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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01화 (101/149)

 # 101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01화>

이제 발록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놈의 죽기 전 의뭉스러운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얼른 머리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 내었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따지고 보면 놈을 한 번 죽이는 수고를 던 셈이다.

그러니 지금은 싸움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슬쩍 곁눈질로 보니 휴고와 루스가 양옆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었다.

발록의 양쪽 측면을 노릴 생각인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발록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발록이 나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다가온 놈이 내게 검을 휘둘렀다.

발록의 검이 지나는 경로에 바람이 불타오르며 꼬리를 만들었다.

나 역시 강기공을 잔뜩 끌어 올려 검을 부딪쳐 갔다.

꽈아앙-!

마주친 검 사이에서 폭음과 함께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놈의 검에 실린 힘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내 몸이 주르르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발록의 양옆을 휴고와 루스가 들이쳤다.

그러나 휴고의 망치는 발록의 검에, 루스의 클로는 놈의 왼손에 막혔다.

그런데 놈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츳-

루스의 클로는 드래곤의 발톱으로 만든 것.

무척이나 날카롭다.

클로에 베인 발록의 손바닥이 갈라지며 검붉은 용암이 흘러내렸다.

크와아아앙-!

분노한 놈의 소리를 질렀다.

괴성이 신전 안을 떠나가라 메아리친다.

쿵!

발록이 한쪽 발을 들어 바닥을 내리찍자 주위로 강한 충격파가 퍼졌다.

그 힘에 휴고과 루스가 뒤로 밀려났다.

콰아아아앙-

놈은 손에 난 상처가 마치 자존심이라도 된 양 다시 한번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놈의 검이 루스를 향했다.

그 순간, 나는 놈의 뒤로 점멸을 사용해 공간을 건너뛰며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멸세폭.’

놀랍게도 놈은 몸을 돌리며 순식간에 반응해 왔다.

콰콰콰콰콰쾅-!

폭음이 터지며 발록의 검을 든 팔이 뒤로 떠밀렸다.

‘쯧, 막혔다.’

분명 발록의 틈을 정확히 노린 기습이었는데, 생각 이으로 빠른 반응에 공격이 실패했다.

‘칫, 괜히 화만 돋운 셈이군.’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놈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놈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입속에는 시뻘건 용암 덩어리가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때 휴고가 나서며 앞을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발록의 입에서 커다란 용암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용암이 우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온다.

이대로라면 휴고에게 정확히 직격한다.

하지만 전방을 막아선 휴고의 등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일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다.

오랜 호흡 덕분일까.

비록 등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어쩐지 휴고의 의도를 알 것만 같았다.

나는 그에 맞춰 움직일 준비를 했다.

‘커져라!’

여의검에 의지를 전해 내가 휘두를 수 있는 최대한으로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용암 덩어리가 바로 앞까지 도착했을 때, 휴고의 앞에 푸른 막이 생겨났다.

‘그렇지!’

내 예측이 정확히 맞았다.

휴고가 입고 있는 갑옷, 빙정의 수호자가 스킬을 발동한 것.

무엇이든 단 한 번은 막아 내는 보호막이 용암을 가로막았다.

콰르르르릉-!

화려한 불꽃이 휴고의 앞을 수놓았다.

하지만 피해는 없다.

‘점멸.’

그와 동시에 나는 발록의 등 뒤에 도착했다.

그리고 놈의 머리를 향해 횡으로 검을 휘두르며 멸세폭을 날렸다.

콰콰콰콰콰쾅-!

미처 자신의 공격이 막히리라 예상치 못한 것일까, 아니면 폭발하는 불꽃에 시야가 가린 탓일까.

이번에는 발록이 반응하지 못했다.

그 틈에 여의검은 놈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그와 동시에 휴고가 앞으로 내달렸다.

“죽어라!”

횡으로 내지른 휴고의 망치에 거력이 실렸다.

휴고의 멸세폭이 발록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콰콰콰콰쾅-!

거의 동시에 발록의 머리와 옆구리에 강한 공격이 들어갔다.

그 탓에 놈의 신형이 옆으로 날아가 신전 벽을 들이받았다.

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거대한 발록의 몸이 파묻혔다.

멸세폭을 사용한 휴고의 어깨가 축 처졌다.

여러모로 강해졌다고는 하나, 전장에 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멀었다. 정신 차려!”

내 말에 휴고가 재빨리 포션을 꺼내 입에 물었다.

그때 건물 잔해를 헤치고 발록이 일어섰다.

놈의 한쪽 뿔이 부러져 있었고, 검을 잃어버렸는지 맨손이었다.

발록의 두 눈이 더더욱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분노가 극에 달한 모양.

놈의 등 뒤에서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놈이 사라졌다.

스팟-

아차 하는 순간 놈의 모습을 놓쳤다.

내가 놈을 포착했을 때, 놈은 이미 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휘둘러진 놈의 주먹이 내게 닿기 직전이었다.

‘점멸.’

욕설을 내뱉을 틈도 없이 간신히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 순간 놈의 신형이 다시 한번 사라졌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 후, 내 앞에 또다시 나타났다.

내 시야를 가득 메우고 놈의 주먹이 날아왔다.

날개를 펼친 놈은 너무나 빨랐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나는 이번에도 점멸을 사용해 놈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물었다.

‘젠장, 이대로면 휴고와 루스는 반응하지 못한다.’

점멸을 사용할 수 있는 나는 몰라도, 휴고와 루스는 발록의 속도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

걱정은 금세 현실이 되었다.

내가 공격을 거듭 피해 내자 발록의 타깃이 바뀌었다.

사라지듯 잔상을 남기고 움직인 발록은 휴고의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놈의 주먹이 휴고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갔다.

“휴고!”

그 순간 내가 소리쳤지만, 이미 휴고가 피하기엔 늦었다.

휴고가 겨우 망치를 들어 올리는 찰나, 발록의 주먹이 휴고를 후려쳤다.

쿠당탕탕-

얻어맞은 휴고가 신전 입구 쪽으로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다행이다.’

그나마 맞는 순간 망치를 들어 겨우 몸 앞을 막는 것을 보았기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덕에 죽지는 않은 듯, 휴고의 몸이 꿈틀거렸다.

발록은 휴고가 쓰러진 즉시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루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잡기 쉬운 먹이부터 처리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스팟-

사라진 발록이 루스의 앞에 나타나, 거대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휴고가 공격을 당하는 동안 루스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던 듯, 루스의 몸에서 새하얀 불길이 솟아올랐다.

때맞춰 발록의 주먹이 루스에게 적중했다.

치이이익-

놀랍게도 루스는 주먹을 몸으로 막아 내었다.

오히려 발록의 주먹이 불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성난 발록이 반대편 주먹을 휘둘렀다.

쾅-!

이번에도 루스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발록의 주먹을 받아 냈다.

발록의 반대편 주먹도 새하얀 불길에 타들어 갔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결코 좋아할 수 없었다.

‘저대로는 안 돼.’

루스는 움직일 힘까지 쥐어짜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그리고 루스의 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그때 루스의 신형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힘이 다 되어 간다는 징조였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

나는 재빨리 점멸을 사용해 루스와 발록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휘둘러져 오고 있는 발록의 주먹을 검을 들어 막아 갔다.

콰앙-!

폭음과 함께 내 몸이 떠밀리며 멍하니 있던 루스와 뒤엉켜 쓰러졌다.

겨우 한 번은 막아 냈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

분노한 발록이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러 왔기 때문.

‘이대로는 안 된다. 시간을 벌어야 해.’

잠시라도 일행을 추스를 틈을 만들어야 했다.

찰나를 쪼개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놈의 주먹이 차츰 가까워져 올 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 즉시 나는 놈의 주먹을 향해 멸세폭을 날렸다.

강한 폭발이 일며 놈이 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그 폭발의 여파가 놈에게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다.

나와 루스도 뒤로 튕겨 날아갔다.

그 바람에 발록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다.

이는 내가 의도한 상황.

나는 공중에 뜬 상태로 재빨리 스킬을 사용했다.

‘랜덤 영웅 소환!’

캐서린을 만난 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코인은 잔뜩 모여 있었다.

곧장 100만 코인이 소모되며 발록과 나 사이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곧이어 누군가 나타났다.

[란슬롯(SS. 검의 주인)]

-충성도 : 0(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던 기사, 란슬롯이었다.

심지어 등급은 난생처음 보는 SS급.

인간계로 강림한 관리자가 상태창을 다시 건드린 건가?

게다가 이제 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충성도는 0이었다.

순간적으로 의문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란슬롯은 나타나자마자 살기를 흘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뭐라고 외치며 내게 다가오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란슬롯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발록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란슬롯을 짓밟으려 한 것이다.

깜짝 놀란 란슬롯은 재빨리 검을 머리 위로 들어 발록의 공격을 막았다.

쾅-!

그 틈에 나는 옆에 쓰러진 루스를 움켜쥐고 신전 입구 쪽으로 던졌다.

‘점멸.’

그리고 재빨리 이동해 휴고의 곁으로 갔다.

녀석은 눈은 떴지만,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포션을 먹일 시간도 없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휴고의 멱살을 쥐고 신전 밖으로 던져 버렸다.

‘저긴 가고일의 사체가 그대로 있으니…….’

아마 피를 흡수하면 어느 정도 회복은 되리라.

그 순간 옆으로 날아와 있던 루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주인, 미안해. 힘이 없어.”

루스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얼른 인벤토리를 뒤져, 라바 골렘에게서 모아 놓은 용암 파편을 녀석에게 내밀었다.

“먹으면서 일단 회복에 집중해.”

그나마 루스는 부상이 깊지는 않았다.

탈진했을 뿐.

그러니 용암 파편을 먹고 나면 기운을 차릴 것이다.

콰지직-

순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란슬롯이 보였다.

그의 배를 뚫고 발록의 손이 삐죽 솟아나 있었다.

‘SS급이면 아마 4단계일 텐데, 그새를 못 버티는군.’

발록에게 기습을 당한 탓도 있었겠지만, 허무한 최후였다.

그래도 일단 휴고와 루스를 돌볼 틈을 얻었으니, 뽑은 보람은 있었다.

그리고.

‘시체 폭발.’

란슬롯이 숨이 멎는 순간, 나는 즉시 그의 주검을 폭발시켰다.

콰콰콰콰콰쾅-!

SS급답게 놈은 화려하게 폭발했다.

뒤로 튕겨 난 발록의 오른손이 손목 아래로부터 뚝 끊어졌다.

크아아아아-

이제껏 위협이 담긴 괴성만을 내질렀던 발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고통에 찬 비명이 발록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즉시 놈의 배후로 점멸을 사용해 다가갔다.

그리고 놈의 한쪽 날개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멸세폭.’

고통 때문인지, 놈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멸세폭에 맞은 놈의 날개 뼈가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순간 발록의 몸이 회전하며 왼손으로 나를 후려쳐 왔다.

‘점멸.’

나는 다시 발록의 등 뒤로 이동해, 놈의 상처 입은 날개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신전 밖에서부터 시작해 몇 번이고 사용한 탓인지, 멸세폭을 다시 쓰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대신 마력을 쥐어짜 강기공을 끌어 올린 검이 놈의 날개를 강타했다.

쾅-!

기어코 놈의 한쪽 날개가 뚝 끊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발록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나는 발록의 저런 행동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차마 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러더니 발록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씁-.”

입에서 절로 욕설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미 예상한 일, 어쩔 수 없다.

발록이 다시 한번 변신했다.

놈은 어느새 화염으로 이루어진 괴물로 변해 있었다.

팔다리와 날개를 갖춘 불의 거인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역시 손도 날개도 다시 자랐군. 쯧.’

발록의 온몸이 불로 변하며, 놈의 떨어졌던 신체도 다시 회복되었다.

그리고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팟-

발록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내 앞에 나타났다.

놈은 이전보다 훨씬 빨라져 있었다.

불로 이루어진 놈의 주먹이 이미 내 머리에 닿기 직전이었다.

‘점멸.’

머리털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몸에 충격이 느껴졌다.

강기공을 뚫고 놈의 불길이 침입한 탓이었다.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피부가 타올랐다.

그러자 초재생이 발동하며 몸에서 뿌연 김이 쉴 새 없이 솟았다.

팟-

미처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다시 놈의 주먹이 날아왔다.

‘점멸.’

다시 한번 점멸을 사용해 겨우 피해 내었다.

이번에도 몸에 화상이 잔뜩 생겨났다가 아물어 갔다.

그리고 그사이 놈은 이미 다시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젠장, 속도에서 밀린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나도 다른 스킬을 끄집어 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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