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8화 (68/149)

 # 68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8화>

그것이 뭔지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갔다.

두개골이 워낙에 커서, 그 속에 들어가서야 반짝이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구슬이잖아. 으음, 기운을 내뿜고 있는데?’

나는 좀 더 다가가 조심스레 구슬을 주워 들었다.

[바실리스크의 마력 핵(S. 재료)]

- 바실리스크의 기운이 담긴 핵.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다. 장비를 제작할 경우, 독과 석화에 관련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오, 잘되었다. 안 그래도 질 좋은 재료가 필요하던 참인데.’

드라코리치와의 일전을 생각하면 좋은 재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흐뭇하게 놈의 두개골을 빠져나왔을 때, 오를란도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스터. 대단히 강하시군요. 그런데…… 재밌는 기술을 사용하시는 거 같습니다.”

예상했던 질문이 오를란도에게서 나왔다.

놈의 스킬인 ‘천벌’을 눈앞에서 대놓고 사용했으니 놈이 알아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 나에게는 동료의 스킬을 빌려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번엔 너의 스킬을 빌려서 사용했지. 미리 이야기 못 해서 미안하군.”

이것은 일종의 실험이었다.

영웅들은 분명 모종의 목적이 있다.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내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처음 영웅을 소환할 때부터 나를 적대하지는 않는다.

‘내가 세계의 정수를 가지고 있지만, 소환 즉시 나를 적대하거나, 정수를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

이미 제국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생각하면, 영웅들이 뽑자마자 나를 적대하지 않는 것은 분명 이상했다.

‘마치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만들어진 후에는 바꿀 수 없는 것 같고.’

예전에 바간을 세뇌하려 했을 때, 마치 초기화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음에도, 소환될 때부터 태도가 바뀌어 있는 경우는 없었다.

그때 오를란도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 그렇군요.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계시군요, 마스터. 앞으로 재앙을 상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저의 기술도 미리 알아 두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령 공격력 강화 스킬은…….”

의외로 놈은 내가 자기 기술을 훔쳐 썼음에도 큰 반감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평소 놈의 성격대로 자기 스킬에 대해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역시 이놈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한가?’

놈의 설명을 대충 흘려듣고 있는데, 루스가 다가왔다.

“주인! 나 저거 먹어도 돼?”

루스가 가리키는 것은 바실리스크.

이제껏 재앙에 오염된 것은 거의 먹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특이한 경우였다.

“다른 건 못 먹더니, 저건 먹을 수 있냐?”

“응, 저건 커서 먹을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먹어도 돼?”

“그래, 탈 안 나게 조심해서 먹어라.”

“응, 주인. 고마워!”

신나서 달려가는 루스를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때, 이번에는 휴고가 다가왔다.

“대장, 나머지 놈들은 그냥 둡니까?”

가만 생각해 보니,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실리스크는 죽었지만, 자잘한 몬스터들이 여전히 날뛰고 있었다.

원래 강한 개체만 처리하기로 연합과 합의했지만, 이왕 내려왔으니 놀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니다. 빨리 처리하자. 연합의 병력이 상하는 것도 나중을 생각하면 좋지 않다.”

옆에서 계속 설명을 늘어놓는 오를란도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섞인 결정이었다.

어쨌든 모처럼 맛있는 식사 중인 루스는 내버려 둔 채, 나머지는 다시 파충류형 몬스터들과 전투를 이어 나갔다.

우리가 합류한 덕인지, 전투는 오래지 않아 끝났다.

막 전투를 마치고 바리살의 성문을 들어섰을 때, 성 안에서 마중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정해수 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시 대단한 솜씨더군요.”

부하라의 사절 대표인 아델 바두르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약속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연합 측도 약속을 잘 이행해 주고 계시니, 굳이 따로 공치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바실리스크를 내버려 두었으면, 정말 끔찍한 피해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것을 일행 분들 몇 명이 처리하셨으니, 진짜 대단한 일입니다.”

내가 다시 한번 겸양의 말을 하려는 찰나,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아델 님께 전해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감사드리겠습니다.”

돌아보니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내가 전에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양곤의 사절단 대표였었지? 이름이 아웅 키요얀……이었던가?’

그는 연합 소속 국가인 양곤의 대표였다.

가만 보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군소 국가 연합의 대표들이 대부분 나타나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회의 때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실력 행사를 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나 보군. 뭐, 나쁠 것 없지. 이참에 필요한 걸 좀 요구해 볼까?’

나는 아델을 비롯한 연합의 대표 무리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약속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만…….”

내가 말을 늘이자, 대표들이 조용히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있을 전투는 더 격렬해질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더 강한 것들이 나타날 것이고요. 그래서 말인데, 마력을 함유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재료들을 좀 더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의 때 한 번 말했던 주제였다.

그때는 그들이 마지못해 아이템을 몇 개씩 내어놓기는 했지만, 쓸 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반응을 보이리라는 계산이었다.

“정해수 님이 이렇게 열심이신데, 저희가 아끼고 있을 수야 있나요. 저희 양곤은 최선을 다해서 재료를 모아 드리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웅 키요얀이 선뜻 나서며 말했다.

아이템을 아껴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내게 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저희 루디아나도 아이템을 모아 드리겠습니다.”

“로치데일도 최선을 다해 아이템을 구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국가의 사절들도 비슷한 의견을 표해 왔다.

‘잘되었다. 준비물이야 많을수록 좋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다행스럽게도 한 번의 실력 행사를 통해 한 가지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 * *

며칠 후, 나는 일행과 함께 또다시 성벽에 올라 있었다.

바실리스크를 잡고 나서도 몇 번의 공세가 더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큰 위기 없이 막아 내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 드라코리치의 병력이 바리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슬슬 놈이 직접 나설 때가 되었을 텐데, 후우.’

가능한 최선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있었다.

드라코리치는 그만큼 어려운 상대.

놈이 애초에 작정하고 덤벼들었으면,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

회귀 전에도 놈이 군소 국가들을 멸망시키며 부하를 많이 잃은 후에야, 나는 놈과 싸울 수 있었다.

‘지나고 나서 안 일이긴 하지만, 마음이 씁쓸했었지…….’

그때는 제국의 정보 통제 하에 움직인 터라, 드라코리치와 싸우기 전까지 나는 놈이 어떤 짓을 했는지도 몰랐었다.

콰쾅!

콰르르르-!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데, 전장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펴보니 멀리서 큰 덩치를 가진 몬스터가 날뛰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가 다섯 개 달린 커다란 뱀이었다.

‘히드라.’

놈은 다섯 개의 머리를 모두 베어야 죽일 수 있는 몬스터였다.

놈의 머리는 각각이 굉장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어, 잘라 버려도 머지않아 되살아난다.

한꺼번에 머리 다섯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음, 상성이 썩 좋지 못한데…….’

오를란도까지 포함해도 일행은 넷밖에 되지 않는다.

한순간에 각자 하나의 머리를 터트리는 것으로는 히드라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군.’

그렇다고 영웅을 더 소환할 수도 없었다.

다음 소환은 12만 8천 코인이 소모된다.

일단 보유한 코인으로는 모자란다.

게다가 코인이 충분하더라도 뽑기에는 부담이 된다.

‘놈들을 두 명 이상 뽑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속 시원한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연합의 일반 병력들이 죽어 나가고 있으니, 머뭇거리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지. 정 안 되면 준비해 놓은 것을 미리 사용할 수밖에.’

뚜렷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히드라의 다섯 머리는 각자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독, 불, 냉기, 바람, 번개의 능력을 각각의 머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냉기에 면역이었고, 루스는 냉기와 불에 대한 방어력이 강했다.

게다가 루스는 불길로 독을 태워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를란도야 바퀴벌레 같은 놈이니, 알아서 살아남겠지.’

휴고가 조금 문제지만, 빙정의 수호자가 있으니 여차할 경우 보호막을 사용해 목숨의 위협은 피할 수 있을 터.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일행을 이끌었다.

“가자, 우리가 히드라를 처치한다.”

“예, 대장.”

“머리를 모두 부숴야 놈을 죽일 수 있다. 강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으니, 최대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해.”

다가온 휴고와 함께 성벽을 뛰어내렸다.

그러면서 일행 모두에게 들리도록 히드라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루스와 오를란도도 내 말을 들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히드라에게 어느 정도 다가갔을 때, 나는 오를란도에게 명했다.

“공격력을 올릴 수 있는 버프를 내게 걸어라.”

그러자 오를란도가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격력 강화, 근력 강화, 마력 증폭.”

몇 가지 버프 스킬이 내게 적용되며 몸에서 활기가 돌았다.

천벌 같은 스킬을 타인에게 걸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효율이 좋은 스킬은 대부분 오를란도 자신에게만 쓸 수 있어 아쉬웠다.

나는 다시 일행에게 지시를 했다.

“히드라의 주의를 끌어라. 우선 머리 하나 죽이고 시작한다.”

말을 마친 직후 여의검을 뽑아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웅-

검 끝에 푸른 구체가 생기더니 빠르게 크기를 키워 나갔다.

마력 증폭 버프를 받은 상태라 평소보다 더 빠르게 기운이 모여들었다.

마력을 모으며 일행의 움직임을 살폈다.

루스는 온몸에 불꽃을 내뿜으며 히드라의 머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특히 독기를 내뿜는 머리에 집중적으로 불꽃을 집중해, 히드라의 독기가 사방으로 퍼지지 않게 막고 있었다.

오를란도는 보호막을 건 채로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전위에서 버티는 중.

그리고 휴고는 재빠르게 움직이며 회피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우웅-

드디어 팔이 떨려 올 만큼 강한 기운이 구체에 모여들었다.

나는 재빨리 달리며 히드라에게 접근, 어느 정도 거리에 이르자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위치는 번개를 내쏘는 히드라의 머리 근처.

‘죽어라!’

속으로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푸른 구체가 공기를 짓누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히드라의 머리에 명중했다.

콰콰콰콰쾅-!

강력한 폭발과 함께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머지않아 머리가 사라진 놈의 목 부분에서 부글부글하며 기포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마음이 살짝 조급해졌다.

‘시간을 주면 재생한다. 빨리 처리해야 해.’

이제 남은 머리는 넷.

일행이 하나씩 맡으면 된다.

나는 얼른 냉기를 뿜는 머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루스는 독이 확산되지 않도록 독을 뿜는 머리를 전담하는 중.

오를란도는 보호막을 연이어 사용하며 불을 뿜는 머리에게 맞아 주고 있었다.

당연히 나머지 하나의 머리는 휴고의 몫.

휴고는 칼날 같은 바람을 내뿜는 히드라의 머리를 상대로 이리저리 뒹굴며 피하고만 있었다.

‘위태로운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저대로 두면 휴고가 위험하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바람을 내쏘는 머리를 처치해야 될 것 같았다.

나는 여의검에 강기공을 강하게 끌어 올려 냉기를 쏘고 있는 히드라의 머리를 후려쳤다.

쾅-!

놈의 머리가 휘청하고 뒤로 밀려났다.

그 틈에 휴고를 뒤쫓고 있는 바람의 머리 쪽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스팟-

나는 점멸을 통해 바람의 머리 뒤편으로 이동한 후 검을 휘둘렀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멸세폭이 히드라의 머리통에 제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멸세폭 한 방으로는 부족했다.

놈의 머리는 완전히 부서지지 않고 반쯤 남아 바람을 쏘아 내려 하고 있었다.

‘젠장, 질긴 것들.’

히드라 특유의 재생력과 맷집 탓도 있지만, 재앙에 오염되며 더 강해진 것이 문제였다.

반쯤 부서진 상태로 두면 금방 원래대로 재생할 테니, 저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왼손을 들어 올려 스킬을 사용했다.

‘원혼의 거울.’

번쩍-!

손바닥에서 발사된 검푸른 광선이 놈의 반파된 머리통에 다시 한번 명중했다.

하지만 축적된 충격이 크지 않아, 광선의 파괴력도 그만큼 떨어졌다.

나는 결과를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커져라!’

여의검의 크기를 키운 후, 강기공을 잔뜩 끌어 올렸다.

이제 바람을 쏘는 히드라의 머리는 완전 부서지기 직전.

나는 그곳을 목표로 거대해진 검을 내리찍었다.

콰콰쾅……!

강기공에 둘러싸인 거대한 칼날이 기어코 히드라의 머리를 짓이겨 버렸다.

그제야 바람의 머리에서 생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좀 할 만하겠군.’

콰와아아아!

잠시 마음을 놓는 찰나, 괴성이 들려왔다.

재빨리 눈을 돌리자, 히드라의 입 중 하나에서 강력한 냉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상대하던 내가 없어지자, 냉기의 머리가 다른 목표를 노린 것이었다.

공격 대상은 루스. 독을 태우는데 집중한 루스는 미처 그 공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강력한 불꽃을 몸에 감싸고 있다고는 하나, 저 공격에 직격당하면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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