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29화 (29/149)

 # 29

<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29화>

보리스가 혼자서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암흑 기사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놈은 양손에 파란 오러를 감싼 채 사방으로 공격을 날렸다.

암흑 기사들이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튕겨 나갔다.

‘지원을 확실히 받았나 보군.’

회귀 전 이맘때보다 확실히 강한 모습. 대신 정신머리도 훨씬 심하게 나간 걸로 보였다.

사실 보리스의 스킬이 저런 난전 상황에 강한 것은 맞았다.

놈의 스킬은 신체를 강하게 하고 오러를 증폭시키는 것이었으니까.

오러를 온몸에 두르고 적들 사이로 파고들어 날뛰는 것이 놈의 전투 방식.

때문에 놈의 스킬은 난투를 위한 맷집과 파괴력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었다.

확실히 공방일체의 뛰어난 스킬이다.

‘어찌 보면 자기 특기를 확실히 살리고 있군.’

비록 진형을 무시하고 튀어 나가긴 했지만, 효과가 없진 않았다.

실제로 암흑 교단의 병력이 우왕좌왕하는 중이었으니.

“#@[email protected]#*&^.”

그때 건물 꼭대기 층의 발코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시커먼 갑옷과 망토를 걸친 인물이었다.

얼굴을 가리는 투구는 십자 형태로 가늘게 뚫려 눈동자만 보였다.

놈의 허리에는 언뜻 보기에도 불길해 보이는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

몸에 은은히 흐르고 있는 검은 기운이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장로…….’

드디어 암흑 교단의 장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놈의 주문이 울려 퍼지자 허둥대던 암흑 교단 병력의 기강이 잡혔다.

쾅-

폭음이 터지며 보리스가 뒤로 튕겨 났다.

장로의 주문에 영향을 받은 어보미네이션 두 마리가 동시에 보리스를 후려친 탓이었다.

몸을 툭툭 털며 금방 일어나는 것을 보니 딱히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전초전이 끝나고, 양측의 병력이 제대로 맞붙기 시작했다.

제국의 병사와 기사들이 돌진했고, 플레이어들도 그 뒤를 따라나섰다.

마스터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중.

암흑 교단의 주 병력이 움직이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그에 질세라 암흑 교단도 병력을 움직였다.

어보미네이션은 일단 대기 상태.

사제의 주문을 받은 암흑 기사들이 제국의 병력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제국의 개들을 죽여라!”

“너나 죽어라, 미친 광신도 놈아!”

폭음이 터지고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양측 다 수많은 병력이 동원되었다. 전투와 전쟁의 경계에 걸쳐 있는 싸움이었다.

잠깐 동안 수십 명이 죽어 나갔다.

하지만 어느 쪽도 병력을 물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초반은 암흑 교단의 우세였다.

제국의 병사와 기사들로는 광전사가 된 암흑 기사를 감당하기 힘들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플레이어들의 지원이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역시 한두 명만 집중적으로 키운 건가. 나머진 별다를 것이 없군. 그나저나 진형기는 없나 본데.’

이번 전투의 흉흉함을 미리 눈치챈 건지, 진형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초반에 돌진했다가 튕겨 나온 후 쉬고 있던 보리스가 참전했다.

밀리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다웠다.

놈의 손에서 솟아오른 시퍼런 오러 줄기가 사방을 휘몰아쳤다.

그러자 암흑 기사들이 무더기로 날아갔다.

“크하하, 이 몸이 천하 최강 보리스 님이시다!”

‘저 나이 먹고 저런 소릴 내뱉다니…….’

놈의 어린 시절이 궁금할 지경.

멀리서 보기에 희극 같았지만, 상대하는 암흑 기사들에게는 웃긴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많은 수의 광전사들이 죽어 나가자 사제들이 어보미네이션 몇 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르르-

어보미네이션들이 짐승같이 울며 전장으로 달려들었다.

쾅, 쾅-

놈들의 거센 주먹질에 제국 병사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보리스가 어떻게든 상대해 보려고 하지만, 아직 어보미네이션을 빠르게 처치할 수준은 안 되었다.

제국의 병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상황.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제국 측에서 한 줄기 섬광이 쏘아졌다.

쾅-

폭음이 터진 후 어보미네이션 한 놈의 머리가 박살 났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광경이었다.

‘역시 강하군, 괜히 마스터 소리를 듣는 건 아니겠지.’

브레니 쉴즈의 투창이 강력한 기운을 머금고 날아가 어보미네이션의 머리를 터트려 버린 것이다.

한 방에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한 쉴즈는 멈추지 않고 투창을 날렸다.

쾅- 쾅-

이번에도 창이 날아갔지만, 아까 전처럼 어보미네이션이 단번에 죽지는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던 놈들이 손을 들어 중요 부위를 방어한 것이다.

대신 창을 막아 낸 손과 팔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사이 연달아 강력한 기술을 구사한 쉴즈는 뒤로 물러났다.

대신 크리스, 크로스 형제가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암흑 교단 측도 재빨리 남은 병력을 투입했다.

나머지 어보미네이션을 모조리 동원한 것이다.

이번에 나선 것들은 모두 검은색을 띤 개량형이었다.

그렇게 쌍둥이 마스터가 어보미네이션들을 상대해 가기 시작했고, 보리스와 다른 병력들은 암흑 기사들에 맞서 싸워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눈을 빛냈다.

‘흐음, 슬슬 움직일 때인가.’

굳이 저 틈에 끼어들어 칼춤 출 생각은 없다.

그래서는 이기든 지든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다.

전투가 충분히 격렬해졌으니, 이제 건물로 잠입해 장로를 잡을 차례다.

그 이후에는…….

‘바간의 목을 친다!’

나는 일행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저들이 싸우는 동안 장로를 공격한다. 놈을 잡으면 싸움을 쉽게 끝낼 수 있다.”

“준비되었습니다, 대장.”

“나도 다 됐어! 가자, 주인”

휴고와 루스가 당차게 대답해 왔다. 바간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은신처를 나와 건물 옆쪽으로 접근했다.

평소라면 경비를 서는 병력이 있겠지만, 전시 상황이다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조용히 창문을 열고 들어선 우리는 계단을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장로가 있는 곳은 꼭대기인 5층의 발코니.

그런데 재빠르게 움직여 3층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 마주치고 말았다.

“웬 놈이냐?”

상대는 암흑 사제였다.

문답이 필요 없는 상황. 나는 대답 대신 이미 뽑아 들고 있던 칼을 빠르게 휘둘렀다.

쾅-

한데 예상치 못한 폭음이 터졌다.

놈의 몸 앞에서 무언가 빛나더니 검격을 막아 낸 것이다.

동시에 사제의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가 바스러졌다.

아무래도 저 지팡이가 보호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암흑 사제가 행동했다. 품속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깨트린 것이다.

서걱-

그때, 휘둘러진 루스의 클로가 사제의 숨통을 끊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놈의 손에서 큰 경보음이 터져 나왔다.

삐이이이익-

소리만이 아니라 강렬한 불빛이 사방을 비추며 난리를 쳤다.

“그대로 돌파한다.”

들켰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우리는 3층을 지나 빠르게 4층에 들어섰다.

경보음을 듣고 암흑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앞쪽에 전투 인원이 많아 건물 안은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남은 병력이 있었던 것이다.

놈들이 이미 계단을 막고 있는 상황.

결국 강행 돌파만이 답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멸세폭 한 방이면 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장로는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

게다가 주위에 장로를 지키는 병력도 존재할 것이다.

지금 멸세폭을 쓰기는 아깝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싸워야겠군.’

판단을 내린 나는 마력을 잔뜩 끌어 올려 계단을 막고 있는 놈들에게 휘둘렀다.

쾅-

단번에 몇 명이 날아갔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내 공격을 시작으로 일행들은 서둘러 적을 처치해 나갔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후, 전투가 끝났다.

“후욱, 후욱…….”

휴고가 무리했는지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검을 휘둘러,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부수어 버렸다.

콰쾅-

“이러면 되겠지.”

지원군이 아래층에서 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위에 있을 장로와 친위대.

아마도 격렬한 싸움이 될 터.

나 역시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쯤 올라간 끝에, 나와 일행은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변을 눈치챈 장로가 발코니에서 나와 있었다.

“플레이어 같은데. 제국 측이 너희만 보냈을 것 같지는 않고, 정체가 뭐지?”

장로의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플레이어 맞아. 깊이 생각할 것 없어. 널 죽이러 온 거니까.”

놈에게 대답하면서 나는 칼을 뽑아 들었다.

칼에 맺힌 오러가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일행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냈는지, 무기를 뽑은 채 기세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런가? 일단 이 친구들이 상대해 줄 거야. 난 좀 할 일이 있어서.”

장로가 손을 까딱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4명의 친위대가 나섰다.

나는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암흑 기사 중 고르고 고른 정예.

장로의 주문에 영향을 받는 그들은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사제의 영향을 받는 암흑 기사들처럼 미친 상태로 접어들지는 않았다.

고통이 없는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움직이는 것이 이들의 무서운 점이었다.

말을 마친 장로는 다시 발코니로 걸음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바간이 뛰쳐나가려 했다.

나는 얼른 손을 들어 바간을 말렸다.

“일단 이놈들부터 처리한다. 서두르지 마라, 바간.”

장로가 방심한 것이든, 진짜 바깥의 전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든 우리에게는 이득이다.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굳이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바간을 진정시키는 틈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루스가 친위대를 향해 선제 공격을 가한 것.

빠르게 휘둘러진 클로가 친위대의 목을 노렸다.

쾅-!

친위대의 칼에 클로가 막히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남은 친위대는 3명. 짝이 딱 맞았다.

간을 보듯 눈치를 살피던 나와 일행, 그리고 친위대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명씩 서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친위대의 칼이 내 목을 노리고 휘둘러져 왔다.

나는 재빨리 검을 들어 놈의 공격을 막았다.

챙-

칼이 엇갈리며 힘겨루기하듯 나와 놈의 대치 상태가 이루어졌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지 놈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최대한 힘을 끌어 올렸다.

강력한 근력과 용인화의 신체가 꿈틀거린다.

쾅-

그리고 땅을 박차며 놈의 칼을 밀쳐 내었다. 친위대의 몸이 강하게 뒤로 밀렸다.

내가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놈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검을 앞세우고 재빠르게 다가갔다. 당황한 놈이 성급하게 검을 휘둘렀다.

검 끝을 노려보며 몸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놈의 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이는 내가 의도한 상황.

아슬아슬하게 피할수록 기회는 커진다.

그때 놈의 활짝 열린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몸은 이미 칼을 휘두르기 위한 최적의 자세를 취한 상태.

이윽고 좌하단에서 시작된 검격이 우상단으로 흘러간다.

중간이 생략된 것처럼 빠른 움직임.

슷-

들릴 듯 말 듯 절삭음이 울린다.

시간이 멈춘 듯 친위대의 몸이 정지했다.

잠시 후, 상체가 사선으로 분리되어 바닥에 쓰러진다.

“후욱-.”

나는 멈췄던 숨을 내뱉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루스와 바간은 친위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사이 실력이 부쩍 성장한 휴고도 선전하고 있었다. 다만 빠르게 전투를 끝낼 상황은 아니었다.

‘시간 끝 것 없지.’

빠르게 결정을 내린 나는 휴고가 상대하고 있는 놈의 뒤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도 눈치채고 있었는지 검을 들어 방어했다.

동료가 단번에 죽는 것을 본 탓인지, 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쾅-

강하게 부딪친 검에서 폭음이 터졌고, 놈이 휘청하며 뒤로 밀렸다.

순간 옆에 있던 휴고의 망치가 놈의 허리를 후려쳤다.

퍽-

친위대의 몸이 구겨져 땅으로 처박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가 목을 쳤다.

때맞춰 바간과 루스의 싸움도 끝났다.

바간은 늘 그렇듯 침착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완전히 부수어 놓았다.

루스는 클로만으로 안 되었는지, 불길을 일으켜 상대를 반쯤 태워 놓았다.

나는 숨을 가다듬은 후 발코니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옆을 걷고 있는 바간을 의식한다.

이제야 참고 참았던 때가 왔다.

억눌러 왔던 분노가 활화산처럼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편의 휴고를 쳐다봤다.

때마침 휴고도 결연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며 며칠 전 단둘이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