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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2화 (7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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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2화>

잔상만을 남기고 옆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불꽃을 피한 가디언은, 어느새 루스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루스는 왼손을 드래곤 비늘 방패로 만들었다.

루스의 몸에 은은한 금속의 빛깔이 도는 것이, 전에 먹은 아다만티움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쾅-!

가디언의 공격이 루스의 방패에 막혔다.

그리고 그 순간, 휴고가 가디언의 옆으로 달려들었다.

주위에 피가 없는 데다가 하필 적이 피를 가지지 않은 금속형 가디언이다 보니, 새로 얻은 스킬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휴고는 며칠 전처럼 멸세폭을 난사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 전투로 수많은 황가수호대와 히드라를 잡은 덕에 휴고의 스탯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런 만큼 휴고의 기습은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콰쾅-!

가디언은 휴고의 망치를 팔꿈치를 들어 올려 막아 내었다.

강한 위력이 담겨 있던 만큼 가디언의 팔꿈치가 움푹 찌그러졌다.

하지만 적중당하는 순간 가디언이 팔꿈치를 교묘하게 틀어 힘을 분산시킨 탓에,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

‘기술이 아주 뛰어나. 꼭 오랜 시간 단련한 검술가와 싸우는 것 같군.’

어쨌든 놈의 방식대로 계속 어울려 줄 필요는 없었다.

놈이 뛰어난 검술 실력을 계속 발휘하게 두면 안 됐다.

나는 전투에 곧바로 합류하는 대신, 여의검에 구체를 만들어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웅-

여의검 끝에 생겨난 푸른 구체가 커지며 검 끝이 부르르 떨려 왔다.

어느 순간, 가디언이 내 검 끝에 모인 기운의 위험함을 눈치챈 것 같았다.

가디언의 몸이 다시 한번 스르륵 하고 사라지더니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내 목을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나는 왼손을 들어 목 앞을 막았다.

가디언은 내 손까지 베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검의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

‘절대불변.’

놈의 검이 내 왼손에 부딪히는 순간, 나는 원혼의 거울에 절대불변을 걸었다.

쾅-

당연하게도 가디언의 검은 막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미 여의검을 놈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후웅-

내 검 끝에서 발사된 구체가 놈의 가슴으로 쏘아져 갔다.

가까운 거리에서 크로스 카운터로 들어간 공격.

구체는 정확히 가디언이 가슴에 명중했다.

콰콰콰콰쾅-!

가까이에서 일어난 폭발의 충격에 내 몸까지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잠시 후, 폭발이 가라앉자 가디언의 모습이 드러났다.

놈은 가슴과 배가 사라진 채, 상하체가 분리되어 쓰러져 있었다.

당연히 더 이상의 움직임도 없었다.

잠시 전투의 여운을 음미하는 찰나.

“주인, 주인! 나 저거 먹어도 돼?”

루스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가만 보니 가디언은 생명이 없어 그런지 재앙의 기운에 오염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 모처럼 깨끗한 놈이네. 얼른 먹어라.”

크기도 별로 안 크니, 루스라면 잠시 쉬는 동안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주인! 고마워.”

루스가 가디언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며, 자리를 잡고 앉아 쉬려는데 휴고가 다가왔다.

“스킬 하나 더 얻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이번에도 제몫을 못 한 것 같습니다.”

멋쩍은 미소를 짓는 휴고를 보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어떻게 맨날 잘하겠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더 강해질 생각이나 해. 앞으로 너한테 기대가 크다.”

“예. 고맙습니다, 대장.”

휴고는 그제야 마음이 좀 편해졌는지 자리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통로를 따라 나아갔다.

몇 번의 모퉁이를 더 돌자 이번에는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반경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원형의 빈 공간.

그 반대편에는 엄청나게 큰 철문이 있었다.

문 위에 복잡하게 새겨진 문양들을 볼 때, 저곳이 아마 드래곤이 잠들던 곳이 아닌가 싶었다.

‘저 문을 통과하면, 아마 보물 창고가 있겠지?’

희망찬 생각을 하며 몇 걸음 걸었을 때였다.

쿠르르르-

철문 앞쪽의 땅이 솟구치더니 무언가 모양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땅덩어리는 인간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했다.

나타난 것은 땅의 정령의 일종으로 보였다.

“정령이다. 조심해!”

나는 일행에게 재빨리 경고하며 적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회귀 전, 내가 소환한 영웅 중 정령을 다루는 놈도 있었다.

놈은 다양한 종류의 정령을 다루었는데, 눈앞에 나타난 정령은 그중 땅의 정령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웅이 데리고 다니던 것과 다른 점도 있었는데.

‘이놈이 훨씬 더 크고 강한 기운을 품고 있다. 게다가 재앙에 오염됐어.’

흙으로 이루어진 놈의 몸에는 군데군데 검은 기운이 뭉쳐 있었다.

정령조차 재앙의 기운을 피해 가지는 못한 것이다.

내가 회귀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정령을 상대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데, 놈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정령이 흙으로 된 양팔을 채찍처럼 늘여 사방으로 휘둘렀다.

쎄에에엑-

거센 파공음이 뒤따랐다.

쾅-!

루스가 손을 방패로 만들어 막아섰다.

정력의 팔과 루스가 격돌한 순간, 루스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쯧. 루스가 저리 날아갈 정도면, 역시 힘이 강하군. 흙이니 불도 잘 안 통할 테고.’

당장 마땅히 떠오르는 수는 없었지만, 나는 일단 놈에게 달려들었다.

‘정 안 되면, 힘으로 찍어 누를 수밖에.’

나는 강기공을 잔뜩 끌어 올려 여의검을 감싼 후 놈의 채찍에 맞부딪쳐 갔다.

꽈앙!

놈의 채찍 모양 팔이 터져 나가며 흙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내 검에도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곧이어 놈의 반대편 팔이 휘둘러져 왔다.

콰앙-!

다시 한번 휘두른 검에 놈의 반대편 팔도 부서졌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처음 부서진 팔이 다시 채찍처럼 재생되어 있었다.

콰앙-

쾅-!

놈의 채찍 팔을 상대하면서 머리로는 놈을 잡을 궁리를 계속했다.

‘정령은 스스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소환자를 처치하거나 소환의 매개체를 부수는 게 최선인데…….’

하지만 싸우면서 둘러본 결과, 소환의 매개체가 될 만한 것은 주위에 없었다.

그리고 저 정도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자도 당연히 없었다.

‘드래곤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저 정도의 정령을 쉽게 부릴 수는 없을 텐데.’

쾅-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정령을 기습하려던 휴고가 채찍 공격에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다.

‘어쩔 수 없군. 어차피 이곳만 지나면 보물 창고가 나올 거 같은니…….’

나는 더 이상 힘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기로 했다.

‘점멸’

마음을 결정하자마자 나는 땅의 정령의 뒤쪽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 후 재빨리 여의검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의지를 전했다.

‘커져라!’

여의검이 내 키의 두 배쯤 되는 길이로 재빠르게 커졌다.

그리고 정령의 뒤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강력한 공격이 정령에게 퍼부어졌지만, 놈을 죽이기에는 모자랐다.

멸세폭이 터지는 순간, 놈의 앞에 흙으로 된 방벽이 생겨나며 충격을 막았기 때문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한번 공격을 날렸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연이은 공격에 놈도 완벽하게 반응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흙벽을 세워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통에 내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멸세폭에 맞은 곳이 크게 움푹 파이며, 정령이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하지만 정령은 저 정도 피해로 죽지 않는다.

정령은 기운의 집약체.

육체는 정령이 부리는 기운으로 만든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러니 정령은 몸이 좀 떨어져 나간다고 죽지 않는다.

거듭 사용한 멸세폭의 충격으로 몸이 아파 왔지만, 나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얼른 왼손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천벌.’

그 후 왼 손바닥을 땅의 정령에게 겨누며 속으로 외쳤다.

‘원혼의 거울.’

번쩍-!

두 번의 멸세폭을 축적한 후 천벌을 통해 두 배로 강화된 원혼의 거울은 강력했다.

지름이 1미터는 될 것 같은 검푸른 광선이 정령에게 쏘아졌다.

순간 놈이 다시 흙벽을 만들어 앞을 가렸다.

치익-

하지만 원혼의 거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흙벽이 녹는 소리가 짧게 들리더니, 손쉽게 벽을 통과한 광선은 정령의 상체까지 완전히 지워 버렸다.

“휴우, 끝났군.”

“고생하셨습니다, 대장.”

“흙덩이 싫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려는데, 하체만 남은 정령이 꿈틀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로 당하고도 살아 있다고?”

정령은 아직 죽지 않았다.

예상보다 더 강력한 개체였던 듯했다.

하지만 놈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놈은 확실히 죽기 일보 직전.

정확히 말하면, 이 세계와의 연결이 끊겨 정령계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막 역소환되기 직전, 정령의 몸이 환하게 빛났다.

그러더니 정령의 몸에 서린 재앙의 기운이 씻겨나 갔다.

아마 역소환되는 과정에서, 이쪽 세상에서 오염된 육신이 완전히 사라지며 재앙의 기운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 정령에게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즈……름…… 도와…… 세…….”

갑자기 들려온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정령이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령의 가냘프기 그지없는 목소리는 내게 뜻을 확실히 전달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지? 똑바로 말해 봐.”

내가 정령을 급히 다그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푸스스스-

결국 정령이 한 줌의 흙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다.

“후우- 속 시원하게 말해 주는 놈이 없군.”

내가 답답한 마음에 툴툴거리고 있을 때, 휴고가 옆으로 다가왔다.

“뭘 도와 달라는 것 같던데요? 근데 죽으면서 도와 달라고 해 봐야 어떻게 하란 말인지…….”

“그러게 말이다. 하필 다 죽어 갈 때 정신이 돌아와서는……. 그럴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죽든가.”

전투가 끝나고 우리는 이번에도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멸세폭을 연이어 써 버린 탓에 내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퉤퉷, 이건 그냥 흙이네. 칫.”

그사이 정령의 잔해를 먹어 본 루스가 툴툴거렸다.

루스라면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텐데, 미련이 남았는지 기어코 입에 넣어 본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휴고가 빙긋이 웃다가 루스에게 딱 걸렸다.

“왜 웃어, 이 돼지야! 내가 못 먹으니까 좋아?”

루스가 휴고를 구박하고, 휴고가 웃으며 받아 주는 동안 휴식 시간이 흘러갔다.

잠시 후, 나는 일행과 함께 공터 반대편의 커다란 철문 앞에 서 있었다.

“이럴 땐 보통 이렇게 하면 되지?”

나는 철문에 손을 얹고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러자 철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그러길 잠시, 문이 조금씩 움직였다.

드르르르-

막 문이 열리는 찰나, 뒤에서 루스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주, 주인…… 안 돼!”

의아한 마음에 막 뒤돌아보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그 안의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루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대, 대장. 저게…… 뭡니까?”

“…….”

휴고도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 왔지만, 차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보인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이 세계 최강의 생물.

황금빛 비늘의 드래곤이었다.

‘저게 왜 살아 있지? 올리버가 분명 오래전에 죽었다고 했는데.’

의문을 생기자, 올리버의 지나치게 적극적이던 태도가 떠올랐다.

처음 가졌던 음침하던 인상과 달리, 이곳으로 오는 중에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던 모습도 기억이 났다.

‘설마…… 알고 있었던 건가?’

당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문이 끝까지 활짝 열렸다.

그 순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을 상대로 무작정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게다가 드래곤이 살아 있는 상황이니 어차피 아이템을 가져갈 수도 없다.

막 내가 몸을 돌리려는 찰나, 드래곤이 눈을 떴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 몸이 저릿하며 굳어 왔다.

하지만 나도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몸.

심지어 한 번 죽었다 살아나기까지 했다.

그러니 단순히 기세에 눌려 머뭇거리지는 않는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기세를 끌어 올리자 몸에 힘이 돌아왔다.

막 일행을 추슬러 도망치려던 나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래곤의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가, 잠시 후 다시 황금빛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장면인데……. 어디서 봤더라?’

마치 데자뷔처럼 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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