기도 더 강력해졌다.

이윽고 어느 정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대로 검을 휘둘러보았다.

그러자.

콰쾅-!

검에 맞은 신전의 벽이 단번에 터져 나갔다.

그 모습에 흡족해하던 나는 이내 검을 살피며 생각했다.

‘음. 이렇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몇 번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요령이 생겼다.

채찍처럼 검날을 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부우웅-

기다란 불의 채찍이 허공을 매섭게 갈랐다.

츄르릅-

그때, 이상한 소리가 파공음에 섞여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루스가 와 있었다.

휴고도 그 옆에 누워 있었다.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휴고를 루스가 데려온 것 같았다.

츄릅-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소리.

루스의 시선은 내 손에 들린 불의 검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입가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주인!”

“이건 안 돼.”

“히잉-.”

“담에 더 좋은 거 구하면, 그때 이건 너 주마.”

근데 그럴 일이 있을까 싶다.

잠깐 루스와 실랑이를 벌이던 차에 휴고도 정신을 차렸다.

한동안 포션을 물처럼 들이켜며,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녀석이 물었다.

“대장, 이긴 거 맞지요?”

“그래.”

내 대답에 녀석이 씩 웃었다.

“그럼, 정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안 그래도 너 깨어나면 합쳐 볼 생각이다.”

괜히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혹시나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최소한 일행의 정신이라도 온전할 때 정수를 합쳐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완전히 회복되면 하고 싶지만…….’

그만한 여유가 없다.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휴고가 자기는 괜찮다는 듯, 계속 눈짓을 보내왔다.

“그래, 이제 해 보마.”

그렇게 말하고 인벤토리에서 양손에 하나씩 부스러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우웅- 우웅-

양손에서 진동이 일더니, 푸른 빛줄기가 부스러기 사이를 이었다.

그러더니 눈부신 빛이 한차례 사방을 휩쓸었다.

어떻게 되나 지켜보고 싶었지만, 빛이 너무 강한 탓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빛이 사라지길 기다리기 잠시.

* * *

[#%#&의 조각(1/3)]

- #%$^&*%^%@.

* * *

내 손에 또 다른 조각이 들려 있었다.

예상대로 부스러기 두 개가 합쳐져 하나의 조각이 된 것이다.

“세계의 정수.”

잠시 그것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다가, 인벤토리에서 원래 가지고 있던 조각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양손 사이에서 푸른빛이 생겨나 서로 이어졌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신전이 울릴 정도로 강한 진동이 양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번쩍-!

이번에는 미리 눈을 감았다.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눈이 멀 것 같아, 고개를 돌려 빛을 피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내 손 위에 한결 커진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 * *

[#%#&의 조각(2/3)]

- #%$^&*%^%@.

* * *

하지만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게 끝인가?”

캐서린의 말대로라면 이곳에서 세계의 정수가 완성되어야 한다.

내가 놓친 것이 있었나?

다른 곳에서 단서를 더 찾아봤어야 했나?

머릿속에 의문이 거듭 떠오르는 순간.

우우우웅-

손에 들린 조각이 다시 진동했다.

그러더니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내 미간을 파고들었다.

‘어?’

깜짝 놀랐지만, 미처 눈을 감을 틈도 없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

그리고 마치 유체 이탈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관조할 수 있었다.

나는 정수를 들고 있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심지어 휴고와 루스의 모습도 보였는데, 그들도 마치 그림처럼 정지해 있었다.

‘시간이라도 멈췄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정신만 빠져나온 것 같은데…….

이게 캐서린이 말한 상황이 맞는 건가?

온갖 의문이 떠오르려는 찰나.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론가 쑥 빨려갔다.

화염의 지옥 천장을 순식간에 통과하고,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나는 사방이 완전히 하얀 방 안에 도착해 있었다.

“잘했어요, 해수 님. 정말 잘했어요.”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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