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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99화 (9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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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99화>

순간적으로 기습을 당한 드워프들이 우왕좌왕했다.

개개인의 무력이 상당히 강하다고는 하나, 백 년 전에 이미 드워프들이 감당하지 못했던 몬스터들.

지금이라고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일행에게 외쳤다.

“가자! 우리가 처리한다.”

앞으로 두 번이나 길을 뚫어야 하는데, 드워프의 숫자가 줄어들면 곤란하다.

나는 얼른 구멍을 향해 달려가며 검을 뽑아 들었다.

‘커져라!’

여의검에 의지를 불어넣어 크기를 키우며 드워프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쳤다.

“비켜!”

구멍 근처에서 우왕좌왕하던 드워프들이 깜짝 놀라 비켜섰다.

그 구멍 반대편에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은 용암이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한 거인.

라바 골렘이었다.

놈들은 몸에서 불을 뿜으며 구멍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뚫린 구멍을 향해 커진 여의검을 쑤셔 박았다.

콰쾅-!

칼에 찔린 라바 골렘이 뒤로 쭉 밀리며 다시 구멍 밖으로 처박혔고, 커진 검이 구멍을 세로로 틀어막았다.

“빨리 부상자 추슬러서 정비해!”

나는 강하게 소리친 후 구멍에 박힌 검을 다시 뽑아 들었다.

그사이 또 다른 라바 골렘이 구멍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놈을 향해 주저 없이 검을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멸세폭.’

콰콰콰콰콰쾅-!

라바 골렘의 몸이 구멍 밖으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한동안은 구멍이 잠잠했다.

아마도 멸세폭의 충격에 뒤쪽에 있던 놈들이 모두 밀려난 모양이었다.

“주인, 넘어가자!”

어느새 다가온 루스가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에서 기다리다가는 하루 종일 걸리겠지.’

루스의 말이 옳았다.

회귀 전의 기억에 의하면, 저쪽에 있는 라바 골렘의 수는 수십 마리가 넘는다.

그러니 넘어가서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

나는 망치를 뽑아 들고 서 있는 휴고에게 말했다.

“휴고, 너는 여기서 구멍을 지켜라. 셋 다 갈 필요는 없다.”

“으음, 알겠습니다. 뜨거운 놈들이니 루스가 가는 편이 더 낫겠네요. 여긴 맡겨 주십시오.”

휴고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피가 없는 라바 골렘이 상대면 휴고의 화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드워프와 달리 휴고라면 피해를 입지 않고도 충분히 구멍을 지킬 기량이 되었다.

나는 구멍을 향해 멸세폭을 한 번 더 사용해 반대편에 공간을 마련한 뒤 몸을 날렸다.

루스도 내 뒤를 바짝 따라왔다.

“루스, 머리를 노려. 머리에 핵이 있다.”

놈들 또한 골렘의 일종이다 보니, 몸을 파괴하는 것으로는 재생해 버린다.

콰쾅-!

콰콰콰쾅-!

이미 라바 골렘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아니었다.

뒤를 휴고가 지켜 주니, 따로 걱정할 거리 없이 마음 편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네.”

“응, 따듯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쉬웠어.”

이제 루스에게 용암 정도는 미지근한 모양이었다.

‘하긴 예전에 루스가 붉은색의 불길을 뿜을 때도 라바 골렘 정도의 열기는 발휘했었지.’

루스와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전투의 끝을 알아챈 휴고가 어느새 이쪽으로 건너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대장. 이제 좀 쉬십시오.”

“그래, 할 일만 마저 해 놓고.”

휴고의 뒤를 이어 드워프들이 놀란 표정으로 건너오는 것을 보며, 나는 라바 골렘의 잔해로 다가갔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템 추출.’

그러자 라바 골렘에게서 조그마한 덩어리가 추출되어 나왔다.

[용암 파편(S. 재료)]

- 용암이 뭉쳐 만들어진 라바 골렘의 핵이 부서진 조각. 강한 화기(火氣)를 품고 있다.

내가 용암 파편을 주워 들자 옆에서 뚫어질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주인, 그건 내 거지? 나 줄 거 맞지? 응응?”

루스가 ‘기다려’를 들은 강아지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다가 내게 물어 왔다.

나는 녀석에게 용암 파편을 휙 던져 주고 다음 라바 골렘에게로 다가갔다.

“입안에서 터지는 이 알싸한 맛!”

어디서 주워 들은 표현인지, 되다 만 미식가 같은 소릴 내뱉는 루스를 뒤로하고 나는 아이템 추출을 이어 갔다.

스킬 자체에 성공 확률이 있어 그런지 열 마리당 하나 정도의 용암 파편이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 다른 종료의 아이템은 추출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루스가 달려와 용암 파편 몇 개를 더 먹고서야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는 당연히 내 인벤토리에 넣으며 내심 흡족해했다.

‘이건 다음에 쓸 일이 있어 보이는군.’

루스가 방전되었을 때 먹이면 화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그 무렵, 드워프들이 모두 이쪽 편으로 넘어왔다.

그들이 부상자를 추스르고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드워프 왕이 내게 다가왔다.

“자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놈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 고맙네.”

드워프 왕의 나를 향한 호칭도 말투도 조금은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보여 준 행동이 그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기왕 좋은 인상을 줬으니, 이참에 조금 더 노력해 볼까?

어쩌면 괜찮은 결과가 따라올지도 모르니…….

“어차피 제가 부탁드려서 시작된 일, 드워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고맙네. 그나저나 강하리라고 생각은 했네만, 실력이 대단하더군.”

“감사합니다. 길만 뚫어 주시면, 몬스터는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좋지. 어쨌든 수고했네. 자네도 좀 쉬게.”

드워프 왕은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세웠다.

돌아가는 그에게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일이 다 끝나면 그 계약이란 걸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 모습에 내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드워프 왕과의 대화를 마치고 잠시 휴식 후, 일행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한 시간쯤 더 가자 두 번째 봉인이 나타났다.

역시나 시커먼 색을 띤 광석이 통로를 틀어막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하자!”

드워프 왕의 지시에 따라 드워프들이 공구를 들고 봉인에 달려들었다.

까가가가강-

끼이이익-

이번 작업도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라바 골렘과의 전투에서 호감을 얻은 덕에 드워프들이 더 열심히 작업했음에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했다.

‘갈수록 봉인이 더 두꺼워지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제 작업의 끝이 보인다.

한두 곳에서 반대편으로 작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작업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듀에르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작업이 거의 다 끝났어, 친구. 자네가 싸움을 도맡기로 했다며? 준비되면 말해. 바로 뚫어 줄게.”

나는 일행과 함께 봉인 쪽으로 다가가며 회귀 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이 반대편에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적.

놈이 어째서 저곳에 있는지, 왜 하나의 개체만 살아남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회귀 전에 무턱대고 진입했다가 꽤나 고생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땐 드워프들이 여럿 죽어 나갔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놈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나는 일행을 이끌고 봉인 앞에 다가가 신호를 했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마지막 작업을 했고.

쿠구궁-

사람만 한 조각이 떨어져 내리며 구멍이 뻥 뚫렸다.

‘자, 놈을 한번 요리해 볼까?’

속으로 생각하며 구멍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미리 생각해 둔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대형 얼음 폭탄(S. 소모품)]

- 얼음 마녀 엘파바가 자신의 기운을 모아 제작한 마법 폭탄. 사용 시 주위에 강력한 냉기의 폭풍을 일으킨다.

그것은 얼마 전 엘파바를 잡고 다시 얻은 얼음 폭탄이었다.

“내가 신호하면 들어가는 거야.”

나는 루스와 휴고에게 말한 후 얼음 폭탄을 냅다 구멍 안으로 집어 던졌다.

콰콰콰쾅-!

파츠츠츠츳-

폭음이 터지더니 공기가 얼어붙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끼리리리릭-

구멍 너머 바닥으로부터 묘한 괴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역시 이번에도 바닥에 숨어 있었군.’

놈의 정체는 슬라임이었다.

물론 이곳에 사는 놈이니만큼 보통 슬라임은 아니었다.

통로 바닥을 온통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크기.

게다가 온몸에 불길을 두르고 있는 놈이었다.

놈이 비명을 내지르는 동안,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물.’

물의 정령에게 얻은 스킬인 ‘물’을 사용한 것.

그러자 구멍 너머에 있는 허공에 커다란 물덩이가 생겨났다.

마력이 쭉쭉 빨려 나가며 물덩이가 크기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그때 얼음 폭탄의 폭발이 끝났고, 바닥에서 들리던 괴성도 멈췄다.

동시에 바닥이 휙 하고 일어나 둥글게 뭉쳐졌다.

‘그때는 저기 둘러싸여서 고생 꽤나 했었는데…….’

회귀 전에는 슬라임의 몸에 둘러싸이는 바람에 빠져나오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쪽이 완전히 우위에 있는 상황.

그 모습을 보며 휴고가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저게 뭡니까, 대장?”

“슬라임이야. 아마 곧 불을 뿜을 거야.”

말이 끝나자 둥글게 뭉쳐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 슬라임이 몸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물’에 불어넣던 마력을 멈추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물덩이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낙하했다.

철썩-

난데없는 물소리와 함께 슬라임의 거대한 몸이 물벼락을 맞았다.

치이이익-

그리고 불타오르던 놈의 몸에서 불길이 주춤 사그라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나는 앞장서며 일행에게 외쳤다.

“가자!”

잠시 불길이 멈추자 슬라임은 당황한 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점멸을 사용해 놈의 위쪽 공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며 여의검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커져라!’

검이 크기를 키워 갔다.

평소라면 멈추었을 크기를 넘어서 더욱 커질 때까지도 나는 의지를 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더, 더. 더 커져라!’

내가 떨어져 내리는 동안 검은 더더욱 커져, 이제는 양팔로 껴안아야 겨우 잡고 있을 수 있는 상태.

나는 검 끝을 아래로 향한 채 슬라임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검이 슬라임에게 닿는 순간.

‘멸세폭.’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검의 질량을 동반한 멸세폭이 슬라임의 몸통에 작렬했다.

놈의 몸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이윽고 일부는 부스러지며 떨어져 나갔다.

‘한참 더 패야 하겠군. 쯧, 역시 맷집이 좋아.’

회귀 전의 경험에 비추어 놈에겐 특별한 약점이 없다.

몸 안쪽 어딘가에 핵이 존재하지만, 너무 큰 덩치 탓에 핵을 바로 노릴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 충격을 계속 누적시키면 몸이 부스러져 떨어지는데,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놈이 충격을 받는 동안 나도 멸세폭의 폭발에 휘말려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그동안 맞은편에서는 휴고와 루스가 신나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얼음 폭탄과 물세례를 뒤집어쓰고, 연이어 공격을 당한 슬라임은 이제야 정신이 드는지 몸을 꿈틀거렸다.

불을 끌어 올리려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와 휴고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녀석이 씩 웃으며 망치를 치켜올렸다.

‘자식.’

말하지 않았지만 녀석의 뜻이 느껴져, 나도 검을 치켜들며 슬라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죽어라!”

휴고의 외침이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순간, 나도 멸세폭을 사용했다.

콰콰콰콰콰쾅-!

슬라임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멸세폭이 작렬했다.

얼마 전 오를란도를 상대로 한 번 사용해 본 후, 이런 식의 공격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확인했었다.

폭발의 충격에 휴고와 루스가 뒤로 튕겨 나갔다.

나도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 안 죽었어!’

예상대로 슬라임의 맷집은 놀라웠다.

놈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나는 밀려 나가는 몸을 다잡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스팟-

내가 이동한 곳은 다시 슬라임의 바로 앞.

이미 검은 휘둘러지기 딱 좋은 상태로 준비 중이었다.

‘멸세폭.’

콰콰콰콰콰콰쾅-!

다시 한번 멸세폭이 놈의 몸통에 적중했다.

폭발과 함께 놈의 몸에서 덩어리가 떨어져 나오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작아진 놈의 몸 안쪽에 흐릿하게 무언가 비쳤다.

‘저기 있군.’

계속된 충격으로 몸이 많이 부서지자 드디어 핵의 위치가 드러났다.

멸세폭의 충격에 내 몸은 이번에도 뒤로 떠밀려 날아가는 중.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놈에게 접근하는 대신 왼손을 들어 올렸다.

‘천벌.’

몸에 푸른빛이 돌며, 천벌이 적용된 것이 느껴지는 순간.

‘원혼의 거울!’

곧바로 광선을 발사했다.

번쩍-!

검푸른 광선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 슬라임의 핵을 향해 쏘아졌다.

치이익-

광선은 슬라임의 몸을 순식간에 녹이며 전진하더니 핵에 부딪혀 갔다.

그리고 이내 핵조차 단숨에 녹여 버렸다.

충격에 휘말린 몸을 다잡아 바닥에 내려서자, 여전히 거대한 슬라임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촤르르르르-

그러더니 이내 액체가 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흐음…….”

나는 모처럼 흡수되어 들어오는 기운을 즐겼다.

슬라임이 강했던 만큼 제법 큰 기운에 흡족해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쳐다보니 휴고가 엄지를 척하니 들어 올리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정확히 맞아 들어간 호흡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

나도 비슷한 마음이라 녀석에게 엄지를 들어 보여 주었다.

그러고 보니 루스가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맛있는 거 나와라.”

녀석은 슬라임의 잔해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중이었다.

몬스터에게 아이템 추출을 하면 본인이 먹을 만한 것이 제법 나온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챈 루스였다.

마치 그릇에 사료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모습.

나는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템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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