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6화 (66/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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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6화>

돌아보니 판금 갑옷을 입고 전방에서 골렘을 막아서던 기사였다.

투구를 벗어든 그는 새치가 드문드문 섞인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내 앞에 멈춰선 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이곳 바리살의 수많은 목숨을 당신이 구했습니다.”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이윽고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저는 연합 소속의 국가인 부하라의 사절 대표 아델 바두르입니다.”

데리고 있는 창병들의 실력을 봤을 때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 제법 거물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제국에 의해 수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 정체를 밝혀도 괜찮을까?

하지만 짧은 생각 후 나는 이름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나를 겁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름을 밝히지 않고는 일을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는 정해수입니다. 플레이어죠.”

내 이름을 들은 아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마 그도 수배에 대해 들은 모양.

하지만 그는 별 내색 없이 말을 이었다.

“아, 정해수 플레이어님이었군요. 아주 강하신데 이국적으로 생기셔서, 플레이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내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왔다.

“혹시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국에서 정해수 님을 잡으려고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이곳 바리살의 시장은 전형적인 친 제국파 인물입니다. 그러니 이름을 밝히실 때는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굉장히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저 정도로 이쪽을 위하는 말을 할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수배령이 내려졌다면, 어째서 그걸 제게 밝히시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저를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그가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말도 안 됩니다. 제국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뿐, 아무런 도움도 주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해수 님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셨습니다. 제가 당신을 핍박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제 성을 걸어도 좋습니다.”

태도를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성을 건다고? 성이 바두르였지. 바두르라....’

어디서 들어본 성이었다.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부하라 왕족의 성이 바두르였지, 아마?’

하긴 이곳 바리살은 군소 국가 연합의 최 요충지였다.

이곳에 파견되는 자는 자국 내에서도 권력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즉, 아델 부하라는 왕족인 데다가, 부하라의 대표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부하라는 이곳 바리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

‘이 사람은 아마 내일 있을 회의에서도 제법 영향력이 있겠지. 한 번 얘기해 봐야 되겠군.’

나는 계획을 정하고 그에게 말했다.

“아델 님, 내일 연합 회의가 있지 않습니까?”

아델이 조금 의아해하며 대답해 왔다.

“그렇습니다.”

“혹시 시장 부재 시에는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그럴 경우 각국 대표들이 차례를 두고 시장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시장은 친 제국파 인물이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들은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듣고 보니 제국 측에서 바리살의 시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아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

“혹시 지금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잘 아십니까?”

“몬스터들이 이상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내일 회의가 열리는 것이지요.”

역시 아델은 드라코리치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아델 님, 두 번째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아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한 아델을 보며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북쪽에서 강력한 존재가 이곳을 목표로 내려올 겁니다. 좀 전에 나타난 골렘도 그놈의 부하입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그놈은 어느 정도로 강합니까?”

“방금 전에 보낸 것은, 놈에게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놈은…….”

놀라 되물어 오는 그에게, 나는 드라코리치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놈이 얼마나 강한지, 놈의 목적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아델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고민에 빠진 그에게 내가 말했다.

“저는 노르트와 강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노르트의 전사들은 드라코리치를 상대하기 위해 모처에 모여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들은 언제 싸울 생각입니까?”

아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간절했다.

노르트인들과 힘을 합치고 싶다는 마음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노르트는 군소 국가 연합과 같이하기를 원합니다. 드라코리치가 이곳을 공격할 때, 힘을 합쳐 싸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을 끌자 아델이 얼른 물어 왔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간절하고 호의적인 아델의 태도를 보니, 슬슬 진실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제가 좀 전에 시장을 죽여 버렸습니다.”

“아……. 그, 그러셨군요.”

아델은 한참이나 멍하게 서 있었다.

아무래도 곧바로 납득하기는 힘들 터.

나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델 님, 시장이 음식에 약을 타고 저를 해치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시장을 죽여 버린 상황에 노르트와 군소 국가 연합 간의 협력이 가능하겠습니까?”

넋을 놓았던 아델의 정신이 내 목소리를 듣고 돌아왔다.

“괜찮을 겁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한 일입니다. 시장이 살아있었으면, 정해수 님과 관련해서 일이 쉽게 진행되지 못했을 겁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들은 사실상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태였고, 그 앞잡이가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장이 상황에 맞지 않는 이상한 판단을 내렸던 것도 이해가 갔다.

“아델 님, 그럼 내일 연합 회의에서 노르트와 협력 건에 관에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드라코리치에 대한 정보만 해도 연합에는 아주 큰 도움입니다. 그것에 노르트의 병력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면, 연합이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눈엣가시 같던 시장도 사라졌으니, 오히려 최적의 상황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연합 회의에서 그렇게 진행해 주십시오.”

아델과의 대화는 아주 유익하게 끝났다.

* * *

연합 회의는 아델의 호언대로 문제없이 치러졌다.

그리고 진행의 양상도 아델의 말과 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연합과 노르트의 협력은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제국의 앞잡이인 시장을 제외하면, 자국의 존망을 놓고 장난칠 사람은 더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몇 가지를 연합에 요구했다.

“플레이어는 싸울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러니 일반 몬스터는 연합의 병력으로 상대하십시오. 대신 강력한 개체가 나타나면, 저와 일행이 마무리하겠습니다. 전력 강화를 위한 일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제안은 별 무리 없이 넘어갔다.

내 실력에 대해 아델이 열심히 피력한 까닭이기도 했고, 그들에게 그다지 손해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력이 깃든 아이템을 모아 주십시오. 장비도 좋고, 재료도 좋습니다.”

내 두 번째 요구에는 적잖은 반발이 있었다.

그들도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 아이템을 내어주는 것은 마뜩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세한 계획을 설명하자, 연합 측도 어느 정도는 협력하기로 했다.

‘높은 등급의 물건은 구하기 힘들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물론 연합 쪽에서도 내게 의문을 제기했다.

노르트인들을 어떻게 불러올 것이냐는 것.

나는 옛 친구와 라로프에 대해 설명한 후, ‘옛 친구의 맹약’을 사용해 옛 친구를 직접 보여 줌으로써 그들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사항들이 논의되었지만, 회의는 문제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나와 일행은 연합으로부터 제공받은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대장, 또 이 방에서 지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휴고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시장을 죽였는데, 다시 초대받을 줄은 나도 몰랐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방은 죽은 시장이 우리에게 내어주었던 방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다는 것 정도.

“냠냠, 맛있어! 계속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옆에서는 루스가 음식을 흡입하고 있었다.

이곳은 노르트에 비해 날씨가 따뜻하고 물자가 풍부하다.

당연히 식문화도 훨씬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루스는 이곳에서 대접받는 생활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잘 먹는 녀석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아이 씨, 진짜 내가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다니까!”

루스가 빽하고 내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섰다.

얼른 달려가 성벽을 오르자 바깥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슬슬 시작할 모양이다. 우리도 준비하자.”

“예, 대장.”

“에잇, 진짜 좀 먹으려고만 하면 일이 터져!”

휴고는 담담히 대답했고, 루스는 모처럼 마음에 드는 휴식이 방해받아 못마땅한 듯했다.

어쨌든 드라코리치가 다시금 공격을 시작했다.

놈의 행동은 유희다.

아다만티움 골렘을 딱 한기 보낸 것도 놈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유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 바리살을 정확히 노리는 것도, 이곳이 서쪽에서 가장 요충지임을 놈이 알고 있기 때문.

이곳을 공격하면 인간 측의 대응이 가장 거셀 것을 알고, 또 이곳에 병력이 모여 있는 것도 알고 하는 행동이었다.

“이번에는 아예 파충류 총집합이군.”

성벽 밖에는 리자드맨을 비롯하여 파충류의 형태를 갖춘 몬스터들이 떼로 몰려들어 바리살을 공격 중이었다.

“으음, 파충류는 영 꺼림칙합니다, 대장.”

덩치에 걸맞지 않게 휴고가 떨떠름해했다.

“어차피 다 몬스터다. 죽이고 강해질 생각만 해라.”

휴고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살폈다.

아직 우리가 나설 때는 아니었다.

잠시 후, 연합 측에서도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거대한 화살 모양의 투사 병기인 발리스타를 성벽 위에서 발사하고 있었다.

저것은 내가 앞으로 있을 몬스터의 공세에 대해 말해 준 후 급히 설치한 것이었다.

콰콰쾅-

거대한 화살이 리자드맨의 상체에 명중했다.

리자드맨을 짓이겨 버린 후에도 화살은 계속 미끄러졌다.

휩쓸린 파충류 몬스터들이 떼로 죽어 나갔다.

휴고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준비된 상태에서 싸우니 확실히 할 만해 보입니다, 대장.”

“그래, 오염되었다고는 하나 저런 일반 몬스터들은 문제없다. 중요한 건 강력한 개체지.”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멀리서 번쩍하고 한 가닥 기운이 쏘아졌다.

그 기운은 전장을 가로지르며 날아와 성벽에 그대로 명중했다.

치이이익-

기운에 맞은 성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독기다.’

기운이 쏘아진 쪽을 돌아보니, 멀리서 커다란 덩치를 가진 도마뱀이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놈의 머리 위에는 마치 왕관처럼 생긴 뿔이 돋아나 있었다.

바실리스크였다.

“하아, 골치 아픈 게 나왔군. 이제 우리가 일할 차례인 것 같다. 준비들 해.”

바실리스크는 입에서 강력한 독기를 쏘아 낸다.

그리고 눈에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석화 광선을 쏘기도 하는 무서운 몬스터였다.

지금 연합의 병력으로 막으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약속한 대로 나와 일행이 나설 차례.

물론 승산이 없는 곳에 위험을 감수하고 머릴 들이밀 생각은 없었다.

‘슬슬 뽑아 볼까?’

이럴 때야말로 영웅을 소환할 타이밍.

제국과 관련도 없고 재앙을 상대하는 일이니, 실컷 부려 먹기 딱 좋은 조건인 것이다.

먼저 상태창의 코인을 확인했다.

- 랜덤 영웅 소환 (110840/64000 코인)

┗ 영웅 진화 (110840/10000 코인)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 영웅 궁극 진화 (110840/100000)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코인이 10만이 넘으면서 영웅 궁극 진화 항목이 생성되었다.

소모되는 코인은 10만, 하지만 표시되지 않은 조건이 따로 더 존재한다.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일단 뽑는다. 랜덤 영웅 소환.’

눈앞에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 마법진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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