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94화 (9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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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94화>

“구원자님, 저쪽에 무언가 있습니다.”

“예, 아슬리 님에게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에임든에게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내가 멀리서 공격을 시작할 거야. 내 공격이 끝나면 탑이 파괴되었는지 확인하고 나서 전투를 시작한다.”

내 말에 휴고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 정도로 했는데도 탑이 부서지지 않으면…… 그냥 정수를 구하러 가야 하나?’

잠시 안 좋은 상황을 상상한 것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루스가 다가왔다.

“주인,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루스의 해맑은 응원에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는 탑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가자 수풀 사이로 탑의 모습이 보였다.

금속 재질의 굵은 원기둥이 하늘로 높게 치솟아 있었는데, 그 꼭대기에서 북쪽을 향해 붉은 기운이 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황가수호대와 영웅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탑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탑 바로 주위를 벗어나면 여전히 숲이 우거져 있었다.

덕분에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탐색이 가능했다.

‘잔뜩 몰려왔군. 탑에 딱 붙어 있어서 차라리 잘됐다.’

저쪽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

‘숲을 꿰뚫는 눈’의 영향인지 내 시야가 그들보다 훨씬 넓은 듯했다.

나는 수풀에 몸을 숨긴 채 탑 쪽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이한 느낌이 들며 몸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너무 다가가면 안 좋겠는데.’

다행히 마력을 강하게 끌어 올리자 찝찝한 기운이 금방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결국 기운이 빨려 나갈 것 같았다.

조용히 손을 들어 일행을 정지시켰다.

가장 경지가 낮은 에임든은 이미 기운이 빨려 나가는지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 에임든 님, 뒤로 멀리 물러나세요. 저 탑에 다가가면 기운을 빼앗깁니다.

나와 일행은 아직 버틸 만했다.

태연한 우리의 모습을 본 에임든은 고개를 끄덕인 후 뒤로 물러났다.

나는 손짓으로 휴고와 루스에게도 제자리에 멈추라 지시했다.

‘인식 교란.’

그 후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조금씩 탑 쪽으로 더 다가갔다.

여전히 놈들은 이쪽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직감했다.

‘더 가면 위험하다.’

여기까지가 탑에 기운을 빼앗기지 않고, 놈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도 있는 한계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공격이 닿을 거리.

여기서 한다.

결심을 마친 나는 여의검을 꺼내 의지를 전했다.

‘커져라!’

여의검이 적당히 커지자 그것을 조심스럽게 땅에 박아 넣고,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 있는 코등이 위에 왼손을 걸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강하게 움켜쥔 다음, 마지막 준비를 했다.

‘천벌.’

이것이 내가 원거리에서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화력.

아직 공격을 하지 않았음에도, 마음속에서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할 수 있다!’

칼코등이 위의 왼 손바닥을 정확히 탑에 겨눈 채 스킬을 발동했다.

‘원혼의 거울.’

번쩍-!

순간 검푸른 빛이 내 시야를 모조리 가렸다.

이제껏 광선이라 불러왔던 것이, 이번에는 도저히 선(線)이라 부를 수 없는 규모로 발사되었다.

S급 100을 진작에 돌파한 근력 스탯으로도 덜덜 떨리는 왼손을 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원혼의 거울을 제어하기 위해 온몸의 힘을 다했다.

몸무게까지 실어 가며 코등이에 눌러서야 왼 손목이 제자리를 유지했다.

심지어 힘을 너무 써 근육에 손상이 왔는지, 오른팔에서 증기가 피어올랐다.

파지지지직-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무언가 저항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뿐.

빛은 멈추지 않고 끝없이 뻗어 나갔다.

그 바람에 시야는 온통 검푸른 색 일색이라, 사물이 구분되지 않았다.

‘탑이 부서진 건가? 뭐가 보여야 말이지, 크윽.’

잠시 생각하느라 집중이 흐트러진 탓에 왼손이 마음대로 날뛰려 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광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힘을 다 토해 낸 원혼의 거울이 잠잠해졌다.

그러자 시야가 트였고, 비로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광선에 직격당한 탑의 밑동은 완전히 녹아서 사라졌다.

그리고 쓰러지며 충격을 받은 윗부분도 부서져 있었다.

흡족한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짧은 순간 워낙 용을 써서 그런지 몸이 뻐근했다.

부스럭-

그때, 부서진 탑의 잔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설마 살아 있는 놈이 있나?’

아니나 다를까, 잔해를 해치며 영웅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모습을 보고 실소를 지으려는 찰나.

파지직-

소리와 함께 몸에 충격이 전해졌다.

‘크윽!’

피부에서 열기가 느껴지며, 눈앞에 순간적으로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몸이 굳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젠장, 다른 놈이 더 있었나?’

방금 잔해를 해치고 나타난 것은 오를란도.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오를란도라면 왠지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금 당한 공격은 오를란도의 것이 아니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용인화와 초재생에 의해 시야가 다시 확보되었다.

그리고 몸이 다시 움직여졌다.

“주인!”

뒤에서 루스와 휴고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퍼뜩 정신을 다잡고 나를 공격한 놈을 찾았다.

사방을 살피자 검은 로브 차림에 지팡이를 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킨조른! 광선을 점멸로 피한 건가?’

제국 수도에서 후작 저택에 잠입했을 때, 미끼로 던져 주었던 놈이다.

당시 내게 점멸을 남기고 가서 참 고마웠는데, 이렇게 다시 나타나 스킬의 값을 받아 가고 있었다.

놈을 확인한 순간, 재빨리 발을 움직였다.

놈의 입이 달싹거리며 주문을 외는 것이 보였기 때문.

‘킨조른부터 빠르게 처리한다.’

오를란도는 공격력이 워낙 약하니 일단은 그냥 놓아 두기로 했다.

막 킨조른에게 접근하는데, 오를란도에게서 예상외의 말이 들렸다.

“천벌.”

그러자 갑자기 킨조른이 몸이 푸르게 빛났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천벌’은 자기 자신에게밖에 사용할 수 없는 스킬.

그런데 오를란도가 그것을 킨조른에게 걸었다.

나는 그 사실에 경악해 킨조른에게 달리면서도 오를란도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제껏 보지 못했던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놈은 이전과는 좀 달라져 있었다.

갑옷 차림에 성검 듀랜달뿐이었던 예전과 달리, 놈의 왼손에 그럴듯하게 생긴 방패가 들려 있었다.

‘기세도 더 강해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얼른 다시 눈을 킨조른에게 돌렸다.

놈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도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설마…… 더 위 단계가 존재하는 건가?’

놈들의 모습은 마치 궁극 진화에서 한 단계 더 진화를 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관리자가 직접 만든 스킬이니, 숨겨진 무언가가 더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예상치 못한 일이다 보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속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어느새 킨조른의 지팡이 끝에서 빛이 나더니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릉……!

온 사방이 뇌전으로 가득 찼다.

‘점멸.’

나는 놈의 스킬이 발동되는 타이밍에 맞춰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천벌’이 적용된 탓인지, 뇌전의 범위가 몹시 넓어 아슬아슬하게 피해 낼 수 있었다.

내가 점멸을 사용하는 모습에 킨조른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순간 다시 한번 점멸을 사용해 놈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들려오는 목소리.

“신의 분노. 주먹!”

그와 함께 마력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주먹이 내 몸을 옆에서 후려쳤다.

“크윽!”

예상치 못한 오를란도의 공격 주문이었다.

‘젠장, 이제 공격 주문까지 사용하나?’

“신의 분노, 발바닥!”

이번에는 하늘에서 커다란 발이 떨어져 내리며 나를 밟으려 들었다.

급히 몸을 날려 피하는 사이 킨조른이 다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늘에서 뇌전이 한 가닥 떨어졌다.

오를란도의 공격을 피해 내느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뇌전의 공격을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파지직-!

뇌전에 맞은 몸이 덜컥 멈췄다.

피부에 화상도 생겨났다.

슬쩍 눈알만 돌려 살피니 킨조른이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마비는 오래가지 않았다.

강력한 육체가 머지않아 뇌전의 기운을 흩어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내가 바로 앞에 나타나자 킨조른이 깜짝 놀라 똑같은 스킬로 자리를 피했다.

스팟-

놈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 압도적인 스탯을 쌓아 올린 내 감각은 순식간에 놈의 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점멸.’

내가 곧바로 따라붙자, 놈이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연이어 점멸을 사용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럴 것이다.

회귀 전, 궁극 진화 상태의 킨조른도 점멸을 연달아 쓰지는 못했으니.

그 순간에도 내 검은 움직이고 있었다.

‘멸세폭.’

콰콰콰콰콰쾅-!

순간 놈의 몸 주위에 있던 투명한 무언가가 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킨조른이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보호막이 있었나?’

놈이 미리 대비해 둔 탓에 킨조른의 숨을 완전히 끊어 놓지는 못했다.

그때 또다시 오를란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키는 자의 신념으로, 회…… 커억!”

오를란도가 킨조른에게 막 회복 마법을 시전하려 할 때, 놈의 옆구리에 발차기가 틀어박혔다.

재빠르게 몸을 날린 루스가 냅다 놈을 후려 찬 것이다.

비록 방어력이 뛰어나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은 오를란도였지만, 주문이 끊어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원래라면 이 틈에 회복 스킬을 가진 오를란도부터 처치하는 게 기본.

하지만 오를란도는 결코 단숨에 처치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재빨리 쓰러진 킨조른에게 다가갔다.

놈은 겨우 상체만 일으킨 채 다시 입술을 달싹이는 중.

이미 궁극 진화의 단계를 뛰어넘은 놈들이다 보니 시간을 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재빨리 왼손을 들어 원혼의 거울을 발사했다.

점멸로 다가가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이쪽이 더 빠르다는 판단이었다.

번쩍-!

축적된 힘이 얼마 되지 않아 그다지 강하지 않았지만, 방어력이 약한 킨조른에게는 충분히 통했다.

푹-

쏘아진 광선이 놈의 눈알을 정확히 찔러 버렸다.

“크아아악!”

킨조른은 눈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토했다.

외우던 주문이 끊어진 것은 당연지사.

나는 재빨리 놈에게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서걱-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한 킨조른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콰르르르르-

그때 큰 소리가 들려 옆을 돌아보니, 루스가 오를란도에게 불길을 쏘아 내고 있었다.

잠시 후 불길이 그치자, 이번에는 휴고가 오를란도에게 다가가 망치를 내리쳤다.

내 광선에 당한 자들이 피조차 남기지 못하고 녹아 버린 탓에 멸세폭을 쓰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오를란도는 질겼다.

그만큼 공격당했는데도 놈의 방어막은 버티고 있었다.

‘더 단단해진 것 같은데……. 진짜 궁극 진화 이상의 단계가 존재하는 건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확신이 생겼다.

어쨌든 이대로 대치를 계속할 이유는 없다.

킨조른의 뇌전에 당한 상처도 서서히 회복되어 가자, 나는 오를란도에게 접근했다.

‘커져라!’

놈이 방어 일변도의 상태니, 그다지 서두를 것도 없다.

한 번에 강한 공격을 가해 놈의 방어막을 뚫는다.

나는 충분히 커진 여의검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은 후, 놈을 내리찍으며 멸세폭을 사용했다.

차캉-

그러자 드디어 오를란도를 감싸고 있던 막이 깨어졌다.

“지키는 자의 신…… 컥!”

놈이 다시 주문을 외려는 순간, 휴고의 망치가 놈을 후려쳤다.

그리고 루스의 클로가 연이어 놈에게 휘둘러졌다.

가가각-

오를란도는 그 상황에서도 듀랜달을 들어 클로를 막아 내었다.

‘질긴 자식.’

역시 놈은 징그러울 정도로 단단하다.

질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놈을 죽여야 싸움이 끝난다.

그때 휴고와 눈빛이 마주쳤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뜻이 통한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재빨리 오를란도에게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멸세폭.’

내가 멸세폭을 사용하는 순간, 맞은편에서 휴고도 동시에 멸세폭을 사용했다.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양쪽에서 터진 멸세폭에 의해, 가운데 지점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던 오를란도는.

“죽이네.”

가만히 다가온 루스의 한 마디.

끝내준다거나 멋지다는 뜻이 아니었다.

밥을 끓여 만든 음식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루스의 말대로 오를란도는 죽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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