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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28화 (2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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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28화>

주위를 둘러보자 바간이 막 어보미네이션의 머리통을 박살 내고 있었다.

휴고와 루스 쪽도 끝난 상태. 루스의 클로가 어보미네이션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이, 이 무슨…….”

너무 간단하게 끝난 상황에 암흑 사제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 틈을 노린 나는 놈에게 얼른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크억”

짧은 비명과 함께 놈의 숨이 끊어졌다.

그때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쾅-

“이 저주받을 제국의 개들! 죽어라!”

“네놈들이나 죽어라, 이 쓰레기들! 크하하, 이 몸이 바로 세계 최강 보리스 님이시다!”

“마신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무기들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저주의 말이 난무했다.

그 가운데에는 보리스의 목소리도 끼어 있었다.

‘머저리 자식이 생각보다 빨리 왔군.’

제국의 지원을 제대로 받으면서 회귀 전보다 성장이 빠른 것 같았다. 예상한 시간보다 빨리 뚫고 들어왔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전투 소리가 그쳤다. 제국 측이 무난하게 승리한 것 같았다.

하지만 곧이어 뭔가 잘 안 풀리는지 불만 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뭐야? 왜 안 깨져? 크로스 님, 이거 좀 어떻게 해 보쇼. 얼른 성물 부수러 가야지.”

결계에 가로막힌 모양.

마스터라도 저 결계를 파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답답해하는 보리스의 목소리를 들으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머지않아 투명한 막에 가로막힌 보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보리스는 얼른 들어오고 싶은지 연신 막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 앞으로 다가가자 놈이 나를 발견하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뭐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입가에 웃음이 한층 더해진다.

“뒤쪽에서 누가 도망치나 지키고 있는데, 웬 통로가 있지 뭡니까? 들어와 봤더니 신기한 게 있더군요.”

“이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암흑 사제에게 했던 것처럼 성물 조각을 꺼내 흔들어 주었다.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게 있어서 부숴 버렸습니다.”

일그러진 놈의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깜짝 놀랐지 뭡니까? 어마어마한 스탯이 흡수되었어요. 이런 걸 바라고 한 일은 아닌데, 열심히 사니까 하늘이 돕나 봅니다, 하하하.”

보리스의 얼굴을 정확히 응시하며 웃어 주었다.

“이, 이 원숭이 새끼가!”

놈이 광분하며 결계를 쾅쾅 두들겼다. 하지만 아무리 발광을 해도 결계가 바로 파괴될 일은 없다.

뒤에서 크리스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성물을 파괴했군.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더라니……. 어쨌든 놓치지 않았으니 나쁜 일은 아니군.”

옆에 있던 크로스가 말을 받았다.

“자네는 왜 우리와 함께하지 않나? 제국으로 오게. 내가 책임지고 좋은 대우를 약속하지.”

“젠장! 무슨 개소립니까! 저런 원숭이 새끼를.”

옆에서 보리스가 발광했지만, 두 마스터도 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거절하지요. 남의 말 들으면서 살아 봤는데, 별로더라구요. 끝이 안 좋기도 했고. 어쨌든 전 어디 얽매이기 싫습니다.”

‘황제 목이라도 따다 주지 않는 이상 제국과 함께할 일은 없겠지.’

크로스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저어 그를 막았다.

그 후 날뛰는 보리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덩치. 다음번엔 장로를 잡으러 갈 거야. 어딘지는 알지? 모르면 뒤에 계신 분들한테 물어봐. 또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준비해서 와라.”

이맘때쯤 제국이 파악하고 있는 암흑 장로의 위치는 딱 하나.

마왕 소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나머지와 다르게 장로 한 명은 교단의 관리를 위해 외부에 나와 있었다.

아마 보리스가 모르더라도 마스터들은 장로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앞으로의 행적을 미리 알린 셈이었다.

“이 벌레 같은 새끼가! 너 거기 가만있어. 죽여 버린다!”

쾅쾅-

머리 꼭대기까지 열이 받은 보리스가 결계를 두들겨 대었다.

보리스를 도발해 놓았으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어차피 제국이 장로를 제거하기 위해 나설 시점이기도 하고.

‘요리 재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놈이 한층 더 광분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렸다.

아지트를 빠져나온 후 얼른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실컷 도발해 놓고 다시 만나면 상황이 우스워진다.

“대장, 그 장로라는 놈은 뭡니까?”

보리스와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휴고가 물어 왔다.

“암흑 교단에서 아주 높은 놈들이야. 놈들도 사제와 비슷하게 마왕의 힘을 내리받지.”

“그렇군요. 그럼 사제와는 뭐가 다른가요?”

“사제는 주문이나 정신 마법을 사용하지만 무력이 없다. 하지만 장로는 아니야. 놈들은 시작부터 사제와는 달라.”

그러곤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무력이 없는 교도가 신실함을 인정받아 마왕의 힘을 받으면 사제가 되지. 그럼 암흑 기사가 힘을 받으면 어떻게 될 거 같나?”

휴고가 잠깐 놀라더니 되물어 왔다.

“설마 암흑 기사가 장로가 되는 겁니까?”

“그래, 그것도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른 암흑 기사만이 장로가 되지.”

“무섭겠군요.”

“그래, 본신 무력도 강한데 주문도 사용하지. 게다가 마왕에게 받은 힘은 마법뿐 아니라 검술에도 적용돼. 쉬운 전투가 되지는 않을 거야.”

옆에 있는 바간을 힐끔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국의 병력을 끌어들인 것이고.”

“그렇군요. 전 또 그 덩치 큰 놈이 마음에 안 들어서 괴롭히는 건 줄 알았습니다.”

사실 휴고의 말이 제법 진실에 가까웠지만, 바간이 듣고 있으니 말을 돌렸다.

“그럴 리가. 어차피 상관도 없는 사람 괴롭힐 필요 없지. 중요한 것은 암흑 교단을 막는 거야.”

바간이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계속 만족하고 있어라, 바간.’

이 연기를 그만두는 날이 머지않았다.

* * *

마차로 이동 중에 많은 생각을 했다. 휴고와 말한 대로 이번 전투는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전투의 승리만 놓고 보아도 만만치 않은 상황. 거기에 다른 목적까지 이루어야 한다.

아주 정교하고 효과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장로가 있는 곳이 가까워질 무렵, 마차에서 내렸다. 놈이 있는 곳은 산 위, 절벽 끝에 지어진 장원이었다.

마차를 타고 오를 수도 없고, 설사 오른다고 하여도 놈들의 시야에 바로 걸리고 말 것이다.

조용히 산길을 우회해 절벽 근처로 다가갔다.

디귿자(ㄷ) 모양으로 된 큰 장원이 툭 튀어나온 절벽 끝에 지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움푹 파인 곳에 꽃이 만발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었다. 그곳을 통과하면 건물로 들어가는 정문이 위치했다.

나는 일행을 데리고 옆쪽 산등성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주인, 이제 뭐 해? 저기 냄새가 안 좋아.”

루스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은 대기한다.”

당장 쳐들어갈 생각은 없다. 제국이 난장을 피워 주면 그때 장로의 목을 따는 것이 계획이었다.

루스가 가리킨 정원을 물끄러미 보았다.

‘냄새가 안 좋을 수밖에. 그런 게 묻혀 있으니…….’

당장 신경 쓸 문제는 아니라 생각을 돌렸다.

“잠시 동태를 살피고 오지. 들키지 않게 조용히 있어라.”

“응, 주인.”

일행을 두고 장원으로 접근했다. 인식 교란을 얻은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장원 곳곳에는 암흑 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일반 교도도 아니고 암흑 기사를 경비로 쓰다니, 병력이 굉장히 많은가 보군.’

생각하는 중에 암흑 기사 둘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갑자기 왜 이렇게 경계를 심하게 하는 거야! 젠장.”

“제국이랑 플레이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쳐들어온다잖아. 이미 비밀 기지가 여러 군데 부서졌대.”

“그래도 그렇지, 굳이 우리까지 경비를 서야 되나? 여기 병력이 얼마나 많은데.”

한 놈은 계속 툴툴거리고 나머지는 달래는 말투였다.

“사제님도 몇 명이나 당했고, 요번에 성물도 하나 파괴되었다더라. 쉽게 볼 일이 아니야. 그나마 놈들이 올 걸 알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하긴, 마스터건 플레이어건 여기 있는 병력 생각하면 딱히 무서울 것도 없지. 장로님도 계시고.”

“그래, 그러니까 그만 툴툴거리고 경계나 서자고.”

사제의 주문에 걸리지 않았을 때에는 놈들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덕분에 놈들의 잡담을 통해 조금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이곳이 목표라는 것을 눈치챘군. 준비를 해 놓으셨다라……. 역시 그걸 동원할 생각이겠지.’

더 깊은 곳으로 잠입은 불가능했다. 건물로 들어가는 몇 군데의 입구마다 병력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일행에게 돌아갔다.

“고생하셨습니다, 대장.”

휴고가 인사해 왔다.

그동안 부지런히 움직인 듯, 바위틈에 잘 위장된 쉴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너도 고생했다. 잘 만들었군.”

씩 웃는 녀석을 보며 말을 이었다.

“놈들이 우리가 올 것을 예상한 모양이야. 애초에 경로를 숨기지 않았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당장 들이받는 것은 무리다. 제국 측 병력이 도착하면 그때 틈을 노려 진입할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컨디션 조절 잘 해두고, 들키지 않게 조심해.”

“예.”

옆에서 듣고 있던 바간과 루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이 지났을 무렵 장원이 부산했다. 둘러보니 전투를 준비하는 모양새.

산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제국의 병력이 어느새 나타나 있었다.

“왔군. 다들 준비해라. 이제 곧 시작이다.”

“응, 주인. 빨리 끝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한참이나 산에서 쥐 죽은 듯이 있었으니 루스가 좀이 쑤신 것 같았다.

“후우……. 좀 긴장됩니다, 대장. 이길 수 있겠죠?”

휴고는 앞으로 있을 전투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린 노출되지 않았으니 훨씬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 못 이길 싸움이면 시작도 안 해.”

“예, 대장.”

바간은 묵묵히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마치 암흑 교단을 막는 것이 사명이라도 되는 것 같은 태도였다.

산 아래를 다시 한번 살폈다. 제국의 병력 규모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역시 근육 멍청이 놈이 앞장서 있군. 마스터는 몇 명이나 왔으려나…….”

예상대로 보리스가 가장 앞에서 설치고 있었다. 그 뒤에 저번에 보았던 크리스, 크로스 형제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여자가 한 명 멀뚱히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브레니 쉴즈로군.’

제국의 몇 안 되는 여성 마스터 중 한 명. 갈색 단발을 질끈 동여 묶은,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창술사였다.

2미터가 넘는 창은 근접전뿐 아니라 원거리에서도 위력적이다.

쉴즈는 투척 후 창을 손으로 소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활용해 원거리 전투에서도 강력한 능력을 발휘했다.

‘제국이 제법 신경을 썼군.’

뒤쪽에는 수백 명의 병사와 기사들도 보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보리스만큼 설치는 자가 없는 것을 보니, 이번에 온 플레이어 중에 보리스가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이윽고 제국이 병력이 진형을 갖추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상대방에게 노출될 것을 감안한 것인지 그들은 천천히 산길을 넓히며 전진했다.

‘장로가 쉽게 도망치지 않을 거란 걸 아는 건가.’

지난 생에도 이곳을 칠 때만큼은 딱히 비밀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조용히 움직일 수 있는 규모로는 장로를 잡지 못한다는 판단인 것 같았다.

‘어쨌든 드러내 놓고 움직여 줘서 다행이군. 제대로 맞붙으면 나야 좋지.’

장원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암흑 사제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기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어느새 어보미네이션도 10마리 넘게 나타난 상황.

굳이 제국 병력을 향해 다가가지 않는 것을 보면, 장원의 화단 근처에서 맞붙을 것 같았다.

이윽고 제국의 병력이 장원 근처에 다다랐다.

그와 동시에 암흑 사제들의 주문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암흑 기사들의 눈이 충혈되며 광전사로 변해 갔다.

어보미네이션들도 피부색이 짙어지며 콧김을 내뿜었다.

그때 제국 쪽에서 튀어 나가는 인물이 있었다.

“이 보리스 님이 다 죽여 주마! 덤벼라, 벌레들아!”

‘저놈이 제국에서 주목을 좀 받더니, 진짜 돌아 버린 건가?’

보리스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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