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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9화 (8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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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9화>

나타난 것은 황가수호대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놀란 것은 바로 그 나머지 인간들 때문이었다.

“헉! 바, 바간!”

휴고가 놀라 탄성을 내뱉었다.

눈앞에는 10명의 황가수호대와 함께 바간이 나타나 있었다.

게다가 나타난 이는 바간뿐이 아니었다.

‘엘파바까지? 그는 분명히 죽었는데, 설마 다시 소환한 건가?’

애초에 랜덤 영웅 소환 스킬을 만든 것이 관리자라고 했으니, 어쩌면 다시 소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지금은 생각보다는 몸을 움직여야 할 때.

나는 바간을 암습한 기억 때문인지 굳어 있는 휴고에게 말했다.

“정신 차려! 저건 그냥 껍데기다. 인형이야. 궁극 진화 상태니 정신 차리고 싸워!”

그건 무장 상태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놈들의 능력도 떠올릴 수 있었다.

‘엘파바부터 잡아야 해.’

이유는 놈의 스킬인 ‘심장을 움켜쥐는 손’ 때문.

하루 한 번밖에 쓸 수 없다고는 하나, 한 명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해 버리는 ‘심장을 움켜쥐는 손’은 치명적이다.

특히 수가 많지 않은 우리 일행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결정을 내린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스팟-

내가 이동한 곳은 엘파바의 바로 옆.

나는 즉시 놈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러 갔다.

하지만 놈도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상황 파악을 끝낸 놈이 즉시 스킬을 사용했다.

“심장을 움켜쥐는 손.”

‘그렇지!’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오히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심장을 움켜쥐는 손’은 이번 싸움에서 무조건 사용된다.

서로 간의 전력을 봤을 때,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그것에 당하는 것은 일행 중 나여야 한다.

때문에 나는 ‘심장을 움켜쥐는 손’에 당하기 위해,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놈을 기습한 것이다.

놈은 스킬을 발동시킨 후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욱씬-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예전에 당했을 때처럼 몸이 굳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나는 심장이 하나 더 있거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놈에게 피식 웃으며 멸세폭을 날렸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악!”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엘파바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곧바로 스탯이 흡수되는 것을 보니 죽은 게 분명했다.

놈은 ‘심장을 움켜쥐는 손’을 너무 믿은 나머지, 스킬이 적중한 뒤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허망한 죽음은 바로 방심의 대가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엘파바가 절명해 버렸지만, 놈들의 움직임에 당황은 없었다.

황가수호대는 물론, 바간조차도 기계처럼 움직이며 우리를 공격해 들어올 뿐.

하지만 싸움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바간의 등장에 휴고가 조금 당황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전력은 우리가 훨씬 우위에 있었다.

우리는 방어력이 뛰어난 바간을 적당히 상대하며, 황가수호대부터 하나하나 줄여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황가수호대는 전멸.

바간만이 홀로 남았다.

콰콰콰콰쾅-!

번쩍-!

콰르르르르-

결국 휴고의 멸세폭과 나의 원혼의 거울과 루스의 화염을 한꺼번에 맞은 바간이 쓰러졌다.

“와아, 이 자식 정말 단단하다.”

나는 일부러 쾌활하게 웃으며 휴고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래도 휴고에게 바간은 썩 좋은 기억이 아닐 터.

기분을 좀 풀어 주려는 행동이었다.

“하하. 이제 괜찮습니다, 대장.”

녀석도 내 뜻을 알았는지 마주 웃어 왔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딱히 오래도록 충격에 휩싸일 일은 아닌 모양이다.

안심한 나는 죽은 놈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템 추출’을 사용했다.

황가수호대에게서는 여전히 붉은 보석이 나왔다.

그런데 엘파바에게서는 좀 다른 물건이 나왔다.

- 대형 얼음 폭탄(S. 소모품) : 얼음 마녀 엘파바가 자신의 기운을 모아 제작한 마법 폭탄. 사용 시 주위에 강력한 냉기의 폭풍을 일으킨다.

저번에 엘파바를 죽였을 때 저절로 떨어졌던 물건.

그것을, 이번에는 ‘아이템 추출’을 통해 얻게 되었다.

방법이 어떻든 내게는 괜찮은 수확이었다.

‘이게 또 나왔군. 저번에도 참 잘 써먹었었지.’

엘파바의 얼음 폭탄은 상당히 유용한 아이템이었기에 얼른 인벤토리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간에게도 ‘아이템 추출’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간에게서는 특별한 아이템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바간에서 나온 것은 바로 황가수호대에게서 얻을 수 있는 붉은색 보석.

“주인! 나 그거 먹어도 돼?”

그런데 그때, 루스가 대뜸 그렇게 물어 왔다.

언뜻 보기엔 황가수호대의 것과 별 차이가 없는데 루스의 반응이 거세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한번 자세히 살피니, 바간에게서 나온 것이 한결 강한 기운을 흘렸다.

그 때문이었군.

“그래, 먹어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보석은 루스의 손으로 냉큼 옮겨 갔다.

생각해 보면 루스가 탐내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그냥 맛있는 음식.

나머지는 녀석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바간의 보석은 분명 후자의 경우일 터.

아마 황가수호대의 기운으로는 더 이상 루스가 성장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대신 궁극 진화 영웅의 기운은 훌륭한 영양소가 되는 듯했다.

‘뭐가 되었든, 많이 먹고 잘 크면 그만이지.’

루스가 보석을 먹는 동안, 휴고가 내게 중얼거리듯 물어 왔다.

“대장, 이놈들은 어떻게 되살아났을까요?”

“아마 관리자가 다시 소환한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더 주의해야 하겠어. 이번에는 수도 적고, 기습이 성공적이라 쉽게 이겼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예, 오를란도 같은 놈이라도 나오면, 엄청 귀찮아질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오를란도를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해 왔다.

“말도 마라. 그놈은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 어서 이동하자. 또 나타나기 전에.”

그 말을 남기고 마차에 올라타는데, 여전히 궁금한 것이 남았는지 휴고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근데 어떻게 우리가 올 것을 알았을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추측한 바를 말해 주었다.

“관리자니까 세계의 정수의 위치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럼 남쪽으로 갈 것도 알았을 거고. 황가수호대가 열 명밖에 안 나타난 것을 보니, 아마 남쪽에 넓게 퍼트려 놓은 모양이야.”

“그럼 이번 일로 우리 위치가 드러났을 테니,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겠네요. 어쨌든 서둘러 정수를 모아야 할 텐데……. 근데 남쪽에 가면 정수가 완성되는 것이 맞습니까? 수가 모자라는 것 아닌가요?”

그것이 나도 쭉 의문이었다.

모아야 할 정수는 모두 셋.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정수 하나와 부스러기 하나.

부스러기의 설명에 이분의 일이라고 적힌 것을 보면, 두 개를 모았을 때 조각 하나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럼 나머지 하나의 정수는 도대체 어디서 구하지? 캐서린은 분명 남쪽으로 가면 정수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남쪽에 있는 부스러기 하나의 행방뿐이야.’

여정 내내 고민해 왔지만, 답은 없었다.

결국 내가 휴고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일단 구할 수 있는 것부터 구해 보자. 그다음에 무슨 방법이 생길 거야.”

* * *

며칠을 더 달린 끝에 우리는 블룸폰테인에 도착했다.

검문이 없었던 덕분에 도시 안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괜히 걱정했네요. 혹시 들어오다 문제 생기는 건 아닌가 했는데, 제대로 된 성벽도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휴고가 허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했잖아. 여긴 울타리로서의 의미가 없어. 그냥 눈과 귀일 뿐이야.”

휴고와 대화를 나누는데, 소맷자락을 연신 잡아끄는 손이 있었다.

“루스, 이거 좀 놓고 가자.”

“주인! 이건 분명 갓 구운 고기의 풍미야. 빨리, 빨리 먹어야 해! 나 현기증 난단 말이야.”

“도대체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운 거냐? 아주 미식가가 다 되셨네, 거참.”

흘끔 돌아보자 휴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로 자기는 아니라는 듯한 표정.

그러더니 정색하며 질문해 왔다.

“그나저나 길잡이는 어떻게 구합니까?”

왠지 말을 돌리는 것 같았지만, 중요한 이야기라 생각이 그쪽으로 쏠렸다.

“글쎄다. 부딪히다 보면 방법이 있겠지.”

이곳 남쪽 지방은 넓은 밀림으로 뒤덮여 있다.

그 면적이 심지어 제국의 영토보다도 더 넓다.

그러니 무력이 강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엘프들의 영역은 이상한 기운이 흘러,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길을 헤맬 수밖에 없다.

“그…… 엘프들이 진짜 그렇게 예쁩니까?”

생각 중에 휴고의 은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고도 남자는 남자였다.

“왜? 예쁘면 어쩌게?”

“그냥 예쁘면 좋지요.”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녀석도 웃으며 대답해 왔다.

“예쁘긴 한데, 막상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만나야 외모를 감상하든 길잡이를 맡기든 할 텐데 말이다.”

우리의 대화에 늑장을 부린다고 생각을 했는지, 루스가 또다시 소매를 잡아당겼다.

“주인. 밥! 밥! 얼른 가자.”

“그래, 밥부터 먹자.”

이곳 도시 국가들은 대부분 엘프와 교역을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의 엘프와 만나지 못한다.

오직 시장만이 엘프와의 교역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

이를 어기고 시민이 독단적으로 엘프와 교류하다 발각되면 즉각 처벌받는다.

이것이 제국의 뜻인지, 아니면 그냥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욕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게는 썩 좋지 못했다.

‘제국 수배범 신세니 시장을 찾아가 길잡이를 내놓으랄 수도 없고…….’

골치가 아팠다.

회귀 전에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시장이 마중을 나왔다.

당연히 길잡이도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사람은 권력이 있어야 하나?’

없던 권력욕까지 생기려는 찰나, 마음속으로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 해수, 잘 지내고 있나요?

옛 친구가 ‘계약’의 효과를 이용해 내게 말을 걸어온 것.

- 이제 막 남쪽 도시에 들어온 참입니다. 그나저나 저번에 부탁드렸던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연락한 거예요.

제국 수도가 파괴되는 것을 본 후, 나는 옛 친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었다.

- 수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른 도시들은요?

드라코리치와의 싸움 후 동맹을 맺은 세 세력은 서로 마법 통신망을 마련했다.

통신망 설치는 굉장히 비싸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노즈도름의 죽음을 모르는 로치데일이 모든 것을 부담하기로 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어쨌든 나는 그 통신망을 통해 바리살에 연락하여, 제국의 동태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금 그 답이 온 것이다.

- 수도는 완파되었어요. 황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살아 있다고 소문이 났어요. 그리고 수많은 황가수호대가 수도에 몰려 있다는군요. 아, 그리고 처음 보는 자들이 황궁 근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요.

관리자가 강림하며 황제의 육체를 차지한 것 같았다.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처음 보는 자들이란, 아마도 소환 영웅들일 것이다.

- 그럼 다른 도시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른 곳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요. 다만…….

옛 친구는 말꼬리를 흐렸다.

- 뭔 일이기에 그렇게 망설입니까? 딱히 더 놀랄 것도 없으니 그냥 말해 주세요.

이제 와 내가 놀랄 만한 일도 별로 없다.

내 솔직한 심정이 전해졌는지 옛 친구의 말문이 열렸다.

- 수도를 파괴한 것이 당신이라고 소문이 났어요.

“이런 미친! 이제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만드네.”

“왜 그래, 주인?”

“무슨 일입니까?”

육성으로 내뱉어 버린 욕설에 일행 둘이 동시에 물어 왔다.

나는 괜찮다는 손짓을 한 후 옛 친구와의 대화를 이어 갔다.

- 후우,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군요. 일단 동태는 계속 파악해 달라고 하세요. 놈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 알았어요.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할게요. 몸조심해요, 해수.

그 말을 끝으로 옛 친구와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때 루스가 다시 한번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알았다, 알았어. 이제 딴짓 안 하고 식당으로 직행할 테니, 앞장서라.”

엄청난 후각을 소유한 루스는 식당을 선별하는 데에도 뛰어났다.

그리고 일행 중 음식에 집착하는 것도 루스뿐이었다.

그래서 이제껏 식당을 고르는 것은 늘 루스의 몫이었다.

하지만 루스는 울상을 지으며 의외의 대답을 해 왔다.

“히잉, 이러다 밥은 언제 먹어. 주인, 저기 봐, 저기.”

루스가 칭얼거리며 가리키는 곳을 보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쟤는 또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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