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0화 (60/149)

 # 60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60화>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없음 ]

‘역시 안 되는군. 도대체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

라로프에서 라라와 리첼에게 사용했을 때에는 스킬이 정상적으로 전이되었다.

그래서 노르트에 도착한 후 넬도르와 라넬디드에게 사용해 보았지만, 스킬 전이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라로프 못지않게, 노르트도 내게 큰 은혜를 입은 상황이다. 게다가 노르트인들이 내게 보이는 호의나 유대도 라로프 못지않았다.

그래서 넬리언에게 한 번 더 실험을 해 본 것이었다.

그런데도 스킬은 실패했다.

‘라로프의 구원자라는 호칭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그거 말고는 차이가 없는데……. 꼭 미리 정해 놓은 방향으로 나를 이끄는 것 같단 말이지. 근데 또 보리스는 그냥 되었었는데…….’

플레이어인 보리스의 경우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스킬을 가져올 수 있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돼. 애초에 이 팔찌는 뭐지? 이게 단순히 S급 아이템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맞는 건가?’

회귀 직후 복수심에 눈이 먼 상태에서는 마냥 좋게만 봤던 팔찌의 능력도, 이제는 조금 미심쩍게 느껴졌다.

팔찌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막 고민이 끝없이 깊어져 갈 때였다.

콰쾅!

성 밖에서 들려온 굉음이 나를 고민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나는 넬리언과 함께 얼른 성벽 위로 올랐다.

그러자 커다란 몬스터들이 눈에 보였다.

‘쯧, 한시도 쉬게 두지를 않는구만.’

나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나타난 것들을 다시 한번 살폈다.

성벽보다 조금 작은 키를 가진 거인이 서른 놈이나 나타나 있었는데, 놈들은 바위를 들어 성벽에 연신 내던지고 있었다.

그런 놈들의 몸에는 시커멓고 차가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서리 거인. 역시 놈들도 오염되었군. 드라코리치 놈, 인간 죽이기 놀이에 아주 신이 났네. 쯧.’

드라코리치가 인간을 멸종시키는 것을 유희로 여기는 만큼, 아마 저 거인들도 재미 삼아 보낸 것이리라.

콰르르르-

잠시 생각하는 중에 기어코 일이 터졌다. 한 거인이 던진 바위에 성벽이 반쯤 무너진 것이다.

머지않아 성벽이 완전히 무너지고 서리 거인들이 들이닥칠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넬도르가 급하게 소리쳤다.

“즉시 이동한다. 짐은 다 버려!”

도망칠 생각인 모양.

하지만 소수의 일반인이 포함된 노르트인과 서리 거인들 중 누가 더 빠를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여기서 저놈들과 맞불을 생각은 없는데. 지금 전력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고.’

대놓고 싸우기에는 서리 거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수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몇 안 남은 노르트 인들을 구하자고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노르트인들을 버리고 몸을 빼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순간,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놈들의 병영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지, 아마?’

제국은 이제껏 군소 국가들을 몬스터를 막는 방벽처럼 사용해 왔다.

그 말은 군소 국가들의 병력을 제국이 통제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제국이 군소 국가에 대해 완전 무방비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국의 국경 근처에는 제국의 병영이 꼭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회귀 전의 경험으로, 그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라톤 한번 해야겠네.’

생각을 정리하고 급하게 움직이는 넬리언을 불렀다.

“넬리언 님, 저놈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러자 넬리언이 깜짝 놀라 쳐다봤다.

“자네가 강한 것은 알지만, 상대가 너무 많지 않나? 언뜻 서른 마리 가까이 되던데…….”

“직접 처리할 생각은 아닙니다. 적당히 유인해서 떨쳐 낼 생각이니 걱정은 마십시오. 그 틈에 사람들을 이끌고 빨리 이동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넬리언은 적잖이 감동한 모양. 표정이 전에 없을 정도로 진지해졌다.

“자네에게는 진짜 갚을 수 없을 만큼 은혜를 입는군. 내 목숨을 달래도 주겠네. 그러니 자네도 절대로 죽지 말게.”

딱히 노르트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뿐.

하지만 넬리언이 저 정도의 격한 표현을 할 정도면, 차후에 노르트의 힘을 빌려야 할 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잘만 되면 제국을 엿 먹이는 것은 물론 이득도 적잖이 취할 수 있을 거야. 넬리언이 저렇게 고마워하는 것도 다 이득이고. 게다가…….’

마왕의 화신을 처치한 후 급하게 도망치느라 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운이 따르면 이번 기회를 통해 제국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상황이 급하니 넬리언에게 적당히 인사하고 일행을 불렀다.

“지금부터 한동안 달려야 될 거야. 몇 시간은 걸릴 테니, 체력 신경 쓰고.”

“응? 주인, 뭐 하려고?”

내 말에 루스가 궁금한 표정으로 되물어 왔다.

나는 성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놈들, 제국에 배달해 줄 생각이다.”

“앗! 재밌는 거 하려는 거구나, 히히.”

녀석은 마냥 신난 모양. 하지만 옆에 있던 휴고는 근심 어린 표정이었다.

“저놈들 만만찮아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키가 크니 속도도 제법 빠를 것 같은데.”

서리 거인의 덩치가 워낙 큰 만큼 휴고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놈들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물론 일반인들을 이끌고 도망칠 수 있을 수는 없겠지만, 휴고와 루스 정도면 잡히지 않을 정도는 된다. 그리고…….’

여차할 경우 일행을 직선으로 달리게 하고, 나 혼자 놈들을 끌고 둥글게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때문에 나는 밝은 표정으로 휴고에게 말해 줬다.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놈들이 큰 키만큼 빠르진 않아. 너와 루스 정도면 충분히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체력 분배나 잘하면서 달려. 그럼 문제없다.”

그제야 휴고의 표정도 밝아졌다.

“대장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확 놓이네요, 하하. 저는 대장만 믿습니다.”

나는 휴고와 루스를 향해 말을 덧붙였다.

“일단 놈들을 좀 때려 줄 거야. 그래야 화가 나서 우릴 따라올 테니. 그 후에 남쪽으로 달린다. 위치는 내가 알고 있으니 걱정 말고.”

조용히 듣고 있는 일행에게 몇 가지 알아야 할 것을 더 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몸을 피할 곳을 미리 알려줄 테니, 그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나는 거인 놈들을 배달해 주고 따라가마.”

“응, 주인. 얼른 시작하자!”

우르르르릉-

막 루스가 대답해 왔을 즈음 기어코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서리 거인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도망칠 준비에 바쁜 넬리언에게 소리쳤다.

“지금 출발하십시오! 놈들의 시선은 제가 잡아 놓겠습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서리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달리며 살펴보니 서른 명쯤 되는 놈들 중 한 놈만 복장이 달랐다.

다른 놈들은 가죽으로 대충 만든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놈만 제대로 만든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놈들이 몽둥이나 투박한 도끼를 든 것에 비해, 놈만은 범상치 않게 생긴 검을 들고 있었다.

‘저놈이 우두머리군. 놈을 좀 약 올리면 열심히 쫓아오겠지?’

놈은 바위를 던지지 않고 뒤에서 지휘를 내리는 중.

이제 성벽이 부서지자 부하들을 부려 수도로 진입하려 들고 있었다.

나는 우두머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자 앞에서 다른 서리 거인들이 내게 덤벼들어 왔다.

‘굳이 졸병들이랑 드잡이질할 필요는 없지. 점멸.’

나는 바로 점멸을 사용하여 우두머리의 옆으로 이동했다.

‘마력이 많이 올라서 그런가, 훨씬 편하군.’

마력이 S급의 천장을 뚫어 버리자, 점멸은 사정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처음에 30초 남짓 되었던 재사용 시간도 확연히 짧아졌다.

‘적당히 도발하고 빠지기 딱 좋다는 말이지.’

내가 바로 앞에서 나타나자 우두머리 서리 거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나는 지체 없이 놈의 발등에 칼을 내리찍었다.

‘멸세폭.’

콰콰콰쾅-!

내 순간 이동을 예측하지 못한 놈은 대응이 빠르지 못했다.

놈은 별 반응도 못 하고 내 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크아아아-!”

놈이 떠나가라 비명을 내질렀다.

살펴보니 발등이 파여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덩치답게 맷집도 좋네. 구멍만 하나 뚫리고 끝이구만. 그래도 발에 부상을 입혔으니, 도망치는 게 좀 수월해지겠지?’

짧게 생각하는 동안 우두머리 서리 거인이 정신을 차렸다.

놈은 고통보다 분노가 더한지, 화난 표정으로 내게 놈의 몸에 걸맞은 큰 칼을 휘둘러 왔다.

칼에서 푸른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나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당장 놈과 맞붙어 때려잡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발.

콰쾅!

내가 몸을 피하자 칼이 땅을 내리찍었다.

놈이 헛방을 날린 틈을 타, 나는 놈의 하체로 바짝 접근했다.

이번 목표는 반대편 발.

그곳을 향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원혼의 거울.’

스아앗-

“크아아악-!”

놈의 비명이 다시 한번 전장을 울렸다.

이제 우두머리 서리 거인의 양쪽 발등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슬슬 빠지려는 찰나, 놈의 검이 다시 휘둘러져 왔다.

이번에는 분노가 너무 큰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이 한결 짧았다.

나는 분노에 차 칼을 마구 휘둘러 오는 우두머리를 차분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막 칼이 내게 닿기 직전.

‘점멸.’

몸을 다시 멀찌감치 이동시켰다.

내가 사라지자, 우두머리 서리 거인이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다가 멀리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주위의 거인들에게 뭐라고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하며 주위를 짧게 살폈다.

루스와 휴고는 달릴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그리고 먼발치에 넬리언이 노르트인들을 이끌고 동쪽으로 이동 중인 것도 보였다.

‘슬슬 가 볼까.’

이제 거인 배달을 갈 시간이었다.

나는 일행에게 소리치며 남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간다. 뛰어!”

* * *

예상대로 추격전은 몇 시간이나 이어졌다.

약이 잔뜩 오른 우두머리 탓인지, 서리 거인들은 다른 곳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만 열심히 쫓아왔다.

이제 목표인 제국의 병영이 머지않았다.

나는 옆에서 달리고 있는 일행을 보며 말했다.

“먼저 가 있어라. 나는 저놈들 배달해 주고 따라갈 테니.”

“응, 주인. 잘 가져다주고 와. 나도 구경하고 싶은데 아쉽다.”

루스는 배달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점멸이 있는 나 혼자 하는 것이 확실히 안전하다.’

몸을 확실히 뺄 수 있는 보장이 없는 한,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금방 쫓아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말을 마치고 일행과 헤어져 방향을 틀었다.

휴고와 루스도 약속된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쪽에서는 여전히 서리 거인들이 열심히 따라오고 있는 상황.

‘혹시나 일행을 따라 흩어지면 곤란하니…….’

나는 잠시 달리던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자 거인들이 거리를 좁혀 왔다.

‘바람의 걸음.’

계속 사용하기는 마력이 부담되어 꺼 놓았던 바람의 걸음을 사용했다.

그리고 방향을 180도 반전, 놈들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쾅-!

반사적으로 휘두른 서리 거인의 몽둥이가 땅을 내리쳤을 때, 나는 이미 놈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거인들의 몽둥이가 연신 빗나가며 땅을 내리쳤다.

나는 순식간에 놈들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두머리가 있었다.

강하게 휘두른 내 검이 우두머리의 검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콰앙!

부딪힌 검에서 강한 반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상한 상황.

나는 그 힘에 저항하지 않고 뒤로 몸을 날렸다.

뒤로 쭉 밀리던 몸이 멈출 즈음.

‘점멸.’

점멸을 사용하여 다시 한번 거리를 벌린 후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보니 바짝 약이 오른 우두머리가 다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이제 제국의 병영에 배달하기만 하면 작전 완료다.

그 후로 잠깐의 추격전이 더 이어진 후, 돌로 쌓아 올린 요새가 보였다.

‘제국 놈들 표정이 볼 만하겠지.’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하며 요새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그런 내 뒤를 커다란 거인 무리가 먼지를 날리며 뒤쫓고 있었다.

그쯤 되자 요새에서도 이쪽을 발견했는지, 경계음이 울리고 내부가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열심히 싸울 준비 하라고.’

잠시 후, 요새의 정문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점멸.’

나는 점멸을 사용해 성벽을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

“X발, 저게 뭐야?”

그곳에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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