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2화 (6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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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2화>

하지만 괜한 말을 한 탓일까. 죽어 가던 우두머리 거인의 눈빛이 불게 빛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칼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강한 기운이 칼끝으로 모여들더니, 놈이 갑자기 칼을 내게 집어 던졌다.

후우우웅-!

칼이 워낙 큰 데다가 거인의 마지막 힘이 담긴 탓에 기세가 사납기 그지없었다.

순간, 옆에 있던 휴고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휴고의 갑옷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눈앞에 얼음으로 된 막이 생겨났다.

휴고가 입은 갑옷, 빙정의 수호자의 기능인 얼음 보호막이 사용된 것이다.

쾅-!

우두머리 거인의 마지막 공격은 빙정의 수호자에 의해 허무하게 막혔다.

‘역시 끝낼 때는 확실히 끝내야 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왼손을 들어 올려 원혼의 거울을 사용했다.

멸세폭의 충격을 두 번 축적한 거울이 검푸른 광선을 쏘아 내었다.

정확히 우두머리 거인의 가슴을 파고든 광선은, 놈의 가슴을 통째로 녹여 버렸다.

-끄아아악!

단말마와 함께, 우두머리 거인이 드디어 죽음을 맞이했다.

“후우, 이제 진짜 끝났군. 휴고, 잘했다.”

적절한 시점에 얼음 보호막을 사용한 휴고를 칭찬했다.

그러자 녀석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요즘 영 밥값을 못하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아이템 같은 거, 주면 주는 대로 받아 놨다가 필요할 때 쓰라고.”

녀석의 어깨를 한 번 툭 쳐 준 나는 루스를 바라봤다.

예상대로 표정이 시무룩했다.

내가 보는 것을 알았는지, 루스가 말했다.

“저렇게 잘 구워졌는데, 먹을 수가 없어…….”

“…….”

딱히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나는 루스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생각했다.

‘재앙 때문에 웬만한 건 다 못 먹네. 아이템이라도 많이 주워다 먹여야 되겠구만.’

그러다가 문득 어딘가에 생각이 미쳤다.

우두머리 거인이 내던진 검.

그것은 휴고의 얼음 보호막에 튕겨 나간 후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루스를 생각하며 그리로 다가갔다.

‘녀석이 먹을 만한 거면 좋겠네.’

그리고 막 검 앞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여의검(S. 장검)]

- 먼 옛날부터 서리 거인 부족에 전해 내려오는 보물. 마력을 주입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크기가 변한다. 또한 마력을 주입해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구체를 생성한다. 마력을 더 많이 주입할수록 더 강력한 구체가 생성된다.

“헉!”

깜짝 놀라 입 밖으로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얼른 손에 닿은 검의 손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직감적으로 검의 기능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줄어들어라.’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했을 때.

스으으윽-

검이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언브레이커블의 크기 정도로 줄어들었다.

손에 쥐고 휘둘러 보니 딱 좋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 휘둘러 본 나는,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보았다.

그러자 검 끝에 푸른 구체가 생겨났다.

마력을 불어넣을수록, 구체는 더 선명한 빛깔을 내며 크기를 키워 나갔다.

어느 정도 구가 커졌을 때, 나는 검을 벽 쪽으로 휘둘러 구체를 발사했다.

콰쾅!

폭음이 터지더니 벽에 쩍하고 금이 가며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잠깐 마력을 불어넣은 걸로 이 정도라니……. 이건 루스에게 먹이기엔 너무 좋다. 좀 미안하지만 내가 써야 되겠어.’

돌아보니 루스도 딱히 자기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성능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빈 공간을 향해 날린 멸세폭의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잠시 후 폭음이 가셨을 때, 나는 검을 찬찬히 살폈다.

‘역시 S급! 등급이 높은 값을 하는 건가? 이 정도면 문제없다.’

마지막 테스트는 과연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아보는 것.

멸세폭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내 입장에서, 검의 견고함이 떨어진다면 계륵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의검은 높은 등급에 어울리게 아주 단단했다.

멸세폭의 충격에도 검신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좋다. 이건 주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어.’

언브레이커블을 인벤토리에 넣고 대신 여의검을 허리에 매었다.

내가 혼자 난리를 부린 탓인지 휴고가 옆에 와서 쳐다보고 있었다.

“대장, 그거 거인이 던진 칼 아닙니까? 크기가 줄었네요.”

“그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성능이 있다. 거인이 좋은 걸 주고 갔어.”

“오오! 잘되었습니다. 자꾸 저한테만 좋은 걸 주셔서 죄송했는데, 대장이 쓰실 것도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휴고가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식아, 진짜 좋은 건 내가 다 쓰고 있다. 넌 도대체 언제 강해질래?’

속으로야 다른 생각이었지만, 녀석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마주 웃어 주었다.

* * *

일행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무너진 통로를 다시 건너왔다.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밧줄과 점멸 스킬을 이용하자 건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이 던전으로 들어온 것은 불길을 이용해 추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적이 남지 않았으니 굳이 비밀 통로를 뚫으며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딱히 뚫는다고 좋은 보상이 있는 곳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막 던전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그와 동시에 긴장한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 빨간 놈들이야. 냄새가 너무 옅어서 이제 알았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더니, 기어코 황가수호대 놈들이 추격해 온 모양.

‘그냥 반대편으로 뚫고 나갈 걸 그랬나?’

잠시 후회해 보았지만, 이제 와서 변할 것은 없다.

남은 것은 싸움.

내가 막 생각을 정리했을 때, 맞은편에서 황가수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는 모두 다섯. 이곳저곳 생채기가 있는 것을 보니, 서리 거인과 싸움이 쉽지만은 않았던 듯했다.

‘다섯이 다인가? 서리 거인들이 선전했구만.’

거인들이 강하긴 했지만, 황가수호대가 워낙 많았기에 든 생각이었다.

황가수호대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추격해 온 놈들이 다섯뿐이란 것은 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놈들의 전력을 파악한 나는 얼른 일행에게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무조건 살아남기만 해라.”

“응, 주인.”

“예, 대장. 어떻게든 버티겠습니다.”

루스와 휴고가 나란히 대답해 왔다.

곧이어 황가수호대가 덤벼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조각을 내놓으라느니 하는 말도 없었다.

‘일단 죽이고 보겠다는 건가? 좋을 대로, 한번 해보자고.’

이제 암흑 교단의 철판 앞에서 놈들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나는 더 이상 놈들에게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놈들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놈들은 둘과 셋으로 나뉘더니, 둘은 일행에게, 셋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새로 얻은 여의검에 강기가 새파랗게 피어올랐다.

쾅!

황가수호대가 날린 오러와 내 검이 부딪히며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황가수호대의 오러가 단번에 부서져 나갔다.

순간 양쪽에서 나머지 두 놈이 달려들며 강력한 두 가닥의 오러를 내게 휘둘러 왔다.

그때 나는 검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의지를 담았다.

‘커져라!’

내 전면을 가릴 정도로 검의 크기가 커졌을 때.

‘절대불변.’

검에 절대불변을 사용했다.

콰쾅-!

늘어난 검의 크기로 인해 황가수호대의 오러는 완벽하게 막혔다.

내게는 그 어떤 충격조차 전해져 오지 않았다.

‘줄어들어라.’

황가수호대의 공격이 막히는 순간, 나는 즉시 검의 크기를 원래대로 줄인 후 놈들에게 휘둘렀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순간 정타로 가격당한 한 놈의 몸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폭발에 휘말린 한 놈이 옆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때 나머지 한 놈의 공격이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동료의 죽음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지, 완벽한 크로스 카운터 타이밍을 노린 냉정한 공격이었다.

날아오는 황가수호대의 오러를 보며 나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원혼의 거울에는 여의검을 시험하느라 쌓인 멸세폭의 충격과 함께 방금 전에 사용한 반동이 축적되어 있었다.

‘원혼의 거울.’

내 손바닥에서 쏘아진 검푸른 광선이 황가수호대의 오러를 단숨에 녹여 버렸다.

그러고도 힘이 남은 광선은 황가수호대의 가슴까지 뚫어 버렸다.

끄르륵-

놈은 입으로 피 가래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후, 나는 빠르게 사방을 훑었다.

루스와 휴고는 잘 버티고 있었다.

루스가 온몸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황가수호대를 압박하고, 휴고는 루스를 보조하면서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저 정도면 이길 수도 있겠는데?’

루스야 스펙 자체가 굉장히 좋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휴고는 스탯도 많이 올랐지만, 기술적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두 번째 스킬을 제외하면, 슬슬 회귀 전의 면모가 보였다.

일행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은 나는 반대편을 살폈다.

그곳에는 멸세폭에 휩쓸렸던 황가수호대 한 놈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멸세폭에 노출된 탓에 부상이 심한지 움직이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다.

‘얼른 마무리해 볼까?’

나는 재빨리 놈에게 다가가며 강기에 휩싸인 여의검을 휘둘렀다.

놈이 급하게 손에서 오러를 뽑아 올려 막아 왔다.

콰쾅!

하지만 힘의 우열은 확실했다.

내 검에 부딪힌 놈의 오러가 단번에 부서져 나가며, 놈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나는 지체 없이 놈을 따라붙으며 계속 검을 휘둘렀다.

쾅쾅! 쾅-!

세 번의 검격 끝에 결국 놈은 내 공격을 방어해 내지 못했다.

어깻죽지를 파고든 내 공격이 놈의 심장까지 베어 버렸다.

놈의 상반신이 피로 물들었다.

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 놈의 입이 열리며 소리가 흘러나왔다.

“후회할 것이다.”

평소와 달리 또렷한 목소리.

하지만 이미 한 번 겪어 본 일이라 당황스럽진 않았다.

나는 놈이 죽기 전에 재빨리 소리쳤다.

“후회고 나발이고, 뭘 가르쳐 주고 지껄여라. 아니면 내 앞에 직접 기어 나오든가!”

황가수호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바뀔 때마다 나는 무언가를 강하게 느꼈다.

그것은 분명 놈들을 조종하는 주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또렷할 때는 그놈이 직접 내게 말을 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놈에게 닿기를 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황가수호대의 숨이 끊길 때까지 대답이 다시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후우-.”

짧게 한숨을 쉰 후, 일행이 싸우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르르르르-!

루스가 연신 불길을 쏘아 대며 황가수호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진짜 잘 컸네!’

녀석을 보자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흡족한 미소를 지은 후 전장으로 달려갔다.

‘이제 진짜 좀 끝내자.’

잠시 전황을 살피는 사이 초재생에 의해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황가수호대 뒤쪽으로 돌아간 나는 지체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멸세폭.’

콰콰콰콰쾅-!

미처 내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황가수호대 한 놈이 단숨에 절명했다.

그 순간, 반대편에 있던 휴고의 검에도 강력한 기운이 모였다.

콰콰콰쾅-!

휴고가 멸세폭을 사용했다.

이제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자 과감하게 움직인 것이다.

녀석도 노르트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이제껏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 빨리 끝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휴고의 멸세폭에 노출된 황가수호대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다만 휴고가 시야에 들어 있었던 탓에 완전히 정타로는 들어가지 못해 아직 놈의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놈에게 달려드는 그림자가 있었다.

서걱-

번개처럼 달려든 루스가 불타를 클로를 휘둘러 마지막 황가수호대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러더니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이제 끝났다. 밥 먹자! 밥!”

나는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식량을 꺼내 들었다.

“그래, 좀 쉬자. 식사도 하고.”

잠시 후 식사를 끝내고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황제가 황가수호대를 잔뜩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아니면 어디서 막 찍어 내든가.’

이 부분은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당장 황가수호대 두어 명이야 나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지만, 놈들이 수백 명 이상이 있다면 황제를 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내 힘을 더 키우거나, 재앙을 이용해서 제국의 힘을 깎아 내야 된다는 말인데.’

막상 제국의 힘을 깎아 내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당장 내가 가진 유용한 정보는 드라코리치의 앞으로의 이동 경로와 행동 방식 정도.

‘역시 수도로 한 번 가 봐야 되나?’

제국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위험하겠지만 제국으로 들어가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렇게 결정으로 하고 나자 떠오르는 인물이 두 명 있었다.

첫 번째로는 스탄 백작.

그라면 제법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래도 황제의 명을 거역하면서까지 날 돕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이지.’

그럼 한 명이 남는다.

“그 자식을 또 만나러 가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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