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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7화 (1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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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7화>

인벤토리를 열어 승격의 비약을 꺼냈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확연히 높은 루스의 체력은 이미 A등급. 이걸 먹이면 S급이 된다.

“체력을 올리는 거다, 루스. 체력을 선택해라!”

그렇게 외치며 녀석의 입에 비약을 넣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체력이 S급이 되면 훨씬 더 뛰어난 회복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 살아날 수 있다. 분명히!

퍽-

옆으로 휴고가 굴러와 처박혔다. 내가 대답이 없자 사제가 어보미네이션을 동원해 공격한 것이다.

휴고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표정이 썩 좋지 않다.

휴고도, 나도 멸세폭을 쓴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

‘다 회복하고 나왔어야 되는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 대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한다.

그때 어보미네이션들이 공격해 들어왔다.

통로가 좁아 두 마리만 다가오고 하나는 멀뚱히 서 있었다.

나는 언브레이커블을 뽑아 들고 맞서 나갔다.

그리고 휴고에게는 눈짓을 해 루스 앞을 막도록 했다.

“루스를 데리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라.”

휴고에게 그렇게 지시한 후 마력을 끌어 올렸다. 샛노란 오러가 검 끝에서 솟아오른다.

짝짝짝.

“오, 대단해. 벌써 그 정도 수준인가.”

박수 소리와 함께 암흑 사제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라. 목을 따 줄 테니.’

계획은 있다. 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우선은 어떻게든 어보미네이션 한 마리를 잡아야 했다.

다가오는 어보미네이션을 오러 소드로 견제하며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싸움이 소극적이자 암흑 사제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소리를 질렀다.

“재미없이 도망만 치는군. 어서 처리해!”

사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보미네이션 한 마리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바위 같은 주먹이 머리를 내리찍어 왔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하며 놈의 발목을 공격했다.

놈의 발목이 오러 소드에 베이며 진녹색 체액을 흘렸다.

통증에 화가 난 건지 놈의 행동이 한층 더 과격해졌다.

놈은 몸이 벽에 부딪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쾅, 쾅-

어보이네이션은 공격이 적중하지 않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이며 바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놈의 행동이 과격해질수록 틈은 커진다.

그렇다면 나는 행동 사이사이를 노려 견제 공격을 가하면 된다.

내게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

하지만 칼이 쉽게 닿는 위치는 치명상을 입힐 수 없는 부위다. 일단 놈을 쓰러트려야 된다.

나는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통로가 최대한 좁아지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피하기만 하다가 일행 분 숨넘어가시겠어요. 얼른 끝내고 신전에라도 가 봐야죠?”

암흑 사제의 조롱을 무시하며 꾸준히 물러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로 한 곳까지 도착했다.

나는 휴고에게 멈추라고 손짓한 후 본격적으로 싸움에 임했다.

‘이곳에서는 좁아서 두 마리는 못 들어온다.’

앞서 들어온 놈 하나를 어떻게든 처리할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먼저 들어온 놈의 거대한 주먹이 상체를 향해 휘둘러져 왔다.

이번에는 뒤로 피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나갔다. 주먹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칼날을 세워 머리 위에 위치한 놈의 손목을 그었다.

후드득-

놈의 동맥이 베이며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놈의 덩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 출혈로 죽일 수는 없다.

손목이 베인 통증에 펄쩍 뛰어오른 놈이 그대로 발을 들어 나를 후려 찼다.

옆으로 몸을 굴려 놈의 발차기로 피하며 내밀어진 발목을 칼로 그었다.

이번에도 놈의 살이 베이고 피가 쏟아졌다. 놈의 분노가 더 커져 갔다.

애초에 이지를 상실하고 폭력만 남은 괴물. 눈이 뒤집히자 짐승처럼 네발로 엎드려 달려들었다.

몸통 박치기로 나를 깔아뭉개 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기회다.’

놈이 알아서 머리를 숙여 준 상황. 이번에 물러서면 다음 기회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와라!’

검에 한계까지 마력을 불어넣고 놈의 머리를 겨눴다.

그리고.

‘멸세폭!’

쾅-

던전이 들썩일 정도의 폭음이 터졌다. 사방으로 먼지와 육편이 비산했다.

격돌의 충격에 발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나는 쓰러지려는 몸을, 안간힘을 다해 일으켜 세우고 앞을 주시했다.

‘죽어라, 제발!’

크르르르…….

놈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러난 놈의 모습은 참혹했다. 얼굴의 반절이 날아가고 어깨가 한쪽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몸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재생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태.

하지만 지체할 수 없다. 금간 몸을 이끌고 놈에게 달려간다.

놈도 피하지 않고 달려온다.

이미 싸움의 승패 따위는 놈의 머릿속에 없는 상태. 나에 대한 살의만이 놈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멸세폭을 사용하기로 했다.

초재생과 용인화를 믿고 목숨을 걸 작정이었다.

‘안 하면 어차피 죽는다.’

남은 어보미네이션들을 생각하면 어차피 모험을 걸 수밖에 없다.

놈의 하나 남은 주먹이 떨어져 내린다. 삐거덕거리는 몸으로 피하기가 쉽지 않다.

달리는 속력에 기대어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등이 긁히며 몸이 미끄러졌다.

놈의 주먹이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발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발바닥부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솟구쳤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았다.

놈의 숙인 가슴이 눈앞에 훤히 드러나 있다.

지금이다.

‘멸세폭.’

콰쾅-

놈의 가슴팍이 완전히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내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손가락이 사방으로 비틀려 있다. 손목은 직각을 넘어서는 각도로 꺾인 상태.

정신이 혼미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상태창을 확인했다.

- 랜덤 영웅 소환 (2075/2000 코인)

‘소환.’

마법진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며 포션을 꺼내 입으로 흘려 넣었다.

부러지지 않은 왼손이 포션의 무게만으로 벌벌 떨린다.

그때 휴고가 주저앉은 내 몸을 뒤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성치 않은 모습으로 나와 루스의 앞을 막아선 휴고의 등이 보였다.

“휴……고, 이제 됐, 으니…… 돌아와.”

아파서 말이 잘 안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을 마칠 즈음 마법진에서 기다리던 원수가 나타났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스터.”

“죽……여.”

겨우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여 남은 어보미네이션 쪽을 가리켰다.

“인사는 미뤄야겠군요. 걱정 마십시오.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발라딕 바간(S. 일인성채)]

-충성도 : 50 (충성도가 낮으면 배신할 수 있습니다.)

흐려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놈의 등을 노려봤다.

‘일단은 살았군.’

놈의 클래스는 일인성채. 말 그대로 혼자서 성의 역할을 하는 자.

완벽한 공방일체의 밸런스로 전위를 도맡는 전사. 그 명성에 걸맞게 전생에 단 한 번도 그가 땅바닥을 뒹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포이즈너 같은 비전투 인원이 나왔으면 좀 곤란할 뻔했다.

하지만 바간이 나온 것 또한 장기적으로는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저놈을 어떻게 죽이지?’

바간은 포이즈너나 마위니처럼 약점이 있는 상대가 아니다. 뒤를 노린다고 쉽게 처리할 수 없다.

놈을 죽일 생각을 하는 동안 바간과 어보미네이션이 맞붙고 있었다.

리치가 더 긴 어보미네이션이 선공을 날렸다. 소형차만 한 주먹이 바간을 내리쳤다.

바간은 왼손에 착용한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아 갔다.

쾅-

충돌음이 들리고 드러난 모습은 물리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단 한 치도 밀리지 않은 바간의 방패.

그에 반해 먼저 공격했던 어보미네이션의 주먹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이 주먹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주춤하는 사이, 바간이 한 걸음 나아갔다.

오른손에 들린 모닝스타가 놈의 무릎을 정확히 가격했다.

빠각-

어보미네이션의 무릎 뼈가 단번에 박살 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부서지지 않은 손을 휘두르는 어보미네이션.

이번에도 바간은 무심하게 방패를 들어 올렸다.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

단 1센티미터도 움직이지 않은 바간의 방패와 달리 어보미네이션의 손은 이번에도 박살이 나 있었다.

‘저건…… 볼 때마다 신기하군.’

아무리 압도적인 공격이라도 절대 바간의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재앙이라고 불리던 존재들조차도.

어보미네이션의 반대편 무릎에 무심한 바간의 공격이 다시 적중했다.

이번에도 단번에 뼈가 박살 나며 어보미네이션의 상채가 휘청 옆으로 쓰러졌다.

먹기 좋게 차려진 밥상처럼 어보미네이션의 머리가 놓여졌다.

내려친 모닝스타가 놈의 머리를 산산조각 내었다.

“이, 이게 무슨! 네놈은 웬 놈이냐?”

암흑 사제의 놀란 목소리가 통로를 따라 들려왔다. 놈의 얼굴에 더 이상의 여유나 조롱은 없었다.

바간은 한 발 한 발 성벽같이 전진했다. 압박감을 느낀 마지막 어보미네이션이 명령도 있기 전에 덮쳐 들어왔다.

하지만 놈의 머리로는 이전의 싸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싸움의 방식도, 결과도 다를 것 없었다.

채 몇 분 흐르기도 전에 마지막 어보미네이션까지 죽자 암흑 사제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어떻게, 어떻게…….”

놈은 미처 도망갈 생각도 못했는지 똑같은 말만 내뱉고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다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사제를 지키던 암흑 기사들이 바간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바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하나하나 쓰러지는 암흑 기사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제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휴고, 가서 죽여.”

휴고에게 사제를 가리키며 고갯짓했다.

그도 몸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사제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터.

얼른 달려간 휴고의 해머에 사제의 머리통이 박살 나는 광경이 곧 눈에 들어왔다.

그때쯤 하여 기사단들도 다 처리된 상태.

바간이 모닝스타에 묻은 피를 털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수고했다. 처음부터 큰일을 해 주었군.”

포션과 초재생의 영향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마스터. 얼른 상세를 돌보십시오.”

“그래, 고맙다. 이야기는 좀 이따 나누기로 하지.”

포션을 한 병 더 들이키자 조금씩 몸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초재생 스킬로 인한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루스 쪽을 쳐다봤다. 루스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후우, 승격의 비약을 먹이고도 죽으면 억울해서 안 되지.’

피라도 더 먹일까 싶어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루스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다행이군.”

안도와 동시에 눈이 감겨 왔다. 녀석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 * *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허름한 민가의 천장이었다. 초재생의 영향인지 몸을 일으켰을 때 아픈 곳은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침상이 놓인 작은 방.

밖으로 나가려고 침상에서 내려서는데.

물컹-

“아야! 앗, 주인 깨어났네!”

왜 바닥에 자빠져 자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루스가 발에 밟혀 일어났다.

“그래, 넌 괜찮냐?”

“응, 완전 괜찮아. 밥도 더 잘 먹어.”

그건 괜찮은 게 아닌 거 같은데.

신나 하는 녀석을 대동하고 방을 나왔다. 방 밖은 통나무로 지은 조그마한 집의 거실이었다.

거실에도 아무도 없어 루스에게 물었다.

“나머지는 어디 갔냐?”

“난 주인 옆에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돼지는 뒤에서 연습할걸?”

돼지라면 휴고를 말하는 건가. 뚱뚱하지도 않은데 루스한테 당분간 돼지로 불릴 운명인가 보군.

“바간은?”

“모르겠어. 별로 얘기해 본 적도 없는데.”

루스는 내가 소환 영웅들에게 가진 감정을 안다. 아마 본능적으로 바간을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바간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겠지.’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 건물 뒤쪽에서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걸어 뒤로 돌아가자 휴고가 해머를 휘두르며 땀 흘리고 있었다.

“열심이구나, 휴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란 휴고가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대장! 몸은 좀 괜찮습니까?”

“이제 멀쩡하다. 하던 것 마저 해. 나도 스트레칭이라도 좀 해야겠군.”

휴고에게 대답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 싸움에서 별달리 기여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남은 걸까. 혹사에 가깝게 몸을 단련하는 휴고가 보였다.

‘두 번째 스킬만 개화하면 확실한 전력이 되어 줄 텐데.’

“일어나셨습니까, 마스터.”

생각 중에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간의 모습이 보였다.

“덕분에 살았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놈의 손에는 식재료들이 들려 있었다. 주위 마을에서 구해 온 것 같았다.

바간이 손에 쥔 것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며칠을 누워만 계셨으니 시장하실 겁니다. 얼른 들어가시지요.”

말을 마친 바간은 식사를 준비하려는 듯 돌아섰다.

놈의 등을 보며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이가 시전됩니다. 대상을 정해 주세요.]

[지정 가능 대상 : 발라딕 바간]

‘발라딕 바간.’

[스킬 ‘절대불변’이 전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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