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7화 (6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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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7화>

[오를란도(S. 수호기사)]

충성도 : 50 (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나타난 자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남성이었다.

“오오, 마스터.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저는 오를란도라고 합니다.”

“그래, 나도 반갑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사실 이번에 뽑는 영웅은 바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제 한 번 뽑을 때마다 코인 소모가 많은 데다가, 머지않아 드라코리치와의 싸움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

그러니 이번에는 진화까지 시켜서 골수까지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 만큼 새로 소환될 영웅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컸는데, 오를란도가 나온 것이다.

‘잘됐다. 뽑아 먹을 게 많겠어.’

오를란도가 소환된 것에 만족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저는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료들을 강화하는 것이 제 주특기입니다.”

놈은 단단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도 일단은 ‘버퍼’였다.

놈의 말대로 놈은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그 대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른 영웅에 비해 오를란도의 능력을 훨씬 더 잘 아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마스터, 바로 이것이 근력 강화 마법입니다. 힘이 강해지는 게 느껴지십니까?”

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몸에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 설명충 자식. 또 시작이군.’

녀석은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본인이 기술을 쓸 때마다 꼭 설명을 덧붙이고는 했다.

“마스터, 이번에는 민첩 강화입니다. 몸이 훨씬 더 빨라지실 겁니다.”

또다시 몸에 버프가 걸렸다.

놈은 유능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본 능력을 올려 주는 버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놈의 버프가 무한히 걸리는 것은 아니다.

놈의 버프는 한 번에 세 가지만 중복으로 걸 수 있었다.

놈이 막 다시 설명을 하며 다른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 내가 말을 끊었다.

“잠깐. 기다려 봐.”

놈의 행동을 멈춘 후, 나는 다음 작업을 이어 갔다.

‘영웅 진화.’

계획대로, 아끼지 않고 놈을 진화시키기 위함이었다.

특히 오를란도는 첫 번째 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굉장히 크다.

그러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1만 코인을 소모해 진화를 시키자 놈의 몸이 황금빛에 휘감겼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을 때, 놈의 겉모습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달라진 점이 있었다.

‘듀랜달.’

오를란도의 손에 한 자루 검이 들려 있었다.

놈은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검을 들여다보더니,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해 왔다.

“마스터, 감사드립니다. 제 검을 되찾아 주셨군요. 이제야말로 수호 기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놈의 손에 들린 것은 명검 듀랜달.

저것을 손에 쥐면, 놈은 더 이상 단순한 버퍼가 아니게 된다.

‘오를란도는 듀랜달을 쥐었을 때야말로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말을 마친 오를란도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놈의 검에서 황금빛 광채가 솟아올라 오를란도의 전신을 감쌌다.

잠시 후 나타난 오를란도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냥 가죽옷 차림의 모습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중갑옷 차림의 기사로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저 모습이 되면, 놈은 각종 버프는 물론 스스로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방어 스킬들을 얻게 된다.

‘이제 오를란도를 바실리스크 앞에 던져 주고, 나는 공격에 집중하면 되겠어.’

콰르르- 콰쾅-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바실리스크는 열심히 날뛰고 있었다.

큰 몸을 움직여 어느새 성 근처까지 다가와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더 내버려 두었다가는 피해가 커질 것 같았다.

“이제 가자. 오를란도, 앞장서라!”

“예, 마스터. 맡겨 주십시오.”

오를란도가 늠름하게 대답하며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팔찌의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오를란도]

‘오를란도.’

[스킬 ‘천벌’이 전이됩니다.]

- 천벌 : 스킬 사용 후 적에게 가하는 다음 공격을 두 배의 위력으로 만들어 준다.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역시! 오를란도의 스킬은 버릴 게 없다.’

사실 놈을 뽑았을 때부터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놈의 스킬이 하나같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대로 이번에 얻은 스킬도 굉장히 훌륭했다.

오를란도의 성향상, 멸세폭의 반동을 줄여 줄 수 있는 스킬이 나왔으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라졌다고 실망할 것이 전혀 없을 만큼 ‘천벌’은 훌륭했다.

‘고맙다, 오를란도. 한동안 애써 주고 가라.’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실리스크 앞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놈의 크기가 실감이 되었다.

놈은 등의 높이만 3층 건물 정도는 되어 보였다.

도마뱀처럼 생긴 것을 생각하면 놈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었다.

“근력 강화, 민첩 강화, 방어력 증가.”

오를란도가 일행에게 버프를 걸며 앞장서 달려 나갔다.

순간 바실리스크가 오를란도를 노리고 앞발을 휘둘렀다.

콰쾅!

오를란도는 바실리스크의 공격을 듀랜달을 들어서 막았다.

하지만 앞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상처를 입었는지,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지키는 자의 신념으로. 회복!”

오를란도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놈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퍼지더니, 몸이 금세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저 바퀴벌레 같은 자식.’

지금은 아군이지만,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시켜 버리는 모습을 보자 영 기분이 찜찜했다.

‘저 자식은 한 번에 골로 보내야 해.’

나중 일을 잠시 생각하면서도 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를란도가 앞을 막아설 동안, 나는 측면으로 빠지며 바실리스크의 앞다리 근처로 이동했다.

그때 오를란도를 후려친 바실리스크의 앞다리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 나는 앞발을 향해 여의검을 휘둘렀다.

‘커져라!’

‘멸세폭.’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상황에서도 검은 점차 크기를 키워 갔다.

그리고 검의 크기가 내 키의 두 배쯤 될 정도로 커진 순간, 바실리스크의 앞발에 공격이 적중했다.

콰콰콰콰쾅-!

콰드득-

폭음과 함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실리스크의 앞발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이한 방향으로 비틀려 있었다.

앞발이 부서진 바실리스크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끼에에엑-

놈이 괴성을 내뱉으며 몸을 사방으로 흔들었다.

콰르르- 콰쾅!

바실리스크의 거체가 날뛰자 사방이 난장판이 되었다.

나는 빠르게 뒤쪽으로 몸을 뺀 후 상황을 살폈다.

나와 반대편으로 우회하던 휴고는 바실리스크가 워낙 날뛰는 통에,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다시 물러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 있던 루스는, 불을 쏠까 말까 고민하는 듯 손을 들고 있었다.

반면 오를란도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바실리스크가 미쳐 날뛰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앞으로 달려드는 중이었다.

오를란도는 바실리스크의 대가리 바로 앞까지 다가가더니,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듀랜달로 바실리스크의 주둥이를 후려쳤다.

퍽-

타격음이 들려왔지만, 바실리스크에게는 생채기도 생기지 않았다.

‘공격력이 쓰레기인 것도 변함이 없군.’

그렇다.

오를란도는 공격력이 형편없었다.

성검이라 불리는 듀랜달이지만, 그 성능은 방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도 오를란도가 계속 놈의 시선을 끌어 준 덕분에, 바실리스크의 주의가 내 쪽으로 쏠리지는 않았다.

나는 바실리스크의 뒤쪽으로 돌아 반대편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놈의 나머지 앞발만 부러트리면, 급소인 머리를 공격할 만한 틈이 생길 것 같았다.

막 놈의 뒤를 돌아가려는데 무언가 내게 날아들었다.

부우웅-!

파공음이 들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커져라!’

‘절대불변.’

순간적으로 여의검을 키운 후, 그 뒤로 몸을 숨기며 절대불변을 걸었다.

쾅-!

어느새 휘둘러진 바실리스크의 꼬리가 여의검에 막혀 튕겨져 나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빠르게 바실리스크의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콰르르르르-

순간 앞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곳에서는 바실리스크의 입에서 뿜어진 독기를 루스가 불꽃으로 태우고 있었다.

정면에서 쏘아진 화염에 바실리스크의 시선이 앞쪽으로 완전히 쏠린 상황.

나는 재빨리 놈의 반대편 앞발로 다가갔다.

놈은 앞쪽의 무게를 모두 그쪽 발에 싣고 있어, 발을 피할 수도 없었다.

‘커져라.’

다시 한번 여의검을 키운 후.

‘멸세폭!’

콰콰콰콰쾅-!

이번에도 바실리스크의 앞발이 부서져 나갔다.

끼에에엑!

그리고 바실리스크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온 것도 똑같았다.

하지만 좀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바실리스크의 눈이 보라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석화의 마안!’

그것은 석화의 마안이라고 불리는 바실리스크의 기술이었다.

저것에 적중되면 일정 시간 동안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진짜 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장에서 저 기술에 당하게 되면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놈의 눈빛이 내게 쏘아지려는 순간, 내 앞을 막아서는 그림자가 있었다.

번쩍-!

내 앞에 선 휴고가 석화 광선에 맞추어 얼음 보호막을 사용했다.

보호막에 막힌 석화 광선이 의미 없이 사라졌다.

“잘했다, 휴고.”

휴고를 칭찬하며, 나는 바실리스크의 머리로 올라갈 방법을 궁리했다.

단번에 머리 위로 가는 것은, 점멸을 사용할지라도 사정거리가 모자라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어깨를 타고 올라간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나는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스팟-

순간 사라졌던 내 몸이 바실리스크의 앞다리 위쪽으로 이동했다.

신체 구조상 이제 바실리스크는 나를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게다가 놈은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동안 나를 찾던 바실리스크는, 눈앞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오를란도에게 시선을 돌렸다.

놈은 부러진 앞발 대신 머리를 움직여 오를란도를 물려고 들었다.

“지키는 자의 신념으로. 보호!”

순간 오를란도의 몸 주위에 황금빛 막이 한 겹 생겨났다.

캉-!

막은 바실리스크의 입에 물리고도 깨어지지 않고 오를란도를 지켜 내었다.

그때 나는 바실리스크의 어깨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목표는 바실리스크의 머리.

바실리스크의 몸이 크게 흔들렸지만, 높은 스탯에 버프까지 걸린 상황이라 어렵지 않게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콰르르르-

다시 한번 루스의 불길이 바실리스크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바실리스크의 목덜미에 도착했다.

이미 멸세폭을 두 번이나 쓴 상황이니, 이번에는 여의검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웅-

검 끝에서 파란 구체가 생겨나 점차 크기를 키워 갔다.

하지만 상황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목덜미에서 응집되는 기운을 느꼈는지, 바실리스크가 목을 흔들어 나를 떨어트리려 했다.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검에 기운을 불어넣는데, 이번에는 바실리스크의 꼬리가 휘둘러져 왔다.

“젠장!”

자기 몸을 때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빠르게 날아오는 꼬리를 보자, 그 자리에서 계속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그동안 재사용 시간이 돌아온 점멸을 즉시 사용했다.

‘점멸.’

스팟-

쾅!

내가 이동하자마자, 바실리스크의 꼬리가 자기 목덜미를 후려쳤다.

그때 나는 놈의 머리 위, 공중으로 이동해 있었다.

나는 발아래 보이는 바실리스크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우웅-!

파란 구체가 쏜살같이 놈의 머리로 날아가 부딪쳤다.

콰콰콰쾅-!

정확한 위치에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기운을 모으지 못한 탓인지, 바실리스크는 아직 살아 있었다.

두개골이 부서져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놈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하면 치명상을 입히진 못한 듯했다.

나는 재빨리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천벌.’

그리고 왼손을 들어 바실리스크의 머리에 난 상처를 겨냥했다.

‘원혼의 거울.’

멸세폭의 반동이 두 번 축적된 상황.

거기에 공격을 두 배로 강화해 주는 ‘천벌’이 걸렸다.

번쩍-!

손바닥에서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발사되었다.

스탯이 엄청 오른 데다가 버프까지 걸린 상황이라, 겨우 기운을 제어할 수 있었다.

검푸른 광선이 목표로 한 곳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치이이익-

한동안 녹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광선이 멎을 때쯤.

쿠쿠쿵-

마침내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바실리스크가 쓰러졌다.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나도 바실리스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놈의 사체에서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와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하아- 좋군.”

입에서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바실리스크에서 흡수되는 기운도 좋았지만, 또 다른 즐거움도 있었다.

“천벌……. 정말 굉장한데.”

처음으로 써 본 천벌의 위력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설명을 보고 좋은 스킬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직접 써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강력한 한 방 스킬을 다수 보유한 내 입장에서는 최고의 기술이었다.

좋은 기분으로 바실리스크의 머리에서 내려가려던 순간, 내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깨어진 바실리스크의 두개골 안에서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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