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0화 (70/149)

 # 70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70화>

내게 달려들던 황가수호대는 폭발에 휩쓸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돌아보니 루스를 상대하던 놈들도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루스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폭발에 상처 입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크게 문제는 없겠군.’

하지만 폭발은 시전자라고 해서 완전히 비껴가지는 않았다.

터트리기 전에 마법 함정들 사이의 빈 공간으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폭발이 워낙 강하다 보니 내게도 충격파가 밀려왔다.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크윽!”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피가 손끝으로 뚝뚝 떨어졌다.

세 번의 멸세폭을 사용한 내 몸은 폭발의 충격을 이겨 내지 못했다.

풀썩-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몸이 저절로 주저앉아 버렸다.

분노를 동력으로 움직이던 육체가 결국 더는 버텨 내지 못한 것이다.

잠시 후, 폭발이 그치고 전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체, 시체, 시체.

황가수호대의 시체와 폭발에 휘말린 몬스터들의 사체가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아, 휴고…….’

폭발이 휴고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다시 한번 일었다.

저벅-

그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좋지 못한 느낌과 함께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보인 것은 또 다른 황가수호대의 무리였다.

어디 있다 나타난 건지, 몸이 멀쩡한 놈들이 10명이나 되었다.

평소라면 루스와 함께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숫자.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절망과 분노와 짜증으로 마음속이 뒤범벅되어 갈 무렵, 멀리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

“허…….”

어처구니가 없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나 남은 히드라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가만 보니 제일 먼저 처리했던, 번개를 뿜는 머리였다.

마법 함정에 나머지 머리가 다 터져 나갈 동안, 처음 죽었던 머리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그렇게 발악을 했는데도 여기까진가?’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차라리 휴고의 시체를 끌어안고 도망이라도 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주인!”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어느새 루스가 다가와 있었다.

녀석도 힘을 모조리 쓰고 나서야 분노에 휩싸였던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자 루스가 물어 왔다.

“주인, 어떻게 해?”

“…….”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도망치는 것이 최선.

하지만 루스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녀석의 몸 곳곳에 상처가 보였는데, 초재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빠르게 아물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루스가 나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주인…….”

루스도 상황을 짐작했는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10명의 황가수호대는 이번에도 절반씩 나뉘어 움직였다.

반은 히드라에게 다가갔고, 나머지 다섯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겨우 상체만 일으킨 상태로 황가수호대가 다가오는 모습을 노려보았다.

놈들은 한결같은 태도로 말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저벅-

‘내게 남은 게 뭐가 있지?’

짧은 순간 생각을 거듭했다.

원혼의 거울에는 멸세폭 두 번과 마법 함정의 폭발에 휘말린 충격이 축적되어 있었다.

그것이 내가 가진 마지막 무기.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원혼의 거울 한 방으로 10명의 황가수호대를 모두 죽일 수는 없었다.

‘일단 눈앞의 놈들부터 어떻게든 하자.’

여전히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루스, 내가 한 방 날릴 테니, 저놈들만 처리하고 튀자.”

“응, 주인. 내가 꼭 살려 줄게.”

녀석의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나는 황가수호대의 움직임을 노려보았다.

놈들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곧이어 황가수호대의 손이 들리며 붉은 오러가 생겨났다.

나도 때를 맞추어 힘겹게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천벌.’

천벌을 사용하자 내 몸에 푸른빛이 어렸다.

‘원혼의 거울.’

그리고 왼 손바닥에서 광선이 발사되었다.

번쩍-!

후들거리는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억지로 틀어쥔 채, 황가수호대 쪽을 겨냥했다.

미쳐 내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놈들은 광선에 휩쓸려 세상에서 지워져 갔다.

잠시 후, 원혼의 거울이 힘을 모두 토해 내고 잠잠해졌다.

그리고.

저벅-

불행하게도 황가수호대는 모두 죽지 않았다.

두 놈이 살아남아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으윽…….”

그때 루스가 신음을 흘리며 억지로 일어섰다.

이제 녀석의 몸에서는 하얀 증기가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다.

상처가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몸에 에너지가 없어 초재생이 멈춰 버린 것이다.

그때 황가수호대의 손에서 오러가 발사되었다.

쾅-!

붉은색 오러가 내게 날아들자 루스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신체 변형을 할 여유도 없는지, 루스의 손은 방패로 변하지도 못했다.

주르륵.

루스의 한쪽 손이 너덜너덜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황가수호대는 가타부타 말없이 다시 한번 오러를 날렸다.

루스는 이번에도 비켜서지 않았다.

콰쾅!

또 한 번 폭음이 울리고, 이번에는 루스의 반대편 손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젠장! 빌어먹을.’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휴고에 이어 루스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황가수호대의 손이 다시 한번 들어 올려졌다.

나는 루스에게 비키라고 말하려 했다.

혼자라도 도망치라고 소리치려 했다.

그 순간, 전장에 기이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몸이 저릿해질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어딘지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아…… 설마!?”

나는 이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회귀 전, 전장을 호령하던 녀석의 모습이 언뜻 기억나는 순간, 어디서 힘이 났는지 내 고개가 번쩍 들리며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녀석이 있었다.

시뻘건 기운을 온몸에서 줄기줄기 뿜어내며, 한 손에는 커다란 전투 망치를 든 모습.

눈빛은 마치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 뚫렸던 구멍도 어느샌가 메워져 있었다.

“휴고오-!”

그 모습을 본 루스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황가수호대의 공격이 우리에게 날아왔다.

타타타탓-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루스와 내 앞을 막아선 휴고의 등이 보였다.

콰콰쾅-!

휴고의 손짓에 황가수호대의 오러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 휴고는 앞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죽어라!”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온 외침과 함께 망치에서 거력이 뿜어졌다.

콰콰콰쾅-!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황임에도, 멸세폭에 맞은 황가수호대 한 놈이 터져 나갔다.

그 순간에도 휴고는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나머지 황가수호대에게 접근한 휴고의 망치가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콰콰콰쾅-!

멸세폭이 또 한 번 사용되었고, 직격당한 황가수호대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눈앞의 황가수호대를 모두 처리한 휴고가 내 쪽을 돌아봤다.

“고맙습니다, 대장. 이야기는 다 처리하고 하지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싱긋 웃으며 말한 휴고는 루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더니, 히드라와 싸우고 있는 황가수호대 쪽으로 몸을 날렸다.

“주인, 휴고가…… 휴고가 살아났어. 정말 다행이야!”

“그래, 정말 다행이구나.”

루스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녀석과 함께 휴고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두 번째 스킬을 개화한 휴고는 역시나 강했다.

적이 죽을 때마다 흐르는 피에서 생명력을 흡수해 신체를 재생시키는 것이 녀석의 두 번째 스킬.

그러다 어딘가 생각이 미쳤다.

“어처구니없군. 설마 한 번 죽는 게 조건이었던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째 스킬이 개화한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죽음.

죽음을 통해 스킬을 개화했고, 내가 먹인 수호자의 신념이 되살아난 휴고의 상처를 치료해 낸 것 같았다.

‘그럼 회귀 전에는 초반에 어디서 한 번 죽었던 건가?’

콰콰콰콰쾅-!

콰콰콰쾅-!

내가 생각하는 중에도 싸움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휴고의 싸움은 호쾌하기 그지없었다.

연이어 터지는 멸세폭에 히드라도 황가수호대도 박살이 나고 있었다.

멸세폭의 후유증은, 전장에 흐르는 피에서 기운을 흡수해 실시간으로 치료되고 있었다.

‘자식, 진짜 잘 싸우네. 진작에 개화했으면 좀 좋아.’

툭-

그때 내 허벅지에 무언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쳐다보니 루스가 그곳에 머리를 떨구고 누워 있었다.

녀석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기력을 짜낸 상황.

긴장이 풀리자 잠든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휴고가 알아서 하겠지.’

이제 전투도 거의 끝난 상황. 휴고를 믿고 나도 정신을 놓았다.

* * *

쩝쩝, 후루룩, 냠냐암-

게걸스러운 식사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옆에서 음식을 흡입 중인 루스가 보였다.

“바리살……인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인지 목이 메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흐릿한 목소리에 루스가 고개를 돌렸다.

“주인! 이제 일어났어? 주인도 밥 먹자.”

한결같은 루스를 보자 마음이 좀 놓였다.

주위를 살피니 이곳은 바리살에서 내가 묵던 숙소가 맞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휴고가 들어왔다.

녀석은 내가 깨어난 것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대장, 일어나셨습니까? 어디 아프신 데는 없습니까? 대장이 워낙 회복력이 좋으시긴 하지만, 요번에 많이 무리하셨다고 루스한테 들었습니다. 제가 포션을 엄청 먹여 드렸는데, 안 깨어나셔서 걱정했습니다.”

휴고는 내가 깨어난 것이 많이 반가운지, 평소에 비해 말이 굉장히 길었다.

“괜찮다. 좀 무리한 건 맞는데, 이제 다 나았다. 그건 그렇고, 며칠이나 지났지?”

“이틀 꼬박 지났습니다. 배 안 고프십니까? 식사 거리 챙겨 오겠습니다.”

녀석이 막 자리를 뜨려 해 내가 말렸다.

먹는 것이야 루스의 것을 조금 얻어먹어도 되고, 인벤토리의 것을 꺼내 먹어도 되었다.

그보다 녀석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먼저였다.

“음식은 되었고, 어떻게 된 건지나 얘기해 봐. 밥은 그 뒤에 먹지.”

내가 자세히 말하지 않았음에도 휴고는 대번에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

“아무래도 제가 두 번째 스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게 이름이 ‘피의 군주’라는 스킬인데, 적의 피에서 기운을 흡수해서 상처를 회복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스킬, 어쩌다가 생겼냐? 나랑 루스는 네가 완전히 죽은 줄 알았다.”

자기 이름이 나오자 밥을 먹던 루스가 냉큼 끼어들었다.

“그래, 이 돼지야. 조심해야지!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어느새 휴고에 대한 호칭은 다시 돼지로 돌아가 있었다.

녀석을 보며 피식 웃고 있는데, 휴고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저도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눈이 떠졌는데, 가슴이 엄청 아프더라고요. 근데 조금 있으니까 엄청 좋은 포션이라도 마신 것처럼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휴고는 설명하느라 목이 타는지, 루스의 밥상에 놓여있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즈음이 되었는데, 바닥에 있는 피가 제 발 쪽으로 흘러오더니 막 흡수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제야 뭔가 변했다는 걸 느끼고 상태창을 확인하니 두 번째 스킬이 생겨나 있었습니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호자의 신념’을 먹인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어쨌든 휴고가 두 번째 스킬을 개화한 것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니 썩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준비해 놓은 것을 다 날려 버렸군.’

내가 표정이 썩 좋지 않자 휴고도 무언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대장, 저 때문에 마법 함정을 다 써 버리셨지요? 죄송합니다.”

“아니다. 너 때문이 아니고, 황가수호대 놈들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그런 거지. 어차피 마법 함정을 안 썼으면, 그놈들 다 처치 못 했어. 그 자리에서 죽느니 쓰는 게 당연한 거야.”

괜한 곳에 죄책감을 느낄까 싶어 휴고를 다독였다.

“진짜 네 탓 아니니까, 괜한 생각 하지 마라, 휴고.”

한 번 더 녀석을 다독인 후에야 녀석은 내가 먹을 음식을 가지러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앗! 나도 더 먹을래. 나도 같이 가.”

그사이 음식을 모두 해치운 루스가 휴고를 따라 일어섰다.

끼이익-

녀석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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