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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34화 (3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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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34화>

그에 나는 혀를 차며 그에게 바로 따지듯 물었다.

“이건 또 뭐냐? 할 일을 정했다더니, 그게 퇴폐 업소냐? 이름도 개떡같이 지어서는 찾기도 어렵더군.”

진형기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퇴폐 업소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신체 접촉이 아예 차단되어 있소! 그냥 대화만 나누는 거요, 대화만!”

“말은 다들 그렇게 하지.”

내가 코웃음을 치자 녀석은 정말 억울한지 한참이나 부정을 하고서야 딴 얘기로 넘어갔다.

“개암나무 열매를 한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오? 진실이오, 진실. 동음이의어지. 난 우리가 왜 끌려왔는지, 황제의 정체는 뭔지 꼭 알아내고 싶거든. 그래서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요.”

나름 머리를 굴린 이름이긴 한데, 별 감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진형기가 이제껏 알아낸 정보.

“그래서 그동안 뭐 좀 알아냈나?”

“일단 암흑 교단 놈들이 수도 근처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 한다는 거요. 그걸 제국이 감지하고 막으려 하고 있지. 정확한 부분까진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건 나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회귀 전에도 이맘때쯤부터 수도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졌었으니까.

내가 가만히 듣고 있자 진형기의 말이 이어졌다.

“재앙의 시기가 진짜 멀지 않았소. 그 탓에 귀족들과 군소 국가의 사절들이 수도로 모여들고 있소. 며칠 후면 연회를 빙자한 회의가 열릴 거요.”

“그건 알고 있어. 어쩌다 노르트인들과 얽혀서, 연회에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자 진형기가 깜짝 놀랐다.

“설마 성문에서 한판 벌인 게 당신이었소? 노르트인을 이겼다기에 누군가 했더니.”

“그런 것도 알고 있나?”

“여길 왜 이런 식으로 만들었겠소? 술 먹고 하는 이야기가 뭐 별거요? 자랑이나 하소연 아니면 다 보고 들은 걸 떠드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들어온다 이 말이요.”

그제야 왜 진형기가 이런 가게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머리를 잘 굴리긴 했군.’

그새 이런 걸 뚝딱 만들어 냈으니,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 잘했어. 하던 이야기나 계속해 봐.”

“아참, 스탄 백작도 여기 와 있는데, 이건 당신과 관계있지 않소? 병력도 엄청 끌고 왔더군. 보통은 대리인을 보내기 마련인데,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았소.”

스탄 백작이라면 교단 측에 의해 세뇌당했던 전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암흑 교단에 이를 가는 것도 당연했다.

“나랑 관계있긴 한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그쪽에서 은근히 당신을 수소문하더군, 정 씨 성을 가진 플레이어를 찾는데, 인상착의가 딱 당신이었소. 대놓고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니 딱히 큰 소문이 나진 않았을 거요.”

‘그런가. 그쪽도 한번 만나 볼 필요가 있겠군.’

백작 정도면 고위 귀족이다. 다스리는 영지도 대도시이고.

어쩌면 넬도르보다 더 정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탄 백작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

“아베나스탄이 대도시라 그런지 엄청 부자인가 봅디다. 수도에 떡하니 저택을 가지고 있소. 나도 돈이나 많으면 일하기 훨씬 수월할 텐데.”

진형기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후로도 그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지만, 중요한 정보는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스탄 백작의 위치를 듣고 자리를 파했다.

“또 봅시다. 내가 공사다망하다 보니 같이 어울려 주진 못하겠소.”

이 자식은 갈수록 능글맞아지는데, 언제 한번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그때, 진형기가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어어? 그만두시오. 당신 느낌이 갑자기 영 이상해지는데……. 뭔지 몰라도 그런 생각 마시오. 그럼 다음에 봅시다!”

그러고는 진형기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진짜…… 혼자서 쇼를 하는군.”

진형기와 헤어질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기분이 되는 것 같았다.

* * *

나는 루스와 함께 부지런히 걸어, 백작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문 앞으로 다가가자, 경비병들이 막아섰다.

“이곳은 스탄 백작님의 저택이오.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니 용무가 없으면 돌아가시오.”

백작이 신경을 많이 썼는지 경비병들은 모두 절도 있는 모습이었다.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백작님이 저를 찾고 있다던데. 안에다 기별해 주십시오. 정해수가 왔다고.”

그러자 나에 대해 무언가 들은 것이 있는지 경비병 중 한 명이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머지않아 안에서 백작이 직접 나타났다.

“오오! 드디어 만나는군. 내 자네를 엄청 찾았다네.”

표정을 보니 괜히 하는 말을 아닌 듯, 굉장히 반가워하고 있었다.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렸군요. 영지는 이제 괜찮은 겁니까?”

“그래, 다 자네 덕분이지. 얼른 들어가세.”

나는 백작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이동해 대화를 이었다.

조용히 나를 따라 자리에 앉은 루스는 이번에도 역시나 다과에 코를 들이박고 있었다.

“하하, 저 친구는 여전히 잘 먹는군.”

“예, 녀석이 워낙 한결같습니다. 그나저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신지?”

“자네, 혹시 재앙이 곧 일어날 거란 걸 들었나? 머지않아 수도 근처에서 일이 터질 걸세. 신전에 신탁이 내려왔다네.”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암흑 교단이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이란 것은 자네도 잘 알 걸세. 그래서 이번에 병력을 최대한 모아 왔네.”

백작은 입이 마르는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요사이 보니 플레이어들이 귀족들과 같이 영지에 소속되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더군. 그래서 자네 생각이 났지. 자네도 수도에서 움직이려면 어느 정도 배경이 있는 것이 낫지 않겠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나마 넬도르와 연을 맺어 연회에 가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애초에 넬도르부터가 수도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이용하자면 백작 쪽이 훨씬 낫지. 게다가 이쪽에 호의적이기도 하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백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네를 구속할 생각은 없네. 그냥 이쪽에 적을 얹어 두고 하고 싶은 데로 해도 좋단 말일세. 내가 은혜를 갚고 싶어 그러는 것이야. 다만 재앙의 날 싸움이 있을 때 이쪽과 같이해 주면 좋겠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며칠 내로 귀족들과 군소 국가 사절들 간에 연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원래라면 넬도르를 따라가려 했지만, 기왕이면 백작과 가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오, 안 그래도 자네에게 부탁하려 했는데 잘되었군. 내 호위 역으로 따라가면 된다네. 그럼 자네가 우리 쪽 사람이란 것을 알릴 수도 있지.”

백작이 반색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나는 그렇게 대답한 뒤에 루스를 데리고 일단 저택을 물러 나왔다.

그곳에 머무르라는 백작의 청이 있었지만, 휴고를 남겨두고 왔으니 돌아가야만 했다.

노르트인들의 처소로 돌아갔을 때는 막 해가 질 무렵이었다.

담장 안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하하하, 자네도 제법이군. 처음엔 덩치만 큰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으하하!”

‘설마 아직 마시는 건가?’

안으로 들어가자 술동이를 끼고 앉은 넬도르와 휴고가 보였다.

보아하니 넬도르에게 꼬여,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얼른 떠야 되겠군. 이러다 일행들을 죄다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 판이야.’

옆을 보니 루스가 어느새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나는 얼른 휴고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휴고, 뭐 하는 거냐?”

“아, 대장 왔습니까? 흐흐, 넬도르와 한잔하고 있었지요. 이 친구가 완전 상남잡니다, 상남자!”

녀석도 혀가 살짝 꼬인 것이 술을 제법 마신 것 같았다.

“그만 일어서라. 갈 데가 있다.”

“마시던 것은 다 마시고 가야 사나이지요, 대장! 여기 넬도르와 밤을 새우기로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골치가 아파 왔다. 가만 보니 넬도르가 실실 웃고 있었다.

술꾼인 넬도르는 아직 멀쩡하고 휴고만 취한 것 같았다.

순간 울컥해, 술을 들이켜는 휴고의 목덜미를 손날로 후려쳤다.

“꽥…….”

녀석이 멱따는 소리를 내며 상으로 쓰러졌다.

“이봐, 넬도르. 우린 일단 거처를 옮긴다. 연회에 같이 가는 것은…….”

백작과 가기로 했으니 없던 이야기로 하려다 말을 멈추었다.

보통 호위 역으로 따라가는 것은 한두 명.

여러 명을 데려가지 말란 법은 없으나, 관례상 한두 명이 보통이라고 했다.

그리고 루스가 가진 특유의 감각이라면 그곳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넬도르에게 하려던 말을 고쳤다.

“연회에는 나 대신 이 녀석을 데려가 줘. 난 다른 쪽을 통해서 들어갈 거야.”

루스를 가리키며 말하자 넬도르의 눈이 살짝 커졌다.

“으음. 호위치고는 많이 작군. 그래도 약속했으니 못 해 줄 건 없지. 나야 원래 호위가 딱히 필요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넬도르가 흔쾌히 승낙했다.

가만 보니 루스의 붉은 머리칼과 노르트인의 적갈색 머리칼이 좀 비슷했다.

호위로 따라가면 가족처럼 보여 오히려 나보다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일단은 가겠어. 연회가 있는 날 따로 연락하지.”

“이대로 간다니 너무 섭섭하군. 아직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는데.”

넬도르가 끔찍한 소리를 더 하기 전에 얼른 물러 나왔다.

“다음에 또 보지.”

“다음에는 제대로 한잔하는 거네!”

휴고를 들쳐 매고 백작 저택으로 갔다.

* * *

며칠 후 드디어 연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루스는 아침 일찍 넬도르에게 보내 놨고, 나중에 연회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휴고는 오늘 하루 백작 저택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오, 몸이 좋아서 그런지 아주 잘 어울리는군.”

나갈 채비를 마친 나를 보며 백작이 감탄을 내뱉었다.

연회에 아무 옷이나 입고 갈 수 없어, 나는 모처럼 제국식 의상을 입었다.

턱시도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품이 좀 더 넓고 움직이기 편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과한 장비는 착용하고 들어갈 수 없었기에 단검만 하나 허리에 찼다.

인벤토리가 있으니 사실 별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휴고에게 잘 지키고 있으라 말한 후 마차를 타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황궁 외곽에 위치한 큰 건물이 연회의 장소였다.

연회장은 사람으로 바글거렸다.

여러 군소 국가 사절들이 다 몰려든 탓이었다.

그 덕에 옷차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백작의 신분이 높아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연회장 안에는 둥그렇고 큰 테이블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는데, 백작은 그중 하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나는 백작 뒤에서 조금 떨어져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암묵적으로 자리가 정해져 있는지 군소 국가 사절들은 뒤쪽에 주로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그러다 입구가 조금 소란스러워지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순간 백작의 표정이 굳었다.

‘드레오스 후작이군. 스탄 백작과 사이가 안 좋았던가?’

드레오스는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다. 회귀 전에도 플레이어들을 수족으로 부리려 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백작과의 사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스탄 백작의 표정을 보아하니 좋은 사이가 아님은 분명했다.

드레오스의 옆으로 따라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도 제국의 귀족으로 보였는데, 아마도 후작의 파벌인 듯했다.

사람이 많으니 호위로 따라오는 자들도 많았다. 그들이 내뿜는 기세에 주위가 흉흉했다.

그 가운데 아는 얼굴이 보였다.

‘안토니……. 저쪽에 붙어 있었나?’

며칠 전 골목에서 쥐어 터지고 개암나무 열매의 위치를 알려 준 플레이어.

녀석이 오늘도 귀족처럼 차려입고 후작의 무리 뒤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아마 호위 자격으로 온 것 같은데, 호위보다는 정치질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드레오스 후작은 걸음을 옮기더니, 결국 우리가 앉은 곳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앉기 전 백작을 보며 기분 나쁘게 웃는 것이 보였다.

백작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그에 나는 작은 목소리로 백작에게 속삭였다.

“저자와 무슨 사이입니까?”

백작이 잠시 침음을 삼키더니 말했다.

“드레오스 후작이라는 자일세. 늘 저렇게 파벌을 만들어 끌고 다니지. 나랑은 사이가 썩 좋지 않네.”

포도주를 들어 가볍게 입을 적신 백작이 말을 이었다.

“권력에 미친 자야. 속도 좁지. 한동안 안 봐서 속이 시원했는데 또 기어 나왔군. 자네도 괜히 엮이지 않게 조심하게.”

“예.”

백작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연회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무슨 대신이란 자가 나와 한바탕 연설을 한 후, 낯익은 인물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크리스……. 살아 있었군.’

쌍둥이 마스터 중의 한 명인 크리스였다. 장로와의 싸움에서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 있을 줄이야.

한쪽 팔이 잘렸는지 어깨부터 소매가 펄럭였다.

단상에 오른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암흑 교단과 큰 싸움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마스터인 제 동생 크로스와 브레니 쉴즈 경이 사망했습니다.”

주위가 조용해지며 크리스의 말에 집중했다.

“강력한 괴물이 나타나 저는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크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살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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