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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2화 (82/149)

 # 82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2화>

말소리와 함께 전방에 시꺼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방이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가운데에서도 확연히 표가 날 정도로 더욱더 검었다.

[티 내지 않는다고 엄청 힘들었다고. 킥킥.]

드라코리치는 즐거운 듯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아마 내게 이런 기술이 있는 줄은 몰랐지, 영감? 거봐, 세상은 당신이 아는 것처럼 돌아가지 않아. 당신이 결코 알 수 없는 것도 우린 알 수 있거든. 악역의 특권이랄까, 키킥.]

그 와중에 놈의 형상이 점점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놈은 타르가 뭉쳐 만들어진 것처럼, 걸쭉한 액체로 된 몸을 하고 있었다.

모양은 이전과 같이 뼈로 된 드래곤의 형상.

몸에서는 연신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는데, 아래로 떨어진 것은 다시 놈의 발끝을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키킥, 이제 어떻게 될까? 어이, 구원자. 좀 잘해 봐. 이러다가 나한테 지겠어. 근데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놈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놈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때, 다른 목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이 안에서 그냥 싸워서는 놈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내가 펼쳐 놓은 마법진의 기운을 일시에 집중시키면, 놈을 잠시 동안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나는 힘을 쓸 수 없으니, 네가 놈을 처치하거라.]

나는 노즈도름에게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또 무슨 계획을 짜고 있어? 아직 날 더 재밌게 해 줄 방법이 남았어? 키킥.]

순간 드라코리치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방의 검은 안개가 들끓었다.

그러더니 안개에 닿은 몸에서 마치 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크윽…….”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고 있는데, 드라코리치의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키킥, 어서 해 봐. 그 대신 나도 이제 기다려 주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그럼 재미없잖아.]

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개가 한층 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더욱 심해졌다.

[곧 시작하마.]

그때 노즈도름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그 말에 나는 드라코리치에게 짧은 시간 가장 큰 타격을 줄 방법을 고민했다.

‘천벌을 써야 해.’

중요한 것은 어떤 공격에 쓰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가능한 공격 기술은 멸세폭과 원혼의 거울, 그리고 여의검의 구체.

‘구체는 안 돼.’

노즈도름이 드라코리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시간은 잠시뿐이라고 했다.

여의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럼 남은 것은 멸세폭과 원혼의 거울.

하지만 원혼의 거울은 축적된 힘이 거의 없다.

게다가 옛 친구와의 연결도 끊어진 상태라, 피해를 입으면 고스란히 내게 쌓인다.

따라서 멸세폭을 순간적으로 여러 번 사용하여 충격을 축적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멸세폭에 ‘천벌’을 사용하기엔 좀 아쉽다.

고민을 거듭하던 순간,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생각을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점멸.’

스킬을 써 재빨리 데모릭스의 뒤로 이동한 후, 놈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여의검은 정확히 데모릭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커억!”

데모릭스는 깜짝 놀라 신음과 함께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와 동시에 놈의 어깨 위에 장착되어 있던 기계 팔이 무언가 반격을 가하고자 했다.

‘커져라.’

하지만 그 순간, 데모릭스의 몸속에 파고든 여의검이 커지며 놈의 몸을 찢어 버렸다.

“크아아악-!”

데모릭스는 단말마를 지르며 숨이 끊어졌다.

그나마 데모릭스가 소환 영웅 중 본신의 전투력이 굉장히 낮아 가능한 일.

이 자리에 있던 것이 오를란도나 바간이었다면 시도할 수조차 없는 계획이었다.

[키킥? 또 무슨 재미난 짓을 하려는 거지?]

내 이상 행동에 드라코리치가 의아해할 때, 머릿속에 노즈도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작한다.]

내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 노즈도름도 행동을 개시했다.

노즈도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마법진의 기운이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드라코리치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크으윽!

순간 드라코리치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놈의 끈적한 몸이 부르르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워낙에 검어서 상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애써 고통을 참는 것이 분명했다.

노즈도름의 말대로 놈이 무력화된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을 터.

‘바람의 걸음.’

나는 스킬을 사용하여 몸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데모릭스의 시체를 들고 드라코리치에게 달렸다.

[빨리!]

노즈도름의 재촉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드라코리치에게 빠르게 닿는 것에 내 모든 힘을 집중했다.

기어코 드라코리치의 앞에 다다랐을 때, 나는 데모릭스의 시체를 바닥에 놓으며 여의검에 의념을 집중했다.

‘커져라!’

그리고 여의검이 내가 휘두를 수 있는 최대의 크기로 커짐과 동시에.

‘멸세폭.’

콰콰콰콰콰쾅-!

멸세폭의 충격으로 내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나는 그 힘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밀려나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원혼의 거울’

폭발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내 손에서 광선이 발사되었다.

번쩍-!

그 후, 나는 드라코리치의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천벌.’

스킬을 사용한 후, 데모릭스의 시체를 집어 들어 드라코리치에게 던졌다.

그리고 시체가 놈에게 닿는 순간.

‘시체 폭발.’

콰콰콰콰콰쾅-!

궁극 진화를 이룬 데모릭스의 시체는 엄청난 기세로 폭발했다.

강력한 폭발이 드라코리치의 끈적한 몸을 사방으로 날려 버렸다.

“허억, 허억-.”

검은 안개로부터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할 정도로 급하게 움직인 탓에 숨이 가빠왔다.

최상급 용인화의 비약을 먹은 후, 이 정도로 힘겨운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노즈도름의 칭찬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검은 안개가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스탯이 오르지 않는다.’

이번에도 스탯이 흡수되는 느낌이 없다.

“제기랄!”

기어코 내 입 밖으로 욕설이 새어 나왔을 때, 결국 더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마법진을 발동시키느라 가만히 서 있던 노즈도름의 몸을 시커먼 액체가 덮쳤다.

노즈도름의 몸을 완전히 감싼 액체는 마치 사탕을 녹이듯, 노즈도름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키킥, 조금 전에는 좀 놀랐어. 그 정도의 공격 기술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지 뭐야. 거의 죽을 뻔했어. 덕분에 아주 재밌었지. 칭찬해 줄게.]

노즈도름을 둘러싼 검은 액체에서 드라코리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사방을 감싼 안개가 한층 더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윽……!’

그러자 안개로부터 들어오는 충격이 더욱 커졌다.

고통 또한 그에 비례해 증가하며, 입에서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다 먹을 때까지 좀 버텨 봐. 그 담에 너도 먹어 줄게. 근데 진짜 이래도 되나 몰라? 키키킥.]

빠드득-

아픈 와중에 드라코리치에게 조롱당하자 이가 저절로 갈렸다.

속에서 천불이 치솟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아, 여기까진가…….’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 무렵, 남겨 둔 루스와 휴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빌어먹을 황제에게 한 방도 먹여 주지 못한 것도 생각났다.

‘젠장! 이대로 죽을까 보냐?’

그러자 오기가 생겼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았다.

내가 꺼지려는 의지를 억지로 다잡을 때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원자여, 너에게 분명 길이 있다. 그것이 너의 역할. 세계의 법칙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노즈도름의 목소리였다.

노즈도름은 드라코리치에게 흡수되는 와중에도 내게 희망을 주려 했다.

[네가 할 일을 해라. 분명 너에게 방법이 있다.]

‘내가 할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사방에서 몸을 갉아 대는 검은 안개 때문에,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다.

통증을 견뎌 내며 정신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그런데도 노즈도름은 내게 길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움직이기도 힘든데 드라코리치를 쓰러트릴 방법이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지금도 노즈도름의 생명은 서서히 꺼져 가고 있다.

내게 남은 시간도 점차 줄어들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거나 다 해 보자.’

내게 진짜 방법이 있다면 얻어걸리기라도 해 달라는 심정으로, 가진바 스킬을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혼의 거울.’

번쩍!

힘겹게 들어 올린 왼손에서 작은 빛이 쏘아져 드라코리치에게 닿았다.

[키킥, 간지러워. 이런 건 재미가 없어.]

놈은 이제 어느 정도 몸을 회복했는지, 목소리가 한결 활기찼다.

그리고 놈의 말이 끝나는 순간, 안개가 한층 더 거칠게 요동치며 내게 고통을 가했다.

‘크윽. 아직이다.’

나는 ‘강기공’부터 ‘바람의 걸음’은 물론, ‘아이템 추출’까지 아무 스킬이나 마구 사용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되어 주진 못했다.

결국 내게 남은 마지막 하나의 스킬.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회귀 전에도 가지고 있던, 나의 유일한 오리지널 스킬.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 랜덤 영웅 소환 (547100/512000 코인)

┗ 영웅 진화 (547100/10000)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 영웅 궁극 진화 (547100/100000)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그나마 코인이 있어서 다행이군. 랜덤 영웅 소환.’

나는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영웅을 소환했다.

‘혹시 캐서린이 나타나서 뭔가 굉장한 일을 해 주지 않을까?’

잠시 긍정적인 상상을 하는 사이, 마법진에서 영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캐서린은 아니었다.

[사토시 지우(S. 냉혹한 조련사)]

-충성도 : 50(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크윽-.”

지우는 나타나자마자 신음을 흘렸다.

놈은 애초에 본신의 전투력이 강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의 진화도 하지 않은 상태.

소환되자마자 온몸이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대미지를 입자, 지우는 내게 인사할 정신도 없어 보였다.

‘저대로 두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머지않아 죽겠군.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늘 하던 대로 팔찌를 사용했다.

그러자.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사토시 지우]

‘사토시 지우.’

[스킬 ‘계약’이 전이됩니다.]

[계약]

: 인간 이외의 지성체와 특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합니다. 대상의 감정과 의사가 스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시전자와 대상의 격이 크게 차이 날 경우, 성공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음…… 혹시!?’

‘계약’의 설명을 꼼꼼히 바라보던 나는 이 기술의 활용도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즉시 스킬을 사용했다.

‘계약.’

[대상과 특별한 유대를 형성합니다. 대상을 선택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노즈도름, 벨커시모탈]

‘헉! 드라코리치까지!?’

예상대로 노즈도름이 ‘계약’의 대상으로 표시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벨커시모탈이란 이름까지 대상으로 떠올랐다.

나를 제외하고 이곳에 있는 존재가 딱 둘이니, 그것은 아마도 드라코리치의 이름일 터.

당황스러웠지만, 선택은 당연했다.

‘노즈도름.’

[‘노즈도름’과 계약을 진행합니다.]

[대상의 격이 너무 높아 실패했습니다.]

‘이게 무슨…….’

내가 어이없어하고 있을 때였다.

[다시, 어서!]

노즈도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다시 ‘계약’을 시도하란 소리 같았다.

나는 얼른 다시 ‘계약’을 사용했다.

[대상과 특별한 유대를 형성합니다. 대상을 선택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노즈도름, 벨커시모탈]

‘노즈도름.’

[‘노즈도름’과 계약을 진행합니다.]

[대상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계약’이 성립합니다.]

[‘노즈도름’과 특별한 유대가 형성됩니다.]

‘아……!’

그 순간 노즈도름과 무언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들더니, 노즈도름의 의사가 내 마음으로 전달되어 왔다.

-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

그것은 이제껏 머릿속으로 전해지던 소리와는 달리, 노즈도름의 마법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마음을 통해 저절로 의사가 전달되고 있었다.

아마도 ‘계약’을 성공한 효과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도 노즈도름에게 말을 전할 수 있었다.

-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결과가 확실치 않은데, 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한 대가가 너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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