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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5화 (1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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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S급들이 배신했다 15화>

남은 두 놈은 눈치를 살피다, 퇴로가 없다고 느꼈는지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큰 기술을 사용하고 내 몸에 이상이 생겼으리라 추측한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검에 오러를 뽑아 올려 놈들에게 맞서 갔다.

전투 중에 루스가 측면에서 놈들을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둘 중 루스에게서 가까운 놈에게 검을 마주쳐 갔다.

쾅-

검과 검이 맞부딪치고 주춤하는 사이, 루스의 클로가 놈의 등허리를 긁고 지나갔다.

등부터 골반까지 푹 파이며 장기가 쏟아졌다.

그사이 치고 들어오는 나머지 암흑 기사의 검을 허리를 비틀어 피해 내고, 놈의 목을 베어 버렸다.

채챙-

입구 쪽에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휴고가 암흑 기사와 싸우고 있었다.

감시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놈 중 하나가 폭음을 듣고 달려온 모양.

제법 치열한 듯했지만, 머지않아 휴고가 압도해 가기 시작했다.

‘사제가 없으면 휴고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놈을 휴고에게 맡겨 놓고 루스와 함께 별채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세 명의 암흑 기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놈들이 뽑아 든 칼에 검은 오러가 넘실거렸다.

녀석들을 맞아 루스가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 그리고 격돌음이 터지더니, 순식간에 한 놈이 얼굴이 찢겨 옆으로 처박혔다.

나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나머지 두 놈이 루스를 협공하려는 모습이 보여 얼른 달려들었다.

오러를 잔뜩 끌어 올린 언브레이커블을 놈의 칼을 노리고 휘둘렀다.

딱히 기교를 부릴 필요도 없다.

마력의 양과 오러의 정순함에서 압도한다. 거기다 무기의 수준도 이쪽이 우위.

쾅-

오러 소드끼리의 정면 충돌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결과는 예상대로.

칼이 터져 나가며 파편이 놈의 상체를 짓이기고 지나갔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놈의 몸이 날아갔다.

화단에 처박힌 놈에게 달려가 확인 사살을 한 후 루스 쪽을 보았다.

그쪽도 마무리 중이었다.

어느새 상대하던 놈을 죽인 루스가 내 쪽으로 돌아보며 웃었다.

“끝냈어, 주인.”

“그래, 고생했다. 백작한테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하라고 할게.”

“응, 좋아!”

휴고도 상대를 처리했는지 별채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끝냈습니다, 대장.”

웬 대장?

내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휴고가 멋쩍게 웃었다.

“뭐라 부르긴 해야겠는데, 이름으로 부르는 건 좀 그래서 대장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좋을 대로.”

휴고한테 대장으로 불리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저기, 근데…….”

휴고답지 않게 말을 늘인다. 아마 멸세폭 때문이겠지.

“왜? 무슨 문제 있나?”

“아닙니다. 그냥 스킬이 제 것과 너무 비슷해서.”

“아, 내가 말 안 했던가? 내 스킬이 주위 사람 스킬을 빌려다 쓰는 거야. 네가 사용하는 데는 문제없으니 걱정 마.”

“아, 그렇군요. 전 괜찮습니다. 워낙 비슷해서 신기한 마음에 물어봤습니다. 나눠 쓰면 좋죠.”

녀석은 한 점의 불만도 없이 웃어 보였다.

‘괜히 좀 찔리긴 한데, 그래도 이 좋은 걸 안 쓸 순 없지.’

갈 길이 구만리인데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슬슬 끝났으니 백작에게 가 볼까.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반대편에서 집사인 대런이 달려왔다.

“플레이어님, 한 놈이 도망친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살펴보니 감시하던 놈 숫자가 하나 빈다.

지금 추적해서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중에 루스가 말했다.

“주인, 내가 가서 잡아올게.”

“그래,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맛있는 거 준비해 놓을 테니 밤늦기 전에 돌아와라.”

‘말해 놓고 보니 엄마 같군.’

휴고도 그렇게 느꼈는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루스를 보내고 휴고와 함께 백작의 집무실로 갔다. 노심초사 하면 기다리던 백작이 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되었나?”

“별채에 있던 놈들은 다 처리했는데, 감시하던 놈 중 하나가 도망쳤습니다. 일행이 쫓아갔습니다만, 도망치고 시간이 흘러 장담 못 하겠군요.”

“으음, 그런가. 어쩔 수 없지.”

백작이 침음을 흘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처리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내 생각에, 하나 정도 도망쳐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어 보였다.

이쪽에 파견되었던 인원에게 연락이 두절되면 결국 변고가 생겼음을 알아챌 것이다.

“어차피 머지않아 암흑 교단에서 눈치챌 겁니다. 밖으로 내돌린 기사들부터 얼른 불러들이십시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얼른 대비를 해야지.”

백작은 대런을 불러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

세뇌당해 밖으로 내돌린 수하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것.

그동안 집무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대런에게 일을 맡긴 백작이 다가왔다.

“이거 미안하네.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자네들을 깜빡했군.”

“괜찮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얼른 만찬 준비를 시킬 테니 가서 좀 쉬고 있게나.”

하지만 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 만찬은 번거롭기만 하지 썩 취향에 맞지 않는다. 루스가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박살 날 것이고.

“상황이 상황이니 만찬은 다음에 하지요. 그냥 맛있는 음식이나 넉넉하게 준비해 주십시오. 일행이 아주 많이 먹습니다.”

“아, 하하하. 이것 참, 배려해 주니 고맙네. 요리장에게 창고가 빌 때까지 음식을 하라고 할 테니 걱정 말고 많이들 들게.”

딱히 배려는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 주면 나야 좋지.

일을 하러 움직인 대런 대신 하인 하나가 들어와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잠시 기다리자 음식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루스가 빨리 와야 이걸 다 먹을 텐데.”

“루스가 이 많은 걸 다 먹습니까?”

휴고가 음식을 입에 넣으며 물어 왔다.

“이따 봐. 직접 보는 게 빠르지.”

나와 휴고가 식사를 마치자, 요리장이 와서 언제든 다시 불러서 음식을 주문하라고 했다.

루스가 추적을 위해 나간 상황이라, 따로 백작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았다.

후식까지 먹고 차를 마시는 중에 루스가 돌아왔다.

“못 잡았어, 주인.”

답지 않게 시무룩한 모습.

“괜찮다. 한참 먼저 도망친 놈이니 잡기 힘든 게 당연하지. 얼른 밥이나 먹어라.”

“응, 맛있겠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녀석은 식탁까지 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어찌나 빨리 먹는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하인을 시켜 음식을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

휴고가 입을 벌리고 루스의 흡입 장면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쟤 사람 맞습니까?”

“맞지,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이미 신체를 변형시켜 싸우는 것을 봤으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휴고가 궁금해하는 것 같아 정체를 말해 주었다.

“인조인간이야. 먹어야 힘을 쓰지. 그렇게 알아 둬.”

“아…… 네.”

휴고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려 하는 모습.

반쯤 농담으로 말하긴 했지만, 인조인간인 것은 맞았다.

과학이 아니라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다를 뿐.

‘먹어야 힘을 쓰는 것도 맞지. 먹어야 더 강해지기도 하고.’

그날의 식사는 요리장의 손이 근육통으로 부들부들 떨릴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 * *

다음 날 아침, 마차를 타고 백작가를 나섰다.

백작에게는 마차와 넉넉한 금화, 포션을 비롯한 소비용품을 받았다. 그리고 휴고가 쓸 갑옷과 해머 몇 개도 얻었다.

멸세폭을 사용할 경우 몸도 상하지만 무기가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규격의 해머를 여러 개 받아 왔다.

‘언브레이커블을 얻은 것이 멸세폭과 잘 맞아떨어지는군.’

운이 좋았다.

“주인, 이제 어디가?”

루스가 한 손에 든 돼지 다리 훈제를 뜯으며 질문해 왔다.

어제 그렇게 먹고도 아침에 엄청난 양을 또 해치운 루스는, 기어코 부엌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쥐고 나왔다.

“이제 더 강해지러 가야지. 너 먹을 것도 있을 거야, 기대해.”

“좋아, 주인. 얼른 가자!”

휴고가 루스의 손에 들린 돼지 다리를 질린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강해지러 간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대장?”

“이제부터 던전 털러 간다.”

“던전이요? 그게 튜토리얼 밖에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애초에 이쪽 세상에 적응하라고 만든 게 튜토리얼이야. 연습 게임에 있는 게 본 게임에 없겠냐?”

잠시 생각하던 휴고가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근데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시는 겁니까?”

“그런 걸 알아내는 스킬이 있어. 그렇게 알아 둬.”

“……네에.”

‘스킬이라면 대충 다 넘어갈 수밖에. 애초에 무슨 스킬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리고 신기하기로 따지면 멸세폭도 만만치 않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시전자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기술을 도대체 누가 쓰라고 만든 건지.

덕분에 내가 잘 쓰고 있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를 몰아 다음 행선지로 나아갔다.

그리고 며칠간의 이동 끝에 던전에 도착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휴고는 멸세폭 함부로 쓰지 말고. 포션이 있어도 치료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예, 꼭 필요할 때만 쓰겠습니다.”

“주인, 가자!”

“그래, 진입한다.”

그 말을 끝으로, 나와 루스, 그리고 휴고가 던전 안으로 달려갔다.

쾅-

온몸에서 하얀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방금 사용한 멸세폭으로 사령술사의 몸이 박살 났다. 그와 동시에 제법 길었던 싸움이 끝났다.

“여기 싫어! 하나도 먹을 게 없잖아!”

루스가 툴툴거린다. 뭔가 배신당했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너 먹을 거 있으니 걱정 마라, 아직 끝 아니야.”

던전에서 내내 언데드만 나오고,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놈도 리치가 된 사령술사였으니 입이 댓 발로 튀어나와있었다.

“이제 끝난 거 아닙니까, 대장? 저놈이 보스 같은데요.”

“맞아, 이 던전의 보스는 저놈이지. 하지만 이 던전에서 가장 강한 건 저놈이 아니야.”

휴고의 의문 섞인 표정을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휴식을 취한다. 자세한 건 쉬면서 말해 주지.”

그런 다음 사령술사가 죽은 자리로 가 떨어진 아이템을 수거해 온 뒤, 쉬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죽은 자의 열망(A. 반지)]

- 언데드가 가진 욕망이 담긴 반지. 산 자에게 상처를 입힐 경우 빠져나가는 생명력을 이용하여 착용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영구 귀속.

반지를 살펴본 뒤 휴고에게 던져 주었다.

“이걸 왜 저한테…….”

“너 가져라. 나한텐 별 쓸모가 없어.”

초재생으로 웬만한 상처는 다 치유가 되기 때문에 저건 내게 의미가 없다. 성능도 초재생에 비해 떨어지고.

나는 반지를 들고 가만히 있는 휴고에게 말해 주었다.

“그걸 끼면 멸세폭 한 방 쓰고 산송장되진 않을 거야. 환자가 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제야 반지를 끼며 휴고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대장.”

“멍청한 소리 그만해라. 나한테 필요 없는 거니까 주는 거야.”

“그래도 귀한 거 아닙니까?”

“우리 일행 중에 네가 제일 약하단 거나 알아 둬. 덩칫값 하고 싶으면, 그런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받는 거야.”

휴고는 영 멋쩍은지 씩 웃더니 말을 돌렸다.

“근데 아직 더 강한 놈이 남았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여긴 말이야, 원래…….”

애초에 이곳은 드레이크의 레어였다. 사령술사는 드레이크를 언데드화시켜 수족으로 부리려는 목적으로 찾아온 것.

“하지만 하급 사령술사가 어떻게 하기에는 드레이크가 너무 강했지.”

드레이크를 언데드화하는 데 실패한 사령술사는 어쩔 수 없이 놈에게 저주를 걸어 간신히 봉인했다.

“우린 지금부터 드레이크를 잡는다.”

“주인! 그거 내가 먹어도 돼?”

“그래 너 먹으라고 잡는 거다.”

나도 필요한 게 있지만.

“대장, 잡을 수 있는 겁니까? 사령술사만 해도 만만치 않았는데.”

“오랫동안 저주에 걸려 봉인되어 있어서 멀쩡한 상태가 아니야. 잡을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제국이 파악해 놓은 던전이었다.

회귀 전 성장을 위해 이곳에서 사령술사를 잡다가 우연히 드레이크를 발견했었다.

생각하는 중에 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었다.

“가자,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응, 주인. 얼른 잡자!”

루스는 마냥 신난 모양.

휴고는 해머를 고쳐 쥐고 묵묵히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휴고를 보며 나는 사령술사의 방 뒷면 벽을 가리켰다. 얼른 나선 휴고가 해머를 벽에 휘둘렀다.

벽이 단번에 깨어지고 뒤편에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음…….”

휴고가 침음을 삼켰다.

공동 가운데에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는 존재를 보았기 때문이다.

드레이크.

보통 날개 없는 드래곤을 부르는 명칭이다.

다만 드래곤과 달리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육체적인 능력 또한 드래곤보다 훨씬 처진다.

‘하지만 드레이크만 해도 충분히 괴물이지.’

덤프트럭만 한 몸체, 방패를 이어 붙인 것 같은 비늘.

비록 웅크려 있는 모습이었지만,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저주 때문인지 드문드문 썩어 있는 시커먼 비늘이 더욱 위압감을 내뿜었다.

“괜찮아. 정상이 아니니까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이건 경험담이니까 확실하다.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굳어 있는 일행을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멸세폭 한 방 먹이고 시작할 거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자고 있으니 한 방은 공짜다.

휴고와 둘이서 동시에 날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는 휴고가 전투불능이 된다.

‘녀석이 얼른 두 번째 스킬을 개화하면 좋겠는데…….’

휴고의 두 번째 스킬은 멸세폭 사용에 크게 도움을 준다. 아쉽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준비를 마친 후 드레이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 최고의 한 방을 준비했다.

목표는 놈의 가슴. 심장이 있을 만한 곳.

우우웅-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언브레이커블이 검명을 토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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