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0화 (80/149)

 # 80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80화>

돌아보니 뒤쪽 전장의 몬스터들이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드라코리치가 뿜어낸 검은 기운이 몬스터에게 무슨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연합은 물론, 노르트와 라로프 쪽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젠장, 그새 무슨 수작을 부렸군. 어떻게 하지?’

일단 옛 친구가 처리할 수는 없다.

오늘을 위해 옛 친구와는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바로 옛 친구가 육지에서 싸우기에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후우,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못 싸울 수가 있는 건지.’

옛 친구의 능력은 입에서 뿜는 브레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위를 이롭게 하는 쪽에 몰려 있었다.

그것도 ‘주위의 물고기가 빨리 자라게 하는 능력’같이 전투에는 하등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

그 외에 해일을 일으키는 등 전투에 도움 될 만한 능력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바다에서나 가능한 것들이었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다.

옛 친구에게는 내게 큰 도움이 될 능력이 있었고, 잠시 후 그 능력을 빌리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전투에서 옛 친구의 역할은 후방에서 브레스를 지원하는 것.

그리고 내게 능력을 빌려주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옛 친구에게 뒤쪽에서 날뛰는 몬스터를 맡길 수는 없었다.

‘덩치가 너무 커. 괜히 잘못 움직이다가 인간들까지 휩쓸린다. 브레스도 마찬가지야.’

차라리 웜같이 소수의 대형 몬스터라면 처리를 맡길 텐데, 모든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어 옛 친구가 나서긴 어려울 듯 보였다.

결국 다른 사람을 보내야 하는 상황.

뒤편을 지원할 인물을 찾기 위해 냉기에 맞서고 있는 일행을 쭉 훑어보다가, 휴고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얼마 전 녀석이 숨이 멎어 쓰러져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녀석을 보내자.’

게다가 드라코리치를 상대하기 위해 떨어져 나온 탓에, 이곳에는 피가 거의 없다.

즉, 휴고가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장은 여기가 아닌 뒤쪽이라는 소리.

“휴고, 뒤쪽에 난리가 났다. 지원이 필요해. 네가 맡아 주면 좋겠다.”

내 말에 뒤를 힐끔 돌아본 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주십시오, 대장. 그리고 꼭 이기세요. 믿습니다.”

“그래, 뒤는 부탁하마.”

“얼른 처리하고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휴고가 뒤쪽으로 달려가자, 화이트도 멀찌감치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긴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으니, 냉기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것이다.

데모릭스는 어느새 두 쌍의 팔로 참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콰콰쾅!

그때, 폭음이 터졌다.

하늘에 떠 있던 노즈도름이 내리꽂히며 드라코리치를 공격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두 드래곤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우지지직-

콰드드득-!

거대한 두 드래곤이 육박전을 벌이자, 사방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바위가 부서지고, 나무가 수수깡처럼 부러져 날아다녔다.

하지만 육박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콰쾅-!

폭음과 함께 노즈도름이 튕겨 나가더니 멀찌감치 처박힌 것.

두 드래곤 간의 힘의 우열은 명확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을 찰나였다.

전장에 총성이 울렸다.

타타타탕!

뒤쪽에서 화이트가 총을 발사한 것이다.

목표는 드라코리치의 갈비뼈 사이로 보이는 심장이었다.

그리고 총알은 정확히 원하던 궤적으로 날아갔다.

파지직-

하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총알은 갈비뼈를 통과하지 못했다.

“몸통을 부수기 전까진 심장을 타격할 수 없다. 저격은 안 통해!”

나는 일행 전부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예, 마스터!”

타타타탕-

대답한 화이트가 다시 한번 총을 쏘았다.

이번에도 목표는 심장.

파지직-

아까와 마찬가지로 총알은 갈비뼈 사이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총알에는 다른 스킬을 사용했는지, 그 효과가 달랐다.

화르르-

총알에 명중된 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드라코니치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뒤이어 드라코리치의 몸 주위에서 얼음으로 된 창이 만들어져 발사되었다.

쎄에에엑-

얼음 창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화이트였다.

화이트는 자신이 목표가 된 것을 깨닫자마자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하려 했다.

하지만 번개같이 쏘아진 얼음 창의 기세를 피해 내긴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때.

차르르륵-

화이트의 앞쪽이 빛나더니 강철로 된 벽이 생겨났다.

데모릭스가 스킬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방벽을 만들어 낸 것.

콰콰쾅-!

얼음 창이 철벽에 막혀 부서졌다.

철벽도 다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우그러져 있었지만, 화이트는 무사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역시, 궁극 진화하지 않은 상태로는 드라코리치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아.’

하지만 화이트는 아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진화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화이트, 견제와 지원 위주로 움직여라! 직접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화이트가 대답하며 데모릭스와 뒤쪽으로 물러났다.

데모릭스 또한 필멸의 대포를 만들며 높은 등급의 재료를 다 소모한 상태.

직접적인 공격력은 떨어지다 보니, 그는 뒤쪽에서 서포트에 집중하려는 듯했다.

콰콰콰콰콰-!

그 순간, 전장에 또다시 폭음이 울렸다.

노즈도름이 몸 앞에 사람 크기만 한 불덩이 수십 개를 만들어 드라코리치에게 쏘아 보내고 있었다.

드라코리치도 시커먼 색의 불덩이를 잔뜩 만들어 마주 쏘아 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허공에서 부딪힌 불덩이들이 터지며 연신 폭음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여의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곧이어 푸른 구체가 만들어져 점점 커져갔다.

우우웅-

칼 손잡이가 떨려 올 즈음, 구체를 드라코리치에게 발사했다.

쎄에에엑-

구체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노즈도름과 원거리에서 불덩이를 주고받던 드라코리치의 몸 주위에서 냉기가 솟구쳤다.

그러더니 커다란 얼음 창이 만들어져 내가 쏘아 낸 구체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쾅-!

얼음 창은 단번에 구체를 꿰뚫어 버렸다.

구체는 소득 없이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키다 사라졌다.

‘역시 안 되나? 하긴 용아병한테도 안 통한 것을 놈이 쉽게 맞아 주진 않겠지.’

살짝 아쉬웠지만, 곧 감정을 털어 냈다.

여의검의 구체는 원거리 공격이었지만, 원혼의 거울처럼 발사 속도가 빠르지 못해 대놓고 쏘아서는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상태로는 드라코리치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하기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준비한 수를 꺼내 들었다.

“옛 친구!”

나는 옛 친구를 소리쳐 불렀다.

옛 친구는 이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곧바로 대답해 왔다.

[지금인가요?]

이미 약속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말하지 않았음에도 옛 친구는 내 의도를 짐작했다.

“예, 지금부텁니다. 시작해 주세요.”

그러자 옛 친구에게서 한 가닥 기운이 뻗어 나와 내 몸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차르르르-

내 몸이 변화했다.

옛 친구의 기운이 닿은 곳에서부터 청록색 갑각이 생겨나 내 몸을 감쌌다.

그것은 라라의 변신 상태와 비슷했다.

라라의 변신처럼 나 또한 더 단단하고 강해졌다.

하지만 신체 능력의 향상은 이 기술의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지금부터 좀 아플 겁니다. 미안합니다. 견뎌 주세요.”

나는 옛 친구가 내게 건 기술의 성능을 생각하고는, 옛 친구에게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옛 친구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각오한 일이에요. 마음껏 해도 좋아요. 싸우는 건 썩 자신 없지만, 버티는 건 자신 있어요.]

이 스킬은 옛 친구와 내 생명력을 공유하게 해 준다.

즉 이 스킬이 끝나기 전까지는 나와 옛 친구의 목숨은 하나다.

옛 친구의 생명력이 나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내가 받는 대미지는 대부분 옛 친구에게 전이된다.

[말씀드렸지만, 당신이라고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피해를 제가 대신 입을 뿐이죠. 그러니 부디 조심해요, 구원자님.]

“고맙습니다.”

나는 옛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남기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여의검에 구체를 생성했다.

우우웅-

‘이번에는 직접 박아 넣는다.’

멀리서 쏘는 공격은 드라코리치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아예 접근전을 벌일 생각이었다.

멸세폭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죽지 않을 자신만 있으면 접근전이 나쁠 것 없었다.

‘옛 친구 맷집을 생각하면 쉽게 죽을 일은 없겠지. 한 번 해 보자.’

나는 달리는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여의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검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려 올 정도가 되었을 때, 노즈도름과의 싸움에 집중하던 드라코리치가 내 쪽을 의식했다.

[키키킥.]

놈의 광기 섞인 웃음이 들리더니, 곧이어 내게 강력한 냉기 폭풍이 밀려들었다.

단순히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작은 얼음 칼날들이 소나기처럼 섞여 날아왔다.

가가가각-

갑각으로 둘러싸인 몸을 얼음 칼날들이 갉아 대더니, 어느 순간 기어코 갑각을 뚫어 낸 칼날이 내 피부를 찢고 들어왔다.

순간 상처로 파고드는 기운을 느끼자 나는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재앙의 기운!”

그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었다.

재앙의 기운이 섞인 냉기가 상처 사이로 파고 들어왔다.

물론 그것이 움직임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고 있지는 않았다.

그 피해는 옛 친구에게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지독하군. 옛 친구는 괜찮으려나?’

갑각과 상처가 바로바로 다시 회복되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은 존재했다.

그러다 보니 옛 친구가 걱정되었다.

[나는 괜찮아요. 힘내세요!]

내 우려를 느꼈는지, 옛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옛 친구를 믿고, 나는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멸.’

달리던 내 몸이 순간 사라졌다가 앞쪽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곳도 얼음 칼날의 범위 안.

다시금 상처가 생겨나는 것을 느끼며 지체하지 않고 스킬을 재사용했다.

‘점멸.’

스팟-

최근 대규모 전투를 통해 스탯을 크게 흡수하며, 이제 점멸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졌다.

물론 게임을 하듯 버튼만 누르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일이 이미지를 그리며 강하게 의식해야 하므로 딜레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대기 시간 때문에 기다릴 필요는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점멸.’

스팟-

다시 한번 사라진 내가 나타난 곳은 드라코리치의 바로 옆.

놈은 노즈도름에 신경 쓰느라, 내 순간 이동을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얼음 폭풍 정도면 내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나는 이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여의검의 구체를 드라코리치의 갈비뼈를 향해 발사했다.

콰콰콰콰콰쾅-!

구체가 놈에게 정확히 명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 순간에도 나는 계속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점멸!’

내가 다시 나타난 곳은 드라코리치의 갈비뼈 바로 앞.

아직도 여력이 남은 구체의 폭발에 내 몸에도 상처가 생겼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커져라!’

나는 여의검에 의지를 불어넣어 순간적으로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드라코리치의 갈비뼈를 향해 내뻗었다.

‘멸세폭.’

콰콰콰콰콰쾅-!

눈 깜빡할 사이 구체와 멸세폭까지 맞은 드라코리치의 갈비뼈에 확실한 타격이 들어갔다.

콰지직-

그리고 그 폭발의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된 내 몸도 뒤로 튕겨 났다.

하지만 이미 예상한 일.

피해는 옛 친구에게로 전이되었고, 나는 고통을 참아 내며 드라코리치의 상처를 확인했다.

놈의 갈비뼈에 금이 쩍 가 있었다.

“좋아. 이제…… 커억!”

놈의 상처에 기뻐할 틈도 없이, 강한 충격이 덮쳐 왔다.

순간 흐트러질 뻔한 정신을 간신히 바로잡고 자리를 이탈했다.

‘점멸.’

빠르게 이동한 후 나를 공격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쾅-!

뭔가 검은 것이 눈앞에 번뜩이더니 다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크윽…….”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몸을 감싼 갑각이 바스러졌다가 다시 재생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콰쾅-!

잠시 주춤하는 사이, 또다시 충격이 몸을 때렸다.

이대로는 아무리 옛 친구가 생명력을 공유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었다.

‘점멸, 점멸.’

연이어 점멸을 사용해 자리를 이탈한 순간, 또다시 눈앞에 검은 것이 아른거렸다.

나는 그 즉시 여의검을 들어 올리며 의지를 불어넣었다.

‘커져라!’

그리고 여의검을 재빨리 키운 후 그 뒤로 몸을 숨기며.

‘절대불변.’

쾅-!

갖은 애를 써서 겨우 한 번의 공격을 막아 낸 순간에서야 나를 공격한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드라코리치가 만들던 검은 불덩이였다.

하지만 이제껏 놈의 몸 주변에 수십 개 정도 떠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반경 수십 미터를 드라코리치의 불덩이가 까맣게 메우고 있었고, 이제껏 나는 그 범위 안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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