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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40화 (40/149)

 # 40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40화>

‘사이클롭스! 크긴 진짜 엄청나게 크군.’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의 주먹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쾅-! 콰르르-

놈이 건물을 파괴하고, 그 안에서 사람을 주워 입으로 가져갔다.

만화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인 모습.

나는 건물에서 몸을 날려 사이클롭스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몸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글레드를 잡느라 멸세폭을 사용했지만, 몸은 멀쩡했다.

S급의 체력, 용인화, 강기공이 더해진 신체는 초재생의 능력을 받아 재빠르게 치유되었다.

‘한 번 사용하는 정도로는 문제없군.’

이제 멸세폭 한 번은 잠깐의 후유증만 참아 내면 멀쩡한 상태로 회복된다. 신체가 더 강해지며, 멸세폭의 반동에도 덜 부서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빠르게 달려들자 사이클롭스가 고개를 돌렸다.

놈의 큰 외눈이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러더니 거대한 손을 내게 휘둘러 왔다.

쾅-

단번에 건물 한 채가 박살 났다. 하지만 나는 이미 손 아래를 통과해 놈의 하체로 접근 중이었다.

놈은 커도 너무 컸다. 하체를 공격해 주저앉히는 전략은 사용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제 그럴 필요도 없다.

‘바로 머리를 노린다!’

발밑에 도착했을 때, 사이클롭스의 주먹이 떨어졌다.

나는 왼 주먹에 강기공을 두르고 맞서 내뻗었다.

그리고 막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절대불변.’

왼손에 낀 원혼의 거울에 절대불변을 사용했다.

쾅-!

우직-

굉음과 함께 놈의 손가락이 부러졌다.

내 왼손은 당연하게도 멀쩡한 상태.

크아아아악-!

놈이 광분해 발을 들어 올렸다. 주먹으로 안 되니 발로 나를 짓밟을 생각인 것 같았다.

‘이쯤이면 되겠군.’

나는 발치까지 접근해 점멸의 이동 거리가 놈의 상체에 닿을 것 같았다.

‘점멸.’

쾅-

거대한 발이 바닥을 짓밟는 것과 동시에 내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도착한 곳은 놈의 어깨 위.

바로 옆에 놈의 옆머리가 보여, 그곳을 목표로 검을 휘둘렀다.

‘멸세폭.’

공격이 놈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들어갔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사이클롭스의 두개골이 부서졌다.

그 충격으로 놈의 하나뿐인 눈알이 터져 나갔다.

결국 두개골이 부서지고 머릿속이 곤죽이 된 사이클롭스가 쓰러졌다.

쿵-

나는 재빨리 놈의 몸에서 뛰어내렸다.

“후우- 좋군.”

강력한 기운이 흡수되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던전에서처럼 번거로운 과정 없이, 강한 사냥감만 골라잡을 수 있어 좋았다.

이동하려다 놈의 사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갖다 주면 좋아하려나?’

문득 루스 생각이 났다. 최근 루스에게는 영양가 있는 것을 많이 먹이지 못했다.

그러나 다 가져가긴 너무 컸다.

‘어디가 맛있으려나? 역시…….’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오러를 일으켜 다리를 잘라 내었다.

“고기는 역시 다리지.”

그런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자른 다리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는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수도 저편에서 익숙한 느낌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루스가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루스도 잘하고 있나 보군.’

언뜻 노르트인들이 무리 지어 뛰어다니는 것도 보였다.

‘넬도르도 맡은 일을 잘하는 것 같고.’

휴고도 잘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역부족일 경우 즉시 후퇴하라고 명해 놓았다.

진짜 중요한 일이 따로 있으니까.

‘얼른 다른 놈을 찾자.’

멸세폭을 쓰면서 원혼의 거울에 기운이 모였다.

웬만한 놈은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기운을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음 목표를 물색해야 한다.

고기를 자르느라 시간을 다소 지체했기에 나는 서둘러 움직였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것은 독수리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그리폰.

놈은 공중에서 하강하며 인간들을 채 가고 있었다.

나는 그리폰의 전방으로 다가간 후 펄쩍펄쩍 뛰며 시선을 끌었다.

놈이 나를 발견하고 빠르게 쏘아져 왔다.

그리폰의 발톱이 몸을 움켜쥐려는 순간.

스악-

왼손에서 발사된 광선이 단번에 놈의 머리를 녹여 버렸다.

쿠구궁-

그리폰이 바닥에 추락해 미끄러지다 건물을 들이받고 멈췄다.

막 돌아서려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음……. 이게 더 맛있으려나?’

가만 보니 치킨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같았다.

게다가 다리도 네 개나 된다.

주저하던 나는 깃털만 적당히 잘라 버린 후 그리폰의 사체도 인벤토리에 넣었다.

나는 그 후로도 한동안 강해 보이는 몬스터 위주로 사냥했다.

‘강한 놈들은 대충 처리가 된 것 같군.’

높은 곳에 올라가 주위를 살피자, 큰 놈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넬도르…….’

멀리서 넬도르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키가 2미터가 넘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설인, 빅풋과 싸우고 있었다.

‘누가 몬스턴지 모르겠네.’

털가죽을 두르고 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는 넬도르는 언뜻 빅풋과 닮아 있었다.

나는 피식 웃다가 넬도르 쪽으로 달려가면 빅풋의 등허리를 걷어차 버렸다.

퍽!

전혀 생각지도 못 한 공격을 받은 빅풋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콰직-!

그 순간 넬도르의 도끼가 놈의 머리를 쪼개 놓았다.

“으하하, 해수! 왜 치사하게 뒤를 치고 그러나?”

“몬스터 상대로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넬도르가 씩 웃었다. 애초에 진심은 아니었던 모양.

“농담일세, 흐흐. 그나저나 굵직한 놈들은 대충 다 잡은 것 같군.”

“그래, 살펴보니 큰 놈은 더 이상 없어. 나머진 처리할 수 있겠지?”

“나머지는 문제없다. 우리끼리도 충분해. 경비대도 적당히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고.”

회귀 전 경비대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대부분 죽었다.

몇몇 거대 몬스터와 싸우다가 단번에 쓸려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전장에 있던 마스터가 지원을 와야 했다.

당연히 그때까지 일반인들이 끊임없이 죽어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비대가 살아남아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훨씬 상황이 나았다.

잠시 시간을 가늠했다.

‘슬슬 다 열렸겠지?’

이만하면 차원문이 열릴 만한 시간은 지났다. 그리고 수도 밖 평원에는 차원문에서 뛰쳐나온 마수들이 날뛰고 있을 것이다.

‘마왕의 화신도 머지않아 나올 거야.’

생각을 정리하고 넬도르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빠진다. 나머진 노르트에 맡기지.”

“그래, 뭘 하려는 건지 모르지만, 몸조심하라고. 끝나고 술 사는 거 잊지 말고!”

“끝까지 술타령이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인벤토리에서 신호탄을 꺼냈다.

백작에게 받아 온 것으로, 신호탄이 터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약속 장소로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피유우-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며 자리를 떴다.

수도 내부에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

이제 암흑 교단이 묻어 놓은 철판을 부수러 갈 차례.

‘슬슬 열매를 따러 가 볼까.’

이제껏 먹지 않고 묵히느라 참기 힘들었다.

* * *

얼른 약속 장소로 달려가 보니, 휴고와 루스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주인, 오늘 맛있는 거 너무 많아!”

루스는 싸우는 중에 뭘 많이 집어 먹었는지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래, 안 그래도 너 줄 거 챙겨 왔다. 일 끝나고 주마.”

“응! 고마워, 주인.”

그때 휴고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대장. 외눈 거인 처치하는 거, 멋졌습니다.”

녀석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사이클롭스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멀리 있던 휴고에게도 보인 모양이었다.

나도 녀석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줬다.

“그래, 너도 수고했다. 얼른 이동하자.”

일행의 몸에 문제가 없어 보여, 나는 그들을 재촉해 철판이 묻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이곳에도 시체가 놓여 있었다.

시체를 치워 내자 철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철판은 여전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기대감을 갖고 철판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쾅-!

몇 번이나 내리쳐서야 단단하던 철판이 부서졌다.

그 순간, 강력한 기운이 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S급에 올라 웬만하면 오르지 않는 스탯이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 진짜 좋군.”

충만감에 내 입에서 저절로 말이 새어 나왔다.

잠시 후, 일행과 함께 빠르게 이동해 철판을 두 개 더 부수었다.

그때마다 큰 기운이 흡수되었다.

‘진짜 이걸 다 먹고 나면, 황제 멱을 따러 갈 수도 있겠는데?’

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음 목표로 향했다

그리고 4번째 철판이 있는 곳에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곳에 누군가 있었다.

온몸을 붉은 옷으로 감싸고 허리에는 검을 찬 인영.

머리를 완전히 감싸는 두건에 눈구멍만 뚫려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까지 붉은 장갑으로 감싸고 있었다.

놈은 막 검을 빼 들다가 나와 일행을 보고 행동을 멈춘 상태였다.

‘누구지? 완전 빨간 미이라 같구만……. 근데 지금 철판을 부수려는 건가?’

철판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놈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던 순간.

쭈뼛-

목 뒤가 바짝 당겨오며 팔에 힘이 들어갔다.

붉은 옷을 입은 놈에게서 뿜어져 오는 살기에 내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다.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뒤따르던 일행도 동시에 멈췄다.

“……주인.”

루스의 신음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특유의 감각으로 놈의 위험성을 감지한 것 같았다.

‘위험한 놈이다. 단순히 내뿜는 기운만으로 이 정도라니.’

후작 저택에서 마주쳤던 마왕의 의념을 제외하면, 이 정도로 위험한 느낌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모르는 사이 내 손이 검의 손잡이에 올라가 있었다.

이 또한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

루스와 휴고도 바짝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때 놈의 두건을 뚫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로……군.”

한 몇 년쯤 한 마디도 안 하던 사람이 말을 하면 저럴까?

억지로 목구멍을 뚫고 나오는듯한 거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상……한, 행……동. 하지……만, 아직은…… 괜찮, 다. 허용, 범……위 안.”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놈이 묘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러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마치 철판을 양보해 주는 듯한 모양새.

느껴지던 긴장함도 조금 줄어들었다.

어금니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내가 전혀 모르던 놈이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강한 놈이.

게다가 놈은 나를 아는 듯했다.

‘진짜 뭐 하는 놈이지?’

궁금증이 치솟았다.

‘회귀 전엔 저놈이 철판을 부순 건가?’

그사이 놈은 몇 걸음 더 물러서 있었다.

마치 빨리 철판을 부수지 않고 뭐 하냐고 내게 묻는 것 같았다.

‘그래, 무슨 속셈인지 모르지만, 해 주마!’

애초에 철판을 부숴 스탯을 흡수하는 것이 나의 계획.

모르던 놈이 끼어들었다고 그것을 바꿀 필요는 없다.

나는 놈을 의식하며 천천히 철판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놈이 몇 걸음 더 물러서는 것을 보며 철판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콰쾅-!

철판을 다 부술 때까지 놈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잘 부수는지 확인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윽고 철판이 완전히 부서진 것을 확인한 놈이 말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대장, 뭐 하는 놈일까요?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데.”

휴고가 물어 왔지만, 생각이 많아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진화하지 않은 소환 영웅 정도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그런데도 방금 본 놈에게서 위협을 느꼈다.

놈은 암흑 교단 장로보다도 확실히 윗줄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갈 때, 루스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주인, 얼른 가자.”

그래,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차피 놈이 이쪽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상황도 아니고.

나머지 철판을 부수는 게 먼저다.

“그래, 가자!”

단호하게 외친 후 빠르게 달렸다.

목표는 놈이 간 쪽과 반대 방향에 있는 철판.

하지만 도착한 곳에는 이미 철판의 잔해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놈의 목표가 철판을 부수는 것 같아서, 놈이 간 곳과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았음에도 철판이 부서져 있었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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