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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5화 (7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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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5화>

“또 무슨 일이 터졌군요. 왠지 이렇게 될 거 같았습니다, 대장.”

“자리만 비우면 난리가 나는구나.”

휴고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나는 마차의 속도를 높여 빠르게 바리살로 다가갔다.

이번에 공격해 들어온 것은 와이번의 무리.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바리살을 습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휴고가 질린 듯 물어 왔다.

“저것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일단 날개를 잘라 내서 떨어트리는 게 먼저다. 날개의 피막이 약하니 그곳을 노려라. 그다음에는 그냥 때려잡으면 돼.”

나는 일행에게 적을 상대할 방법을 알려 주면서 이동했다.

와이번이 비행형 몬스터이다 보니, 성벽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발리스타를 비롯해 몇 가지 무기를 빼고는 효과가 전혀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민간인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바리살에 막 도착했을 때와는 달리, 각국의 정예 병력이 이곳에 집결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도, 초반보다 병력의 양과 질이 모두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그것은 와이번 때문이 아니었다.

‘와이번이 나타났다는 것은, 드라코리치가 진짜 코앞까지 와 있다는 소리다.’

회귀 전에도 와이번을 처리한 후, 곧바로 드라코리치의 본대를 마주쳤었다.

이제 진짜 결전이 코앞.

하지만 구해 온 아이템은 그대로 인벤토리에 들어 있다.

와이번을 막는 것보다 마법 함정을 준비하는 것이 더 급했다.

“휴고, 루스. 저놈들을 막아라. 나는 마법 함정을 설치한다. 드라코리치가 머지않아 들이닥칠 거야.”

빠르게 말한 후 나는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전장으로 달려갔다.

성 밖에도 몬스터들이 있긴 했지만, 강력한 개체는 없었다.

나는 달려드는 조무래기들을 처리하며 곳곳에 마법 함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저번보다 훨씬 좋은 품질의 재료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전략적으로 마법 함정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드라코리치한테도 한 방 먹여 줄 수 있겠지.’

흐뭇한 마음으로 마법 함정을 설치하며 바리살 쪽을 살피는데, 그곳은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루스의 불길이 하늘로 연신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휴고가 멸세폭을 사용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바리살의 하늘 위에는 많은 와이번들이 남아 있었다.

‘음, 나머지 병력이 무용지물이니, 역부족이야.’

휴고와 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연합의 병력은 와이번에게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휴고와 루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와이번에게 병력을 계속 소모하게 둘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얼른 상태창의 코인 목록을 살폈다.

- 랜덤 영웅 소환 (472900/128000 코인)

┗ 영웅 진화 (472900/10000 코인)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 영웅 궁극 진화 (472900/100000 코인)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그리고 막대한 코인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드라와 드래곤 레어의 가디언 등 강력한 몬스터들로부터 얻은 코인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황가수호대였다.

휴고가 죽은 줄 알고 눈이 돌아갔을 때, 마법 함정에 수십 명의 황가수호대가 죽었다.

그 덕에 한 번에 수십만의 코인을 벌어들인 것이다.

그때 마법 함정을 모두 소모해 버린 탓에 드래곤의 레어까지 다녀와야 했지만, 코인도 얻고 양질의 재료도 확보했으니 결과적으로 크게 이득을 보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오를란도를 지금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놈은 다양한 버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맷집도 좋아 쓰임새가 많았다.

그래서 좀 오래 써먹을 생각이었는데, 황가수호대가 나타나며 어쩔 수 없이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소환되는 영웅은 좀 오래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황가수호대를 보고 느꼈듯이, 영웅들 또한 꼭두각시에 불과함을 이제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웅들에게 애초에 가졌던 강력한 분노는 많이 사라진 상태.

분노를 느낄 상대는 따로 있었다.

그저 오랫동안 쓸 만한 놈이 나오길 기대하며 나는 스킬을 사용했다.

‘랜덤 영웅 소환.’

잠시 후, 마법진에서 누군가 나타나며 인사를 건네 왔다.

“마스터께 영광을! 반갑습니다, 저는 데모릭스라고 합니다.”

나타난 자는 땅딸막한 키에 옆으로 떡 벌어진 체형을 가진 남자였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덥수룩한 수염이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이질적인 외모가 말하듯이 그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하프 드워프 녀석이 나왔군.’

그는 인간과 드워프의 피가 섞인 하프 드워프였다.

그리고 특이한 태생에 걸맞게 특별한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다.

[데모릭스(S. 요새 전문가)]

-충성도 : 50(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 반갑다. 데모릭스.”

놈에게 인사하며 나는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영웅 진화.’

그러자 데모릭스의 몸이 빛에 휩싸이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오오! 바로 진화까지 시켜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마스터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상황이 급하니 얼른 전투에 가담해라. 이걸 가지고 저쪽으로 합류해서 성을 지켜라.”

나는 말을 하는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남은 재료 중 일부를 데모릭스에게 건네주었다.

“와이번들이 난리를 치고 있군요. 맡겨 주십시오. 얼른 처리하겠습니다, 껄껄껄.”

재료를 받아 든 데모릭스는 기분이 좋은지 껄껄 웃으며 성벽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놈의 뒷모습을 보며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실행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데모릭스]

‘데모릭스.’

[스킬 ‘아이템 추출’이 전이됩니다.]

[아이템 추출]

: 처치한 몬스터의 사체에서 마력을 품은 아이템을 추출한다. 하나의 사체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사체의 상태에 따라 추출에 실패할 확률이 존재한다.

‘호오, 아이템 추출이라. 좋긴 한데, 영웅들한테도 통하려나? 나중에 실험해 봐야겠어.’

회귀 전, 데모릭스가 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그 대상은 당연하게도 일반 몬스터였다.

당연히 다른 영웅이나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나중에 데모릭스를 죽이면 꼭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달려가는 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제 영웅을 소환하는 데에는 만만치 않은 코인이 소모된다.

그런 만큼 뽑을 때마다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흐음, 유용하게 쓰이긴 할 텐데, 막상 직접적인 전투력이 없다는 점이 아쉽군.’

데모릭스는 각종 재료를 이용해 전장을 요새로 만든다.

놈은 스킬을 통해 다양한 병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방어를 위한 성벽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처럼 전장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위에서 싸울 수 있는 유형은 아니어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앞쪽에서 대신 맞아 주는 놈이 제일 좋은데. 여차하면 버림패로 쓰기도 좋고.’

그런 면에서 오를란도를 뜻하지 않은 상황에 죽여 버린 것이 다시 한번 아쉬웠지만, 이제 와 어쩔 수 없다.

사실 데모릭스의 스킬과 마법진을 사용하는 아나투스의 스킬은 궁합이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회귀 전에는,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면 전투가 굉장히 편해졌었다.

‘아나투스만큼 마법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마법 함정을 쓸 수 있으니, 제법 시너지가 발생할 거야.’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며, 나머지 재료를 가지고 마법 함정을 설치해 나갔다.

잠시 후, 열심히 마법 함정을 설치하고 있는데, 성벽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연이어 들리는 폭음에 고개를 돌리자, 성벽 위에 커다란 대포가 여러 개 만들어져 있었다.

‘데모릭스의 솜씨군.’

대포들이 쏘는 포탄은 와이번을 매번 명중시키지는 못했지만, 움직임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간간이 포탄에 날개를 맞아 떨어지는 와이번도 있었는데, 그런 놈들은 휴고의 멸세폭에 곧바로 죽어 나갔다.

전장에 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멸세폭을 아끼지 않아도 되는 휴고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마법 함정을 계속 설치해 나가는데, 와이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몇 마리가 대포를 노리고 성벽 위로 날아든 것이다.

그 순간, 대포의 주위로 창날이 삐죽이 솟아나며 와이번을 꿰뚫어 버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데모릭스가 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끼에에에엑-

와이번이 괴성을 지르며 창날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화르르르-

하지만 그때를 노리고 날아든 루스의 불꽃이 와이번을 태워 버렸다.

한 번 당하고 나자 다시 대포를 직접 노리는 와이번은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공중에 와이번이 다수 남은 상황.

나는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 마법 함정의 설치를 서둘렀다.

성 밖에는 내게 방해가 될 만한 몬스터가 없었다.

그 덕에 마법 함정의 설치는 머지않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성으로 가, 성벽을 올랐다.

그 후, 가장 가까이 있는 와이번 쪽으로 다가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그렇게 와이번의 등 위에 올라탄 나는 놈의 머리를 향해 곧바로 검을 내질렀다.

‘멸세폭.’

콰콰콰쾅-!

와이번의 머리가 단번에 터져 나갔다.

‘몸이 가벼워.’

최상급 용인화의 비약을 복용한 덕분인지, 멸세폭을 사용한 후에도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멸세폭 한 번 사용으로는 이제 거의 부상이 없다시피 할 정도.

곧바로 연달아 사용하지만 않으면, 후유증에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며 나는 또 다른 스킬을 발동했다.

‘바람의 걸음.’

그리고 머리가 부서져 떨어지는 와이번의 등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바람의 걸음 덕에 가벼워진 몸이 빠르게 다음 목표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목표한 와이번까지 닿기에는 모자랐다.

‘점멸.’

나는 다시 한번 점멸을 사용했다.

최근 들어 큰 기운을 흡수하며 마력이 급격히 올랐다.

그 덕분에 3초 정도만 기다리면 점멸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이동한 곳도 와이번의 등 위.

내가 등에 올라타자 와이번이 몸부림치며 나를 떨어트리려 했다.

‘멸세폭.’

굳이 계속 매달려 있을 필요는 없으니, 이번에도 바로 멸세폭을 사용했다.

콰콰콰쾅-!

또다시 와이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때 또 다른 와이번이 나를 노리고 쇄도해 들어왔다.

쎄에에엑-

놈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소리가 사나웠다.

와이번은 나를 물기 위해 입을 쩍 벌린 상태.

입안에 돋아난 날카로운 이빨이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지체 없이 왼손을 들어 원혼의 거울을 사용했다.

번쩍-!

광선이 발사되자 와이번이 깜짝 놀라 몸을 뒤틀었다.

그 탓에 빗나간 광선은, 목표였던 와이번의 머리 대신 날개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끼에에에엑-

와이번이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콰콰쾅-!

곧이어 아래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내려다보니 휴고가 떨어진 와이번을 향해 멸세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게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나도 휴고에게 손을 마주 흔들어 주고는 점멸을 통해 다음 와이번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비슷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자, 더 이상 하늘에 떠 있는 와이번은 없었다.

와이번을 모두 처치한 후에야 나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공중전도 제법 할 만하네.”

“주인! 재밌었겠다. 나도 저거 타 보고 싶은데.”

내 말에 루스가 죽은 와이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루스라면 나중에 날개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는 중에 휴고도 곁으로 다가왔다.

휴고는 멸세폭을 여러 번 사용했음에도 몸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역시 휴고의 두 번째 스킬이 이런 전장에서는 사기야. 든든하구만.’

녀석은 자신의 활약에 만족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대장, 제가 진짜 많이 강해진 거 같은데, 그래도 대장한테는 어림없는 것 같습니다.”

녀석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하려 할 때였다.

딛고 서 있던 성벽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두두두두두-

그리고 멀리서부터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성벽 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 새까만 파도가 바리살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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