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3화 (83/149)

 # 83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3화>

- 지금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얼른 하거라.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것이…… 노즈도름 님이 죽어야 가능한 방법입니다. 아까 보셨듯이, 제게는 저와 연결된 자들이 죽으면, 사체를 터트려 폭발시키는 기술이 있습니다.

- 아! 그것이야말로 나의 역할이었군. 걱정하지 말거라. 잘해 둘 터이니. 그럼 뒷일을 부탁한다.

뭔가 스스로 납득한 듯한 말을 한 노즈도름은, 갑자기 대화를 끝냈다.

- 잠깐! 노즈도름 님!

나는 너무 급한 노즈도름의 태도에 깜짝 놀라 말리려 들었다.

그가 죽기 전에 할 일이 있었기 때문.

그러면서 얼른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노즈도름]

역시 예상대로였다.

‘계약’한 상태에서는 팔찌를 통해 스킬 전이가 가능한 것이다.

나는 재빨리 대상을 지정했다.

‘노즈도름.’

그런데.

[해당 대상이 없습니다. 대상을 지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없음]

‘이런, 젠장!’

어처구니없게도, 그사이 노즈도름이 죽어 버렸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말이 끝나자마자 자살해 버린 것이다.

눈앞에서 무려 드래곤의 스킬이 날아가 버렸다.

하도 어이가 없어 지금 상황도 잊은 채 망연자실해하고 있을 때, 드라코니치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일깨웠다.

[응? 이건 또 뭘까? 왜 벌써 죽어 버린 거지? 기대되네, 키킥.]

‘그래, 진짜 할 일이 남았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여전히 노즈도름을 감싸고 있는 드라코리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놈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진짜 재밌게 해 주마. 뒈져라!”

동시에 노즈도름의 사체를 대상으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시체 폭발.’

콰콰콰콰콰콰쾅-!

시체 폭발 또한 예상대로 작동했다.

이제껏 내가 사용했던 모든 스킬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폭발이 드라코리치의 몸속에서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노즈도름의 사체가 가진 기운이 워낙 커서 그런지, 폭발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나 또한 폭발의 여파에 떠밀려 뒤로 주르륵 미끄러져, 먼발치에 물러선 채로 폭발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내부에서 터진 폭발에 드라코리치의 끈적한 몸이 덩어리져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러더니 연이어 이어진 폭발에 한 덩이씩 불타 사라져 갔다.

한참 후, 기어코 드라코리치의 몸이 다 녹아 없어질 때가 되어서야 폭발은 끝이 났다.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에 안도하려는데.

‘스탯이 흡수되지 않아!?’

이번에도 드라코리치에게서 스탯이 흡수되지 않는 바람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아니겠지?

얼른 사방을 살피는데, 바닥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손톱만 한 검은 액체 한 방울이 바닥을 따라 내게로 쪼르르 흘러왔다.

그러더니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킥, 킥. 재밌……었……다. 또 보……자.]

이것이 드라코리치의 마지막 조각인 것 같았다.

나는 내뱉듯이 소리치며 발을 들어 올렸다.

“헛소리는 지옥에서나 해라! 이 새끼야.”

그리고 발에 강기공을 잔뜩 끌어 올려 놈을 있는 힘껏 밟아 버렸다.

꽈앙!

드라코리치의 마지막 한 방울이 사라지자, 드디어 내게 기운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기운이 흡수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흐름이 느껴졌다.

몸으로 빨려 들어오는 엄청난 기운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러더니 마치 나를 둘러싸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마왕이나 드래곤을 만나도 기세에 주눅 들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이 생겼다.

‘으음,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야.’

잠시 흡족한 기분을 만끽하다가 무언가가 생각나 얼른 바닥을 살폈다.

멀찌감치 상서로운 기운을 흘리는 것이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급히 다가가 주워 들자 아이템의 설명이 떠올랐다.

[$^&@&*%$의 부스러기 (1/2)]

- &*%$#$%^%^&$#$%@%%^$%.

‘역시 세계의 정수가 아니야. 조각 대신 부스러기인가? 이것도 제대로 표시가 안 되는군.’

회귀 전 드라코리치를 잡았을 때도, 마왕의 화신을 처치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영웅들이 재빨리 아이템을 수거해 간 것이다.

그 바람에 아이템을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지만, 마왕을 잡았을 때와 다른 물건이었다는 것은 기억에 남아 있다.

회귀 전처럼 이번에도 드라코리치에게서 떨어진 것은 세계의 정수가 아니었다.

비슷한 기운을 흘리지만, 크기도 작고 모양새도 어설펐다.

‘이건 또 이분의 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네. 이걸 두 개 모으면 조각 하나가 되는 건가?’

확실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물건의 정체가 짐작이 갔다.

다만 당장에 무슨 용도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일단 부스러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후, 다시 한번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

노즈도름의 사체는 ‘시체 폭발’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드라코리치 또한 액체 상태였기에 사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한참 동안 사방을 샅샅이 살핀 후에야 거무스름한 액체가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되려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액체에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아이템 추출.’

그러자 스킬이 정상적으로 발동되었다.

잠시 후 거무스름한 액체에서 무언가 생겨나 내 발 앞에 툭 떨어졌다.

“헉!”

그것을 주워 든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릭서(S. 비약)]

- 신의 힘이 담긴 치료 약. 죽음을 제외한 어떤 질병이나 상처도 즉시 회복시키며,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되돌린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재앙에 오염된 드라코리치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지만 놈이 원래 드래곤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했다.

‘어쨌든 여벌 목숨이 하나 생긴 셈이니, 내 입장에서는 감사할 일이지. 그나저나…… 아쉽군.’

기대치 않은 좋은 물건을 얻다 보니, 괜스레 노즈도름의 사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 아까웠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죽음도 달갑게 받아들이던 노즈도름의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음, 너무 속물적이었나?’

짧게 반성한 후 나는 노즈도름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잠시 숙연한 기분을 느끼는 차에,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드라코리치의 결계가 해제되며 안개가 흩어진 것이다.

그러자 주변의 상황이 보였다.

싸움은 거의 끝나 있었다.

몬스터가 몇 마리 보이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인간의 숫자를 생각할 때, 문제없이 처리될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옛 친구의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내가 결계 안으로 사라지자 이쪽으로 움직이려 했는지, 처음 위치에서 제법 이쪽을 향해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옛 친구로부터 이곳까지 바닥에 파인 자국이 주욱 이어져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결계를 파괴하려고 브레스를 쏘았나 보네.’

스킬에 의해 내가 입은 상처가 옮겨진 탓에 옛 친구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여러모로 옛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주인! 주인!”

“대장!”

그때 루스와 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도 결계를 깨려고 뭔가 하던 참인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기뻐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둘 다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휴고는 온몸이 몬스터의 피로 뒤덮인 상태였다.

내가 녀석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데, 루스의 표정이 묘해지더니 빽 하고 소리쳤다.

“주인! 뒤에!”

그 말에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황가수호대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나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놈들이 나타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

올리버의 말에 따르면, 연합 내에 제국에 포섭된 자들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들에 의해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이 당연지사.

‘그러니 저렇게 황가수호대가 나타난 거겠지. 일 끝날 타이밍에 맞춰 잘도 튀어나왔네. 그나저나 백 명으로 안 되니 이백을 보낸 건가?’

저번에 비해 두 배의 병력이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내 전력이 늘기도 했고, 이번엔 미리 예측한 상황이라 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

나는 루스와 휴고가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점멸로 움직여도 되지만, 놈들을 정확한 위치로 끌어들이기 위해 달리는 것을 택했다.

그러면서 황가수호대가 보지 못하도록 가슴 앞에서 손을 내저었다.

‘오지 마.’

굳이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도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멈출 것을 지시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일행이 내 뜻을 알고 자리에 멈추어 섰다.

나는 쫓아오는 황가수호대를 보며 속도를 슬슬 조절했다.

그리고 놈들이 내가 원한 위치에 도착했을 때.

‘터져라!’

순간 놈들의 발밑에서 마법 함정이 폭발했다.

콰콰콰콰쾅-!

그사이 나는 점멸을 사용해 일행 쪽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이번 마법 함정은 성벽과 먼 곳에 따로 설치해 둔 것이었다.

황가수호대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고급의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한 만큼, 파괴력이 강력했다.

“대장,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다.”

“주인, 아직 남았어.”

말을 마친 루스가 손을 뻗더니 황가수호대 쪽으로 불덩이를 날렸다.

아마 불기운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길게 내뿜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콰콰쾅-!

루스가 날린 불덩이가 떨어지며, 살아남은 황가수호대가 죽어 나갔다.

“대장, 일단 놈들을 마저 처리하겠습니다.”

휴고도 황가수호대 쪽으로 달려갔다.

녀석은 온몸에 피칠갑을 했지만, 막상 몸 상태는 좋았다.

녀석의 두 번째 스킬인 ‘피의 군주’의 효과였다.

콰콰콰콰쾅-!

휴고는 달려들자마자 멸세폭부터 날렸다.

그러자 부상당한 황가수호대가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서걱-

루스는 불을 내뿜는 대신, 클로를 열심히 휘둘러 황가수호대를 하나씩 차근차근 줄여 나갔다.

나도 딱히 놀고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드라코리치의 결계에서 검은 안개에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초재생에 의해 상처가 대부분 회복되어 있었다.

막 내가 전투에 합류하기 위해 일행 쪽으로 다가갈 때였다.

탕-

총성이 울렸다.

화이트가 황가수호대를 적대하는 나에게 공격을 가한 것이다.

총알은 내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왼손을 들어 올리며 ‘절대불변’을 사용했다.

푸슉-

하지만 한발 늦었다.

총알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나마 손을 들어 올리느라 몸이 흔들려 심장을 직격당하진 않았다.

하지만 강한 충격에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상급 용인화의 비약을 먹은 덕에 즉사만은 면했다.

초재생이 열심히 발동되고 있었지만, 놈이 무슨 수를 쓴 건지 가슴에서 뿜어지는 피는 더욱 거세어졌다.

‘빌……어먹을.’

드라코리치를 잡고 황가수호대까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게 된 터라 너무 방심했다.

화이트를 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놈에게 ‘용혈의 족쇄’를 먹여 놓았으니,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크윽.”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했다.

화이트의 몸속에 스며든 용혈의 족쇄를 발동시킨 것이다.

으아아악-!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화이트가 죽으며 지른 단말마였다.

하지만 나도 지금 상태면 버티지 못한다.

인벤토리에서 엘릭서를 꺼내 들었다.

안간힘을 쓰며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급한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해수! 걱정하지 말아요.]

그것은 옛 친구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차르르르-

내 몸 주위로 갑각이 생겨나더니, 가슴의 상처가 어느새 사라져 갔다.

옛 친구의 기술이 사용된 것이다.

상처가 옛 친구에게로 옮겨 가며, 내 몸은 눈 깜빡할 새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으윽, 따끔해. 해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말.]

화이트의 총알이 보통이 아니었는지 옛 친구가 잠시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멀리서 나를 따듯하게 바라보는 커다란 눈동자가 보였다.

옛 친구 덕분에 엘릭서를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마음이 더욱 고마웠다.

나는 그쪽을 향해 정중히 고개 숙여 보였다.

그 후, 나도 일행과 합류하여 나머지 황가수호대를 처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을 대부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살아남은 것은 중상을 입고 쓰러진 단 한 놈뿐.

나는 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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