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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58화 (5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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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58화>

성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한 번씩 검은색 기운이 뿜어져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검은 기운은 전장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스며들었다.

그때 창문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검은 기운은 그에게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이상해. 냄새가 너무 안 좋아!”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루스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창문가에 서 있는 놈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음, 저놈은…….’

기억을 더듬자 놈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크엘프 주술사.

놈은 드라코리치의 노예였다.

전투력이 썩 강하지는 않지만 얼음에 관한 주술을 사용하고, 드라코리치의 기운을 나누어 받아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것이 놈의 특기였다.

‘드라코리치가 놈을 척후병으로 보낸 건가? 생각보다 빠르군. 시간이 촉박하다.’

생각을 마친 나는 길잡이에게 물었다.

“성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도 마음이 급한지 지체 없이 대답해 왔다.

“비밀 통로가 있습니다. 얼른 가시지요.”

말을 마친 길잡이가 서둘러 움직였다.

나도 일행을 이끌고 얼른 길잡이의 뒤를 따랐다.

머지않아 나는 라넬디드와 넬리언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근심 어린 표정의 라넬디드가 내게 물어 왔다.

“선발대는 잘 도착했는가?”

“예, 잘 도착해서 그곳의 사람에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근데 성벽 밖에 몬스터들은 언제부터 나타났습니까?”

“사흘 전에 나타났네. 갑자기 성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몬스터가 들이닥치더군. 그나마 성벽 덕에 큰 피해는 없지만, 이주에 지장이 생겼네.”

당장 성을 둘러싸고 공격 중이니, 수도의 부족원들이 이주할 수가 없는 상황.

생각 중에 라넬디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놈들이 만든 성 위에 우두머리가 있더군. 그놈이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것을 확인했네. 그놈만 처치하면 몬스터들은 흩어질 거야.”

“혹시 공격해 보셨습니까?”

내 물음에 라넬디드가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해 왔다.

“놈을 제거하기 위해 두 번 병력을 보냈지만, 다 실패했네. 놈의 성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성공했네만, 그 이후에 돌아오지 못했어.”

‘역시 시도는 해 보았군. 이거 그냥 망하게 둘 수도 없고. 쯧.’

이제 이들은 내 전력의 일부다.

재앙과의 싸움이건, 차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제국과의 싸움이건 노르트와 라로프를 이용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그냥 망하게 둘 수는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라넬디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내가 직접 놈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참이네.”

막 라넬디드의 말이 끝났을 때 옆에서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대부족장님! 직접 가셨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입니다.”

누가 뭐래도 현재 노르트 최고의 전사는 라넬디드였다.

하지만 그가 나설 경우 뒷일이 크게 문제가 되기에 넬리언은 격하게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언쟁이 시작되려는 찰나, 내가 얼른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제가 가서 놈을 처치하도록 하지요. 한시가 급하니 그동안 이주 준비를 확실히 끝내 주십시오.”

“괜찮겠는가? 자네가 강한 것은 아네만, 상대가 좋지 않네. 놈은 몬스터를 부릴 뿐 아니라, 마법도 쓰더군.”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가야 하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따로 필요한 것은 없으니 이주 준비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라넬디드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 후 자리를 물러 나왔다.

‘흐음, 이렇게 되었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고 성 밖에서 다크엘프 주술사를 보았을 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노르트의 병력으로 놈을 잡으려면 피해가 너무 커지기도 하니까.

‘소수 정예로 치고 들어가서 놈의 목만 딴다.’

어차피 나머지 몬스터들이야 문제없다. 다크엘프 주술사만 죽이고 나면 지금처럼 일사불란하게 수도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하루는 푹 쉬며 재정비했다.

라로프까지 왕복한 피로가 알게 모르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일행을 데리고 비밀 통로를 통해 성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멀리 우회해 다크엘프 주술사가 만들어 놓은 성이 잘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역시 얼음이었군. 금방 생겨난 이유가 있었어.’

다크엘프 주술사의 성은 얼음으로 지어져 있었다.

마법을 사용해 만든 것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저곳으로 들어간다. 다크엘프 주술사를 죽이는 것이 목표다. 다른 건 최대한 배제하고, 놈을 잡는 것에만 집중한다.”

“알았어, 주인.”

“알겠습니다, 대장.”

루스와 휴고가 연이어 대답해 왔다.

다행히 놈의 성 근처에는 몬스터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수상하긴 했다.

‘뭐지? 이미 두 번이나 습격을 받고도 근처에 지키는 병력이 없군. 자신 있다 이건가?’

심지어 성문이 활짝 열려 있기까지 했다.

‘어차피 이제 와서 상관없다.’

다크엘프 주술사의 의도가 무엇이건, 들어가서 놈을 죽여야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가자!”

나는 일행과 함께 얼음 성으로 달려갔다.

재빨리 성문을 통과해 들어가자 계단이 보였다.

그때까지도 성안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막 일행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섰을 때.

쩌저저저적-

뒤쪽에서 계단이 얼어붙더니 완전히 막혀 버렸다.

‘이런 식이었나? 진짜 자신이 있나 본데.’

가두어 놓고 확실히 처치하겠다는 뜻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우리는 계속 계단을 올랐다. 꼭대기에 오를 때까지 더 이상 특별한 일은 없었다.

막 꼭대기 층에 오르자 멀리 서 있는 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크엘프 주술사.

놈은 온몸에 냉기를 풀풀 흘리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놈의 입이 열렸다.

“잘 왔다, 플레이어. 너를 죽이는 것 또한 나의 임무.”

냉랭한 음성이 성안을 울려 퍼졌다.

‘기다렸다고? 나를 아는 건가?’

잠시 고민하다 놈에게 말했다.

“나를 알고 있나?”

놈이 여전히 얼음장 같은 음성으로 대답해 왔다.

“나는 그저 명에 따를 뿐. 이제 그만 죽어라!”

순간 사방에서 얼음으로 된 창이 날아왔다.

‘이미 들어올 때 예상을 했지만, 성 자체가 놈의 무기다.’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상대의 소굴로 쳐들어온 것이다.

나도 생각 없이 이곳으로 쳐들어온 건 아니었다.

나는 재빠르게 검을 뽑아 휘둘렀고, 내 검에 얼음 창들이 부서져 나갔다.

콰콰쾅-

휴고와 루스도 각각 정령의 망치와 클로를 휘둘러 얼음 창을 막아 내었다.

그 후 몇 번 더 얼음 창이 날아왔지만, 우리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얼음 창을 막은 후 내가 놈에게 접근하려는 순간, 놈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

그러자 사방에서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인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오른손에 든 검뿐 아니라 왼손에도 강기공을 잔뜩 끌어 올렸다. 그리고 검과 왼손을 동시에 사방으로 휘둘렀다.

콰쾅! 콰쾅-!

채찍처럼 휘둘러진 강기공에 얼음 거인이 생기는 족족 부서져 나갔다.

화르르르-

옆을 보니 루스가 손에서 불꽃을 쏘아 내고 있었다.

불길에 닿은 얼음 거인들이 녹아 물이 되어 갔다.

나는 얼음 거인을 상대하며 주술사를 쳐다봤다. 놈은 입으로 무언가 주문을 끊임없이 외우고 있었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빠르게 접근해서 처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얼음 거인들이 생겨나는 속도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점멸로 이동하기에도 거리가 너무 멀었다.

‘여차하면 휴고에게 길을 열게 하고 내가 뛰어들어야겠다.’

슬슬 작전을 구상하고 막 실행하려는 찰나, 다크엘프 주술사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건물 내부에 큰 변화가 생겨났다.

온 건물 안이 벽부터 얼어붙어 갔다.

공간 자체가 얼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대장! 어떻게 합니까?”

휴고가 답을 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불렀지만, 딱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두꺼운 얼음은 이미 나와 일행의 주위를 감싸 오고 있었다.

“일단 부숴!”

당장 얼음에 갇힐 판인 만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바쁘게 검을 놀려 얼음을 부수었다.

쾅!쾅!쾅!

휴고도 연신 망치를 놀려 좁혀 들어오는 얼음의 벽을 후려쳤다.

그때마다 얼음이 조금씩 깨어지며 공간이 확보되고 있었지만, 얼어붙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때 루스가 앞으로 나서며 양손을 내뻗었다.

콰르르르르-!

루스의 손에서 강력한 불꽃이 쏘아지며 얼음을 녹여 갔다.

하지만 간신히 현상 유지만 가능할 뿐, 길을 뚫을 정도의 화력은 되지 않았다.

나도 열심히 검을 휘둘러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젠장, 뭐 이딴 짓을…….’

사실 이곳에 들어오면서도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다.

루스의 불 능력을 믿은 것도 있지만, 엘파바에게 얻은 냉기 면역 스킬을 믿기도 했다.

실제로 얼음 창과 얼음 거인은 내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고 말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주지 말고 더 빠르게 처리했어야 하나…….’

잠시 후회를 했지만, 딱히 방심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놈의 기술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강력했을 뿐.

어쨌든 지금은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으음, 불러야 하나?’

나는 열심히 검을 휘둘러 얼음을 깨며 상태창의 코인 항목을 확인했다.

- 랜덤 영웅 소환 (64100/64000 코인)

┗ 영웅 진화 (64100/10000 코인)

: 진화 가능 영웅 [없음]

얼음 거인들을 처치하면서 영웅을 소환할 코인이 간신히 모인 상태였다.

몬스터들이 재앙에 오염되어 강해진 만큼, 코인도 더 많이 주는 덕에 가능한 수치였다.

‘혹시나 하고 코인을 대충 맞춰 오긴 했는데, 벌써 또 소환을 해야 할 줄은 몰랐군.’

막 생각을 정하고 소환을 하려 할 때였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심장 수호자의 내단(S. 재료)]

- 불의 산에서 천 년 동안 맹약을 지켜 온 심장 수호자의 내단. 오랜 기간 축적된 불의 기운이 모여 있다.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고, 장비 제작 시 강력한 불 기운을 더한다.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심장 수호자의 내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앞에서 불길을 내뿜고 있는 루스에게 외쳤다.

“루스! 입 벌려!”

“응? 주인, 무슨 소리야?”

순간 루스가 몸은 그대로 둔 채 머리만 뒤로 휙 돌렸다. 그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문을 표해 왔다.

나는 다시 한번 루스에게 크게 외쳤다.

“입 벌려! 맛있는 거 줄게!”

“응, 주인! 맛난 거 좋아.”

이 와중에도 맛있는 것이라는 소리에 녀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입이 활짝 열린 것은 당연지사.

나는 심장 수호자의 내단을 루스의 입으로 내던졌다.

와작-

루스가 입속에 쏙 들어온 심장 수호자의 내단을 냉큼 씹어 먹었다.

“오오! 얼큰해!”

잠시 후, 멈칫하던 루스의 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퍼져 나왔다. 그러더니 이제껏 손에서만 내쏘고 있던 불길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녀석의 붉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치솟아 넘실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불길에 휩싸인 사자처럼 보였다.

콰아아아아-!

루스의 몸에서 강력한 불꽃이 터져 나와 앞으로 쏘아졌다.

이제까지의 불이 라이터였다면, 지금은 버너 정도는 충분히 되는 수준이었다.

‘불의 산에서 1000년을 모아 온 기운이라더니. 굉장하네, 진짜.’

잠시 구경하느라 내가 손을 멈추었더니, 옆과 뒤에서 얼음이 다시 공간을 좁혀 왔다.

넋 놓은 것은 휴고도 마찬가지인지, 녀석이 맡은 쪽도 공간이 얼어붙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얼어붙는 속도보다 앞쪽으로 녹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여유가 생긴 나는 발을 옮겨 루스의 뒤편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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